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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님의 서재입니다.

귀신 잡는 잡화점 다이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yoyo5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5
최근연재일 :
2021.08.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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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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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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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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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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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8화 비명의 역사

DUMMY

“이게 누구야?”

이풀잎은 혜리를 향해 야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가 고등학교 때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었다면, 너를 때릴 이유는 없었을 텐데···키스가 너무 달콤한데?”

웃고 있는 풀잎을 향해 혜리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혜리는 종이에 둘둘 말린 칼을 꺼내 들었다.

“그 칼로 나를 어떻게 할 건데?”

혜리는 팔을 걷어 자신의 팔목을 풀잎에게 내밀었다.

풀잎은 어두운 조명과 흐릿한 눈빛에도 혜리의 자해 흔적은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너도 이렇게 만들어 주려고, 나는 네가 생각나서 고통스러울 때마다 이렇게 너를 잊기 위해 노력했거든”

풀잎은 날카로운 칼날 앞에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히려 웃으며 혜리의 손을 움켜쥐었다.

“한 방에 빨리 끝내주면 좋으련만···네가 원한다면 천천히 죽어줄 게···약 기운이 다 떨어지기 전에 지금 해치워줘···”


상당한 고통이 밀려왔음에도 풀잎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 대신 일어서는 혜리에게 매달려 마지막 키스를 나누었다.

문을 나서는 혜리를 향해 풀잎이 웃으며 말했다.

“환상적인 키스였어···그리고 내 소원을 들어줘서 고마워···넌 역시 착한 아이였구나.”

그녀는 곧 정신을 잃었다.


*****


혜리는 코인 노래방 후문을 이용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몇 걸음만 나가면 곧 불야성이 나타날 것이다.

혜리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은빛으로 빛나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는가 싶더니 미친듯이 불야성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정 선생은 혜리를 따라 뛰지 않았다.

혜리를 잡는 것은 오 형사의 몫이 될 것이고 그녀의 몸에 숨어 있던 빨간 드레스의 여자는 밝은 빛이 시작되는 골목에서 혜리의 몸에서 빠져나와 어딘가로 사라졌다.


정 선생을 가로막은 원귀가 웃었다.

“이 음악이 무슨 곡인지 알아?”

그녀는 정 선생의 대답을 딱히 원하지 않았는지 혼자 중얼거렸다.

“Don’t Explain. 변명은 하지 않을 게···맞아···모든 게 널 만나기 위해서였어”


“많은 사람이 죽었어”

정 선생이 화난 얼굴로 비난하듯 하린에게 말했다.

“당신도 알잖아···그 아이가 원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는 거···그 아이의 선택이었어”

“네가 부추긴 게 아니고?”

정 선생의 비판에 하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를 만나기 위한 작은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해두지···”

하린이 천천히 정 선생에게 다가갔다.


“나를 비난하지 마. 어차피 나는 오늘 네 손에 사라질 거니까···이렇게 너를 가까이에서 만나보는 게 내 마지막 소원이었지···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나를 없애 줘”

그녀는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정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정 선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 주위를 맴돌고 있는 그녀를 그만 놓아줘! 당신도 알고 있잖아?”


정 선생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린은 자신을 위한 마지막 의식에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축제를 앞 둔 것처럼 몹시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어두운 골목길은 부적이 타오르는 것을 극적으로 잘 나타내 주었다.

하린은 정 선생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게 슬퍼···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정 선생은 또 한 장의 부적을 꺼내 불을 붙였다.

하린의 영혼은 정 선생을 휘감아 돌면서 천천히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정 선생의 귓가에 들리던 음악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고 골목은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


*****


사라진 이풀잎을 찾아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오 형사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충격에 걸음을 멈추었다.

“후드티···후드티···”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는 통에 옆에서 걷던 사람들이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슬금슬금 피했다.

오 형사는 정신없이 코인 노래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오던 조 형사를 향해 오 형사가 소리쳤다.

“119···빨리, 119에 연락해”

조 형사의 눈에는 코인 노래방의 작은 내실엔 오 형사의 널찍한 등판만이 보일 뿐이었다.

“조 형사 여기 부탁해···”


오 형사가 일어서자 이풀잎의 모습이 나타났다.

피범벅이 된 오 형사의 점퍼는 그녀의 팔목에 감겨져 있었다.

당황한 조 형사에게 이풀잎을 넘겨주고 오 형사는 다시 밖으로 뛰어나갔다.


여기서 박혜리를 놓치면 영영 그녀를 못 보게 되리란 예감이 들었다.

미친듯이 뛰어다니던 오 형사의 눈 앞에 어두운 골목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사람이 보였다.

“박혜리!”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듯 그녀는 반대 방향으로 쏜살같이 뛰어갔다.

“거기 서!”

오 형사는 의미 없는 고함을 지르며 그녀를 따라 거침없이 뛰었다.


*****


진술 녹화실 유리문을 통해 혜리의 진술을 듣고 있던 홍 반장이 옆에 있던 오 형사를 툭 쳤다.

“160에 40kg 겨우 넘기는 여자가 사람 셋을 죽일 수 있는 거냐?”

“글쎄요···뭐 괴력이란 게 있잖습니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 형사를 바라보던 홍 반장이 물었다.


“그래서 정 선생은 뭐래?”

예상하지 못한 홍 반장의 질문에 오 형사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실체를 가져오라고 소리치던 반장님 답지 않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오 형사가 빈정상한 듯 대꾸했다.


“그냥 의견이 듣고 싶어서 그래. 정 선생은 뭐라고 했는데?”

홍 반장이 재차 묻자 불만스러운 표정의 오 형사가 못이기는 척 말했다.

“모든 게 박혜리의 선택이니···그녀가 책임 져야 한다고 그러던데요”

“그래···결국 우리가 허울을 잡아 들인 건 아니네? 다행이네···”

오 형사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풀잎이 목숨을 구한 건 정말 잘 된 일이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홍 반장이 진술실에 앉아 있는 박혜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결국 피해자가 피의자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인가?”

“왠지 착잡하네요”

오 형사가 팔짱을 끼며 홍 반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


“선생님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잠만 자는 거죠?”

송 여사가 울먹이며 주치의를 올려다보았다.

“의식은 돌아온 상태이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 차라리 긴 수면 상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워 있는 이풀잎 주변에는 그녀의 어머니와 주치의, 레지던트들이 여럿 서 있었다.


“손목 봉합은 잘 된 상태라 재활 치료만 잘 받는 다면 일상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송 여사는 죽 늘어선 의사들을 향해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주치의가 병실을 나서자 우르르 레지던트들이 타라 나섰다.


병실에는 이풀잎과 그녀의 어머니 만이 남아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싸늘한 표정으로 이풀잎을 내려다보았다.

“근본은 어쩔 수 없다고 집안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지 어미를 똑 닮은 것이 하는 짓도 천박하기도 하지···”


무섭게 이풀잎을 쏘아보던 어머니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부탁한 간병인은 언제 도착하는 거죠? 나 바쁜데···30분 후 도착? 알았어요···내가 말한 407호 이풀잎 환자, 네 그럼 우리 아이 잘 부탁해요···”

그녀는 통화가 끝나자 미련없이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잠들어 있는 이풀잎의 머리를 누군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쩐지 네가 마음에 쏙 들더니만···저런 이중적인 인간이 너를 괴롭히고 있었구나···걱정하지 마. 앞으로 내가 너를 지켜 줄 게···”

빨간 드레스의 나타샤가 이풀잎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잠들어 있던 이풀잎이 반짝 눈을 떴다.


*****


“선생님의 그림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예요···이번 저희 미술관에 선생님 작품을 전시하게 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무슨 말씀을 오히려 제가 더 영광입니다.”

김 관장의 입에 발린 소리에 앤드류 조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저는 특히나 선생님의 진한 빨강을 무척 인상적으로 보고 있어요”

앤드류는 옆에 서 있던 애송이 큐레이터의 칭찬에는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고 못들은 척 넘어갔다.


눈치 없는 큐레이터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적색은 특별한 염료를 쓰시나 봐요. 굉장히 독특한 색상이예요. 무척 강한 인상을 남기죠.”

“과찬입니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평범한 물감일 뿐인데요···”

앤드류의 말은 더 없이 정중했지만 얼굴은 몹시 불쾌한 표정이 되어 큐레이터를 쏘아보았다.


큐레이터는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고서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모든 준비는 모두 끝났으니 전시회만 차질없이 진행되면 되겠네요···선생님 혹시 전시회 첫날은···역시 안 나오시는 거죠?”

김 관장의 물음에 앤드류 조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김 관장과 큐레이터는 최대한 앤드류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그를 배웅했다.

“뵙게 되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김 관장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그는 약속된 행사가 비로소 끝난 것처럼 피곤한 얼굴로 돌아섰다.

전시관 앞에 서 있던 그녀들은 그가 운전대에 앉는 모습을 확인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 선생···나는 저 사람 너무~ 기분 나빠···어떻게 생각해?”

김 관장이 멀어져가는 앤드류의 차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두요···아까 저를 째려보시는데 오금이 다 저렸다니까요”

“우리를 무시해도 너무~무시하는 거지···”

김 관장은 앤드류의 차를 향해 손까지 흔들며 미소 지어 보였다.


앤드류의 차가 완전히 골목을 빠져나가자 김 관장이 심술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떡하니 그림이 잘 팔리는데···저 사람, 정말 소름 끼친다니까···”

큐레이터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실력 때문이겠어요. 다 유명세 탓이죠···”


김 관장이 큐레이터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머 얘 어디 가서 그런 얘기하면 안 된다. 이제 막 전시 시작인데···우리도 흥행을 해야 먹고 살지···”

뜨끔해하는 큐레이터를 향해 김 관장이 돌아서며 물었다.


“너 혹시 향수 가지고 있니?”

“네···”

“나 좀 빌려줘. 앤드류 조. 사람만 기분 나쁜 게 아니고···묘한 냄새도 나지 않니? 후각이 예민할 때는 그림에서도 그런 향취가 느껴져···”

앤드류 조의 이번 대표작에 멈춰 선 김 관장은 불쾌한 냄새에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녀는 한 쪽 벽면을 모두 할애한 커다란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작품명 <비명의 역사>

가까이에서 보면 다양한 색을 사용한 것 같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커다란 붉은색이 주종을 이루는 작품이었다.

뒤에서 김 관장의 말을 듣고 있던 큐레이터 역시 그림이 무척 기분 나쁘게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앤드류 조는 백미러를 통해 김 관장과 큐레이터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것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식인인양 콧대 높은 그녀들이 굽신거리는 것은 앤드류 조에게 왠지 모를 우월감을 주었다.

그는 뭔가 아는 척하며 나대던 애송이 큐레이터가 떠올랐다.

“건방진 것 자기가 그림을 알아?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나 외우고 남의 평론이나 주워 담았겠지···감히 내 그림을 평가하다니···”

백미러에 비친 그의 눈이 야수처럼 번득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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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광인 21.07.31 49 1 11쪽
69 69화 앤드류 조 21.07.30 51 2 11쪽
» 68화 비명의 역사 21.07.28 58 1 12쪽
67 67화 숨바꼭질 21.07.27 54 1 11쪽
66 66화 외곽에 선 사람들 21.07.25 57 1 11쪽
65 65화 복수 21.07.24 57 1 11쪽
64 64화 망자 21.07.23 56 2 12쪽
63 63화 집착 21.07.21 57 1 11쪽
62 62화 죽음의 목전 21.07.20 55 1 11쪽
61 61화 비운의 나타샤 21.07.18 55 2 11쪽
60 60화 미인 21.07.17 55 1 11쪽
59 59화 사고 21.07.16 55 1 11쪽
58 58화 애꾸눈 21.07.14 5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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