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요요님의 서재입니다.

귀신 잡는 잡화점 다이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yoyo5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5
최근연재일 :
2021.08.21 16:29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5,664
추천수 :
154
글자수 :
423,476

작성
21.08.17 17:00
조회
48
추천
2
글자
11쪽

79화 미궁에 빠지다

DUMMY

정수는 신발을 아무렇게 벗어던진 채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쓰레기통은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엄마 내방에 있던 쓰레기 어떡했어?”

“뭐? 쓰레기?”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정수를 쳐다보았다.


“쓰레기통에 쓰레기!”

갑자기 나타나 고함을 지르는 정수를 향해 그녀가 소리쳤다.

“미친 놈 버린 적이 언젠데···벌써 버렸지···”

“쓰레기 봉투도 버렸어?”

정수는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왜? 중요한 것 잃어버렸니? 그런데 너 학원은 어쩌고···이 시간에 집에 온 거야?”

“엄마 지금 학원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녀가 묘한 표정으로 정수를 바라보았다.

“너 장난치지 말고 빨리 학원 가···”


현관 앞으로 따라 나간 그녀를 향해 정수가 말했다.

“장난 아니야···형섭이가 지금 죽게 생겼다고···”

“뭐?”

그녀는 갑작스런 아들의 말에 혼란스런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정수는 부리나케 뛰어나가다가 갑자기 돌아서며 말했다.

“엄마! 나 돈···”

“뭐 돈? 얼마나?”

“만 원···”


정수 엄마는 팔짱을 낀 채 그를 노려보았다.

“너 PC방에 가려고? 형섭이가 게임에서 지게 생겼니?”

“내가 지금 PC방을 가면 엄마 자식이 아니고 개자식이다.”

“이게 어디서 나쁜 말만 배워 가지고···”


정수 엄마는 의심스런 표정으로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주었다.

돈을 손에 쥔 정수는 미친듯이 뛰어나갔다.

“너 PC방 가면 정말 혼나! 가만 안 둬! 알았지?”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뛰어가는 정수를 향해 그녀가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소리쳤다.


*****


‘분명 인사동 어디였던 것 같은데···’

정수는 쓰레기통에 명함을 던져 넣기 전 자신이 보았던 주소를 기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잡화점>, <인사동>이었다는 것 외에 도저히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언젠가 부모님과 함께 가 본 인사동은 생각보다 넓은 것 같지 않았었다.


‘그래! 인사동에 가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야···까짓 명함 없이도 찾을 수 있어···’

정수는 헤드셋을 쓰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앉아 있던 형섭을 생각하니 전철이 무척 느리고 답답하게 생각되었다.

“젠장···텔레포트로 인사동까지 가면 좋으련만···이렇게 느려 터진 전철을 타고 가야 한다니···”

정수는 마음만은, 전철 안에서도 인사동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9시가 넘어오자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나 오늘 꼭 찾아야 할 게 있어서···좀 늦을 것 같아요···”

“뭐? 이놈의 자식! 너 오늘 빠진 수업, 학원비가 얼만줄이나 알아? 정수야···”

정수는 안 들어도 뻔한 스토리의 엄마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엄마 미안···”

그리고는 다시 울리는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이···씨···이제 집에 들어가면 엄마에게 죽었다···”

정수는 벌써 몇 바퀴째 인사동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다.


굽이굽이 작은 골목에도 가게들이 넘쳐났다.

길거리에 넘쳐나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며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미로에 빠진 생쥐처럼 같은 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는 생각마저 들자 정수는 절망감에 다리가 무거워지고 이제 포기해야 할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거리의 사람들도 더욱 눈에 띄게 줄어 들었으며 거리의 상점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정수는 꺼진 핸드폰을 내려다보았지만 엄마의 뻔한 스토리가 귀에서 쟁쟁 울려 댔기 때문에 전원을 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곳이 번화가 인사동인가 싶게 어둠에 휩싸인 거리를 정수는 터벅터벅 걸었다.

점점 기억의 조각도 의문스러웠으며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생각되었다.

답을 찾지 못한 정수는 멍한 표정으로 정처없이 걸어갔다.


어두워진 하늘을 멍청하게 바라보던 정수 앞으로

희미한 조명아래···<잡화점 다이몬>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명함에 여기! 그래 여기!”

정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미친듯이 소리쳤다.


정수는 무작정 문을 두드렸다.

유리문이 곧 깨지지 않을까? 안에 사람은 없을 텐데···의구심이 들었지만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분명 자신이 이 근처를 몇 바퀴 돌았는데, 갑자기 어둠속에 나타난 신비로운 가게는 아침이 되고 나면 곧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순간 가게 안의 불이 밝혀졌다.

“누구세요?”

비슷한 또래의 남자 아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제가 여기 명함을 받았는데···제 친구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명함을 버리는 바람에 이름은 잘 모르겠고···”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 정수가 입에서 튀어나오는 데로 마구 지껄였다.


“너···?”

남자 아이 뒤에 서 있던 규가 정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규의 얼굴을 알아본 정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얘가 지금 뭐하는 짓이야? 민규야 얘 좀 일으켜 세워 봐···”


놀란 눈의 사람들이 정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네 친구 형섭이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여자 소리라고 했어요. 사람을 죽이라는 지령을 내린다고···”

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정수를 노려보았다.


“너 내가 그때 뭐라고 했어?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까불더니···”

“형섭이는 겁이 많은데···형섭이는 안 들어 가겠다는 걸 제가 억지로 끌고 들어 간 거예요···어떡해요? 형섭이?”

규는 녀석에게 겁을 줄까 싶었지만 정수의 진정 어린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그래···빨리 서둘러야겠다.”

정 선생이 정수의 어깨에 손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그렇죠? 이제 어떻게 하면 돼요?”

정수가 간절한 표정으로 정 선생을 뒤돌아보았다.


“일단, 네 어머니에게 전화부터 하자···”

“네?”

“지금 너 몇 시인 줄 알아? 새벽 3시야··· 네 친구 살리기 전에 너희 어머니부터 돌아가시겠다”

규가 정수를 째려보며 말했다.


정수는 은색 양복을 입은 정 선생의 뒤에 숨어 있었다.

정수의 어머니가 나와 정 선생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김정태 선생님?”

“저를 아십니까?”

“제 조카가 선생님 팬이었어요···덕분에 대학도 아주 잘 들어갔구요···”

정수는 하이톤으로 말하고 있는 엄마에게 삐죽 얼굴을 내밀었다.


“너 이놈므 자···식···”

정수 엄마는 손을 번쩍 들었다가 정 선생과 눈이 마주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넌 빨리 들어 가···이놈의 자식···”

그녀가 정수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다.

정 선생과 어머니는 현관 앞에서 한참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


형섭은 며칠째 자신이 잠을 잔 것인지 안 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자는 쉴 새 없이 자신에게 소리를 질러 댔으며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얘기는 단 한 마디도 따를 수 없는 이상한 것들이어서 형섭은 계속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형섭에게 갖은 욕설과 저주를 퍼부어 그를 힘들게 만들었다.

“나도 네가 하는 얘기를 들어주고 싶지···그런데 모두 헛소리뿐이잖아···”

형섭은 스스로도 몹시 답답했지만 제일 무서운 건 자신이 그녀의 말을 따르게 될 까봐 두려웠다.


형섭은 귀마개에 헤드셋까지 끼고 그의 엄마가 출근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주말에 병원에 가 보자···학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뭐 그런 얘기를 늘어 놓는 것 같았다.

“다녀오세요. 전 괜찮아요···”

형섭은 그녀의 말에 어울릴 법한 얘기를 했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한동안 현관 앞에서 형섭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다 문을 열고 나갔다.


게임을 해도 그녀의 욕설과 저주는 멈추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정신이 분산되는 것 같았다.

게임에 빠져 있던 형섭은 핸드폰이 울리고 있던 사실을 비로소 눈치챘다.

전화가 끊어졌다.

그사이 엄청난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현관 앞, 문 열어 줘···다른 사람과 겨우 들어옴···문 열어···뭐해?...새꺄 문 열어···’

형섭은 방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었다.

밖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정수가 경비 아저씨와 함께 형섭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수가 형섭의 머리에서 헤드셋을 벗어 던졌다.

“학생···게임하고 있었구먼···”

경비 아저씨가 그 뒤로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았지만 곧 사라졌다.


정수가 형섭의 귀에서 귀마개를 잡아 뺐다.

“너 사고 난 줄 알았잖아···새꺄···빨리 가자”

“어딜?”

정수가 막무가내로 형섭의 팔을 잡고 끌어냈다.


“잔말 말고 따라와. 너 때문에 늦었어···새꺄···”

“컴퓨터 켜 놓았는데?”

“알아서 꺼지겠지···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정수가 형섭의 팔을 어찌나 꼭 잡았는지 그의 손에서 배어 나오는 땀이 느껴질 정도였다.


형섭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정수가 하자는 데로 따라갔다.

“여기는?”

녹이 슬어 칠이 벗겨진···

형섭은 그날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난 안 들어 갈래···”


정수가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형섭을 바라보았다.

“다 나 때문이야···그날도 너는 안 들어가겠다고 했는데···너 나 믿지? 우리 유치원 동기···씨···중고등학교···”

형섭은 끝까지 말을 하지 못하는 정수가 안 되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녹색 대문을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갔다.


형섭의 뒤로 정수가 그의 허리를 꼭 붙들고 따라붙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는 왜 또 들어온 거야?”

투덜거리며 문을 연 형섭 앞에 네 명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은색 양복의 남자와 쌩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자까지는 알겠는데···징을 들고 서 있는 남자와 검은 옷을 입은 헐리웃 배우?

뒤에 오던 정수가 그들 사이로 형섭을 가차없이 밀어 넣었다.

형섭이 그들 사이에 들어오자 그들은 주문을 외우며 징을 치기 시작했다.


형섭은 어이없는 상황에 당황하여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웬일인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들의 뒤에 서 있던 정수는 갑자기 마구 울기 시작했다.

형섭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정수가 위아래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정수는 가만히 서서 나를 보고 울고 있는데 그럼 내가···미친 듯이 뛰고 있는 것인가?’

그는 자신은 잘 느낄 수 없었지만 트램펄린 위를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널뛰던 시선이 갑자기 멈춰섰다.


“내 집에 함부로 들어온 벌인데···너희들이 뭔데 나를 괴롭히는 것이야?”

형섭은 자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이 아이는 내 거야!”

형섭의 입에서 거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은색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형섭에게 천천히 다가와 그의 머리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는 형섭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형섭은 번개가···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찌릿하게 통과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이에도 형섭은 자신의 의식은 또렷이 살아있는 것 같았다.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던 실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형섭은 생각했다.

‘마녀가 소리를 지르며 점점 작아지고 있네···아니 연기처럼 사라지는 건가?’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 잡는 잡화점 다이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가제 <돌팔이 닥터 K> 21.08.21 34 0 -
공지 여름 휴가 8월 1일~8월 5일까지 21.08.01 20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21.07.11 17 0 -
공지 업데이트 시간 변경 공지 21.05.17 37 0 -
82 82화 끝까지 간다. 21.08.21 61 2 11쪽
81 81화 예고 없는 이별 +2 21.08.20 48 2 11쪽
80 80화 가려진 커튼 21.08.18 47 2 11쪽
» 79화 미궁에 빠지다 21.08.17 49 2 11쪽
78 78화 무시된 경고 +2 21.08.15 53 2 12쪽
77 77화 빈집 +2 21.08.14 54 2 11쪽
76 76화 예측할 수 없는 그녀 +2 21.08.13 48 2 12쪽
75 75화 운수 좋은 날 21.08.11 46 1 11쪽
74 74화 처녀귀신 21.08.10 48 1 12쪽
73 73화 증오 21.08.08 51 2 12쪽
72 72화 숨겨진 여자 21.08.07 48 2 11쪽
71 71화 부메랑 21.08.06 48 2 11쪽
70 70화 광인 21.07.31 49 1 11쪽
69 69화 앤드류 조 21.07.30 51 2 11쪽
68 68화 비명의 역사 21.07.28 57 1 12쪽
67 67화 숨바꼭질 21.07.27 54 1 11쪽
66 66화 외곽에 선 사람들 21.07.25 57 1 11쪽
65 65화 복수 21.07.24 57 1 11쪽
64 64화 망자 21.07.23 56 2 12쪽
63 63화 집착 21.07.21 57 1 11쪽
62 62화 죽음의 목전 21.07.20 55 1 11쪽
61 61화 비운의 나타샤 21.07.18 55 2 11쪽
60 60화 미인 21.07.17 55 1 11쪽
59 59화 사고 21.07.16 55 1 11쪽
58 58화 애꾸눈 21.07.14 55 1 11쪽
57 57화 쌍둥이 자매 21.07.13 5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