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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님의 서재입니다.

귀신 잡는 잡화점 다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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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yoyo5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5
최근연재일 :
2021.08.21 16:29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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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8
추천수 :
154
글자수 :
42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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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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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1화 비운의 나타샤

DUMMY

그녀가 엷은 웃음을 띠며 홍 반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담배 펴도 될까요?”

“네···그럼요”

홍 반장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어이없는 대답을 한 것을 곧 후회했다.

‘젠장···지금 뭐라고 그런 거야? 바보같이···’

홍 반장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담배를 피워 물던 그녀가 홍 반장을 향해 말했다.

“경찰서에서라면 만나 줄 순 있어요···변호사 입회 하에···”

“그럼 언제?”

“내일 만나죠···저도 빨리 끝내 버리고 싶어요. 그 인간 저에 대한 집착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것도 이젠 정말 지겹다구요···”

그녀가 고개를 돌리더니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절대 둘이 만나는 건 안되요. 형사님과 변호사 이렇게 넷이 만나는 조건으로 하죠···”

“저요?”

홍 반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홍 반장은 자신이 왜 남의 연애사에 끼어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홍 반장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탁해요”

그녀가 홍 반장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말했다.

홍 반장은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온 오 형사는 홍 반장을 놀리기 시작했다.

“반장님 성소수자란 소문이 사실이었습니까?”

“뭔 소리야?”

홍 반장이 이마를 찌푸리며 오 형사를 노려보았다.

“아니 왜 그 여자에게 그렇게 꼼짝도 못하셨냐구요···”

“그게··· 나도 이상해···마치 착한 개가 된 느낌이야···”


*****


“윤서라 씨?”

“나타샤라고 불러주세요”

그녀는 어젯밤과는 다르게 몹시 정숙한 모습으로 훤칠한 느낌의 남자와 서 있었다.

“박동한 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회의실에서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홍 반장이 직접 그들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조금 늦게 나타난 박동한을 향해 홍 반장이 주의를 주었다.

“위협적인 언동은 자제해 주십시오”

“네?”

남자가 불쾌한듯 이마를 찌푸렸다.

“빌미를 줄 수 있는 행동을 조심하시라구요. 오히려 전세가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홍 반장의 말에 남자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샤를 발견한 남자는 급하게 그녀의 손부터 잡았다.

“어디 있었던 거니? 보고 싶었어”

여자가 불쾌한 듯 손을 빼며 말했다.

“오빠 왜 이래? 돈 때문이라면···”

“돈은 괜찮아 상관없어. 나에게만 돌아오면 돼.”

남자가 애절한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오빠···돈 때문이라면 돈은 갚을 게···”

“돈 때문이 아니라고 했잖아”

남자가 갑자기 책상을 치며 소리쳤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홍 반장이 남자를 제지했다.


“우리 둘이 얘기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남자가 홍 반장을 향해 말했다.

“그건 안 돼. 오빠를 만나는 조건은 이것 뿐이야···”

나타샤가 남자와 거리를 두려는 듯 의자 뒤로 몸을 젖히며 말했다.


“나랑 결혼할 생각은 있었던 거니? 아니 나를···사랑하긴 한 거니?”

팔짱을 끼고 있던 나타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순진한 거야? 바보인 거야? 아직도 그런 게 있다고 믿어? 이혼한 건 안 됐지만 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결혼하자고 매달린 건 오빠였잖아”

남자가 나타샤의 말에 고개를 떨구었다.


“모든 건···오빠의 선택이었다고···알아들어?”

남자는 절망스러웠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은 필요 없다면 공증을 해줬으면 해···이런 것으로 자꾸 만나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

생각보다 여자는 냉정했고 단호했다.

홍 반장은 잠시 남자가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사랑이 죄는 아니지···’


복도에 서 있는 두 남녀를 홍 반장과 변호사가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문제 삼지 않겠다는 공증을 받아서인지 그녀는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남자에게 다가가 무언가 속삭이는 것 같더니 볼에 입을 맞추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모든 게 잘 마무리되었다고 홍 반장은 생각했다.


*****


눈을 떠보니 호텔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그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나타샤는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숙취 때문인지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옷들을 침대에 대충 올려 놓던 나타샤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어차피 집으로 갈 거니까···’

그녀는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거울 앞에 섰다.

선글라스는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려주어 몹시 흡족했다.


눈에 확 띄는 빨간 드레스를 감춰줄 아이보리색 코트를 걸친 그녀는 객실 문을 열고 우아하게 발걸음을 떼었다.

서너 걸음 걸었을 때 누군가 뒤에서 나타샤의 입을 틀어막은 채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녀를 거칠게 객실로 밀어 넣었다.


갑작스러운 반격에 놀란 그녀가 남자를 확인하고는 선글라스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

“그럼 내가 미치지···너 같으면 이런 상황에 미치지 않겠냐?”

남자가 미친듯이 소리쳤다.


“왜 이래 정말, 다 끝난 일 가지고 구질구질하게···”

화가 난 나타샤가 막무가내로 나가려고 하자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밀었다.

“뭐하는 짓이야?”

“그 변호사 녀석이랑 한패였냐?”

“나를 미행한 거야?”

그러고 보니 이 곳은 나타샤가 묵은 방이 아니었다.


“어제 옆방에서 내내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

“네가 하고 싶은 게 뭐야? 나랑 자는 거니?”

나타샤가 코트를 벗더니 냅다 집어 던졌다.


남자가 옷 안쪽에 숨겨 둔 칼을 빼 들며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너는 나를 바보 취급했어···”

얇고 긴 칼날을 본 나타샤는 그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빠 무슨 짓이야···인생 망치고 싶어? 돈이 필요하면 돈을 줄 게···이러지 마”

그녀는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다가가 사악하게 웃음 지었다.


“돈이 필요 없으면 나를 줄 게 오빠···”

여자의 가느다란 손이 남자의 칼 든 손을 잡았다.

“오빠 이러지 마 우리 좋았잖아···”

나타샤가 남자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거부할 수 없는 그녀를 몽롱하게 쳐다보던 남자의 눈빛이 한 순간 차갑게 변했다.

“너한테 두 번 다시 속지 않겠어!”

살아서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 옆구리 어딘가에서 느껴진다고 나타샤는 생각했다.

그는 화가 정말 많이 났는지 여러 번 나타샤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다행히 처음처럼 고통이 극심하진 않았지만 나타샤는 자기가 곧 죽게 될 것을 직감했다.

미친듯이 칼을 휘두르던 남자는 정신이 들었는지 칼을 던지고 화장실로 사라졌다.

나타샤는 벗어 던진 코트 밑으로 떨어진 자신의 핸드폰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날 죽였어요···박동한···”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고 나타샤는 생각했다.

그 소리가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인지 어떤 여인이 몰고 온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


“맨 마지막 발신자가 홍 반장님이었습니다.”

형사의 설명에 홍 반장은 장갑을 끼며 사건 현장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나타샤가 누워 있는 자리 옆으로 붉게 물든 아이보리색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홍 반장은 쭈그리고 앉아 나타샤를 들여다보았다.


마치 그녀는 잠들어 있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이었다.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은 것 같은 그녀의 붉은 드레스는 가까이에서 보니 온통 피범벅으로 얼룩져 있었다.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은 홍 반장의 커다란 오판이었다.


“사건 경위는 파악하셨습니까?”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형사가 홍 반장을 향해 딱딱한 투로 말했다.

“11시경에 변호사 이정일 씨와 투숙하였고 그 옆방에 박동한 씨가 투숙하였습니다. 새벽 1시경에 이정일 씨가 호텔을 나섰고 아침 8시경에 박동한 씨가 호텔을 나갔습니다. 범인은 박동한 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신변은 확보하셨습니까?”

“아직 추적 중입니다.”

홍 반장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죽은 나경자 씨와는 어떤 사이입니까?”

“네? 나경자요?”

형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홍 반장을 쳐다보았다.

“이름도 모르셨습니까?”

“저는 <레자르> 에이스 나타샤로 알고 있습니다만···”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적어 넣었다.


“좀 더 자세한 경위는 저희 경찰서로 나오셔서 진술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전화 주세요”

장갑을 벗으며 사건 현장을 나서는 홍 반장을 향해 형사가 물었다.


“참 마지막으로 전화해서 나경자 씨가 뭐라고 하던가요?”

“그가 날 죽였어요···박동한···살려주세요 형사님···”

홍 반장의 대답을 듣던 형사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홍 반장은 사건 현장을 떠나기 전 누워있는 나타샤를 내려다보았다.

‘나타샤 집에 가자’라고 얘기하면 그녀는 벌떡 일어나 따라올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봐 온 변사체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홍 반장은 생각했다.


*****


“어디에서 검거하셨습니까?”

“고향 폐가에 숨어 있는 것을 잡았습니다. 편의점 CCTV를 확보하고 그 일대를 싹 다 뒤졌죠.”

홍 반장의 물음에 진술실에 함께 있던 형사가 자랑하듯 대답했다.

“자백은 하던가요?”

“웬걸요. 처음에는 아니라고 딱 잡아 떼던 걸요···미리 알리바이도 만들어 놓았을 정도였습니다. 증거를 대니 하는 수 없이 자백한 거죠···범행에 사용한 칼도 찾았습니다. 완전 빼박이죠···”


형사의 얘기를 듣고 있던 홍 반장이 말했다.

“잠시 들어가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박동한 씨와 말입니까?”

홍 반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하던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시죠···십 분이면 되겠습니까?”

“네···”

홍 반장을 올려다본 박동한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전 할 말없습니다.”

책상 어딘가를 말없이 바라보던 홍 반장이 독백하듯 말했다.

“전 그날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귀찮은 일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죠···저는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당신은 무엇을 느끼고 있습니까?”

홍 반장의 물음에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저는 줄곧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녀는 저를 바보 취급하였고 쓰레기처럼 대했습니다. 제 인생은 그녀를 만난 후,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 분노가 그녀를 죽일 만큼 커다란 것이었습니까? 정말 당신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었습니까? 결국 가족을 버리고 그녀를 선택한 건 당신 자신이었는데도?”

“저는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추악하고 저급한···죽어도 싼···그런 여자였습니다. 형사님도 그 여자에게 속은 겁니다.”

박동한이 변명하듯 말했다.


“박동한 씨 제가 보기엔···당신 역시 죽어도 싼 그런 인간인데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홍 반장의 시선을 피했다.

홍 반장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속삭였다.

“만약 신이 있다면 당신을 꼭 지옥에 떨어뜨리고 말 거야···”

홍 반장은 더 이상 그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 진술 녹화실을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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