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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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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5.16 13: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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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90

작성
24.05.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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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화 다른 과거

DUMMY

6화 다른 과거


내 나이 99살, 2083년 7월은 초고도 과학 기술의 진보와 다르게, 내게 너무 어두웠다.


“유전자를 재배열하면 되는 겁니까? 박수 수석 연구원.”


내가 소유한 기업 산하 연구 기관에 있는 유전공학 수석 연구원에게 물었다.


스물 초반의 여성으로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으, 박 수석이라고 불러주세요. 아빠는 왜 내 이름을 ‘수’라고 지어서.”

“하하, 그래요. 박 수석.”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론상 틀림없어요.”

“이론상이라. 확률로 따지면, 음, 참고로 저는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확률이요? 그건 모르겠는데요.”

“모른다니요?”

“대충 말하면, 0% 아니면 100%가 아닐까요? 헤헤.”

“진심인가요? 박수 수석 연구원.”


박 수석은 얼굴색 하나 흩트리지 않았다. 그러다 코를 찡긋하며 말했다.


“박 수석이요. 이담 회장님.”

“알겠어요. 박 수석. 성격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그게 맞는 말이죠?”

“어머, 아빠에 비하면 저는 갓난아이죠.”

“아버지라면.”

“잘 모를 거예요. 죽었으니까요.”

“미안해요.”

“나이가 많았아요. 저 정말 늦둥이인 거 아시죠.”

“그것도 몰랐어요. 제가 타인에게 관심을 잘 주지 않아서.”

“그럼, 이번 기회에서 알아보세요. 회장님이 말씀하신 과거 회귀가 가능하면, 만날 수 있겠죠. 아닌가요?”


나는 박 수석의 눈을 들여다봤다.


“아직도 못 믿나 보죠.”

“믿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 회장님이 과거에 가셔서 아빠를 만나 살짝 귓뜸만 하면, 지금 제가 믿고 있을 수 있겠죠. 이게 맞나?”

“맞고 안 맞고를 떠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내 선택과 달리 미래는 불규칙하게 변하니까요.”


이번에도 아내와 딸아이를 만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든, 인위적이든, 어떤 방식을 선택해도 우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지친다.”


너무 지쳤고, 어떤 선택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미래에 해답이 있을 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린 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한 것도 선택이니까.


“애매하게 답변을 피하시네요. 그런데 회장님의 말씀이 100% 맞다면, 저는 제 확률을 100%라고 답변할 거예요.”

“그렇군요. 저는 100%입니다.”

“저도 100%. 헤헤.”


과거는 항상 100%가 맞았다. 과거는 변하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변하는 건, 과거에 존재한 나였다.


“그냥 묻는 겁니다. 과거를 갈 수 있다고 봅니까? 과학적 소견으로?”

“시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여부가 정해질 것 같아요.”

“어떻게 정의하죠?”

“안 해요.”

“네?”

“전 유전공학자이지, 신이 아니니까요.”


신이라. 시간의 영역을 인간의 범주로 넣을 수 없다는 건가. 이렇게 과학이 발전해도.


“저는 신인가 보군요?”

“신 맞죠. 제 연봉을 미친 듯이 주니까요. 헤헤.”

“더 줄 수 있습니다. 성공만 한다면.”

“노노. 더 주지 마세요. 지금도 넘쳐 흘러요. 대신 다른 것을.”

“다른 것이라면?”

“진짜로 과거로 가신다면, 제 아버지를 만나주세요. 그리고 제발 정신 차리라고 존나게 패고 투자해 주세요.”

“음, 패는 건 할 수 있는데, 투자까지는 어렵겠는데요. 그건 타인의 운명에 개입하는 거라.”

“그런가요?”


박 수석이 조금 더 고민했다. 음, 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연구 실험실 안에는 최첨단 기계가 즐비했고.


비어 있는 수십 개의 실험용 테이블이 있었다.


“현실적인 걸 말하세요.”

“아무리 봐도, 이게 제일 현실적인 것 같은데. 그냥 해주세요. 혹시 모르죠. 아버지가 저보다 더 큰 업적을 이룰지 모르잖아요. 아냐, 내가 더 잘할지도 몰라.”

“...”

“에이, 그냥 해주세요. 그런 걸로 알고, 저는 연구에 매진할게요.”

“하하, 못 말리겠네요. 대신 이른 시일 내에 결과를 기다리죠. 그럼 전 이만.”

“잠깐만요.”


푹.


“회장님 피가 더 필요해요. 전에 준 걸로 모자라서. 헤헤.”

“다음부터는 미리 말하고 놔주세요.”

“넹.”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1년이란 기간 동안 나는 내 수많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었다. 어떤 게 진짜 과거인지 의문이 들었다.


“죄송해요. 1년 너무 길었죠? 제가 도중에 남친하고 헤어져서. 잠시 정신을...”

“그래서 제가 그놈에게 따로 벌을 주었습니다. 괜찮죠?”

“회장님, 최고! 얼마나 내 돈을 빨아먹는지. 아, 이게 먼저가 아니니. 100% 성공입니당.”

“진짜 100% 맞죠?”

“네, 완전하게 맞아요.”


실험실에는 젊었을 적 나와 똑같은 내가 서 있다.

 

[C-10241]  


10241번이면 그 앞에 만 명은 복제했다는 건데.


직접 나를 대면한다는 것이 참으로 오묘했다.


“회장님, 우리에게 생명 윤리 따위는 없어요.”

“알고 한 거 아닌가요.”

“그래도 제 마음이 좀 그래서. 확실하게 인간답게는 복제하지 않은 거 아시죠?”


선택적 복제였다. 정신을 제외하고 신체 조건만 완벽하게 만들었다.


정신과 육체의 분리. 생명이 있지만 생명이 없다.


“그게 가능한가요?”

“이론적으로, 아니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어떻게 했는지 알려줄까요?”

“그건 다른 날에 만나서 하고, 지금은 이것부터.”

“넹.”


탕! 탕!


박 수석은 거리낌이 없었다. 젊은 나를 향해 총을 쐈다.

 

하나는 머리, 다른 하나는 심장.

 

“제가 하도 많이 쏴서, 명사수가 됐습니당.”

“정말이군요.”


구식 총알이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전혀 타격감을 입지 않은 것처럼 생채기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전에 말했다시피, 피부가 강철판처럼 단단해졌어요. 음, 방탄 피부라고 해야 하나. 알아서 명칭 정하시고. 그리고.”


박 수석이 복제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칼 하나 휘두를 수 있는 거리에서 허리에 찬 삼단봉을 펼쳤다.


삼단봉에서 돌연 푸른 빛이 흘러나와 날카로운 형상을 이루었다.


“이건 제가 만든 작품이죠. 저 박사 학위 5개인 거 아시죠?”

“그건 뭐죠?”

“유일하게 이 피부를 벨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박 수석이 해맑게 웃었다.


부웅!


괜히 내가 아픈 것 같았다.


하나.


나는 사선으로 갈라진 복제 인간의 몸을 경이롭게 봤다.


보글보글.


거품 소리가 들리며 잘린 피부 세포가 서로의 자리를 찾아가며 원상태로 몸을 돌려놓았다.


“보너스로, 자가 치유까지 넣어드렸죠. 어떻게든 살려고 생존하려는 세포 녀석들이죠. 대신 치유 과정의 고통이 따라요. 죽을 정도의 고통까지는 아니에요. 맞나? 그냥 알아서 견디세요. 이 정도면 불확실성 따위 겁나지 않겠죠? 헤헤.”

“...”


역시 미래는 예측 불가능이었다. 인간의 한계는 현재가 만든 거지, 미래 앞에서는 제한이 없었다.


과거에 몸 사린다고, 행동하던 때가 스쳐 지나간다.


내 운명이 너무 버거워,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풀었다.

 

건들기만 해라.


내 어깨를 친 누군가에게 시비를 걸었다. 하필 조직 녀석들일 줄이야.


떼거리로 덤비는 바람에 죽다 살아났다. 칼빵을 수십 군데를 당했다. 겨우 의식을 붙잡고 그날 아침으로 돌아갔다.


그놈들 다 때려눕히라는 계시인가.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얻었다.

 

“또 있어요. 신체 부위가 잘라지면 바로 붙이세요. 이렇게요.”

“아니, 거기까지.”

“왜요. 이게 진짜 백미인데.”

“그냥 거기까지.”


차마 이거까지 내 눈으로 보고 싶지도 않았다.


혹여 그런 상황이 오겠나 싶었다.


박 수석은 흥미를 잃은 듯 삼단봉을 확 접었다.


“나중에 해야지. 아, 또 있다.”

“뭐죠?”

“그에 걸맞은 신체 능력까지 향상했죠. 보통 사람의 4배 정도?”

“하, 괴물이 된 건가요?”

“괴물이요. 저 유전공학자예요.”

“그럼, 초인간?”

“에이, 그보다 더 근원적인. 음... 최초의 인간! 이렇게 명명하는 게 가장 제일 비슷할 것 같네요.”

“최초의 인간이요?”

“아우야. 그런 반응하지 마세요. 그냥 제 개인적 소견이에요. 태초 인간은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제가 알기로 박 수석은 근거 없이 말하지는 않는데, 뭔가 발견한 모양이죠?”

“역시, 회장님은 절 잘 아시네요.”

“잘 알아야죠. 그래야 아빠를 대처할 수 있죠.”

“헤헤. 제 부탁 잊지 않았네요.”

“전, 잊지 않는 게 특기입니다.”


박 수석이 허공에 영상 하나를 띄었다.


DNA 유전자 입체 모형이었다.


그 아래에 진한 글씨체로 원본이 아닌 불완전한, 나눠진, 유사, 복제 등등이라고 쓰여 있었다.


“왠지, 각 사람의 고유 유전자 자체가 어떤 원본에서 나온 것 같아서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똑같은 다른 표본만 있으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게 없네요. 헤헤.”

“그렇죠. 같은 존재는 둘이 될 수 없으니까요.”

“커렉트(correct).”

“굿. 이제 전 어떻게 하면 되죠?”

“간단합니다.”


푹!


“으응, 왜 이러지.”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처음 보는 간호사가 내 팔에 주사를 놓고 있었다.


“제대로 전달 받지 않았나 보네요.”

“어머, 깨어났네요. 죄송해요. 자꾸 바늘이 안 들어가져서요.”

“제 말의 의미를 모르시나 보네요.”

“환자분,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래 봬도.”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김용태와 한 간호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기며 들어왔다.


“일어났냐.”

“그래.”

“그래? 나는 한숨도 못 자고 걱정했는데, 속 편하게 그래라니.”


내가 볼 때 김용태의 얼굴에서 기름이 쫙쫙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이 자슥아.”

“환자분, 움직이지 마세요. 그러다.”


아직도 주사를 놓으려고 시도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냥 놔두기로 했다.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서 간호사.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네? 주사를 놓으려고.”

“주사요? 누가요?”

“차트에 쓰여 있길래.”

“하아, 그만하고 나오세요.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서 간호사가 오늘 처음이라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따끔하게.”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천천히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서 간호사, 저 좀 따라오세요.” 


그 둘이 나갔다. 이제 거긴 교통 정리가 잘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혼란스럽다.


잠시 눈을 붙인 건, 이상하게 정리되지 않은 과거의 시간 순서였다.


시간상으로 맞지 않았어.


나는 더 과거를 가서 아직 오설아를 만나지 않는 시점이었다.


거기서 만난 건, 괴이한 녀석뿐이었고.


오설아는 골목길에 보이지도 않았다.


김용태가 그 상황에 나를 도와주지 않는 걸 봐서, 골목길에 애초에 안 들어왔을 수도 있다.


그놈 성격상, 정말 천천히 올 생각이 없을 녀석이다.


여기까지 상황은 불확실한 미래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새로운 세상에 갔다 온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불확실성이지만.


하나, 분명 내 의지는 특정 이미지로 향했다.


비록 김치까지 말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점심을 먹지 않았으니, 아침이란 시간에 정확히 나는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내 기억에 그 말을 하고 쓰러졌다.


당황스럽게도 오설아의 답변을 바꾸기 위해 회귀를 결정한 시간으로 돌아갔다.


이 부분이 바로 문제의 지점이었다.


오설아와 김용태가 함께 있는 장면은 절대로 내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었다.


과거로 회귀한 순간부터 버려진 과거가 되어야 했다.


시간의 오류가 발생했다.


아니면.


단순하게, 버려진 과거로도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건데.


설마 했지만.


그건 눈을 뜨자마자 이미 시도했다.


벚꽃이 만개한 그날을 기억하며 과거를 열었지만, 그날은 열리지 않았다.


여전히 내 기억에만 있을 뿐이다.


의문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하, 죽을 정도의 고통이 아니라고?” 


처음으로 자가 치유를 경험했다.


혹시나 했는데, 벌어진 상처보다 아무는 과정이 더 끔찍했고.


그게 회귀한 과거의 육체에도 이어질 줄 몰랐다.


자가 치유가 진행 중이었다.


또 다른 특이점인가.


신체 능력이 전이되면서 부상도 전이된 건가.


이 신체로 이 정도까지 다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아니면.


과거의 충격적 경험이 정신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그 정신이 지금의 현실과 혼동하여 신체에 영향을 준 걸지도 모른다.


...


...


...


도대체 나는 어떤 과거에 간 것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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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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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붉은 눈 24.05.16 2 0 13쪽
7 7화 대비 24.05.15 3 0 12쪽
» 6화 다른 과거 24.05.14 6 0 13쪽
5 5화 츄리닝 남자 24.05.13 5 0 12쪽
4 4화 김치찌개(2) 24.05.10 6 0 12쪽
3 3화 김치찌개(1) 24.05.09 7 0 12쪽
2 2화 두 번의 과거 회귀 24.05.08 12 0 12쪽
1 1화 버려진 과거 24.05.08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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