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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바의 서재 ]

빛이 있는 자리엔 어둠이 있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김하바
그림/삽화
김하바
작품등록일 :
2020.05.11 16:27
최근연재일 :
2020.10.13 16:05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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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
추천수 :
109
글자수 :
298,061

작성
20.08.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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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서른아홉번째 이야기 : 지배자들의 선택(3)

DUMMY

헬라가 루신의 제국 안으로 들어오자 어둠의 기운이 헬라의 숨을 서서히 옥죄어왔다. 헬라는 이곳에 있었던 예전의 일이 생생하게 느껴지는지 한발자국 내딛을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몇발자국 걸었을까 이상하리만큼 제국안은 조용했다. 바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이든은 경계하며 헬라에게 다가와 말했다.


" 헬라. 이상한것같아. "


헬라는 이든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고, 빛을 만들어냈다. 캄캄한 루신의 제국 안에 헬라의 빛이 또 다시 퍼지고 주위를 둘러본 헬라는 깨달았다. 지금 이곳은 밖보다 위험하다는것을.


" 위험해. "


헬라의 말에 이든은 경계가득한 눈빛으로 칼을 움켜쥐곤 헬라 곁으로 다가갔다. 그때, 횃불이 약속이라도한 듯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횃불이 켜지자 어두웠던 제국안이 밝아지며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헬라에게 가장 처음 보인건 라일아 죽었던 심판대였다. 그 심판대 위에는 피투성이가 된채 양손과 양발이 묶여있는 아르칸이 있었다.


" 선생님! "


키라는 아르칸을 보고 달려들었지만, 어디선가 날라오는 불화살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화살이 날아왔던 곳으로 시선을 옮긴 키라는 그곳에 서있는 요담과 눈이 마주치곤 그 자리에 칼을 떨어트렸다.


" 네 년을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알기나 하느냐. "


요담의 눈빛은 살기가 가득차있었다. 딸을 향한 눈빛이 아닌 분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요담의 눈빛에 키라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아르칸은 헬라가 온것을 알아차렸는지 헬라의 이름을 힘겹게 불렀다. 그 부름에 헬라는 아르칸을 바라봤고 아르칸은 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 날 .. 용서 해.. "


아르칸의 말에 헬라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아델의 말이 떠올라서였을까. 헬라는 고개를 저으며 아르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요담은 또 다시 헬라에게 활을 쏘았다.


" 아르칸을 구하고 싶으냐? 그렇다면 선택하라. "


요담의 말에 헬라는 요담을 바라봤고 횃불이 또 다시 켜지기 시작했다. 새로이 횃불이 켜진 곳에는 인간계급의 아이 세명이 손과 발이 묶인 채 두려움에 떨며 앉아있었다. 아까보다 더욱더 잔인해진 흑족의 계략에 헬라는 화가났는지 요담에게 말했다.


" 비겁한짓밖에 할줄 모르는구나. "


" 아델님의 말이 맞았군. 구이나를 저렇게 손 쓸 수 없을만큼 망가지게 하다니, 내가 그걸 보고 전면전을 할거라고 생각했느냐? "


" 닥쳐라. "


" 내가 제안 하나 하지. "


헬라는 요담의 말에 미간을 좁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담은 아랑곳하지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선택해. 아르칸을 살릴 것인지, 아님 이 인간들을 살릴것인지. "


헬라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아르칸은 헬라가 탈출할 수 있게 루나와 함께 믿어준 흑족이였다. 무슨일이 있었던간에 루나를 지키고 있었던 유일한 존재였다. 그런 아르칸과 지켜야할 인간계급의 아이들을 두고 선택하라는건 헬라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 넌 예언의 아이니까, 인간계급의 아이를 살려야하지않겠나? 흑족인 아르칸은 죽던 말던 상관없잖아. 루나를 지키지도 못한 저 나약한 아르칸을 죽이는게 맞지 않겠나. "


헬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아르칸을 바라봤다. 아르칸은 그런 헬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살리지 말라는 의미였다. 이미 아르칸은 지쳐있었다. 루나를 지키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 아델에게 속아 넘어간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아르칸은 이미 무너져있었다.


많이 지쳐있는 아르칸의 모습에 헬라의 눈에선 눈물이 차올랐다. 죽여달라고 자신에게 소리치는것만 같아 두귀를 막고 싶었지만, 인간들을 살리기 위해선 방법은 없었다.


헬라는 천천히 아르칸에게로 향했다. 헬라에게 화살을 쏘려던 흑족을 요담이 잠시 막고는 헬라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헬라는 아르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그리고는 상처투성이가 된 채 피범벅이 된 아르칸의 볼을 살며시 감싸며 나지막이 물었다.


" 제가 너무 늦었죠.. "


헬라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올라있었고 어느새 굵은 눈물이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르칸은 그런 헬라의 눈물에 작은 미소를 터트리며 대답했다.


" 늦었지. 아주 늦었지. "


장난스레 말하는 아르칸의 말에 더이상 참을 수 없는지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져내렸다. 아르칸은 그런 헬라를 바라보다 이내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 뭘 고민하고 있는거야. 너가 지켜야 할 자들은 저 아이들뿐이다. 흑족인 내가 아니야. 더이상 시간이 없어. 어서 루나에게 가야지.. "


" 그럴 수 없어요 .. 전.. 그럴 수 없다구요.. "


" 흑족인 나에게 배려따위는 하지마. 너를 도와줬어도 나는 흑족이다. 요담의 책사로 있으면서 내 지식과 내 생각으로 많은 이들을 죽였어. 그러니 나는 죽어도 마땅하다. "


아르칸은 진심이었다. 힘겹게 말하는 아르칸의 목소리에 헬라의 마음이 찢어졌다.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자신에게 겨우 입을 떼며 말하는 아르칸을 보며 헬라는 쉴 새 없는 눈물을 흘렸다. 온 몸은 피투성이였고 그 피들이 엉켜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당당하고 현명했던 아르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죄인마냥 힘이 다 빠진 채 헬라에게 말하는 아르칸을 보고 헬라는 더이상 아무말 할 수 없었다.


" 내 선택으로 나는 이렇게 된거다. 멍청하게 아델에게 속아, 또 다시 루나를 위험에 빠트렸어. 그 죄값이다. 그러니 죄책감 갖지마. "


" 하지만 .. "


" 요담은 네가 나와 저 아이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하길 바래. 그것만큼 정신적 고통은 없으니까. 그러나 그럴 필요따윈 없어. 너를 무너뜨리기위해 나를 선택해도, 저 아이들은 죽을 것이며, 저 아이들을 선택해도 저 아이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러니 뒤 돌아보지말고 아이들에게 뛰어가거라. "


미세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말하는 아르칸의 모습에 헬라는 두 눈을 감았다. 아르칸의 말대로, 저 아이들은 헬라의 선택에 상관없이 죽음을 맞이 할 아이들이었다. 헬라가 아르칸을 포기하고 저 아이들을 직접 지켜야지만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


" 빨리 선택하라! "


요담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지, 헬라에게 소리쳤다. 헬라는 요담의 목소리에 이를 악 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칸은 헬라를 올려다보며 남은 마지막 힘을 다해 나지막이 말했다.


" 딱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요담 손에 죽고 싶진 않구나. "


아르칸의 말에 헬라는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강하게 쥔 주먹은 심하게 떨려왔고 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담은 들리지 않는 헬라와 아르칸의 대화에 불안했는지 또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요담을 유심히 지켜보던 키라가 요담에게 빠르게 달려가, 거침없이 칼을 겨누었다.


" 감히, 나를 배신한것도 모잘라 나를 죽이려 들다니. 천하의 쓸모 없는 년 같은이라고. "


요담은 키라에게 살벌하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 악담에 키라의 마음은 무너져내렸지만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키라는 여전히 요담이 두려웠지만 애써 외면하며 요담에게 분노에 찬 듯 말했다.


" 당신을 따르던 책사였습니다. 나의 스승이요. 당신에겐 아들 같았던 자였습니다.

근데 어째서, 어째서 이리 지독하답니까. "


키라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담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키라의 말에 비웃으며 대답했다.


" 내 친 딸도 버렸는데, 남이라고 버리기 어려울까. "


버렸다는 말에 키라는 요담과 같이 헛웃음을 치며 큰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서글퍼 듣는이의 귀를 괴롭혔으며 마음을 어지럽혔다. 요담은 키라의 웃음소리에 기분이 상했는지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그래서 저도 버렸습니다. 당신에게 사랑받고자, 인정 받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매번 인정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에 아버지라고 더이상 부르고 싶지 않아졌거든요. "


요담은 키라의 말에 이를 강하게 물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겨누고 있는 칼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헬라와 아르칸이 있는 곳으로 활 시위를 다시한번 당겼다. 그러자 키라는 빠르게 요담의 활을 공격했고 요담이 들고 있던 활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키라의 공격에 화가 난 요담은 키라에게 거칠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키라는 요담의 공격을 막아내며 헬라에게 소리쳤다.


" 뭐하고 서있어!!! "


키라의 소리침에 헬라는 아르칸의 손과발을 강하게 묶은 쇠사슬을 끊어냈다. 그 쇠사슬이 끊기자 '악'의 힘이 미친듯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악'의 힘에 아르칸은 그 자리에 쓰러지고 키라의 공격을 받아내던 요담은 재밌다는듯이 큰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 멍청한것들. 내가 이것도 생각 못했는 줄 아느냐. 너희는 아무도 구하지 못한것이다.

아무도 !!!! "


아르칸을 삼킨 악의힘은 빠르게 인간계급의 아이들을 향해 날아갔다. 헬라는 악의 힘을 막고자 미친듯이 아이들을 향해 달려갔고 빠르게 결계를 만들어냈다. 인간계급의 아이들 주변으로 밝은 빛이 생기고 빠르게 날아가던 악의 힘은 빛과 부딪혀 강한 스파크를 일으켰다.


결계가 시간을 끈 덕분에 헬라는 아이들에게 도착할 수 있었고 여전히 결계를 부시려는 악의 힘을 헬라는 정화하기 시작했다. 헬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풀어주곤 흑족들에게 그랬던 것 처럼 아이들 이마에 손을 올리곤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몸을 떨던 아이들은 헬라의 기도에 안정을 되찾았는지 평온한 표정과 함께 그 자리에 잠이 들었다. 요담은 아이들을 죽이지 못한것이 화가났는지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공격하는 키라에게 욕을 내뱉으며 강하게 밀어냈다.


폭발적인 악의 힘에 키라가 뒤로 넘어지고 요담은 그런 키라에게 칼을 겨누었다.

분노때문인지, 요담의 피부는 점점 푸른빛을 띠며 흉해지기 시작했다. '악'의 힘이 몸을 삼키는 것 처럼 괴물로 변해가는 요담을 보며 키라는 말했다.


" 꼴을 보세요. 이게 당신이 원하던것이였는지. "


" 내가 원하던건, 네가 다 망쳤다. 너만 아니였어도, 너만 잘했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어. 내가 루신님께 버림받는일도, 그렇게 무시당할일도 없었단 말이다!!! "


키라에게 분노했는지 소리치던 요담의 입에서 거친 기침소리와 함께 피가 터져나왔다. 키라의 얼굴에 요담의 피가 튀고 키라는 일그러지는 요담의 얼굴을 보며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헬라는 잠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더욱더 단단한 결계를 친 후 아르칸에게 뛰어갔다. 아르칸은 미세하지만 숨을 쉬고 있었지만 의식은 없었다.


요담은 헬라의 움직임을 느꼈는지 아르칸과 헬라가 같이 있는것을 확인하곤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 악의 힘을 많이 흡수했나보구나. "


빈정거리며 말하는 요담의 목소리에 헬라는 요담을 바라봤다. 요담은 그런 헬라의 눈동자에 살기가득 웃음을 지으며 더욱더 헬라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든은 헬라에게 다가가려 움직였지만 온 몸은 돌처럼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 너 때문에 아르칸은 더욱 지옥이겠구나. 악의 힘을 그렇게 흡수했으니, 네가 말하는 신께는 가지 못할게다. 이런 악질을 누가 받겠나. "


헬라는 요담의 말에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아르칸 때문에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악의 힘을 흡수한 아르칸이 자칫 헬라의 힘으로 인해 죽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헬라는 요담의 도발에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렇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심정, 겪어보니 어떤가. 미치겠지? "


" 당신에겐 기회 조차 없을거야. "


" 무슨기회? 아- 너희들이 말하는 그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 그런거 따윈 필요 없다. 내가 이길것인데, 우리 흑족이 이길것인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너의 세상은 오지 않아.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장마가 가고 더위가 심해졌는데 더위 조심하시고,

코로나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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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마흔번째 이야기 : 지배자들의 선택(4) +2 20.08.21 26 1 13쪽
» 서른아홉번째 이야기 : 지배자들의 선택(3) +2 20.08.19 20 1 12쪽
39 서른여덟번째 이야기 : 지배자들의 선택(2) - 수정완료 +2 20.08.14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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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서른한번째이야기 : 전쟁의시작(3) +6 20.07.17 36 3 12쪽
31 서른번째 이야기 : 전쟁의 시작(2) +4 20.07.15 24 2 12쪽
30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 전쟁의 시작 +4 20.07.08 27 2 12쪽
29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 선과 악이 만났을 때 +4 20.07.03 24 2 12쪽
28 스물일곱번째이야기 : 빛의 추락(2) +4 20.07.01 22 2 12쪽
27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 빛의 추락 +4 20.06.26 28 1 12쪽
26 스물다섯번째 이야기 : 감정의 시작(5) +4 20.06.24 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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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열아홉번째 이야기 : 분노, 그것은 독립 +6 20.06.08 26 2 12쪽
19 열여덟번째 이야기 : 그곳엔 그들이 있었다. +8 20.06.05 34 4 12쪽
18 열일곱번째 이야기 : 빛을 향하여(2) +4 20.06.04 31 3 13쪽
17 열여섯번째 이야기 : 빛을 향하여 +6 20.06.03 31 4 12쪽
16 열다섯번째 이야기 : 에뎀인을 찾아서. +2 20.06.02 2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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