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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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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5.16 13: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66
추천수 :
0
글자수 :
44,390

작성
24.05.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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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츄리닝 남자

DUMMY

5화 츄리닝 남자


내 나이 27살, 지금이 2010년 9월이 정확히 맞는지 헛갈린다.


“그걸 어떻게...”


나는 오설아의 의구심에 찬 물음에 기꺼이 답하지 못했다. 아니, 그럴 정신이 없었다.


“왜 여기에...”


쿠웅.


곧장 상체가 뒤로 젖혀지며 맥없이 뒤로 고꾸라졌다.


“꺄악!”


오설아가 비명을 질렀다.


넘어지는 찰나에 내가 본능적으로 오설아의 손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의도치 않게 내게 이끌린 오설아가 내 몸을 덮치고 말았다.


발그레해진 얼굴로 오설아가 황급히 일어났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하지만 그 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떤 미끈거리는 감촉에 자기 손에 묻을 것을 확인하고는 기절초풍하 듯 손을 떨었다.


“아, 아. 내 손에.”

“이담, 너 왜 그래?”


김용태가 간이 의자를 박차고 쓰러진 나를 살폈다.


내 가슴에서 지금 있어서는 안 될 것을 잘못 본 것처럼 김용태의 눈동자가 크게 진동했다.


“피?”


나는 그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지만.


지금 극한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도저히 정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끄아아악!”


고통의 세기가 1부터 10까지 있다면, 이건 처음부터 10이었다.


보글보글.


“이담!”


“이담!”


“이담!”


...


...


힘겹게 눈을 떴을 때, 내가 누워 있는 곳은 찬 바닥이 아닌 푹식한 침대였다.


"여긴."


내가 비밀리 소유한 병원의 특실이었다. 특별한 상황 발생 시 내가 거주할 장소로 마련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마침,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작은 거울이 놓여 있었다.


상체를 일으켜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봤다.


“누구지?”


지금 얼핏 기억하는 건, 오설아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인데.


똑같아.


똑같아.


수십 번의 같은 답변.


내가 죽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오설아의 말 한마디가 괜히 불쾌했다.


내가 좀 민감한 걸까.


설령 재미로 보는 5만 원짜리 점괘라 할지라도.


죽음, 그 단어는 처음 들어도 여러 번 들어도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불확실한 미래.


아직도 그것에 대처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했다.


이제는 내 기억 속에만 남은 것 같은 미래를 향해 가는 나에게 ‘조금 있다가’ 라는 ‘죽음’은 절대로 가당치 않았다.


칼?


내가 그런 것에 찔린다고?


항상 같은 답변이 나온다고 그게 진리일 수 없다. 그게 저잣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점이라도, 무턱대고 그렇게 나와서는 안 되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이제는 상황을 달리할 때이다.


의도적으로 같은 시간, 같은 냄새, 같은 표정을 기억하며 한 장면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조건이 달라지면, 대답도 달라지리라.


김치찌개 집 앞에서 노닥거리지 않고.


김용태보다 먼저 점쟁이를 찾고.


점도 내가 먼저 본다.


“대신, 문 열었는지만 확인해 볼게. 천천히 와.”


식당 골목길로 들어가기 전, 김용태가 김치찌개 먹기 싫다고 투덜대는 그 상황으로 돌아갔다.


너무 징징거려 기억 속에서 생생했다.


일부러 김용태를 쳐다도 안 보고 말했다.


그리고 다다다다.


나는 빠른 걸음에서 달음박질로 전환했다.


“응?”


저기서도?


다다다다.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반대편에서 어떤 사람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맞다. 쟤가 있었지.


이 과거 장면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 회색 츄리닝 20대 남성.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과거에는 마스크를 썼고.


달려오는 남성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점?


그때 눈빛은 호기심과 우월감이었는데, 저건.


나는 급정거하 듯 도중에 멈춰 섰다.


먼저 목깃을 올리...


“죽어!”


갑작스러운 남성의 외침에 급하게 목깃에서 손을 뗐다.


나를 보며 말했는데, 내가 맞나 싶었다.


내 뒤도, 내 옆도 확인했으나, 아무도 없다.


오로지 나 밖에.


다다다다!


여전히 달려오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탁!!


이러다 충돌할 것 같은 지점에서 지면을 세차게 밟더니 크게 점프하며 내게 주먹을 내질렀다.


“죽어!”


허공에 뜬 그의 주먹이 매섭게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피식.


동체 시력만큼은 충분하게 단련했다. 이제는 초 단위보다 더 미세한 시간의 단위로 끌어올렸다.


나는 차분하게 상체만 틀어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회피했다.


“당신 뭐야.”

“죽어!”


공격에 실패한 남성이 몸을 돌려 자세를 잡고는 곧바로 내게 쇄도했다.


하나 이번에도 뻔한 주먹을 날린다. 이미 그의 스텝을 확인한 나는 손쉽게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팍!


민첩하게 그의 등을 밀치며 최대한 멀리 떨어뜨렸다.


“당신 미쳤어? 같은 옷 입었다고 죽일 것까지야. 내 것도 진퉁이야.”

“죽어!”


그 남성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죽어!”


계속 그 말만 외쳤다.


다만 이번에는 덤비지 않고 천천히 한 걸음 내디뎠다.


“거기까지만 해. 나도 안 참을 거야.”


슬쩍 눈을 돌려 CCTV가 있는지 확인했다.


한 대가 보인다.


“죽어!”


두 번째 발걸음을 옮기는 남성이었다. 그런데 남성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떤 확신이 있어 보였다.


그건 눈앞에 마주한 자를 반드시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본능적 살의, 그것이었다.


“죽어!”


세 번째 걸을 때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조건 인정해야 했다.


저 사람, 진심으로 나를 죽이고 싶어 한다.


스윽.


가볍게 주먹을 쥐어 올렸다.


딱 한 대만 치자.


“와, 이 새끼야.”


퍼억!


세게도 쳤다. 그 한 대가 나일 줄 몰랐다.


“커헉!”


복부를 강타당해 상체를 수그린 나는 눈을 치켜올려 남성을 노려봤다.


“죽어!”


위에서 진짜 죽일 듯이 나를 쳐다보는 남성이었다.


퍽!


수직으로 내려찍는 남성의 펀치에 얼굴이 돌아갔다.


“큭!”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전만 해도 이런 스피드가 아니었는데.


5초 전.


“죽어!”


네 번째 걸음에 남성의 마스크를 뚫고 하얀 연기가 새어 나왔다.


연기라고?


그걸로 끝이 아니라, 급성 출혈 결막염에 걸린 듯 검은 눈동자 주변이 금세 붉어졌다.


진하다.


그 때문에 검은 눈동자 색이 상당히 고혹적이었다.


거의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의 눈을 보는 것 같았다.


다시 퍼억!


뒤로 몸을 날려 자세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내 동작을 예측한 듯 벌써 이 녀석의 발이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큭!”


정말 빠르다. 근데 뭐지?


단순한 발차기인데 이상한 열감이 느껴졌다.


맞은 부위를 살폈다.


“윽.”


왼쪽 옆구리를 중심으로 검게 옷이 타들어 갔다.


나는 급한 대로 불을 털었다.


“너, 누구야?”


녀석의 오른발 주위에서 스멀스멀 열기가 솟구쳤다. 비슷한 이미지로 서서히 타오르는 화염을 보는 듯 했다.


하나 그걸 유심히 볼 여유가 내게 없었다.


녀석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내가 상대를 놓쳤다고?


그럴 리가.


푹!!


“...”


어느날, 특이점이 왔다.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까지 전이되었다.


“이것도 돼?”


신체 훈련 성과가 온전히 과거 몸에 나타났다. 단순한 지식 전수가 아니었다.


실제로 근육이 활기 있게 변화하고 있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항목별로 따지면, 체력, 근력, 민첩성이 증가했다. 당연히 지적 능력은 높은 수준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여러 번 실험 결과, 가장 최고로 전이되는 시점을 찾았다. 운 좋게도 내가 과거 회귀의 마지노선으로 잡은 해였다.


2003년 갓 20살이 되던 해.


신체 능력을 각성하기에 최적의 몸이었고.


새롭게 인생을 살기에 최고의 출발점이었다.


20살 이전의 회귀는 여러모로 제약이 컸다.


가령, 로또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법적 연령 제한에 걸렸다.


그렇게 하나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했는데.


보통 사람의 신체 능력의 4배를 가진 나를 압도적으로 몰아붙이는 저자는 도대체 누굴까.


어떤 미래에서도 본 적이 없는 유형의 인간이다.


아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푹!!


“으아악!”


가슴이 찔렸다. 가슴에 손이 들어오기 전까지 어떤 무기도 들지 않았다.


더 특별한 능력으로 현대의 총알로는 뚫지 못하는 피부를 소유했고.


그 덕분에 용태를 전장에서 구했는데.


어두운 미래에서 가져온 내 강화된 피부를 뚫는 녀석의 무기가 무엇일까.


“죽어!”


다행히도 그 무기가 깊게 박히지 않았다. 녀석이 빠르게 무기를 뺐다.


손톱이라고?


단검 정도 길이의 긴 손톱에서 푸른 기운이 발하고 있었다.


다시 푸욱!


조금 전보다 1cm 더 들어간 듯 했다. 내가 힘을 주어 녀석의 팔목을 붙잡고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덕분이다


하지만.


“크아악!”


손톱에서도 열기가 나는지, 피부가 타들어 가는 통증이 함께했다.


푸욱.


조금만 더 들어가면, 심장에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걸 봐서 나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그때 주마등처럼 점쟁이의 말이 떠올랐다.


"조금 있다가"


"...죽어요. 당신."


"그것도."


점쟁이가 말한 대로.


칼은 아니지만, 내가 찔려 죽는 건가?


하하하.


내가 죽는 생각을 한다니, 정말 오랜만이다.


간만에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더 나아가지 못했다.


내 안에서 불현듯 하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죽여.]


담담히 말하는 그 말에, 심장이 느리게 움직이며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죽여!]


반대로 강하게 외치는 소리에, 심장이 수십 배로 빠르게 박동하는 것 같았다.


죽이라고?


왜인지 모르지만, 그 말을 따라야만 내 심장이 제대로 작동할 것 같았다.


이걸 승낙하지 않으면, 차게 식거나 뜨겁게 터지겠지.


훗.


생각할 필요가 있나.


누군지 모르지만.


그러라고 해.


나는 심장이 고장 나도.


무조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죽이고, 먹어!!!]


두 눈을 부릅뜨고 상대방의 눈을 봤다.


“끄윽.”


저절로 나오는 신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 눈빛만은 강력하게 주장했다.


내가, 너의 눈을 본다.


너는, 내 눈을 봐라.


그리고 이 순간을 꼭 기억해라.


내가 너를 죽인 자라고.


그것도 내 의지로.


“죽어, 이 새끼야!”


내 부르짖음에, 녀석이 두 눈을 번뜩였다.


그런데 눈매가...


하지만 제대로 그걸 볼 새도 없이.


“죽어!”


나는 녀석이 힘을 더 주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심장을 찌르는 힘을 이용하자.


꾸욱!


이때다!


그 즉시 이를 꽉 깨물고 녀석의 팔목을 단번에 끌어당겼다.

 

찌이이익.


"으아아악!"


심장에 도착하기 전 대각선으로 조금씩 가슴을 베는 손톱의 앞날.


내 가슴은 점점 열리고, 피가 왈칵 쏟아지든 말든, 나는 온 힘을 다해 남성의 팔목을 꺾고 찌르는 힘을 역으로 이용해 그대로 심장으로 직진했다.


푹!!!


쿠웅!


우리 두 사람은 그걸 끝으로 서로를 보지 않았다.


나는 땅을 향해 고꾸라졌고, 그는 하늘을 향해 쓰러졌다.


일어나지 마라.


저벅. 저벅.


때마침 또렷이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이제 오냐, 용태야.


반가웠으나, 핏물이 입에 고여 말을 할 수 없었다.


"...?"


그런데 김용태가 아니었다. 그의 운동화는 검은색 계열이었고.


지금 앞에 있는 건, 하얀 백구두.


예측을 빗나간 돌발 상황에, 나는 즉사한 듯 숨을 죽였다.


스윽.


그가 나를 본 것 같았다.


곧 나를 뒤로하고는 백구두가 쓰러진 남성의 마스크를 벗겼다.


안타깝게도 내 각도에서 남성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어부지리인가? 둘 다 내가 먹으면 되겠네. 큭큭.”


백구두 목소리가 이상했다.


정체를 더 알고 싶으나, 나는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때 쓰러진 남성의 가슴에서 붉은 섬광과 함께 화염이 터져 나와 우리 모두를 덮쳤기 때문이다.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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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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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붉은 눈 24.05.16 3 0 13쪽
7 7화 대비 24.05.15 4 0 12쪽
6 6화 다른 과거 24.05.14 7 0 13쪽
» 5화 츄리닝 남자 24.05.13 5 0 12쪽
4 4화 김치찌개(2) 24.05.10 7 0 12쪽
3 3화 김치찌개(1) 24.05.09 8 0 12쪽
2 2화 두 번의 과거 회귀 24.05.08 13 0 12쪽
1 1화 버려진 과거 24.05.08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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