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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재수, 용 붙었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영상노트
그림/삽화
너와나
작품등록일 :
2015.11.13 21:31
최근연재일 :
2015.11.17 08:41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6,874
추천수 :
1,274
글자수 :
26,660

작성
15.11.15 19:56
조회
8,729
추천
212
글자
11쪽

다시 시작(3)

본 작품은 일체의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DUMMY

그제서야 몸이 으스스 떨려왔다.


‘사람이…… 이게 가능한 거냐?’


희정을 또 감시하면 죽는다는 말은 협박이 아니었다.

정말 죽을 것이다.

그냥 인사정도로 하는 짓이 사람 턱뼈를 흐물 거리게 만들어놓는 것이라니!

갈치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이 일은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저 형님, 동팔이 형님 턱뼈가 완전 으스러졌답니다. 턱 자체를 전부 그냥 인공뼈로 교체해야 한답니다.”

“뭐?”


기가 막힌 지 할 말을 잃은 중간 보스가 한참 만에 물었다.


“그걸 단 한방에 그랬다고?”

“네, 형님.”

“차에 블랙박스 단거, 작동 하고 있었지?”

“예, 형님.”

“일단 가지고 와봐.”

“네 형님.”


갈치는 심부름센터 꼬맹이가 병원에 달려 들어오는 대로 동팔을 인수인계하고, 바로 차를 몰아 그들의 사무실로 향했다.


“이게 뭐야?”


블랙박스를 연결해 화면을 쳐다본 순간, 그들은 넋을 잃었다.

블랙박스는 안을 비추는 카메라가 하나 또 있다.

그 쪽으로 본 영상은 기가 막혔다.

조수석 바깥으로 지나가는 사람 얼굴까지는 잘 안 나왔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 하나가 지나치려다가 자세도 안 잡고 그냥 치는 정도는 보였다.


심지어 무게중심도 쏠리지 않은 자세.


아무런 징후도 없다가 이랬으니 동팔이가 넋 놓고 당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뭐, 뭐야 이게? 야, 이 부장, 너 이런 거 되냐?”


우진 파 중간 보스, 흥신소 사장인 용개가 그들 중 격투기를 가장 잘하는 영태에게 물었다.

영태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건 못합니다. 행님.”


그리고 직후, 블랙박스에서 재생시킨 그놈 목소리.


“희정이 또 감시하면 죽인다.”


조폭이 유통 쪽 말고 생산 라인을 작춘 제조 기업마저 흡수한 이후, 사람 시신을 감추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죽인다는 말을 이렇게 쉽게 들려줄 수 있는 조폭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도 실감나는 무감정함으로!

용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이 새끼 목소리…… 왜 들어본 목소리 같지?”


사람을 죽일 때의 기억은 가능한 빨리 잊어야 한다.

자신의 본능이 그렇게 시킨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쯤은 기억의 가장 아래쪽에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희정 때문에 창한이 재수를 죽일 때 동원했던 조폭이 바로 용개였다.

납치당할 때 재수가 희정을 애절하게 부르던 소리, 그리고 삶을 포기한 채 창한과 주고받던 그 무감정한 소리들…….


용개는 그것을 기억해 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고개만 갸웃거리다 끝냈다.

용개는 블랙박스 화면을 다시 처음부터 돌려보았다.

또 봐도 섬뜩해지는 능력이었다.


“대체 무게 중심을 싣지도 않은, 저 장난 같은 손놀림 때문에 차 유리가 박살나고 사람 턱뼈가 바삭바삭한 과자처럼 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용개가 이것을 아는 것은, 우진 음료가 유리 회사 하나를 사들이려고 물색 하던 중에 자동차용 강화 유리를 생산하는 라인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유리에 열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강화유리를 만들어도 강도는 상당했다.

자동차 강화유리를 원장으로 만들면 2미터가 넘는다. 그걸 양쪽에서 사람이 들면 자체 무게 때문에 휘청, 하고 휜다.


유리가 휘는 것을 보았는가?

자동차 강화유리가 그렇다. 그렇게 휘는데도 깨지지 않는다.

휠 때 그 울컹이는 타이밍을 못 맞추면 깨지긴 깨진다. 그래서 강화유리는 그렇게 나온 유리를 둘이서 맞들 때가 가장 위험했다.

하지만, 그걸 잘 맞추면 깨지지 않는다.


강화유리 성질이 그렇다.

그래서 용개가 기막혀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 맨손으로 ‘절대 못 깨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하지만, 저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가볍게 내뻗은 각과 무게중심으로만 깰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아니었다.

용개는 그걸 보고 또 보았다.

하지만 어떤 수법으로 깨뜨린 것인지 결국 알아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걸음걸이.

정말 특이했다. 마치 유령 같았다.

용개는 거기까지만 확인 한 후, 청마그룹에 연결을 요청하는 문자를 우진 음료수에 넣었다.


-변수 발생. 목표물에게 접근을 못하게 막는 새 인물이 나타남.-

“여기까지가 내 할 일이고…….”


용개는 다음 일을 가늠해보려 했다.

창한은 무협 식으로 말하면 완전 색마(色魔)였다.

희정은 색마의 욕망에 걸려든 불쌍한 나비일 뿐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니 그건 우연도 뭣도 아니었다.


인천의 한 대학교 여학생 하나 건드리는 일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그런데 쉽지 않게 되었다. 동팔이 단번에 불구가 되다니!

새로 끼어든 이놈.


‘대체 누굴까? 이 자식은 자기가 누굴 건드렸는지 알기는 아는 건가?’


용개가 아는 한 청마의 인맥은 법조계, 경찰, 청와대 등등 안 닿은 곳이 없었다.

창한이 희정을 비롯한 여러 여자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언론을 안타고 멀쩡할 수 있는 이유였다.


‘청마가 뒤에 있다는 걸 알고도 그랬을까? 만약 그렇다면?’


꼬리 자르고 조용히 사라지려고 할 수도 있다.

청마에 대항 하는 것은 정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개가 그 놈(재수)에 대해 이런 판단을 내리고, 주변 인물을 더 확대해서 감시할 것을 갈치에게 명령했다.


“야, 혹시 박희정이 다니는 공단 골목 남자들 중에 옛날에 한가락 하고 지금은 조용히 사는 그런 놈 아니냐?”

“예? 그 공장은 다 조사 했는데요, 형님.”

“아니 임마, 공장들이 점심하고 저녁밥은 다 함밥 식당에서 먹잖아! 그때 희정이를 눈여겨 본 다른 공장 사내놈이 혹시 없나 하는 거지!”

“아…….”


갈치는 그제서야 자신이 빠뜨린 지점을 받아들였다.

희정은 아무리 수수하게 차려도 그 미모는 티가 난다.

근처 남자들 눈길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형님, 주변 공장 열두 개가 그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요, 인원 오십 명 넘는 공장만 아홉 갭니다. 그걸 다 어떻게 조사 합니까?”


그러자 용개가 고함을 쳤다.


“야! 동팔이 저렇게 된 거 어떡할 거야? 그냥 내버려 둘거야 임마! 동팔이가 애를 써서 우리 오형제가 그나마 여기까지라도 온 거 아니냐 임마! 이제 병신 되었으니 나 몰라라 하냐?”


갈치가 고개를 숙였다.


“그건 아님다, 형님.”


갈치가 수긍하자 용개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그 새끼 찾아! 청마에서 희정이 그년이 낳은 애 대신 우릴 콘크리트 마시게 하기 전에!”

“예, 형님.”


그랬다.

청마의 명령은, 우진 음료수로서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진 음료수의 똘마니에 불과한 용개 심부름센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음날, 갈치가 다시 공단으로 향했다.

용개는 블랙박스의 동영상을 컴퓨터에 넣고, 우진 음료수가 확보하고 있는 기술자들 중에서 사람의 얼굴을 가장 잘 그려내는 전문가에게 그 동영상을 보냈다.

얼굴은 안 나왔지만, 체형이라도 건져야 하니까.


⁕⁕⁕⁕⁕⁕⁕


송림동 공구상가 부근, 인천 의료원 근처 공단.

갈치가 희정이 다니는 공장에서 밥을 먹는 식당에 출몰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갈치가 목격한 그놈은 없었다.


점심시간이 다 끝나고, 희정네 공장도 다 돌아가고, 다른 공장 근로자들이 하나 둘씩 돌아가 식당이 한산해지자 갈치도 그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그럭저럭 먹을 만은 했다.


‘함밥 집은 역시 사람이 많은 데가 음식이 괜찮아.’


갈치의 경험이 언제나 꼭 통하는 공식은 아니지만, 사람 많이 몰린 식당은 대개 쓸 만한 식재료를 싼값에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음식 솜씨 괜찮은 사장인 경우, 밥 끼니는 먹을 만하게 나온다.

이집도 식사를 육백명분이나 준비하는 식당이었다.


갈치가 그 생각을 하면서 밥숟가락을 막 들려고 할 때였다.

식당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을 쳐다본 갈치는 갑자기 머리에서 열이 확 났다.


‘어제 그놈!’


바로 재수였기 때문이다.

씨익 웃는 그 웃음에 갈치의 몸이 약간 떨렸다.


‘이 놈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바로 자신의 앞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나타나다니!

물론 갈치 자신도 사람 죽여 본 경력이 있지만, 자신의 죄를 그렇게 크게 반성하고 뉘우칠 인물이 청부 살인을 하겠는가.

갈치는 그저 재수가 증오스러울 뿐이었다.


“감히 얼굴을 대놓고 드러내?”


물론 한쪽이 켕기기는 했다. 동팔을 한방에 보내던 그 무시무시한 일격!

갈치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재수가 아줌마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아줌마 여기 밥 얼마예요?”

“네, 백반 사천원이예요. 여기 공장들 식구분이 아니신가 봐요?”


식당 아주머니의 그 말에 갈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밥값을 모른다는 재수의 말이야 속임수를 위한 것이라고 넘기려 해도, 육백명 넘는 사람들 얼굴을 대부분 기억하는 함밥집 식당 아주머니의 기억력은 인정할만한 것이었다.

함밥집은 대개 공장들이 한 달 결제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집이 몇 명 먹었다는 표시를 해두고, 말일 날 합산을 해서 결제해주는 방식이다.

그 공장이 몇 명 왔었는지 까지는 제대로 다 기억할 수 없지만, 그 공장 식구인지 아닌지 정도는 기억을 하는 것이 함밥집 아주머니들이다.

사람이 자주 바뀌는 영세기업의 특성상, 하루나 이틀 걸러 자주 바뀌는 사람의 얼굴은 몰라도, 열흘 정도만이라도 다닌 사람들의 얼굴은 다 아는 편이다.

그런데 모른다.


결국은 여기서 밥을 먹는 인간이 아닌 것이다.


‘공단에 있는 놈이 아니라고?’


최소한 이 근처에서 희정을 마주칠 일은 없는 놈이란 얘기 아닌가?

갈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넌?’


희정의 집안 가계도를 줄줄이 다 조사했지만, 젊은 친척 남자 중에 저런 인간은 없었다.

희정의 아버지인 박노대도 인맥이 좁고 얇았다.


‘도대체 누구지?’


갈치가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밥을 먹는 순간, 재수는 뷔페식 한식을 조금씩 떴다.

그리고 앉았다.

갈치 바로 옆으로 와서!

갈치가 움찔 했다.


‘이, 이런 망할……!’


재수가 씨익 웃으며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어제 경고 했을 텐데, 또 감시 하고 앉아있네?”


갈치가 식판을 엎으며 일어서려다가 식당 아주머니의 눈을 의식했다. 가만히 있었다.

대신 이를 갈며 식당 아주머니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로 말을 뱉어냈다.


“너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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