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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용 붙었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영상노트
그림/삽화
너와나
작품등록일 :
2015.11.13 21:31
최근연재일 :
2015.11.17 08:41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6,878
추천수 :
1,274
글자수 :
26,660

작성
15.11.17 08:41
조회
8,358
추천
180
글자
12쪽

써니라 불러다오(1)

본 작품은 일체의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DUMMY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딸리는 힘을 호소한다.

근육이 충격완화를 해주지 못하니 관절은 점점 더 아프게 된다. 관절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면, 곧 일을 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옴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아버지들은 그래서 늘 초조하다.

곧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느끼는 아버지들일 수록 그것은 더하다.

박 노대도 그랬다.


그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이 들고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아버지 네들이 다 그랬다.

물론 일을 하고 집안일도 병행하는 어머니들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아예 죄인이 되는 입장은 서로 다르다.

박노대는 그런 삶을 수십 년이나 살아왔다.


가족의 먹고살 호구지책을 배신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던 그였다.

그래서 예쁜 딸이 고액 과외를 가르치며 번 돈으로 스스로 대학을 다니는 것도 더 기특했고, 그래서 그런 딸이 남의 잘못으로 인해 억울하게 주저앉혀지는 것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치 해일처럼 그의 가슴을 강타하고,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청마그룹 사람들 모두가 다 강간범에, 거들먹거리는 특권 의식쓰레기들처럼 보일지경이었다.

박노대는 그래도 묵묵히 일을 했다.

일을 해야만 했다.

무리해서 빚을 얻어 산 집이다. 십오 년 째 갚아나갔지만, 아직 삼년정도는 더 갚을 빚이 남아있었다.


오늘도 갓난아기는 울었다.

아버지 출근하신다고, 새벽에 일어나 엄마대신 밥상을 차려준 희정이 얼굴을 확 붉히더니 변명했다.


“먼저 드세요, 저 애한테 가 볼께요.”


순간 박노대는 딸이 차려준 밥상을 확 뒤집어엎을 뻔했다. 속이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게 옳은 상황이 아니었다.

저렇게 착한 딸이 왜 눈치를 보며 애를 길러야 하는가?

그것도 자기 인생을 망친 놈의 자식을.


손주의 얼굴을 보며 웃는 것도 그게 정상적인 사위가 들어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아이를 낳았을 때였다.

이건 정말 아니다.

박노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참았다.

헛기침 소리라도 내면 희정이 더 불편해 할까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놓았다.


“애 기저귀 사와라.”


며칠 전과 다른 모습에 눈이 동그래져서 그 돈을 조심스럽게 집어 드는 희정을 보며 억지로 밥을 먹었다.

이래서야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기 힘들다. 하지만 박노대는 정말 꾸역꾸역 먹었다.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 먹기까지 하면 정말 버티고 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놈의 사는 게 뭔지, 박노대는 창한 때문에 항상 입어야 하는 인간적인 모멸감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그렇게 박 노대는 오늘도 출근했다.

그런 박 노대의 등.

‘그’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멀리 떨어진 재수에게 전달했다.


-너의 그녀, 희정의 아버지라는 인간도 보통은 아닌데? 둘이 결혼 하면 눈치 꽤 보이겠어.-


물론, 재수의 반박은 명확했다.


“눈치는 댁한테 제일보여 이 양반아! 남의 부부 침대 송사까지 다 훔쳐볼 양반이 뭔 소리야!”


‘그’가 담벼락 밑에서 피식 웃었다.


-지구로 돌아오니 말재주가 제법일세. 역시 자기 집이라는 건가?-


재수도 같이 피식 웃었다.

지구로 돌아온 느낌이 이제야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희정의 몸, 그녀와 함께 밤을 보내던 그날, 그 육신의 감촉.

그런 것들이 다시 새록새록 살아나기 시작했다.


“며칠만 기다려.”


희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소리였다.

희정을 저렇게 개고생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돈을 마련해야 했다.

금화를 팔아버리는 수도 있었지만, 그건 시간이 좀 걸린다. 금은 얻은 경로자체를 신고해야 했다.


정당한 거래를 거치면 신분이 세상에 드러난다.

종로에서도 밀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다만 역시 신분 노출.

시간 안걸리고, 신분 노출 없이 한방에 현금을 장만하는 방법. 있다.

재수는 ‘그’에게 물었다.


“어디 현금을 비자금으로 숨기는 녀석들 없나?”


‘그’가 씨익 웃었다.


-그래, 그렇게 황당할 만치 광범위한 검색은 역시 내가 해야 하지.-


‘그’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전화 통화부터, 문자 통신, 컴퓨터상의 트위터, 페이스 북, 수십억건의 이메일, 비밀 채팅방까지.

둘의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이런 개 새끼! 어린 놈의 새끼가!”


우진 음료수 실세, 영업홍보관리 차장 이수남은 욕을 크게 내뱉었다.

우진 음료수는 인천과 안산, 시화 쪽에 술을 주로 공급하는 술 유통 창고 대진 주류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술 유통 업체들은 구십 년대 후반까지 호황이었다.

그때 한국 경제 호황의 끝물이기도 했지만, 탈세를 자기들 마음먹은 대로 해댔기 때문이다. 무슨 엿장수 마음대로 늘어나는 엿가락 같이 해먹었다.

하지만 탈세는 김대중 정권 때 된서리를 맞았다.


imf가 터지고, 정부에서는 악착같이 돈줄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거짓말 약간 보태면, 탈세를 무슨 살인강도와 거의 동급범죄로 다룰 정도였다.

그때 이 수남도 세금추징 19억5천만 원을 한방에 맞았다.

오년간의 탈세혐의를 한꺼번에 때려놓은 결과였다.

같이 연계해서 하고 있던 룸 싸롱 세 개도 같이 정리하고, 집도 팔아야 할 형편이었다.


사업 정리하면서 손을 털려고 했었다.

그때 이차장의 주먹질을 눈에 담았던 청마 건설 직원이 찾아왔다.

그가 대진 주류 유통을 다시 살려주고, 대신 조폭과의 계속적이고 은밀한 연계를 조건으로 제안했다.


그 때 당시 강력한 반 탈세 정책의 유일한 흠이라면, 조폭들이 세금만 잘 내면 양지로 기어 올라올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세금을 잘 내고 사업하는 조폭은 경찰들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조폭들이 경찰에게 일단 맞는 것부터 시작하다가 그 풍경이 바뀐 것이다.

고만고만한 술장사를 하던 조폭들도 탈세를 감시당하고 망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세금만 잘 내면 일반 국민으로 대접받기 시작하는 일이 그때부터다.


우진 음료수가 그런 맹점을 타고 시작되었다.

청마건설도 물론 건설조폭들이 세운 기업이다.

청마그룹의 본바탕이었다.

우진 음료수의 사장은 아직도 청마 그룹에서 직접 낙하산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장은 이차장이었다.


우진 음료수의 주식을 절반이나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 음료수의 이차장, 이 수남은 물장사 바닥에서 그렇게 악착 같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새로 산 핸드폰을 홱 집어 내던져버리고 말았다.

이 수남은 씩씩거렸다.


“갓난애를 또 처리해야 한단 말이냐! 이 나이 먹고! 자식 때문에 더러운 조폭 세계를 나가지 못하고 도로 주저앉은 내가! 이런 병신 같은 것들!”


용개를 욕하긴 했지만, 사실은 창한을 욕하는 것이었다.

창한이 결국 남은 열흘을 참지 못하고 아이를 빼앗아 외국에 입양시키거나 죽여 버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열흘.


그 기간에서 이제 삼일 남았다.

창한은 학생 신분으로 약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는 희정을 죽이지 못했다.

그래서 창한은 약혼식 때까지 희정을 감시하라고 해놓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흥신소 하나가 아주 절단이 나버렸다.


우진 음료수 이수남이 한 보고에 의하면, 희정을 보호하는 놈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창한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고함을 고래고래 질러댔었다.


“뭐라고? 이차장님! 이러면 안 되잖아!”


이게 반말인지 존대인지, 아니면 서로가 높여야 하는 공대인지 모를 끝말을 써가며 창한은 아버지뻘인 이수남에게 난리를 쳐댔다.


“그년이 약혼식장에 애 안고 쳐들어오면 이차장님이 책임 질 거야? 엉?”


그러자 이수남이 전화기에 대고 창한을 달래려 했다.


“그러니까, 박희정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약혼 한다는 정보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고. 그리고 지금 우리 애들은”


말은 끊겼다.

창한은 길길이 날뛰듯 고함을 빽빽 질러댔다.


“희정이 걔 성질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구! 이차장님! 그년이 나랑 자던 날 얼마나 심하게 반항 했는지 알아? 정말 티 안 나게 배하고 등만 한 시간을 넘게 때렸다고!”


이차장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세게 두들겨 맞는데 한 시간을 버티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무슨 조선시대 여자냐?’


창한이 열을 내며 설명을 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반항을 꺾어 놨는데 그 짓을 하는 내내 내 얼굴을 독기서린 눈으로 노려보던 년이라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대개 다 그런 경우 남자를 외면한다.

그런데 끝까지 노려본다는 것은 참, 뭐랄까?

순간 말문이 막힌 이차장에게 창한이 대신 설명했다.


“얼마나 섬뜩 했는데! 그날 걔 얼굴을 봤으면 이차장님 그런 소리 못한다니까!”


이차장도 사십 후반, 이미 아들이 대학교 입시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다.

딸은 고등학교 일학년, 그런 입장이니 창한의 저런 소리가 정말 더럽게 역겨웠다.

그런 얼굴로 노려보는 여자를 마주보면서, 절정에 이르러 씨까지 뿌려댔다는 말이 아닌가?


이 새끼 변태 구나 라는 생각이 목까지 밀고 올라왔다.

정말 입 바로 직전까지 튀어 올라온, 그래서 더 더욱 내뱉지 못한 소리였다.

하지만 이 수남은 창한의 심정으로는 정말 겁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여자들은 몇 대 쥐어 맞으면 순순히 반항을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 시간이라니, 그건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정말 독한 여자였다.

그리고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대학 동기 남친도 죽여 버렸다는 보고는 받았다.

둘이 장래를 약속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그런 원한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창한의 아이를 낳은 것도 그랬다. 창한의 괴롭힘 때문에 아이를 뗄 시간을 놓쳤다.

여자라면 차마 못할 짓이다.

창한은 분명 희정을 겁내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과민반응이 나오지.’


창한은 분명 곱게 죽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이 크고도 많은 원한을 다 감당할만한 그릇이 못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원한을 쌓고 다니는군.’


이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창한과 통화 후 내던졌던 핸드폰은 소파위에 놓여 져 있었다.

그래도 차마 세게 던지지는 못한 것이다. 핸드폰이 밥줄인 사람이었으니.


“어휴, 내가 어쩌다 이 바닥에 도로 머물러가지고 나 참.”


이차장은 용개를 직접 만나 같이 희정을 설득해 보기로 했다.

다시 한 번 더 해보고, 안되면 정말 창한이 바라는 대로 해줄 작정이었다.

이 수남의 한숨이 신음으로 바뀌었다.


“끄응.”


그러나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용개에게 연락을 하고 말았다.


“용개야, 지금 좀 봐야겠다.”


용개가 즉시 대답했다.


“예, 형님.”


그리고……

이 통화는 ‘그’가 듣고 있었다.

‘그’가 웃었다.


-창한이 고놈의 개들이 이리로 온다는군. 기대되겠는데?-


재수가 투덜거렸다.


“무슨 기대씩이나……!”


이 양반, 여기 현대 지구에서도 뭔가 큰 사고치고 싶어 하는 걸 어떻게 막지?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의 웃음이 기묘했다.


-자, 오랜만에 즐겨보자고. 어서 오시게들.-


희정네 담벼락 바깥, 어두운 곳에서 작은 개의 입술이 말려 올라가는 모습은 귀여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자들은 섬뜩한 모습이라고 말할 것이다.

재수는 ‘그’를 믿고 다른 일을 했다.

희정의 집을 가난에서 구해줄 것, 돈을 검색하는 중이었다.

불법으로 모은 현금, 그걸 숨긴 장소.

재수는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두 시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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