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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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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5.16 13: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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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추천수 :
0
글자수 :
44,390

작성
24.05.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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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대비

DUMMY

7화 대비


“무슨 생각을 그리하실까? 친히 이 땅에 강림하신 신의 아드님이시여.”


한참 고민을 하는 나에게 김용태가 침대에 걸터앉고는 내 가슴을 신성한 물건을 만지 듯이 쓰다듬었다.


별난 그의 행동보다 그의 몸에서 나는 신선한 향기가 나는 더 거슬렀다.


“뭐 하는 거야.”

“아멘.”

“손 안 떼.”

“아멘.”

“그만 좀 하지.”

“야, 세 번 정도는 해야 축복받을 거 아냐. 아멘.”

“뭔 개소리야?”


김용태가 손을 떼는 척하다가 급습하 듯 내 환자복 상의를 확 뜯었다.


그의 과감성에 일단 나도 모르게 가슴을 감추었다.


“그야말로 내가 묻고 싶다. 네 가슴.”

“...”

“하지만 나는 참겠어.”

“뭐래.”

“뭐긴,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는 몸인데, 궁금하지 않은 게 이상하지.”

“봤어?”


아니길 바랐다. 김용태와 오설아가 보지 않았다는데 조그만 가능성을 부여했으나.


그건 내 지나친 기대였다.


순순히 김용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생각이란 게 있어. 너랑 있으면서 이해 안 될 일이 한두 가지냐. 너의 미친 재력이며, 총알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그날에 나를 구했던 것도 그렇고. 꼭 이 병원에 보내달라는 너의 예전 부탁도. 비밀 이사장? 또 뭐 없냐? 에이, 난 모르고 살란다. 그래야 밥 얻어먹고 다니지.”

“...”

“근데, 무엇이 네 가슴을 갈랐길래 옷도 예리하게 잘랐냐.”

“잘려?”

“상표를 사선으로 그었던데. 이젠 입기 싫은가 봐. 큭큭.”

“그 옷 어딨어.”

“여기. 찾을 줄 알았지.”

“...”


이러면 더 정리가 안 된다. 혼란이 더 가중된다.


지금까지 내 능력은, 정신의 이동이었다.


설령 특이점으로 몸에 영향이 왔어도.


하나의 물질인 내 옷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영향을 받을 수 없는 각 시간의 소유물이다.


“내가 쓰러지는 상황 좀 자세히 설명해 줄래.”

“그럴 줄 알고 CCTV 자료를 확보했지.”


김용태가 대형 TV에 연결하는 사이에, 나는 능력을 사용해 과거의 장면을 허공에 띄웠다.


장면에 기록된 사건은 단순했다.


점을 보다가 나는 갑자기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 뒤로 병원에 하루 동안 누워있었다.


“튼다.”


김용태가 침대에 다시 걸터앉으려고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살짝 그의 엉덩이가 침대보에 닿는 그 순간.


퍽!


나는 냅다 살집이 많은 부분을 정확히 발로 찼다.


“아악!”


무방비로 얻어맞은 김용태가 속절없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너 미쳤어!”


김용태가 확 새빨개진 안색과 함께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을 쏘아 보냈다.


아니, 그건 내가 먼저 보낼 눈빛이었다.


“야, 이 새끼야. 내 돈으로 고기 처먹었냐!”


김용태의 붉은 안색이 더 화끈해졌다.


“어, 어떻게 알았어. 네 핸드폰 여기 있는데.”

“네 얼굴에 쓰여 있어.”


쓰여 있기보다는.


왜 용태의 과거가 보이지?


놀랍게도 김용태의 이마 위에 영화 필름 이미지가 펼쳐져 있었다.


혹시 시선이 겹쳐 내 것인가 확인했으나, 이 공간에 필름은 두 개였다.


내 눈앞에 하나.


그리고 침대 아래에 하나.


또 하나의 특이점이 발생한 것일까?


계속 연이어서 발생한 특이점이다.


불확실한 상황이 또 닥쳤다.


이건 나에게 어떤 신호일까. 득일까. 실일까.


지금 당장은 득이었다.


김용태의 과거 장면에서 간호사랑 시시덕거리며 고기를 잡수시는 현장을 발견했으니까.


“내 얼굴에 묻었어?”

“묻었겠냐. 다 핥아먹는 놈이. 몸에서 냄새나잖아.”

“냄새? 킁킁. 탈취제 뿌렸는데.”

“내가 개코다 자식아.”

“제길. 더 뿌릴걸. 근데 이거부터 짚고 넘어가자. 나는 공적 만남을 위한 자리였어. 일명, 비밀 유지를 받아내기 위한 그런 거.”

“참나, 여기 내 병원이야. 여기 담당하려면 비밀 유지부터 한다고. 이분들 연봉이 얼마인지 알아?”

“얼만데.”


나는 힘을 주어 길게 세 손가락을 펼쳤다.


“삼천?”

“내가 악덕 고용주냐. 3억이라고. 3억!”

“3억? 고작 너 하나에.”

“나 하나가 얼마짜린데. 아까 그랬지. 밥 얻어먹으려고, 모른 체 한다고. 저분들도 그래. 이 자식아.”

“그랬냐? 어쩐지 잘 이해하더라.”


슬며시 바닥에서 김용태가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는 앉은 즉시 발가락으로 그의 엉덩이를 찔렀다.


“앉지 마. 당장 나가서 돈 값해.”

“돈값? 내가 왜?”

“닥치고 해. 오늘 본 츄리닝 남자, 조사해. 싹 다. 너 정보 수집이 특기잖아.”

“왜? 그 옷도 찢으려고?”

“그냥 해. 중요하니까.”

“알았어. 하겠는데, 돈을 줘야지.”

“500만 원 드신 걸로 아는데.”

“그건 저녁 활동비고. 이거는 조사비.”

“참 뻔뻔하다.”

“안 그러면, 대범하게 고기를 먹었겠냐. 이 카드 쓴다.”

“...”


계획대로 얻어 낼 걸 얻었는지 후다닥, 김용태가 나갔다. 왠지 발걸음이 신이 나 보였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점점 심란했다. 강한 바람 같던 혼란이 태풍으로 커진 것만 같았다.


이거 붙인 것 같은데.


자세히 두 장면을 비교했더니.


TV 영상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나.


내 필름에서 편집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내가 쓰러지기 직전, 정확히 오설아를 보고 놀라며 말하는 그 순간의 전후.


가운데 장면만 오려내고 앞뒤를 다시 붙인 것 같았다.


...


...


...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지점에 왔다.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건가.


내가 극도로 민감한 불확실성이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타인의 과거를 보는 능력과 함께 편집한 필름의 형태.


찢어진 내 옷과 연관된 또 다른 세상 같은 과거 경험.


마지막으로 나의 불변 상수.


불확실성 그 자체인 내 능력.


“더 확실히 대비해야 해.”


어떤 짓을 해서라도.


나는 옷장에서 청바지와 흰 티를 꺼내 입고, 검은 야구 모자를 눌러썼다.


드르륵.


병실 문을 열었다. 넓은 복도 한쪽에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저벅저벅.


내가 지나가도 아무도 나를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서 간호사도 그랬다.


“홍대요.”


강변북로를 타고 가는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야밤의 한강 공원.


“자주 갔었지.”


딸아이의 체력을 소진하려고 아내와 산책을 자주 나섰다.


그때마다 산책하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딸아이였다.


눈에 아른거린다.


언제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도착했습니다.”


홍대 거리에 내린 나는 한 클럽에 들어갔다.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는 젊은 남녀들.


나는 그들을 뚫고, 복도 맨 끝에 있는 룸으로 걸어갔다.


“들어가시죠.”


문 앞에 있는 검은 정장 사내가 문을 열어주었다.


하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있는 거라곤, 벽 한쪽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하나뿐인 버튼을 누르고 지하로 내려갔다.


띵.


문이 열리며.


“형님, 오셨습니까.”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나를 기다린 듯 문 앞에서 내게 인사를 올렸다.


“오셨습니까, 형님!”


뒤이어 좌우 일렬종대로 선 덩치들이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나는 허리를 숙인 남성의 수염을 잡아당겼다.


“다들 하던 일 해. 근데 형수야. 수염 깎으라고 했지.”

“아, 아! 죄송합니다. 이건 제 자존심이라.”

“그래? 그럼 길러. 자존심은 지켜줘야지. 아무튼 저놈, 잘 감시하고 있지?”

“네, 형님 말대로 잔머리가 상당하던데요.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만 합니다.”

“그럴 땐 그냥 패. 쟨 그게 정답이야.”

“그러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 나에게 칼침을 놓은 조직이었다.


미래에서 얻은 능력을 이들에게 시험했다.


매일매일 찾아가 그들을 아작 냈고, 그 결과 나를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형님! 부탁하신 거 다 만들었어요. 이제 밖에서 놀다 올 수 있죠? 음악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덩치들 끝에서, 빨간 가운을 입은 사내가 손을 흔들었다.


곧 해맑게 웃으며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주변에 있는 덩치들을 일부러 밀치며 느릿느릿 걸어왔다.


자존감이 꽤 높은 듯, 그의 가운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자]


“박자.”

“네, 형님.”


탁! 머리를 세게 쳤다.


“누가 네 형님이야. 난 양아치 안 키워.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많잖아.”

“아이, 왜 이러세요. 돈 많으면 무조건 형님이죠. 이번에도 많이 주실 거죠?”

“하는 거 봐서.”

“에이, 지난번에는 제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그 자식이 여자 앞에서 나를 무시해서.”

“그래서 눈깔을 찔러?”

“아니에요. 그냥 스친 정도?”

“스친 게 실명이냐.”

“그건 걔가 눈이 나쁜 거고. 암튼 여기 물건 대령합니다.”


이틀 전, 물건을 완성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며칠 박자를 애타게 하고 싶었으나, 때마침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온 것이다.


“여기, 어디에 뒀는데.”


박자가 가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빼며 바닥에 던졌다.


여러 잡동사니가 떨어지며 묵색의 지포 라이터도 함께 떨어졌다.


“여기 있다.”


팅. 철컥.


팅. 철컥.


신이 나게 지포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는 박자였다.


“정신 사나워. 보여주기나 해.”

“네, 형님. 야, 너 이리 와 봐.”


박자가 건방진 억양으로 덩치 한 명을 불렀다. 어디서 싸웠는지 얼굴에 상처가 많았다.


“담배 있지? 줘 봐.”

“담배? 여기 금연이다.”

“안 꺼내면 후회할 텐데.”

“형님 왔다고 까불면 혼난다.”

“그래? 이걸 확!”


급발진하 듯 박자가 지포 라이터를 꽉 쥐며 손을 아래서 위로 휘둘렀다.


휘익.


“음.”


놀랍게도 덩치의 목 아래 손도끼가 당도했다.


“봤죠?”


스윽.


일부러 박자가 도끼날을 밀어 넣었다. 피가 날을 타고 흘러나왔다.


“너 앞으로 내 몸에 손 댈 생각하지 마. 아무리 형님이 명령했다고, 다리까지 부러뜨리면 안 되지. 이러면 춤을 못 추잖아.”

“...”

“대답해. 이 돼지 새끼야.”

“싫은데. 남은 다리도 부러뜨릴거야. 형님 가면은.”


덩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명령만 하면 앞으로 목을 내밀 것 같은 기세였다.


“박자야. 그거 나 줄래.”

“네?”

“죽기 싫으면 줘.”

“...네.”


박자가 원래 모양인 지포 라이터로 바꾸고 나에게 주었다.


“사용법은?”

“제 지문과 형님 지문을 등록했어요. 방식은 이미지를 떠올리면 됩니다.”

“그래?”


나는 그 즉시 덩치에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푹!


그의 심장을 찔렀다.


“내가 패라고 했지, 부러뜨리라고 안 했는데. 아직도 깡패 본성을 버리지 못했네.”

“큭, 끄으윽.”


칼을 비틀었다.


덩치가 억울한 듯 노려보며 천천히 손을 올렸다.


“왜 당신이 나를...”

“형님!”

“박형수, 넌 가만히 있어. 너도 죽고 싶지 않으면.”


박형수는 나를 두려워한다.


한 번은 나를 때리라고 가만히 서 있었다. 칼잡이 박형수가 칼을 들어, 내 온몸을 난도질했다.


스각! 푹!


어떤 방식으로 해도 흠집 하나 안 났다.


“누구야, 당신...”


박형수가 칼을 떨어뜨리며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 무릎에 칼을 꽂고 말했다.


“앞으로 내 말 안 들으면, 네 심장에 꽂을 거야.”

“크윽, 깊이 받들겠습니다.”


박형수가 내 눈짓을 알아챘다.


“형수, 가만히 있어라.”

“네, 형님.”


다시 한번 칼을 비틀자, 덩치가 올리던 손을 내리며 하체에 힘이 풀린 듯 맥을 못 추고 쓰러졌다.


그때 재빠르게 칼을 빼어 박형수 뒤에 있는 놈에게 던졌다.


쉬이익!


박형수의 머리를 스치며 창으로 변한 무기.


푹!


그 덩치의 심장에 꽂히며 그를 넘어뜨렸다.


“형수야, 너희 패거리 물갈이해야겠다.”

“누구를요?”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새끼들.”

“네?”


내 말을 끝으로 무리 가운데 네 명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슬슬 피어올랐다.


“누가 담배를 피워? 형님, 비흡연자인 거 몰라!”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은 서서히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이번에도 오설아의 말이 맞았다.


죽는다는 그 말에, 단 한 번 추가로 덧붙인 말이 있었다.


오설아가 흠칫 놀라며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봤다.


“왜 다른 사람의 심장을 마구 찌르세요? 살인자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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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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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붉은 눈 24.05.16 3 0 13쪽
» 7화 대비 24.05.15 4 0 12쪽
6 6화 다른 과거 24.05.14 7 0 13쪽
5 5화 츄리닝 남자 24.05.13 5 0 12쪽
4 4화 김치찌개(2) 24.05.10 7 0 12쪽
3 3화 김치찌개(1) 24.05.09 8 0 12쪽
2 2화 두 번의 과거 회귀 24.05.08 13 0 12쪽
1 1화 버려진 과거 24.05.08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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