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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바의 서재 ]

빛이 있는 자리엔 어둠이 있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김하바
그림/삽화
김하바
작품등록일 :
2020.05.11 16:27
최근연재일 :
2020.10.13 16:05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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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061

작성
20.06.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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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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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열여덟번째 이야기 : 그곳엔 그들이 있었다.

DUMMY

헬라는 아까보다 잠잠해진 바람을 기회삼아 별들이 뻗어있는 곳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별들이 헬라에게 길을 알려주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경이로웠다.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처음 본 헬라는 별들의 향연에 소름이 돋았다.


어둠이 관리하던 밤에 왜 별들과 달이 생겨났는지 헬라는 알지 못했다.

빛과 어둠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산증인인 루신이 그걸 말해줄리 없었기에 별과달의 존재의 탄생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빛이 사라지고 함께 사라진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 어두운 숲속에 의지할거라곤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이었고

이든에게는 그 별이 아닌 헬라의 황금빛 눈동자였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너무 많이 걸은 탓에 다리가 아파오고 저려오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은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숲이었다.

그래도 숲이여서 그런지 강한 바람은 더이상 불지 않았다.

괴상한 분위기 만들던 동물들의 소리도 어느새 잠잠해져갔다.


아까와는 다른공간인것같았다.

풀내음은 향긋했으며, 물소리는 자장가마냥 고요하면서도 청량했다.

새소리가 이든과 헬라에게 말을 걸듯 신비로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악'이 판치는 이 세상에, 이런곳이 있다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었다.


" 이상해. 뭔가. "


헬라는 이상한느낌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옆에 수백년도 더 된 거대한 나무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나무를 보던 헬라는 자신이 이 나무를 어디선가 봤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나무뿐만이 아니라 이 공간, 이 향기 모든게 익숙했다.


" 뭐가 이상한데? "


이든은 궁금했는지 헬라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헬라는 생각에 빠진듯 아무말 하지 않고 가만히 나무만을 바라 볼 뿐이었다.


" 분명히 와본것같아. 이 곳, 그리고 이 나무. "


헬라는 계속해서 나무를 만지며 생각했다.


이 거대한 나무를 지하에서 19년을 살고, 밖을 처음 나와본 헬라가 이 세상에 지하실 외에 익숙한 것 따윈 있을 수 없었다.


'바스락'


어디선가 낯선 인기척이 들려왔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이든은 헬라를 뒤로 재빠르게 보냈다.


" 누군가 있어. "


이든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불안감과 낯선 대상의 대한 경계심때문이었는지

이든의 몸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 이든, 진정해. "


헬라는 불안정해지는 이든의 모습에, 진정시키려 이든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

조심스러운 손길때문이었을까, 빠르게 뛰어대던 이든의 심장은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


'바스락'


또 다시 인기척이 느껴지고, 헬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때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길 어떻게 알고 온거지? "


낮은 음성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은 듣는사람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헬라와 이든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소리가 나는 곳을 찾기위해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러나 소리만 들릴 뿐 찾을 수 없었다.


" 여긴, 정말 못 찾을줄알았는데. "


또 다시 들리는 날선 목소리.

헬라는 안되겠는지 조심스레 대답했다.


" 별을 따라 왔습니다. "


헬라의 대답에,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는 거대한 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푸른눈을 가졌으며, 팔 한쪽이 없는 한 여인이었다.


" 에뎀..? "


헬라는 푸른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인은 헬라의 말에 불쾌한지 미간을 찌푸렸다.


" 한놈은 흑족이고, 한놈은 .. "


푸른눈을 가진 여인의 눈동자가 더욱더 선명히 빛났다.

여인은 헬라의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곤, 확신이 선 듯 말을 이어나갔다.


" 이래서 들어올 수 있었군. "


여인은 살짝 손을 들어 어디론가 손짓했다.

그러자, 에뎀인들이 하나 둘 씩 풀 숲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인은 그들에게 나지막이 명령했다.


" 잡아가. "


.

.






또 다시 옥신세가 된 헬라와 이든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두손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이곳은 분명 푸른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 바로 에뎀인들의 숨겨진 공간이었다.


" 헬라 괜찮아? "


이든이 걱정스레 헬라에게 물었다.

헬라는 괜찮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옥 밖에서 보이는 세상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성한 몸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이 큰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팔과 다리를 절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낯선이의 대한 경계심은 어른들 몹지않게 어마어마 했다.


그럴만도했다. 에뎀인들에게 흑족인은 두려움과 경멸의 대상이었으니까.


헬라는 다시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이든. 내 눈 무슨색이야? "

" 검은색. "


눈동자가 또 언제 변한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변해야 숨어 있는 빛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온몸을 무기로 무장한 에뎀인들이 헬라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거칠게 잡고는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든이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인 끈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헬라는 불안한 눈빛을 한 채, 무장한 사내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새하얀 움막으로 된 곳에 도착했다. 에뎀인들은 헬라의 등을 밀며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헬라는 긴장한듯 침을 삼키곤 천천히 움막안으로 들어갔다.


움막으로 들어가자, 헬라와 이든을 잡아드린 여인이 앉아있었다.

헬라는 그 여인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여인은 헬라를 유심히 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헬라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자신 품안에서 단도를 꺼내어, 헬라의 팔을 풀어주었다.


헬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웠다.


그런 헬라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여인은 작게 웃고는 아까와는 다른 목소리로 헬라에게 말했다.


" 걱정 할 필요 없다. "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헬라는 그런 여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눈빛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 하긴, 무섭겠구나. 나같아도 그러겠어. "

" 당신은 누구죠? "


헬라는 두려움을 애써 무시하곤, 여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여인은 아무말하지 않은 채 헬라를 바라보았다.


그 푸른 눈빛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마치 라일을 보는것만 같았다.


" 너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 내가 먼저 물어보겠다. "


여인은 단호하게 질문했다. 헬라에게 선택지는 딱히 없었다.


" 어디서 왔지? "


헬라의 눈빛이 또다시 세차게 흔들렸다. 사실대로 루신의 황궁에서 왔다고 말해야 할까,

이든은 누가봐도 흑족의 사람들이었다. 거짓말을 쳐봤자, 이미 들키고도 남을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기엔 이곳은 에뎀인들의 집터이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헬라의 머릿속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 그건.. "

"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아. 대충 짐작은 가니까. "

" 루신의 제국에서 왔어요. "


결국 헬라는 사실대로 말했고, 여인은 그럴줄 알았다며 웃어보였다.


" 왜 왔지? "

" 도망나왔어요. "

" 왜? "

" 알아야 할 것이 있어서요 "

" 그게 뭔데? "

" 당신이 누군지는 알아야 제가 말해주죠. "


모든걸 다 말해주기엔, 이 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었기에 위험했다.

적어도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들을 살려 줄 사람인지는 알고 있어야했다.


" 하하 - 멍청한 아이는 아니구나. "


여인은 재밌기라도 하듯 크게 웃어댔다.


" 나는, 남아 있는 에뎀인들의 신녀다. "

" 신..녀? "

" 그래. 신의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지. 얼마전까지 필요없었지만 다시 필요있어졌거든. "

" 그말은..신과의 연결고리가 다시 성립됐다는건가요? "


여인은 놀랍다는듯 헬라를 쳐다보았다.

헬라는 아랑곳하지않고 여인에게 말을 이어갔다.


" 신께서 뭐라던가요?, 지금, 어떻게하면, 도대체 무얼하면 된다던가요? "

" 너가 궁금한게 뭐야. "


여인의 웃음기는 어느새 사라졌고, 진지하게 헬라에게 물었다.


" 예언의 아이가, 이제는 무얼하면 되는건지 알고 싶어요. "


예언의 아이라는말에, 여인은 알고 있었다라는 눈빛으로 헬라를 바라보았다.


" 알고있었군요..? "

" 모를리가, 몰랐으면 너희는 그자리에서 죽임을 당했을거다. "

" 그런데 왜 물어보셨죠? "

" 우리도 다 아는건 아니니까.이 곳에 간혹가다 다른 자들도 들어오더군. 확인이 필요했어. 정말로 내가 짐작하는 예언의 아이가 맞는지 아닌지, 그리고 흑족이랑 같이 딸려왔잖니. "


여인은 천천히 뒤를 돌곤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헬라에게 앉으라며 손짓했다.


따뜻한 차가 헬라 앞에 놓여졌다.

차를 보니, 추위에 떨고 있을 이든이 생각났다.


" 제 친구도 풀어주세요. "

" 그건 안되겠는데. "


여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 그 아인, 다른 흑족들과 달라요. "

" 그걸 어떻게 알지? "

" 제가 알아요. 절대 그럴아이가 아니에요. "

" 세상에 '절대' 같은 환상적인 단어도 없지. "


여인은 비꼬듯 헬라에게 말했다.

헬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여인의 태도에, 헬라는 말문이 턱하기 막혔다.


" 왜. 더 말해보지 그래? "

" 됐어요. "


헬라는 차를 조심스레 내려놨다.

홀로 갇혀있을 이든의 생각에 차가 넘어가지 않았다.


" 걱정마. 흑족들은 추위를 못탈테니까. "

" 그 말이 아니잖아요. 그 아인 저때문에, "

" 너 때문에 희생했다고? "


여인은 차를 내려놓곤 헬라를 쳐다보았다.

푸른 눈빛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 네. 희생했어요. "

" 너가 예언의 아이라고 하니까 말해주마. "

" ...뭘요? "

" 너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은 셀 수 없을만큼 많아. "


헬라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 너 하나를 잡겠다고 흑족들이 잔인하게 아이를 가진 부모를 살해했지. "


여인의 푸른눈빛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쓸쓸해보였고, 슬퍼보였다.


"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낼 수 밖에 없었어. 그게 살 길이었을테니까. "

" 그만하세요. "

" 그러니, 저 흑족놈이 한 희생으로 풀어주기엔 다른 희생들보단 가소롭다는이야기야. "


'탁'


헬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라일이 생각났고, 루나가 생각났다.

그리고 여인이 말하는 희생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죄책감이 헬라를 옥죄기 시작했다.


" 도망치는거니? "


헬라는 여인의 눈을 피했다.

쳐다볼 수 없었다. 푸른눈빛이 헬라의 마음을 읽을것만 같았다.


" 제대로 현실을 직시해야해. 그래야 너가 진정한 예언의 아이가 되는거다. "

" 내가 정한 운명도 아니에요. "


그랬다. 헬라가 태어날 때 부터 선택한 삶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태어나고보니 예언의 아이였다.


헬라는 지금까지의 억울함과 상실감이 밀려왔는지 여인에게 사납게 쏘아댔다.


" 신은 너무 이기적이네요. 내가 선택한 운명도 아니에요. 내가 예언의 아이가 하고싶다고 한적도 없다구요. 근데 왜, 왜 자꾸 .. "


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헬라를 바라보았다.

푸른눈빛에 라일이 생각나서일까 어느새 헬라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있었다.


갑자기 예언의 아이가 된 헬라의 마음은 그 누구도 헤아리지 못할 것 이다.


어느 날 꿈을 꿨고,

그 꿈으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을 바꿔야했고,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루나가 아닌 라일에게 털어놨지만 라일은 헬라를 위해 죽음을 택했다.


루나는, 헬라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었지만 첩자였으며, 첩자였지만 헬라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다. 이든 또한 헬라를 따라나서지 않았더라면 평범한 흑족으로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거기에, 여인이 말한 것 처럼. 헬라를 찾기위해 수 많은 부모가 죽었으며

수 많은 아이가 핍박 받았으며 수 많은 아이가 죽어갔다.


헬라는 지금까지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떠오를때마다 헬라의 숨통을 조여왔다.


헬라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여인은 그런 헬라를 가만히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헬라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 그게 너의 숙명이야.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늘어나고 조회수도 늘어나고 방문자수도 점점 늘어가서 더 힘이 납니다!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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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서른한번째이야기 : 전쟁의시작(3) +6 20.07.17 36 3 12쪽
31 서른번째 이야기 : 전쟁의 시작(2) +4 20.07.15 24 2 12쪽
30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 전쟁의 시작 +4 20.07.08 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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