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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재수, 용 붙었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영상노트
그림/삽화
너와나
작품등록일 :
2015.11.13 21:31
최근연재일 :
2015.11.17 08:41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6,879
추천수 :
1,274
글자수 :
26,660

작성
15.11.16 07:10
조회
8,590
추천
210
글자
13쪽

다시 시작(4)

본 작품은 일체의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DUMMY

재수는 밥을 빨리 먹는 편이었다.

워낙 적게 뜨기도 했지만, 삼분 만에 뚝딱 한 끼를 해치운 그가 일어서 그릇 놓는 곳에 식판을 올려놓으며 힐긋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재수가 다시 씨익 웃었다.


갈치의 온몸에 소름을 돋아 올리게 해놓고 슥, 나가버렸다. 갈치가 허둥지둥 계산을 치루고서 뒤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 행동이 갈치의 치명적인 실수가 되었다.

공단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의료원을 건너편 길에 낀 큰길 바로 뒷골목이라 공구상가를 들락거리는 차들도 많고, 게다가 근처에 이마트 송림점, e트레이더스가 위치했다.

사람 눈이 많았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 눈은 갈치가 사라지는 것도, 재수가 갈치를 유인해 납치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공장 안과 골목길, 큰길가에서 북적이고 있을 뿐이었다.

햇살이 반짝였다.

그러나 사람 둘은 그 반짝임 속에 감쪽같이 없어졌다.

갈치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오 분 후.


⁕⁕⁕⁕⁕⁕⁕


송림동 공구상가 근처, 송림 E 마트, e트레이더스 화장실.

갈치는 눈을 떴다. 끄응,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쓰러져 있다.


“?”


자신이 언제 쓰러졌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가물가물하다.

공단 골목에서 의료원 옆 자동차 매매상가큰길가로 나온 놈이 위쪽, 공구상가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더니 계속 타달타달 걸어 E 트레이더스 쪽으로 걸어갔고, 자신은 그놈을 허덕거리며 쫒았다는 사실이었다.

E 트레이더스는 할인매장 중에서 소매상이나 술집을 하는 사람들이 안주거리를 사러오기가 편한 마트였다.


소금에 절인 고등어 같은 것도 10킬로그램들이 상자에 넣고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땅콩도 5킬로그램 들이 진공 포장이 있었고, 다른 양념들도 식당에서 쓰는 큰 통으로 파는 것들이 즐비했다.

심지어 뭔가를 담그려고 절임용으로 쓸 와인도 10리터, 반말짜리 통으로 팔았다.

낱개로 파는 물건들도 다른 마트들보다는 조금 더 쌌다.


그러다보니 매장 자체도 다른 마트들과는 다르게 무슨 창고처럼 진열을 해놓은 곳이었다.

지게차가 이층으로 좍 올려 물건을 빠레트 째로 넣는 장면이 상상되는 그런 진열구조였다. 사람 키 두 배는 되는 진열대, 그 칸에 물건이 빠레트 째로 쌓여진 투박한 금속 앵글.


그런 진열대 구석구석으로 재수는 요리조리 꺾어 들어갔다.

그런 재수를 갈치는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쫒아야 했다.


‘이, 이건 너무 빨라!’


재수의 걸음은 정말 빨랐다.

의료원에서 송림 이 트레이더스까지는 자전거로도 이, 삼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데 재수는 걸어서 이분 만에 도착했다. 그의 걸음은 얼핏 봐서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다만……


‘그 보폭이 흔들리는 경우가 잦았고, 그 흔들림이 있을 때마다 그의 몸은 앞으로 죽죽 나아갔다는 사실……!’


그리고 그 때문에 갈치는 자전거로 삼 분(약 600미터) 걸리는 거리를 거의 뛰다시피 쫒아 헐떡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이 났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무도,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빠른 재수를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뛰는 자신을 흘끔거리기만 했을 뿐이다.

그게 이제야 기억났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온몸을 옧 죄고 있는 근육통보다 더 심했다. 고통이 온몸의 감각들을 천천히 되돌려놓기 시작했다.


‘묶여있다?’


아니었다. 묶여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신은 움직일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갈치는 끄응, 하고 신음을 흘렸다.


“어으흐!”


괴상한 소리는 바로 자신의 목과 코에서 나왔다.

갈치는 그제서야 입과 이빨, 턱에 통증을 느꼈다.

입은 뭔가 아주 하나 가득 틀어 막혀 있었다.

그건 혓바닥 힘만으로는 빼내기 불가능했다.


침이 고였는데 목젖을 꿈틀거려 삼킬 수가 없을 정도로 꽉 틀어 막힌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어으어헝, 어엉!”


갈치가 마구 도리질을 치고, 몸부림을 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재수가 씨익 웃었다.


“경고를 했었잖아, 내가. 그것도 바로 어제 말이야. 그런데 바로 오늘 그걸 무시를 하네?”


재수의 마지막 발음, ‘말이야’ 라는 말은 순간적으로 낮아졌다.

갈치는 몸을 마구 발버둥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몸만 더 힘들뿐이었다.

소리는 여전히 크게 나지 않았다.


“으어으으흥!”


재수가 유쾌하게, 그러나 여전히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사람 죽여 봤으니 너도 죽음을 당해봐야지. 공평하게 말이야.”


갈치의 얼굴이 확 변했다.


“어, 으어, 으”


그랬다.

갈치도 용개의 지시에 따라 사람을 죽이고 그 시신을 처리한 경험이 있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용개는 더 많이 죽여 봤다고 했다.

재수가 웃었다.


“너희 사장놈이 날 죽였었지.”

“어어으흥?”


용개가 죽였던 놈?

그럼 도로 살아났다는 건가?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죽다 살아난 놈이 어디선가 격투 훈련을 받고 복수하는 모습이 그 머릿속에 그려졌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말이다.

그때 재수는 갈치의 입에 뭔가를 더 쑤셔 넣었다.


“어 ㄱ ㄱ ㄱ……!”


턱이 빠질 것 같이 아팠다. 그런데 더 문제는, 입안에 박힌 것이 더 밀려들어가 기도를 건드린다는 사실이었다.

구역질이 났다.


“어 ㄱ ㄱ ㄱ!”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입안을 막은 그것은 더 밀려들어왔다. 이젠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목이 졸리는 것도 아닌 상태로, 기도는 점점 더 세게 막혔다.


“ㄱ!ㄱ!ㄱ!”


갈치는 그제서야 질식감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곧 세상이 시커매 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 줄을 놓았다. 갈치의 마지막이었다.

이분 뒤.


⁕⁕⁕⁕⁕⁕⁕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용개가 찍힌 전화번호를 보더니 짜증을 팍 냈다.


“야, 갈치 너 임마! 너 어디야!”


핸드폰에 요란하게 고함을 지르는데, 대답은 아주 차분한, 그러나 밝은 톤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어디일 것 같아?”


갈치의 목소리가 아니다! 용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 너 누구야!”


그러자 목소리, 젊은 남자가 웃는 소리를 잠깐 내더니 대답했다.


“어제 블랙박스에 녹음된 내 목소리 못 들었어?”

“!”


용개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어제 그놈!’


자동차 블랙박스에 찍혔던, 동팔이 턱을 죽처럼 만든 그 놈이었다!

그리고 갈치마저 해꼬지하고, 그의 핸드폰으로 천연덕스럽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 이놈은 대체……?’


용개는 불현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 너, 이 새끼 너 뭐야! 누구야 너!”


전화기 너머, 섬뜩한 웃음소리가 용개의 목울대를 조였다. 웃음소리가 그치고, 그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여전히 쾌활한 톤으로 되 질문을 했다.


“뭐야, 정말 기억을 못하는 모양이네?”


그러더니 사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긴 네가 사람 한두 명만 죽였겠냐, 나못지 않은 도살자 일 텐데, 나 하나만 유별나게 기억할 리가 없겠지.”


용개는 긴장이 온 몸 근육을 굳게 하는 것 같았다.

뒷목까지도 짜르르해지는 게, 혈압이 팍 치솟은 모양이었다.

용개는 심호흡을 했다.


‘뭐지? 날 알고 있는 놈이라는 소린데?’


그리고 용개의 머릿속에서, 어젯밤 블랙박스에서 들은 그 목소리가 바로 이목소리였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 같았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전율이 짜르르 흘렀다.


‘확실히 내가 아는 놈이다!’


용개가 호흡을 천천히 조절한 다음 물었다.


“누구냐 너?”


젊은 사내는 말했다.


“나는 말이야……”


그러면서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멀어졌다.

그리고 아주 기괴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며, 어떤 설명 못할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기도 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공포영화에서 효과음으로 들려주는 것 같은 소리였다.


전화가 끊겼다. 용개가 소리쳤다.


“갈치야!”


하지만 전화기가 대답을 할 턱이 없었다. 용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갈치도 변을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용개가 눈을 질끈 감았다.


“맙소사……! 지금 세상에 이런 무대뽀 같은 놈이 있다니!”


조폭인 그들로서도 사람 죽이는 것은 맨 나중이다. 꺼리고 기피한다. 심지어 몇 대 쥐어박는 것마저도 어쩔 수 없을 때나 꺼내드는 수였다.

그런데 이 자식은 마구 해치우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이렇게나 쾌활하고 밝은 목소리로 안부까지 전하면서!

용개는 문득 생각했다.


‘이건 미친놈일까?’


겨우 치정에 얽힌 여자애 감시 하는 일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여자애한테 붙어 있는 놈이 너무 위험한 놈이 아닌가?


‘도살자라고?’


연쇄살인범인가 싶었다.

그런데 연쇄 살인마가 스스로를 도살자라고 칭하는 경우는 살다 살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대체 뭐지 이놈?’


이놈은 경찰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직감으로 팍 왔다.

물론, 청마그룹의 후계자가 관련된 치정이니 밝혀지면 곤란 한 것은 용개네 식구들이었다.


그게 세상에 까발려진다면 우진 음료수 측에서는 아마 큰형님인 이차장, 이 수남까지 끌려들어가 골프채로 두들겨 맞을 것이다.

용개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러다가 결국 우진 음료수의 외주관리 담당 차장, 이 수남에게 전화를 걸고 말았다.


“아, 형님? 저……인천의 용갭니다.”


⁕⁕⁕⁕⁕⁕⁕


‘그’가 웃었다.


-도살자?-


물론, 개의 입술이 말려 올라가며 이빨이 드러날 뿐이다.


-어이, 그놈이 너 못지않은 도살자면 뭐 적어도 백만 명 이상은 죽인 놈이라는 건가? 푸흐흐.-

“그 얘긴 이제 꺼내지마.”


‘그’는 아주 대놓고 좋아라했다.


-오늘 한일 보니 이쪽에서도 만만치 않게 죽여 댈 조짐이 보이는데?-


그래서 재수의 입이 약간 일그러졌다.

저쪽 세계에서의 일은 트라우마 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저 먼 기억에 괴롭게 몸부림치던 성장기의 고통이 실려 있는 기억이었고, 지구에서는 추억하기 싫은 모습이었다.


피, 그리고 사람의 살점으로 떡칠을 한 자신의 모습은 말이다.

재수가 다시 소주병 마개를 비틀었다.


“이봐요, 저쪽 세상에서 댁이 시켜서 한일이잖아! 내가 도살자면 댁은 도살 교사범님이 되시지!”


그러자 ‘그’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인정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흠, 그래, 겨우 백만 명 죽여서 수십 억 죽을 세계대전을 막았으면 싸게 치른 거지.-

재수가 그 말에 소주를 뱉을 뻔했다.

‘싼 거라고? 그게?’


‘그’는 재수를 시켜서 부려먹기만 했을 뿐이었다.

사람 백만명 죽일 때도 그랬다.

그걸 실제로 다 죽인 재수로서는 기억을 송두리째 지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는 농담으로 어물쩡 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입에 문 소주를 삼키고 ‘그’를 째려보았다.


“병들게 하겠다는 거야, 아님 고칠 약을 주겠다는 거야?”


‘그’가 말했다.


-물론 병이지.-

“이런 도움 하나 안 되는……!”


재수가 결국 소주병을 ‘그’에게 던졌다. 그러나 소주병은 ‘그’를 공기처럼 투과 했다.

거의 유령이나 마찬가지인 ‘그’도 아니고, 개의 산 육체가 소주병을 투과시켜버렸다!?


퍽썩-


소주가 방에 부딪혀 병을 깨지고 남은 소주는 흩어졌다.

재수의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켰다.


“융합이 정말 잘됐네?”


‘그’가 웃었다.


-아, 그러니까 병도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란 말이지.-


말로는 ‘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재수가 심퉁 맞은 소리로 대꾸했다.


“축하는 못해줘!”


그러자 ‘그’가 은근한 소리로 말했다.


-희정이에게 내가 가지.-


재수가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창문으로 돌렸다.


“그래서?”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죽었으니 이제 희정이한테로 직접 쳐들어오지 않겠어?-


재수의 눈이 찌푸러 들었다.


“걔네 어머니가 개를 싫어하셔서 안 길러.”


그러자 ‘그’가 말했다.


-굳이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뭐 몰래 숨어있는 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


재수는 눈을 깜빡였다.

방금 보여준 능력이라면 정말 가능했다.

게다가 ‘그’가 있다면, 그건 그 곳이 지옥으로 변한다는 얘기니까.

침입자들에게는 지옥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재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건 정말 도움이 되는 얘기인데? 웬일이야?”

-기브 앤 테이크.-


재수는 픽 웃었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거였구만.”


그리고 재수는 중얼거렸다.


“난 이제 다시 시작했다, 창한아.”


재수의 뒤틀어진 미소가 어둠을 같이 뒤트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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