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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님의 서재입니다.

소도외전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용가린
작품등록일 :
2018.11.28 15:30
최근연재일 :
2023.05.10 22:33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9,539
추천수 :
273
글자수 :
706,311

작성
19.01.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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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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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귀환

DUMMY

우유국을 떠난 탁왕자 일행은 며칠 후 미오야마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오야마국은 선우이치를 만나기 위해 간 곳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접촉하지 못한 곳이었다. 탁왕자를 쫓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곳이기도 했기에 그들은 당초 여러 가지 상황들이 일어난 여락루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일행은 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주루인 북평객잔에서 다른 지역으로 출발하려던 선우이치를 만났다. 선우이치는 북평객잔의 도박장이 딸린 별채에서 계약한 기간 동안의 안마일을 막 마무리한 직후였다. 선우이치는 탁왕자의 동참 권유를 의외로 적극적으로 승낙했다. 어차피 어디로든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우이치에게는 정처 없던 발걸음을 확실한 목적지를 향하는 것으로 바뀐 것 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는 인생사의 여정일 뿐이었다.


북평객잔에서의 저녁식사는 고수들의 말잔치 경연장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얘기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특히 선우이치의 실력에 감탄한 바 있었던 길태곤이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여락루에서의 현상금 사냥꾼들과 여락루의 주인인 철귀마장 민머린 등이 참가한 결투의 결과가 어찌되었는지를 궁금해 했다. 그 물음에 선우이치는 생각보다 싱겁게 상황이 종료되어 들을 만한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길태곤이 여락루를 뜨기 직전까지 긴장된 상황의 연속이었는데 허무하게 결론이 났다는 대답에 길태곤은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당시 현상금을 노리고 선우이치를 치러온 무사들이 중간에 개입한 민머린의 위세에 눌려 꼼짝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기만 할 뿐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때 그 장면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던 반백의 중년무사인 무혈패도 독고달이 그 장소를 향해 소리쳤다.

“발칙한 놈들, 모두 무릎을 꿇고 잘못한 짓에 대해 용서를 빌어라!”

그러나, 그 말을 한 이후에도 현상금 사냥꾼들이 민머린과 대치하던 검을 내리지 않고 대립하고 있자 불같이 뛰어 오르며 검을 휘둘렀다.

“타앗! 슉 ~”

독고달은 민머린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치하던 무사 세 명을 일 초식 만에 양단해 버렸다. 그 기세가 워낙 컸던지 나머지 무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애초에 무공의 격차가 있었던 싸움이었다. 나머지 무사들은 자칫 두 명의 고수를 상대한 후 또다시 선우이치를 쳐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랜 기간 강호에서 버티며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기회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었는데 지금이 딱 그 순간임을 느낀 무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민머린의 수하에 들어가길 원했다. 삼한 지역을 잘 아는 강호의 무사들을 수하로 거느리고자 했던 민머린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민머린은 그들을 수하로 거두겠다고 흔쾌히 말했고 무사들은 섬겨야할 주인인 민머린을 향해서 무릎을 꿇으며 복종할 것임을 맹세했다.


그렇게 갑자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모호해져 버린 선우이치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나는 이번 싸움과 관련하여 저들의 습격을 받아 반격하였을 뿐, 먼저 시비를 걸거나 이곳 주루를 훼손하기 위해 행패를 부린 것이 아니올시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므로 싸움은 이쯤에서 그만 두었으면 하오.”

선우이치는 민머린을 향해 싸움의 중단을 요청했다.

“저 무사들이 내 수하로 들어온 이상 건물 파괴에 따른 배상을 논하기가 애매해진 측면이 있다. 내 너의 입장을 이해하니 싸움은 여기서 종료한다!”

민머린이 선우이치의 제안을 수용하며 싸움은 끝이 났고 해산되었다고 했다. 어차피 현상금을 노렸던 무사들도 선우이치와 개인적인 은원(恩怨)관계는 전혀 없었으므로 씻어 내어야할 앙금도 없었다. 다만, 목숨을 건 싸움 이후 그들과 선우이치가 마주치는 건 볼 쌍 사나운 모양새가 될 수 있었다. 선우이치는 다음날 여락루를 떠나 근처에 있는 다른 주루로 옮겨 머물기 시작했으며 짧게 짧게 여러 곳의 주루를 전전했는데 그는 그저 마음이 가고 발길이 닿는 곳으로 정처 없이 거처를 옮겼다.


“자네의 실력은 누구 못지않게 강한 듯하군, 혹시 우리와 함께하며 큰일을 할 생각은 없는가? 자네가 평생 벌어도 만지지 못할 큰돈을 보장하지!”

싸움의 해산 이후 돌아서는 선우이치에게 민머린이 회유하며 제안한 말이었다. 지금껏 벌어진 여러 정황들로 미루어 그가 제안한 큰일이란 것은 아마도 탁왕자를 치는 일이었을 것이다.

“홀로 생활하며 자유분방하게 사는 인생에 큰 혹 하나를 얹는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의 큰일이라면 필시 큰 병이 날 것 같군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나는 계속 자유롭게 살고 싶소이다.”

선우이치는 민머린의 제안을 단 칼에 거절하였다고 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독고달이나 민머린의 수하에 들어가서 당시 선우이치를 공격한 현상금 사냥꾼들과 같은 정도의 무사 정도로 취급받으면서 소소하고 번거로운 일을 함께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우분방한 선우이치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히는 소스라치게 놀랄 꺼림칙한 제안이었다.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며 안락하게 살기 위해서 민머린 따위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하수의 무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줄 심산이 생긴 것도 그때였다. 선우이치는 의외로 기개가 높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무척 강한 사내였다. 그런 사내가 민머린의 수하로 들어가 탁왕자와 대척점에 섰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했다. 천만 다행이었으며 새삼 그의 기개가 세상을 향해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 보였다.


선우이치는 탁왕자와 함께 할 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 내용들을 들은 후에 흔쾌히 동참할 것을 승낙했다. 그즈음의 선우이치에게 세상은 의미 없는 세월들로 점철되어 흐르는 모순된 사회였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순응하며 그에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던히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했는데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정도를 걸으려는 사람들이 약자로 치부되는 현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려는 부조리한 현상에 대하여 거부감을 보이는 선우이치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서도 신선이 되는 비급을 빼앗으려고 혈안이 된 채 공격을 일삼는 위만왕은 파렴치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공략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는 것에 대하여 선우이치는 적극 공감했다.

무언가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실현하고자 하는 일을 행한 경험이 없던 선우이치가 의미 있는 사명의식을 느끼고 동참한 이유였다. 탁왕자의 제안은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을 조소하던 선우이치에게 그나마 마음을 녹여줄 묘약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선우이치는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힘을 공유할 길태곤과 조동일이 뿜어내는 내공의 순수하고 강한 흐름을 느끼고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들을 믿고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을 받은 것이다.


탁왕자 일행은 마한의 월지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천경보전>에 대한 소문이 또 다른 소문을 부르더니 사실과 과장이 혼재되어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지금, 어느 소문이 참된 진실인지 모를 정도로 혼란해진 현실이었다. 또한, 그 얘기들을 믿고 삼한으로 쳐들어올 준비를 하는 여러 세력들이 도처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들은 <천경보전>이 보관된 장소만 확인된다면 벌떼처럼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탁왕자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작은 몸짓이라도 긁어모아 힘을 만들고자 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인 삼한을 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현재까지 동참해준 고수들의 승낙으로 그 결실이 맺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탁왕자와 뜻을 함께한 모두의 바램이었다.

문득 이들 고수들과 함께하기 위해 공을 들인 노력과 그 과정에서의 위기 상황들을 반추하던 탁왕자에게 희미한 초승 달빛이 흘러내려 유난히도 푸른 밤하늘이 아스라이 다가왔다. 탁왕자의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배어 나왔다.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가 하지 않으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이 없는 외로운 일이었다. 어떤 일이든 책임지는 자는 고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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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환담 <2> +2 19.01.08 213 4 11쪽
42 환담 <1> 19.01.08 193 4 10쪽
41 연검의 여신 아랑비아 19.01.08 209 4 4쪽
» 귀환 19.01.08 223 4 9쪽
39 언월도의 달인 조동일<4> +2 19.01.06 326 4 24쪽
38 언월도의 달인 조동일<3> 19.01.03 236 4 10쪽
37 언월도의 달인 조동일<2> 19.01.03 243 4 12쪽
36 언월도의 달인 조동일<1> 19.01.02 260 4 15쪽
35 천하제일권 사마철<4> 19.01.01 266 4 11쪽
34 천하제일권 사마철<3> 18.12.31 255 4 18쪽
33 천하제일권 사마철<2> 18.12.29 260 4 22쪽
32 천하제일권 사마철<1> 18.12.28 293 4 11쪽
31 맹인 검객 선우이치<3> 18.12.27 302 4 18쪽
30 맹인 검객 선우이치<2> 18.12.27 273 4 20쪽
29 맹인 검객 선우이치<1> 18.12.26 280 4 13쪽
28 삼한제일검 길태곤 <3> 18.12.21 316 4 25쪽
27 삼한제일검 길태곤 <2> 18.12.20 317 4 21쪽
26 삼한제일검 길태곤 <1> +2 18.12.19 331 4 15쪽
25 신궁 아라방<5> 18.12.18 306 4 12쪽
24 신궁 아라방 <4> 18.12.17 309 4 13쪽
23 신궁 아라방 <3> 18.12.14 368 4 21쪽
22 신궁 아라방 <2> 18.12.14 376 4 12쪽
21 신궁 아라방 <1> 18.12.13 409 4 9쪽
20 검증의 요건 18.12.13 393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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