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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바의 서재 ]

빛이 있는 자리엔 어둠이 있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김하바
그림/삽화
김하바
작품등록일 :
2020.05.11 16:27
최근연재일 :
2020.10.13 16:05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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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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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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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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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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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스무번째 이야기 : 믿음과신뢰

DUMMY

리아의 말을 들은 에뎀인들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헬라와 이든을 보며 경계어린 눈빛과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기를 기대하는 눈빛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오직 순종적인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헬라는 그런 에뎀인들을 보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리아가 나타나기전 두려움에 뛰었다면 이제는 강한 무언가를 믿는다는것이 어떤건지 알것만같아 뛰어대는 심장이었다. 에뎀인들은 자신들의 일이 끝난것처럼 하나둘씩 그자리를 떠났다.


수많은 작은 돌멩이들이 그들의 분노를 대변하듯, 억울함을 대변하듯 애처롭게 놓여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헬라와 이든 그리고 리아 사이에 맴돌았다. 이 무거운 침묵을 누구하나 깨지 않았다. 많은 생각이 그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후-


숨막히는 침묵을 깬건 헬라였다. 상처투성이인 이든에게 헬라는 가까이 다가갔다. 아파하지도, 힘들어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깊은 생각을 하는듯한 이든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 이든, 괜찮아? "


이든은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찬 채 자신을 바라보는 헬라를 보며 괜찮다는 듯 웃어 보였다. 위로하는 눈빛에 헬라는 미세하게 떨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리아는 그런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 보기 힘들었는지 등을 돌렸다. 리아가 등을 돌리자 헬라는 다급하게 리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헬라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리아는 자신의 손목을 떨리는 손으로 잡고있는 헬라를 한번 보고는, 살며시 손목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헬라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너도 봤겠지. 믿음이 없고 신뢰가 없는 네가 말해봤자 그들에게 네 말은 들리지 않아. 네 사람을 지키고 싶고, 네가 강해지고 싶다면 이들이 너를 따를 수 있게 만들어야해. 더이상 나약하게 울고만 있지말고. 시간이 없잖아 너는. "


리아의 말은 오늘도 역시 헬라의 가슴에 아프게 박혔다. 틀린말이 없기에,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기에, 리아 앞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서있는 헬라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소중한걸 더이상 잃고 싶지 않아 이곳으로 도망쳤지만 결국은 아무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 중 가장 나약했던건 자신이었다.


" 어떻게하면... 강해질 수 있는데요? "


알고 싶었다. 어떻게하면 강해질 수 있는지, 예언의 아이란 특별한 운명은 타고 났기에,루신의 황궁안에서 유일하게 흑족들보다 우세했기에 강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이렇게 무겁다고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 자신의 자만심에 치가 떨리는 헬라였다.


" 강해지고는싶니? "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리아의 말투에도 헬라는 처음 만났을때처럼 리아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한 풀 꺾인 것 마냥 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강해지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아. 오직 너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과 변해버린 이 세상을 다시 옳바르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언젠간 길이 열릴거야. 그대신, 너에게 힘이 생기기위해선 너를 따르는 자들이 있어야 해. 물론 그러기 위해선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되어야겠지. "


믿음. 어떻게 보면 얻기쉬운게 믿음이었고, 가장 얻기 어려운게 믿음이었다.


저 루신의 황궁에 홀로이 견디고 있을 루나를 생각하면 어서 빨리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 상태로 돌아가봤자 루나에게 짐만 될 뿐, 세상을 바꾸지도 못한 채 소중한 사람을 또 잃을게 분명했다.


더이상 라일처럼, 지금의 이든처럼, 그리고 루나처럼

자신 때문에 희생하는건 지켜볼 수 없었다.


헬라는 두 손을 주먹으로 꽉 쥔 채, 리아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헬라의 눈동자는 황금색으로 변해있었다.

리아도 처음보는 헬라의 두눈에 조금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신비로운 황금색.

에뎀인도 아닌 흑족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예언의 아이.


" 황금색이구나. "


리아는 중얼거리듯 헬라에게 말했다.


"아주 빛나네. "


리아의 말에 라일이 헬라에게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라일과 같은 말을 하는 리아는 어딘가 모르게 라일과 많이 닮아있는듯보였다. 말투하며 표정까지.

하지만 라일을 생각하니 다시 눈물이 차올르는 것 같아 헬라는 라일의 대한 생각을 접었다.


" 신뢰를 주는 방법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지. 잘 생각해봐. 어떻게하면 신뢰를 줄 수 있을지. 너의 친구는 풀어주마. "


무심하게 이든을 풀어주곤 리아는 그자리를 떠났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앉아있는 이든은 오랜시간 앉아있어서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헬라는 이든에게 손을 조심스레 내밀었고 이든은 작게 웃고는 헬라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 괜찮아? "

" 그럼. "

" 거짓말. "

" 믿지도 않을거면서. "


이든은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절뚝거리며 자신을 가두고 있던 곳에서 나왔다. 그곳에서 나오자 흩어졌던 에뎀인들이 하나둘씩 수군거리며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이든은 모이는 에뎀인들을 한명씩 한명씩 바라보았다.


" 무슨생각해? "


아무말없이 멍하니 에뎀인들을 바라보는 이든이 답답했는지 헬라는 이든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에뎀인들만 바라 볼 뿐이었다.


" 이든. "

" 돌 맞으면서 생각해봤어. "

" 뭘? "

" 내가 왜 저 자리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할까하고. "


헬라는 이든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만든게 헬라 본인이었기에, 헬라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 그런데 알겠더라고. "

" ..뭐를? "


헬라는 이든이 떠난다고 할까봐 두려웠다. 떠난다고 하면 잡을 수도 없었다. 그것만큼 이기적인건 없다고 생각했다.


" 이런 대접을 흑족말고는 다 겪었다는 걸. "


이든의 말에 수군거리던 에뎀인들은 약속이라도 하듯 일제히 조용해졌다.

흑족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수는 없었다. 자신들이 봐왔던 흑족들은 저러지 않았다.

저런 생각을 하는것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 이든.. "

" 그래서 난 여기서 버텨보려고. "


이든의 붉은 눈빛이 더욱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에뎀인들은 그런 이든의 붉은 눈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두려움에 휩싸였는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든은 그런 에뎀인들을 가만히 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공포에 휩싸인 에뎀인들에게 붉은눈을 더이상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 누구맘대로 여기서 버텨 볼 생각을 하는거야? "


아까 전 그 아이가 이든 앞에 어느새 서있었다.

이든은 그런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붉은눈에 흠칫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다시 큰소리 치기 시작했다.


" 어서 여기서 나가. 여기서 꺼지라고! "


아이는 주먹을 쥔 채 이든의 허벅지를 때리기 시작했다.


" 그 붉은눈. 역겹다고. 꺼지라고 제발! "


이든은 아이의 주먹다짐을 그냥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이든을 때렸다.


가만히 아이와 이든을 바라보던 헬라의 마음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 감고 때리는 모습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루신 앞에서 두려움이 밀물처럼 밀려왔지만 그만큼 싫고 역겨웠기에 애써 참아가며 루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모습과 겹쳐보여 헬라는 천천히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조심히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는 낯선 손길에 눈을 떴고 앞에 와있는 헬라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헬라의 황금색 눈동자에 매료된 듯 아이는 아무 말 없이 헬라의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헬라는 천천히 아이의 손을 놔주고는 아이와 눈을 맞추려 그자리에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


아이는 헬라의 눈을 피하기 바빴다. 하지만 자신을 리아처럼 바라보는 헬라의 시선을 피하긴 어려웠다. 헬라는 나지막이 아이에게 물었다.


" 이름이 뭐야? "

" 얀. "


얀은 울먹이며 헬라에게 말했다.

헬라는 얀의 손을 잡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 우리가 함부로 들어와서 미안해. "

" .... "

" 우리를 좋아해달라고 말하지 않을게. "

" ....."

" 한번만 기회를 줄 수 있어? "


얀은 헬라가 다 말할때까지 대답도 하지않았으며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대적인 눈빛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가만히 헬라를 바라보던 얀은 고개를 획 돌리고는 두손을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앙칼진 목소리로 헬라와 이든에게 말했다.


" 어디한번해봐! "


얀은 헬라를 한번 흘깃 보고는 뒤를 돌곤 멀리 뛰어갔다.


헬라는 다짐한듯 이든을 바라보았다.


" 나 여기서 수련해야겠어. "

" 좋을대로. "


리아가 말한 그 신뢰를 헬라도 느끼고 싶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무너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헬라의 어깨는 수많은 생명이 짊어져 있었고 어느새 발 아래는 수많은 희생으로 땅이 굳건히 만들어져있었다. 헬라는 이제 그 길을 걸으며 나아가야했다.


다짐한듯 밝게 빛나는 눈빛을 한 채 이든을 바라보고 있는 헬라를 보며 이든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좋아한다는 감정의 설렘보다, 단단히 변한듯한 헬라의 모습에 라일이 말했던 것처럼 예언의 아이에 모습이 비춰지는것같았다.


헬라는 자신을 가만히 보고 있는 이든에게 환한 웃음을 짓고는 움막으로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이든은 그런 헬라를 따라나섰다.


어느새, 움막에 도착한 헬라는 떨리는 마음을 잠재우듯 깊은 숨을 내쉬곤 이든을 바라보았다. 이든은 용기를 주듯 헬라에게 웃어보였다.


헬라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움막안으로 들어가자 리아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앉아있었다.

마치 이든과 헬라를 기다리고 있는것처럼 말이다.


" 리아. "


헬라는 리아의 이름을 조심스레 불렀다.

리아는 그런 헬라의 목소리에 마시던 차를 천천히 내려놓고 헬라를 바라보았다.


" 날 가르쳐줘요. "

" 뭐를? "

" 내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 내가 저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이요. "


헬라의 눈동자는 밝게 빛났다. 강렬한 태양같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리아는 그런 헬라의 행동에 다소 뿌듯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리아만이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헬라 옆에 경계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든에게 물었다.


" 자네는? "


어젯밤 있었던 일은 둘밖에 알지 못했기에 이든과 리아 사이에 날카로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이든은 뭘 묻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는 이곳에 있는 에뎀인들이 흑족인 이든을 가만히 냅두지 않고 괴롭히고 핍박할 것이라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헬라가 그 모습을 보게되면 오히려 에뎀인들에게 분노를 표할까 미리 도망가라고 언질을 주었던것인데 굳건히 앉아있는 이든을 보고 더 마음에 안드는 눈치였다. 하지만 함부로 할 순 없기에 리아는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 자네. 이름이 뭐야. "

" 이든. "


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 그럼 내일부터 헬라, 너는 아침마다 이곳으로 오거라. 그리고 이든, 너는 수색대로 들어가. "

" 수색대? "

" 그래. 수색대란 너희가 들어온 그곳을 수색하는 팀이야. 거기서부터 이곳까지 내가 결계를 치고 있지만 내 힘도 완벽한건 아니여서 너같은 흑족이 낮은 확률로 들어 올 수 있어. 이곳에 흑족을 반길 자는 아무도 없다는건 알고 있겠지. "

" 이곳을 지키라는건가? "

" 지킨다라.. 그것도 맞지. 그곳에서 너가 할일은 딱히 없겠지만 이거 하난 알려주지. 수색대가 가장 중요하게 하는일은 이곳을 흑족으로부터 지키는일이야. 고로 흑족들을 언제든지 공격할수 있어야 해. "


같은 동족에게 공격은, 이 세계에서 루신과 지배자들말고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루신과 지배자들의 명령아래 가능했기에 흑족인 이든에게 있어 그 조건은 행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만일 헬라가 실패로 돌아가게된다면 이든 또한 에뎀인들처럼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평생 최하위계급으로 지옥같은 삶을 살아야했다.


순간적으로 이든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단호하게 리아에게 말했다.



" 얼마든지.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벌써 20화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비축분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지만 댓글과 추천과 피드백으로 인해

많이 힘을 얻고 쓰고 있습니다! :) 항상 감사드리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작품이라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입니다! 피드백은 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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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서른일곱번째 이야기 : 지배자들의선택 20.08.12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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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서른한번째이야기 : 전쟁의시작(3) +6 20.07.17 36 3 12쪽
31 서른번째 이야기 : 전쟁의 시작(2) +4 20.07.15 24 2 12쪽
30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 전쟁의 시작 +4 20.07.08 27 2 12쪽
29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 선과 악이 만났을 때 +4 20.07.03 2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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