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돌하르방이 서커스를 보고 한 말은?

착각계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기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6 12:37
최근연재일 :
2024.05.12 01: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2,142
추천수 :
4,837
글자수 :
264,263

작성
24.04.06 23:53
조회
5,417
추천
125
글자
12쪽

427기 마법 연구회(1)

DUMMY

학과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싶은 세라 제피르는 다른 핵심 인력들 사이에서 고립되는 상황은 반드시 피하고 싶을 터.


“···그렇게 하죠.”


세라는 짧은 고민 끝에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내가 멘카 아드민을 그녀로부터 가로채려 했다는 오해는 피할 수 있었다.


졸지에 스터디를 구성한 나와 마법학과 트로이카는 자유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다른 생도들은 쿠오라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을 시간이었기에, 기수 전체가 사용하는 넓은 공간은 텅 비어있었다.


그곳을 독차지한 우리 넷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기왕에 모임이 생겼으니, 모임의 명칭과 회장를 정하도록 하죠. 어떤 모임이든 절차가 있어야 제대로 진행이 되는 법이니까요.”


먼저 입을 연 건 세라였다. 얼떨결에 합류한 그녀로서는 지금이라도 이 상황에 주도권을 잡고 싶겠지.


“세라 양의 말씀이 지극히 옳습니다.”


맞장구를 쳐 주었다.


고달픈 미래가 예정된 3황자 라인에서 꿀이 흐르는 1황자 라인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녀의 비위를 맞추며 호감을 살 필요가 있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때요?”


세라는 잠시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다른 둘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마음대로.”


멘카는 심드렁하게 동의했다. 실전성 높은 수련이 하고 싶은 것뿐인 그녀는 이런 형식적인 일 따위 아무래도 좋다는 듯했다.


“음···. 그건 나도 동의해.”


로엠도 오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세라를 싫어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트집을 잡기에는 지나치게 성실했다.


“좋아요. 제가 생각한 모임의 이름은 ‘427기 마법 연구회’예요. 이견 있으신가요?”


이름이야 아무렴 어때.


“간결하고 명료하니 좋은 이름입니다. 세라 양의 작명 감각이 실로 뛰어나군요.”


또다시 내가 먼저 비위를 맞췄고, 다른 둘이 뒤따라 동의했다. 그녀는 한결 좋아진 안색으로 말을 이었다.


“다음은 이 모임을 이끌 회장 말인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적격인 것 같아요.”

“그건 반대야.”

“어째서죠? 아직 제가 해야만 하는 이유도 말하지 않았는데요.”


기다렸다는 듯 반대하는 로엠에게 세라가 날선 반응을 보였다.


“너는 신뢰할 수 없어. 생도의 본분을 잊고 파벌놀음에나 열중하잖아. 이 모임은 순수하게 지식과 경험을 교류하는 자리여야 해.”

“그러면, 당신이 하겠다는 건가요? 셔츠도 똑바로 못 입는 부주의한 사람이요?”

“앗?”


세라의 지적에 로엠은 뒤늦게 자신이 셔츠를 뒤집어 입었음을 깨달았다. 나야 이런 일이 하도 많아서 그냥 넘겼는데, 미리 알려 줄 걸 그랬는데.


“내가 하겠다는 게 아니야. 네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지.”

“제가 아니면 누가 어울린다는 거죠?”

“그야 당연히 에단이지. 파벌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수련에 매진하고, 방학 중에도 의로운 일을 하는 모범적인 생도 말이야.”


세라가 훽,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아니. 이러면 일이 꼬이는데.


“아니야, 로엠. 내 생각에는 세라 양이 회장에 참 어울리는 것 같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하는 편이 낫지. 안 그래?”


내가 나서서 둘을 중재했다. 로엠을 설득하며 세라의 비위를 맞추는 판단.


그렇게 생각했으나···.


“봐봐. 이래서 에단이 회장을 해야 한다는 거야. 헛된 명예욕 따위는 없잖아.”

“흥. 자기는 사람 좋은 척하면서, 친구를 시켜 실속까지 챙기겠다는 건가요?”


결국 나에게 불똥이 튀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세라에게는 내가 딱 그 꼴인 듯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제 잇속만 챙기는 부패한 귀족의 딸 주제에, 에단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


내가 변명을 하려는 찰나, 로엠이 싸늘하게 말하며 세라에게 다가갔다. 지난 1년간 본 적 없던 모습이었다.


로엠의 우정이 고맙다기보다는 원망스러웠다.


아니. 내가 괜찮다니까?


“가, 감히··· 우리 가문을 모욕한 건가요? 혼자 충신인 척은 다 하는 동부의 촌뜨기가? 대 제피르 공작가를?”


세라도 피하지 않고 로엠의 앞에 섰다.


서로의 가문까지 언급되며 둘 사이의 감정이 과열되었다.


내가 둘을 떨어트리려 어깨에 손을 올리자.


파앗! 스파크가 튀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두 천재 마법사의 대치는, 평범한 청년들의 기싸움과는 달랐다.


둘의 감정에 반응하듯, 주변으로 마나가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라의 주변으로 자색의 전류가 흘렀고, 로엠의 주변으로는 지면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강의 중에는 철저히 교수의 통제를 받기에 생각지 못한 부분이나,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수십을 죽일 수 걸어 다니는 폭탄들이다.


“진정들 해! 서로 죽일 셈이야?”


내 외침은 들리지도 않는 듯, 둘은 그 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도 둘의 주변으로 모이는 마나들이 더더욱 거세졌다.


“꼬였네.”


멘카가 말했다.


“맞아. 상황이 더럽게 꼬였는데.”

“그게 아니라, 마나 말이야.”


나는 금방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라와 로엠이 동시에 다량의 마나와 감응하며, 흐름이 폭주한 서로의 마나가 얽히고설킨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둘이 말없이 선 것은, 이걸 어떻게든 풀어내려 정신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그럴수록 서로의 마나가 더더욱 꼬이고 있었다.


둘의 합이 정말 더럽게 안 맞는다.


이대로라면 둘 중 하나는 적잖이 다치리라. 운이 나쁘면 둘 다.


1학년 과정에서 이런 경우의 대처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주변에서 가장 세밀한 마나 조작이 가능한 다른 사람이 개입해 꼬인 부분을 풀어 준 후, 통제를 벗어난 마나가 폭주하기 전 빠르게 연소시켜야 한다.’


다르스 교수는 분명 이렇게 말했지.


멘카는 얼굴을 찌푸린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등신들, 그녀가 작게 읊조렸다.


“저거, 풀 수 있겠어?”


나는 다급히 멘카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니. 마나 조작의 정밀성은 자신 없어. 자칫하면 저것들을 불태워버릴지도 몰라.”

“시발.”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교수를 불러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이번에도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마나 조작은 염동으로 단련된 내 특기였다. 둘의 마나가 꼬이는 지점도 명료하게 관측이 되었다.


“마나가 꼬인 지점은 내가 풀게. 흩어진 마나는 네가 해결해 줘. 그건 가능하지?”

“가능해. 대신, 저것들을 내보내고 오늘 수련은 진행하는 거야. 나는 그것 때문에 왔으니까.”

“알았으니까 잘 도와만 줘.”


나는 검을 뽑아 든 채 조심스레 마나를 담았다.


세라와 로엠은 사이의 30cm 간격. 그 사이에서 서로의 마나가 태극 문양을 그리며 꼬이고 있었다.


나나 멘카 중 한 명만 실패해도 대참사가 일어난다.


‘제국법에도 선한 사마리아인 법 같은 개념이 있던가?’


아니. 없었다.


자칫하면 두 명문가 자제가 맞이할 비극의 책임을 내가 뒤집어쓸 수도 있는 상황.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더라도 상황이 크게 꼬이기는 마찬가지다.


‘시발. 팔자에 마가 끼였나.’


새삼스러운 생각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이세계의 전쟁터에 떨어진 순간부터 더없이 조진 팔자 아니었던가.


‘집중하자.’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메스처럼 신중하게 동시에 헛된 망설임 없이 환부를 베어냈다.


파바바밧! 내 검에 담긴 마나와 둘의 마나가 부딪히며 연속으로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불완전한 흐름이 깨지며 통제를 잃은 마나들이 사방으로 위태롭게 흩어지더니, 이내 한 방향으로 모여들었다.


멘카의 주변에 회오리처럼 모인 다량의 마나는, 그녀의 손끝을 따라 일제히 쇄도했다.


화르르르륵!


일순간, 거대한 불기둥이 점멸하듯 시야를 가득 채웠다 사라졌다.


‘뭐였지?’


순간적으로 해낸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압도적인 화력이었다.


통째로 검게 그을린 한쪽 벽면과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아니었다면 내가 본 것을 의심할 정도로.


“이제 됐지? 빨리 정리하고 수련하자.”


여전히 심드렁한 멘카의 말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로엠과 세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상태를 보니 과하게 정신력을 쓴 탓에 지쳤을 뿐,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미안해. 에단, 멘카. 추한 모습을 보였어. 순간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이런 꼴이라니, 생도로서 실격이야.”

“괜찮아. 결과적으로는 다친 사람은 없잖아? 오늘 일로 교훈을 얻었다면 싸게 먹힌 거지.

“에단···.”


침울한 목소리로 사과하는 로엠을 달랬다. 덕분에 한바탕 개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화풀이를 한다고 득이 될 건 없으니까.


다만 방학 전에 로엠에게 빌린 은화 다섯 개를 떠올렸다. 아직 갚지 않았는데, 앞으로도 평생 갚지 않을 것이다.


“미···. 미···.”


로엠과 달리 세라는 대귀족의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나에게 사과하기 싫어서인지, 면목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쉽사리 사과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니에요!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잖아요! 이럴 때는 곧바로 교수를 불렀어야죠!”

“!!!”


세라의 반응에 로엠이 경악했다. 나는 녀석이 뭐라 하기 전에 손을 뻗어 제지했다.


괜찮다. 세라는 내 안에서 이미 미친년이었으니까. 긴 군생활을 보낸 나는 안다. 미친놈을 대할 때는 인간의 감정으로 대해봤자 손해라는 것을.


애초에 그녀가 꼭 정상인일 필요는 없다. 위태로운 미래에서 나를 꺼내 줄 구조선 역할만 잘해주면 될 뿐.


미래의 평화를 위해 지금의 분노는 흘려보내고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세라 양.”

“아, 아무튼. 오늘 일은 저도 실수를 한 셈이니 더 책임을 묻지는 않겠어요.”


얼씨구. 뻔뻔한 말투와 달리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걸 보면, 본인도 부끄러운 줄은 아는 듯하다.


“이제 회장은 결정된 거지?”


멀찍이 떨어져 있던 멘카가 말했다. 딱히 누군가를 특정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다들 무의식적으로 세라를 바라봤다.


“으으···. 그, 그래요. 427기 마법 연구회의 회장은 에단, 당신이 하도록 해요.”


아니. 딱히 하고 싶지 않은데.


“과분한 소임이나마 잠시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세라 양께서 내키실 때 돌려드리지요.”


그러나 여기서 거부했다가는 또 일이 길어질 것 같았기에, 나는 전혀 바라지 않던 이 감투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스터디 조장으로서 내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로엠과 세라 양은 안정이 필요할 테니, 오늘은 일단 돌아가서 쉬도록 합시다.”


어차피 이 스터디는 첫날부터 글러 먹었다.


빨리 기숙사의 침대에 드러눕고 싶었다.


혹시라도 로엠과 세라가 2차전을 벌이지 않도록 시간차를 두고 내보낸 후 나와 멘카가 남았다.


“후우.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그녀와 같이 수련을 하기로 방금 약속을 한 터였다.


“간단해. 나는 모든 수단을 써서 너를 공격할 거야. 너도 나에게 똑같이 하면 되고.”

“아니···. 그건 수련이 아니라 결투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결투여도 상관없어. 나는 제한 없이 내 마법을 시험할 수만 있으면 되니까. 강의 중엔 교수들 때문에 계속 참아야 했거든.”


화르륵. 당황한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멘카의 등 뒤로 불길이 타올랐다.


'조졌네.'


나는 뒤늦게 후회했다.


엮이면 안 된다는 기운을 풀풀 풍기는 상대와 엮였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 내 안일함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착각계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금일 업로드가 1시간 가량 지연될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NEW 19시간 전 21 0 -
공지 매일 23:50에 업로드됩니다. 24.04.29 67 0 -
공지 제목변경 안내 '하남자가 영웅으로 착각당함' > '착각계 소드마스터' 24.04.19 182 0 -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24.04.19 2,482 0 -
41 제국정예 감찰특무대(2) NEW +10 17시간 전 1,307 47 16쪽
40 제국정예 감찰특무대(1) +7 24.05.10 2,001 68 19쪽
39 감찰관께서 지켜보신다(7) +14 24.05.09 2,333 83 15쪽
38 감찰관께서 지켜보신다(6) +8 24.05.09 2,596 79 14쪽
37 감찰관께서 지켜보신다(5) +6 24.05.08 2,858 81 15쪽
36 감찰관께서 지켜보신다(4) +10 24.05.07 3,026 96 12쪽
35 감찰관께서 지켜보신다(3) +14 24.05.06 3,176 98 13쪽
34 감찰관께서 지켜보신다(2) +12 24.05.05 3,508 98 13쪽
33 감찰관께서 지켜보신다(1) +10 24.05.03 3,530 90 13쪽
32 감찰관님 마검술 쓰신다(3) +8 24.05.02 3,578 86 15쪽
31 감찰관님 마검술 쓰신다(2) +7 24.05.01 3,537 80 13쪽
30 감찰관님 마검술 쓰신다(1) +7 24.04.30 3,655 80 16쪽
29 형벌대대(3) +8 24.04.29 3,623 88 14쪽
28 형벌대대(2) +13 24.04.27 3,717 95 13쪽
27 형벌대대(1) +3 24.04.26 3,811 86 13쪽
26 제국 감찰관(2) +6 24.04.25 3,977 88 12쪽
25 제국 감찰관(1) +11 24.04.24 4,191 109 15쪽
24 도구는 장인을 탓하지 않는다(5) +6 24.04.23 4,204 101 20쪽
23 도구는 장인을 탓하지 않는다(4) +13 24.04.22 4,194 105 21쪽
22 도구는 장인을 탓하지 않는다(3) +6 24.04.20 4,351 98 13쪽
21 도구는 장인을 탓하지 않는다(2) +4 24.04.18 4,514 98 14쪽
20 도구는 장인을 탓하지 않는다(1) +6 24.04.17 4,733 111 14쪽
19 전쟁영웅의 삶(2) +8 24.04.16 4,900 130 12쪽
18 전쟁영웅의 삶(1) +12 24.04.15 4,992 130 14쪽
17 서부 전선 이상 많다(5) +8 24.04.13 4,959 124 14쪽
16 서부 전선 이상 많다(4) +11 24.04.12 4,972 11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