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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용 붙었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영상노트
그림/삽화
너와나
작품등록일 :
2015.11.13 21:31
최근연재일 :
2015.11.17 08:41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6,877
추천수 :
1,274
글자수 :
26,660

작성
15.11.13 21:45
조회
10,494
추천
235
글자
9쪽

다시 시작(1)

본 작품은 일체의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DUMMY

인천, 연안 부두.

비가 왔다.

어시장 입구 근처의 부두에서 재수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돌아왔다.

정말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어시장 건물도, 비가 오는데도 회를 뜨는 사람들이 북적 대는 모습도, 어시장 앞 도로에 차가 서로 얽혀서 개판인 모습도.

재수가 떠나기 전 인천의 모습 모두 그대로였다.


“허, 참.”


안 믿겨질 정도로 그대로인 모습이었다.


“이렇게 쉽게 돌아오다니…….”


‘그’가 장담 한 대로 정말 정확히 일 년 만에 돌아왔다.

문제는 혼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가 같이 왔다는 것.

‘그’가 말했다.


-그럼 귀환하는 과정마저도 고생 고생시키면서 몇 년 더 걸려 데려다줄걸 그랬나?-


머릿속에서 찌르듯이 자극하는 그 말에 재수가 중얼거렸다.


“말이……이건 무슨 원수도 아니고.”


그러자 재수 속의 ‘그’가 냉큼 대답했다.


-원수라니? 이거 섭한데? 이정도면 애인 아냐? 기껏 힘써서 데려다 줬구먼.-

재수는 대답 없이 소주 주둥이에 입을 댔다.

꼴, 꼴, 꼴.

“크으-!”


비, 그리고 부둣가.

그 비를 그대로 보여주는 투명 비닐 밑 평상에서 낮술 한잔 (그것도 병나발)하는 남자. 노숙자가 생각나는 그림이다.

돌아오자마자 창한이 생각났다.

인천의 풍경 때문이었다.


그는 차 트렁크에 넣어져 건물 뒤편의 뱃길에 대져 있는 콘크리트 타설선에 실렸다.

인천의 선착장들은 작고 오래된 상가 건물 하나만 돌아 나가면 보이는 곳들이 많다.

그래서 그 선착장들이 사람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것이다.

인천의 풍경은 그런 것들을 생각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구시간으로는 일 년 만이지만 저쪽 세계에서 겪은 시간으로는 십년이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재수는 수많은 일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사귀고, 또 죽이기도 했다.


나름 정도 들었던 세계였다.

그러나 결국 그 세계에 살지 않고 돌아왔다.

이유는 하나였다.


재수는 입술을 뒤틀며 웃었다.

웃음밖에 안 나왔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재수는 강해졌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창한, 그리고 그 창한을 기른 청마그룹 따위에 밀려 죽임을 당하고 희정을 빼앗겼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희정아.’


재수가 돌아온 것은 희정 때문이다.

재수는 희정이 수봉산 달동네에 아직도 사는지부터 확인했다.

희정이 있는 세상, 고향 지구.

이곳에 돌아와 희정을 흔적을 훑으니 비로소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그리움이 생겨났다.

저세상에서 가질 수 없었던 여유와 감정들이었다.


헤매던 십년간 감정이 희석되었다고 생각했었다. 희석된 줄 알았었다.

하지만 막상 돌아오니 그 반대였다. 더 강렬해졌다.

재수는 더 강렬하게 희정을 원했고, 그 희정을 떼어놓은 창한을 더 강렬하게 중오했다.

재수는 이제 평범한 청년이 아니다.

‘그’가 말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몰랐는데 전파가 넘쳐나는 세계로군.-


그랬다. 그건 이 세상, 지구에서 태어나 자란 재수도 마찬가지였다.

재수도 이 지구라는 세상에 전파가 이렇게 많은 줄은 생각도 못했다.

스쳐가는 전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지금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전파가 사람들을 감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저 세계에서 학살자였다.

창한도, 청마도 재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복수할 것이다.

하지만 희정이 더 먼저였다.


전파.


무한에 가까운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희정의 이야기를 찾아냈다. 전화번호는 바뀌지 않았다. 그녀의 sns계정들은 오래 접속하지 않았지만, 재수는 그녀의 소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신분이 가진 전화번호.

그녀의 전화였다.


재수의 가슴이 뛰었다.

창한이 놈에게 무슨 짓을 당하지 않았나? 아니, 그런 기대를 가지는 것은 아직도 평범한 사고방식이 조금 남아있다는 얘기다. 가만 내버려둘 창한이 놈이 아니다.

자신을 벌레 죽이듯 간단히 처리하고 죽이던 그 행위, 익숙했다. 바다에 한 두 사람 던져본 것이 아니었다.


희정의 sns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큰, 다급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아무소식도 못 올린 것이다.

재수의 입술이 다시 뒤틀려졌다.

희정은 학교를 그만 두었다.


자신이 죽은, 아니 저쪽 세계로 가버린 바로 다음 날이었다.

희정은 몇 개월간 세상에서 숨어있었다.

창한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저세상에서 돌아오니 지구는 정말 좋은 세상이었다.

너무 좋았다.


공식적으로 있는 지배자, 귀족 같은 것도 없고, 마물 같은 것도 없었다.

매일 보는 피와 살점도 없었다. 하다못해 도시 아닌 시골에서마저 집집마다 물이 콸콸 나왔고, 전기도 쓴다.


마력이 없으면 그냥 원시 시대 같은 저쪽 세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평화롭고, 너무 풍요롭다.

지구는 너무 좋은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 좋은 세상을 등지고, 희정은 잠적해야 했다.

내리는 빗물이 재수의 감정처럼 뒤틀어져 흘렀다.


“오 창한……!”


그 이름을 되뇌면서 재수의 눈이 살기로 둥글게 휘었다. 그런 심정을 읽은 ‘그’가 말했다.


-뭐, 그냥 바로 달려가 한번 찍, 눌러주지 그래?-


재수는 웃었다.

창한을 그냥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아니, 못해도 고문정도는 해줘야지. 슬슬 몰아서.”

-허, 여기 세상에서는 그래도 권력을 쥔 집안이라며? 돌아가면 얌전히 살겠다더니, 이런 한입으로 두말하는 얌체족 같으니라고.-


‘그’는 이런 방식으로 약을 올렸다.

사실 이 세상에서도 학살자의 면모를 보이기를 더 바라는 것은 ‘그’였다.

그래놓고 재수에게 이렇게 반대로 얘기한다.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십년 넘게 그래왔으니까.

그때 재수의 눈에 이채가 발해졌다.


저만치에서 작은 개 한 마리가 재수를 흘깃 쳐다보았다.

재수가 먹고 있는 안주를 보고 있었다.


“일루와.”


문득 손짓했다.

부르자 개가 꼬리는 냉큼 흔들었지만, 다가오지 못했다.

그때였다.

재수의 눈동자가 노랗게 변했다. 그 노란 색이 눈동자만 남기고 그대로 빠져나왔다.

노란 빛으로 화한 무언가가 빗속을 빠르게 전진했다.


빗속에서 흩어진 그 노란색이 작은 개의 눈동자에 착색 되었다. 그러자 개가 분위기를 바꿨다.

살레살레 다가오더니 재수가 먹고 있는 고추참치 깡통에 주둥이를 박았다. 게걸스럽게 먹는다.


“찹찹텁텁”


재수가 피식 웃었다. 그 입김이 흩어졌다.


“이젠 개 몸속에도 들어가는 거야?”


물론 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의 몸속에 들어간 존재, ‘그’가 재수의 머리 안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어쨌든 육체가 살아있는 존재잖아! 개가 뭐 어때서. 살아있는 생명에 등급이 있냐? 인간들이란.-


재수는 다시 피식 웃었다. 이젠 ‘그’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말한다.


“어련하시겄니, 댁이.”


재수는 참치 캔에 올려 진 젓가락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개가 주둥이를 댔으니 이건 뭐 다 먹었네.”


그러자 개 몸속의 ‘그’가 말했다.


-십년 만에 니 몸에서 나와 새 몸을 입었는데 할 말이 겨우 그거야?-


하지만 항의와는 달리 빗물이 넘쳐 붉은 고추기름을 절절 흘리는 참치 캔은 금방 비워졌다. 개가 다 먹어버린 것이다.

그걸 보고 재수가 다시 실소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먹성은 좋구먼.”


개가 먹은 건지 ‘그’가 먹은 건지 구분이 안가는 상태일 만큼, 융합은 완벽했다.

그래서 ‘그’가 기가 막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와아, 막말이냐? 키워줬더니 깔아뭉개려 드네, 연재수! 진짜 많이 컸다! 장하다, 우쭈쭈!-


재수는 일어섰다.


“객쩍은 소리 말고, 희정이나 먼저 살펴보러가자.”

-어이구, 그놈의 희정이 희정이.-


면박을 줬어도 이 세상의 희정이 없었다면?

재수가 저쪽세상에서 삶의 의지를 이어갈 수조차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모든 것이 허사였으리라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도 만사 제치고 희정부터 만나는데 동의했다.

굳이 개의 몸으로 들어간 것도 희정 때문이다.


그래야 희정과 재수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수는 희정과 결혼할 생각이었다.

부부관계에 제삼자가 끼어들어야 변태 소리밖에 더 듣겠는가?

그래서 굳이 재수에게서 나와 ‘개’를 택한 것이다.

어쨌든 재수가 움직이자 개도 움직였다.


한발자국을 내 디딘 순간 그의 몸은 없었다. 개도 같이 사라졌다.

덩그마니 남은 소주병만 반쯤 남은 양을 빗물로 다시 부풀리고 있을 뿐이다.

인천의 한 건물 뒤, 작은 선착장에서 생긴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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