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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의 놀이터

흔한 망한 서버의 망한 길드의 망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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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飛劒]
작품등록일 :
2013.03.05 14:00
최근연재일 :
2013.04.08 12:21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1,056
추천수 :
508
글자수 :
125,977

작성
13.04.07 07:39
조회
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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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9쪽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4)

DUMMY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제목이었지만 그런대로 시선을 끌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마른침을 한 번 삼킨 그는 커서를 본문 란으로 옮겼다.

역전극이라는 단어를 보고 있자니, 불야성을 완전히 꺾고 세력 판도를 파성 길드가 뒤엎는 그런 풍경이 절로 뇌리에 그려졌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드라마였지만 현실로 다가오기에는 너무나 멀어 아쉬운 풍경이었다.

[파성 길드에서 역전극의 주역을 모집합니다.]

오글거리는 손가락을 억지로 펴 가며 일단 첫 문장을 쓰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위드리스가 성인이용가인 건 다들 아실 테니, 20세 이상 개념 소지자가 조건입니다. 그 어떤 거대 길드가 시비를 걸어온다고 해도 맞서 싸워서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의 용사가 될 주역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아직은 신생이지만 얼마든지……]

‘과제할 때 이렇게 써지면 얼마나 좋냐.’

쓰면서도 절로 한탄이 나왔다. 설명을 좀 더 덧붙인 뒤에 우대조건을 하단으로 따로 뺐다.

[……이런 분들은 대 환영입니다.

* 수천 번을 죽어도 웃어넘길 수 있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

* 아무리 불리해도 배신을 안 할 신의 있는 사람

* 수적 열세를 뒤엎을 수 있는 센스를 지닌 사람

* 작은 길드에서 성장해서 거대한 길드가 되는 여정을 함께하고 싶으신 분

* 치열한 싸움을 좋아하시는 분]

다른 건 몰라도 ‘강철 멘탈’과 ‘신의’는 반드시 필요했다.

‘앞으로 얼마나 상황이 개판이 될지 모르니.’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에 붉은 색을 넣고, 문단을 조금 조절하니 제법 그럴싸한 소개문이 되었다. 레벨 제한을 넣을까 하는 고민도 잠깐 했지만 필요 없다고 판단되어 삽입했던 내용을 지워 버렸다. 1렙짜리가 들어온다고 해도 어서옵쇼! 라고 해야 할 판인데 무슨 레벨 제한인가. 사실상 홍채를 통해 접속을 하는 마당에 20세 미만이 이 게임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연령 제한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연락처와 접속 시간대를 적어 넣은 뒤에 등록했다. 업로드가 완료되었다는 안내 문구를 확인하고 나서야 강희성은 기지개를 쭉 켜며 인터넷 창을 닫았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었던 탓인지 어깨 근육에서 우두둑,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나.’

많이 오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쓸 만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와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강희성은 혼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시작했다. 어차피 길드원 모집 게시글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적어도 다음 날은 되어야 했으니, 뭐라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편이 나았다.

작은 방에 찬물과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가득 울렸다.


다음날은 강의가 없는 토요일이었지만, 강희성은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했기에 오전 중에는 휴대폰을 확인할 짬이 없었다. 흔한 대형 마트 아르바이트였지만 주말인지라 손님이 꾸역꾸역 밀려와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강희성은 그만 녹초가 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오전, 마트가 문을 여는 시간에 출근했기 때문에 퇴근은 오후 4시 정도에 할 수 있었다.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냅다 드러눕고 나서야 휴대폰 생각이 났다. 손가락만 움직여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터치했다.

“하아…….”

완전히 늘어진 탓에 한숨조차 빈약하게 흘러나왔다.

파성 단체방의 알람만 수십 개 떠있을 뿐, 친구 신청이나 쪽지, 문자 따위는 단 하나도 없었다. 강희성은 세상 다 산 듯한 표정을 짓고선 단체방을 확인했다. 의미 없는 잡담이 대부분이었지만 천령은월의 예비 길드원 찾기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입이 말라가는 느낌에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껏 잡은 ANGELx마저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등골이 서늘했다.

그대로 메신저를 닫고 인터넷을 열어 위드리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어제의 게시글을 확인했다. 조회수는 꽤 많았지만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적대적 의사를 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도하며 강희성은 몸을 일으켰다. 매주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노곤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뜨뜻한 물로 대충 샤워를 하자 정신이 조금은 맑아졌다. 강희성은 습관처럼 커피를 타서 마시곤 머리가 마르기를 기다려 가상현실기기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누군가가 친구 추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을 잡고.

[위드 리스(With Ris), 정령과 함께하는 새로운 현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제 접속을 끊었었던 카스티안의 풍경의 일시적으로 어두워졌던 시야에 확 나타났다. 고요한 풍경과 파도치는 소리가 묘하게 심경을 안정시켰다.

예상은 했지만 친구 신청 또한 단 한 건도 없었다. 혀를 차며 게임 내 메신저를 확인해 보니 레몬닭꼬치와 천령은월만이 접속해 있었다.

-어, 휘 형 왔어요?

-카르 형 하이요

-ㅇㅇ, 하이. 아직도 둘이 길드 데려올 사람 찾아다니는 거?

-그건 이미 포기했어요.

천령은월이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가 눈앞에 절로 그려졌다. 강희성은 보는 사람도 없건만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사냥할 만한 곳을 탐색 중이었어요. 쓸 만한 데야 불야성이 전부 먹었지만 그래도 레벨 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전투고 나발이고 일단은 레벨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확실히 한 자리 해먹던 녀석이라 그런가, 행동력 하나는 빠르네.’

선인과 함께라면 날아다니기 때문에 같은 선인이 아니라면 싸울 일 자체가 매우 적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선인의 가치는 매우 높다.

-그래서 어때, 수확이 좀 있었냐?

-있긴 뭐가 있어요. 진짜 엄청 구린 데밖에 없다구요. 어휴……. 혹시나 했는데 진짜 조금이라도 괜찮다 싶은 데면 이미 먹은 놈들이 있더라고요. 하나도 빠짐없이. 남은 필드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솔직히 가봤자일 것 같아요.

-그렇단 말이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당연한 결과였다. 불야성이 사냥하기 좋은 필드를 모조리 차지해 버렸으니 나머지 필드 중에서 조금이라도 괜찮은 것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강희성은 혼자 가만히 서서 생각하다가 길드 채팅에 말했다.

-그러면 혹시 괜찮은 맵에서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를 찾을 수 있겠어?

24시간 작업장을 돌리거나 서로 짜 두고 칼같이 교대를 하지 않는 이상 빈 시간은 언젠가 나오기 마련이다. 매일매일 같은 시간이 비리라는 법은 없지만 뭐라도 붙잡아 봐야 할 상황이다. 주로 야밤에 비긴 하겠지만 의외의 경우는 항상 존재했으니 조사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허나 천령은월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걸 파악하려면 며칠에 걸쳐서 점찍어둔 맵을 종일 살펴야 되는데 힘들잖아요. 사람이 좀 많다면 몰라도……. 거기에 형이나 우리나 학생이고 이드 누나는 직장인이라서 맨날 죽치고 있기 힘들잖아요.

끄응 하는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이러나저러나 사람이 없어서 죽도 밥도 안 되는구만……. 그래서 지금은 어디냐?

어차피 혼자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 합류할 작정으로 그리 물었다.

-모데토스 섬이요.

시엘 대륙 외곽의 섬으로,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가 출몰하지만 난이도에 비해서 얻는 것이 적어 인기는 많이 없는 필드였다. 두 개의 던전이 있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모데토스로 가기 위해서는 카스티안을 비롯한 시엘 대륙의 항구에서 배를 타거나, 특수한 귀환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했다. 배를 탈 시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

-거기 계속 있을 거냐?

-여기 도착한 지 5분도 안 됐는데요.

-그럼 나도 갈 테니까 도착하면 같이 살펴보자. 어차피 혼자선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그러죠 뭐. 그럼 항구에서 기다릴게요.

-ㅇㅇ.

대답하며 강희성은 마을 외곽 너머로 보이는 바다에 시선을 두었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지만 악천후로 항해 도중 귀찮은 일을 겪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았다.

모데토스에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지만, 강희성은 습관처럼 상점에 들려 무기를 수리하고, 화살과 물약을 잔뜩 쟁였다. 모데토스는 80레벨 초~중반 유저들을 타겟으로 한 필드였기 때문에 루얀에서와는 달리 두어 명만 모여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

‘그럼 갈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장비창을 점검한 뒤 강희성은 항구로 걸어 나갔다. 척 봐도 한가해 보이는 배가 나온 선장 NPC한테 돈을 주자 눈앞이 잠시 흐려지더니 이윽고 출렁이는 배 안의 풍경이 나타났다. 조금 기다리고 있자니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항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밤새 감기가 들었습니다.

쿨럭.

 

전편에 약간 설명이 추가되었긴 한데, 큰 맥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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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 +11 13.04.02 3,383 24 9쪽
23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6 13.03.30 3,528 21 9쪽
22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6) +15 13.03.29 3,268 27 9쪽
21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5) - 수정본 +18 13.03.28 3,451 19 15쪽
20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4) - 수정본 +11 13.03.27 3,569 20 9쪽
19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3) - 수정본 +13 13.03.26 3,475 20 12쪽
18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2) +12 13.03.25 3,259 20 10쪽
17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13.03.23 3,709 17 11쪽
16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7) +9 13.03.22 3,577 17 13쪽
15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6) +11 13.03.21 3,550 23 10쪽
14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5) +10 13.03.20 3,544 13 9쪽
13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4) +6 13.03.19 3,583 15 10쪽
12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3) +13 13.03.18 3,627 19 13쪽
11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2) +8 13.03.16 3,756 17 11쪽
10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10 13.03.15 3,969 19 9쪽
9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4) +8 13.03.14 3,800 18 11쪽
8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3) +13 13.03.13 3,972 12 13쪽
7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2) +11 13.03.12 4,058 16 10쪽
6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8 13.03.11 4,042 13 12쪽
5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4) +5 13.03.09 4,216 13 12쪽
4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3) +8 13.03.08 4,188 14 8쪽
3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2) +12 13.03.07 4,562 18 7쪽
2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4 13.03.05 4,954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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