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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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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프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5.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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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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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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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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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버려진 과거

DUMMY

1화 버려진 과거


내 나이 27살, 2010년 9월은 정신없었다.


두 눈을 다시 떴을 때.


파르르, 왼쪽 눈가의 근육이 떨렸다.


눈 밑을 만져보니, 손끝에 닿은 느낌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무슨 일이지.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수없이 과거로 회귀했어도, 능력을 사용하는 왼쪽 눈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혹시.


황급히 정신을 집중시켜 하나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 즉시 촤라라락, 눈 앞에 펼쳐진 영화 필름 이미지들.


허공에 있는 수많은 장면 중에서 방금 회상한 장면이 밝게 빛났다.


아침에 물에 밥 말아 김치찌개를 먹는 내가 보인다.


나는 그 장면을 지나 오른쪽 끝에 있는 장면을 주시했다.


여전히 그 끝에는 현시점만 있을 뿐, 이전에 경험한 미래의 사건들은 기록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미래는 나에게 버려진 과거가 되었다.


마치 편집한 필름처럼 과감하게 잘렸다.


그런데 버려진 과거라...


이 표현이 맞는 걸까.


흐음, 어쨌든 다행이다. 능력에 문제는 없다.


그걸 확인한 나는 과거로 가고자 하는 의지를 거두었다.


이제 갑작스러운 떨림의 원인만 파악하면 되는데.


...멈췄네.


능력을 확인하는 사이 원래 없는 현상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핸드폰 들어 눈을 확인했다.


하아, 평범하게 접근하면 될 일을.


내심 능력이 사라지는 걸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잠시나마 한 내가 우스웠다.


온화한 햇살의 기운과 대비되게 화면에는 퀭하게 들어간 눈이 잡혔다.


대게 눈 떨림의 증상으로 피로가 그중 원인이라고 했다.


참나.


하긴 나답지 않게 요즘 되지도 않은 짓을 억지로 실천했다.


띠링.


- 이담, 5시다. 일어나. 나 취업해야 해.

- 해. 내 집사.

- 연봉 100억 주면 한다.

- 콜.

- 당장 나와라.


이놈 취업 지켜보려고 과거로 온 게 아닌데.


뭐 내 탓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십 분 전 과거로 다시 온 이유는.


너무 어이없게도.


하나, 둘, 셋!


“야! 거기 말고, 여기.”


나는 학교 도서관 옥상 정원에 들어온 김용태를 불러세웠다.


그렇지 않으면 잠시 후.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을 향해 비장한 얼굴로 김용태가 직진하기 때문이다.


이걸 막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그녀 앞에 서서 정신 나간 고백을 하고.


정말 끔찍하게도 대형 사고를 친다.


사건은 이랬다.


“다짜고짜 사귀자? 자신감 쩌네.”

“말이 헛나갔어. 이런 내 마음이 잘못이니.”

“응, 잘못이야. 중간이 없잖아.”

“중간은 네가 없지.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려치웠잖아. 하긴, 돈 많은 놈이 뭔들 못 하겠어.”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나와야지. 누구 때문에 나도 그만두고 힘들게 취업 준비하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100억 준다고 했잖아.”

“말했지. 난 내 돈으로 가족 먹여 살릴 거라고.”


하필 그녀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뒤늦게 상황 파악한 덩치 큰 남성이 보란 듯이 인상을 쓰며 건들건들 걸어왔다.


“너냐. 겁대가리 상실한 새끼가.”


난데없는 욕지거리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는 김용태를 잡아죽일 듯이 내려다봤다.


얼굴을 보니, 그는 우리 학교에서 유명한 유도 선수였다.


김용태가 몸을 슬쩍 기울였다.


유도 선수 뒤에는 아까 고백한 여성이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어떤 일인지 짐작한 김용태가 최대한 목소리를 낮췄다.


“무슨 일로.”

“나, 쟤 남친이다. 네가 찝쩍거렸다며.”

“내가요? 아닐 텐데. 진심으로 고백했는데. 저기요, 맞잖아요?”

“진심은 얼어 죽을. 또, 어디서 찝쩍대. 이 변태 새끼야.”

“근데 아까부터 입이 더럽네.”


김용태가 벤치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키는 비슷했지만, 확실히 체격에서 유도 선수가 더 남달랐다.


그런데 김용태 역시 유도 선수처럼 미간에 힘을 주는 것을 봐서 뭔가를 크게 저지를 것 같았다.


앞일이 눈에 선하게 보여, 나도 일어나 두 손을 뻗어 널찍한 가슴으로 밀고 오는 유도 선수를 저지했다.


“저기요. 말로 하시죠.”

“어딜 만져. 저리 안 꺼져.”


막무가내로 내 츄리닝 목깃을 붙잡고 강하게 끌어당기는 유도 선수.


“어, 어.”


그런데 나는 애써 버티며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그러다간.


찌익.


이 썩을 놈.


인정머리 없게 얼마나 세게 잡아챘는지 목깃이 헐렁하게 늘어났다.


이 처참한 사태에,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이내 팔짱을 끼고 가만히 지켜봤다.


“용태야, 적당히 해라.”

“적당히? 싫어. 나보고, 변태라잖아. 로맨티스트를 보고.”

“에이, 그건 아니다.”


서로 태평하게 주고받은 대화가 거북했는지, 그 즉시 유도 선수가 김용태의 옷깃을 붙잡고 크게 흔들었다.


“너희 뭐라고 했냐. 내가 누군지 모르나 봐.”


불쾌할 정도로 휘둘리는 김용태가 이 와중에 입꼬리를 피식 올렸다.


“이걸로 끝?”


이 정도 하면 기선제압을 할 줄 알았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유도 선수가 잠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다가 잠시 후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이놈 봐라. 끄읕? 쪼개? 진짜 나 몰라?”

“응. 몰라.”

“이거 정신 나간 놈이네. 나라고 전재석. 유도 유망주 전재석.”

“아, 미안. 이제 기억난다. 곧 후회할 놈.”

“후회? 내가?”

“어. 네가 후회. 분명히 말할게. 네가 먼저 시비 걸고 잡은 거다. 내 목 상처 보이지?”

“왜? 정당방위라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고깟 그 상처로?”

“응.”


탁! 휙!


쾅!


“어때. 막 후회가 몰려오지?”


김용태가 옷깃을 잡은 유도 선수의 팔을 쳐내며 기민하게 상대의 몸에 들어가 업어치기로 메다꽂았다.


그런데 어째 의기양양하게 어깨가 올라간 김용태의 표정이 점점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어, 이 녀석 왜 이래.”

“크윽, 크으윽...”


유도 선수는 숨이 막힐 듯 전신에 밀려오는 충격을 참지 못하고, 이만 눈을 뒤집으며 고개를 옆으로 떨구었다.


김용태가 유도 선수의 몸을 툭툭 쳤다.


“유망주 씨. 연기하지 말고 일어나야지. 쪽팔려?”

“...”

“...아차.”


그제야 이곳이 경기장 매트가 아닌 생 시멘트 바닥임을 확인했다.


번뜩 작은 두 눈이 커지며 김용태가 머리를 쥐어 잡고는 서둘러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김용태의 안면에 후회가 가득했다.


“어떡하냐.”

“뭘 어떡해. 깨워야지.”

“아이씨. 왜 낙법을 안 한 거야. 선수 맞아?”

“선수고 나발이고, 쟤는 너한테 민간인이야. 저리 가 봐. 내가 확인할게.”


찰싹찰싹, 뺨을 여러 차례 때려도 깨어나지 않는다.


어째 미동 하나 없는 게 이상했다. 차가운 느낌마저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라는 심정으로 유도 선수의 코끝에 귀를 대었다.


“...”

“왜 그래? 장난치지 마.”

“...죽었어.”


작게 읊조린 내 말을 들은 건 김용태뿐만이 아니었다.


“꺄악!”


그리고.


“저기, 경찰서죠. 누가 사람을 죽였어요. 여기는...”


쭉 이 싸움을 지켜보는 어느 정직하게 생긴 남학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무슨 일이야?”

“사람을 죽였데.”

“죽여? 에이 뭔 소리야. 사, 사, 살인자다. 도망가!”


그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달아났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옥상 정원.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와.


호기롭게 전화를 한 어느 남학생이었다.


“어떡하지. 위에서 도와줄까?”


평소와 너무 다르게 김용태의 눈빛이 멍해졌다. 초점마저 잡히지 않았다.


“도와주겠지. 대신, 평생 못 나올 거야.”

“그렇겠지? 밖에 나와서도 사람을 죽일 줄이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나 같은 놈, 괜히 너 따라 나왔나.”

“하지 말래도. 넌 잘 나왔어.”

“대형 로펌, 뭐 그런 변호사 구해줄 거지? 우리 친구잖아.”

“...”

“왜 말이 없어. 담아.”


나는 방긋 웃었다.


“나한테 잘해라.”

“어, 어. 잘할게. 근데 왜 웃어. 아니다. 빨리 변호사 좀.”

“변호사? 내가 왜?”


나는 그 즉시 왼쪽 눈에 과거를 열었고.


어처구니없이 발생한 사고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십 분 전 과거로 돌아왔다.


“어? 어.”


어딘가를 쳐다보던 김용태가 내게 얼굴을 돌리며 곧바로 방향을 바꾸어 걸어왔다.


“잘해라.”

“뭘 잘해?”

“그런 게 있어.”

“왜 웃고 그러냐. 그보다. 하아, 취업 준비 왜 이리 힘드냐. 준비할 게 뭐 이렇게 많아. 그냥 가서 하면 되지. 까라면 까잖아. 안 그래?”

“불만이면, 다시 들어가든가. 어제도 연락이 온 것 같은데.”

“미쳤냐. 내가 군대에 들어가게.”

“네 머리로 취업할 수 있는 데 없잖아. 몸만 쓰는 군대가 딱 맞지.”

“웃겨. 머리가 좋아야 몸을 잘 쓰는 거야. 야, 야. 똥 싸는 소리 말고, 저기 봐봐. 완전, 내 스타일이야.”


과거를 바꿔도 김용태의 본성은 어쩔 수 없었다. 나와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멀리 앉아 있는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징한 놈.


“남친 있어.”

“진짜? 네가 어떻게 알아?”

“저기 봐. 오자나.”


해맑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남자 친구를 반기는 그녀였다. 곧 정답게 서로 벤치에 앉아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손을 잡았다.


김용태가 내 손을 힐끔 내려보더니 꽉 손을 잡았다.


“젠장. 밥 먹자.”

“잘 생각했어. 우리 용태.”


내 나이 40살에 능력이 생긴 이후로, 나는 내 운명 외에 타인의 운명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내 운명도 정확히 알 수 없을뿐더러 내 책임 범위 밖이었다.


어느 날 만난 김용태는 예외였다.


그런 사람이 있다. 아무 이유 없이 도와주고 싶은 그런 사람.


불쌍하게 생긴 것도 한몫했지만, 그래야만 하는 이상한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어쨌든, 나는 김용태의 운명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조금씩 바꾸었다.


나쁘게 말하면, 무단으로 그의 운명에 침입했다.


만일 김용태가 이걸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만? 모욕?


어떻게 정의하든, 나는 진심이었다.


특히, 실전에 투입해 총을 맞고 전신 마비를 당할 때가 그랬다. 그걸 막으려고 그와 동반 입대했다.


이런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이제는 내 능력의 바른 사용 가치가 이런 거라고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나. 아침마다 김치찌개를 먹는 이유가 뭐야? 돈도 많은 놈이.”

“아침은 김치찌개가 최고야. 점심에도 콜?”

“미쳤나. 아침, 점심 먹게. 난 소고기 먹고 결혼해서 이쁜 딸 낳을 거야. 저 아이처럼.”


학교 정문으로 나가는 길에 젊은 부부와 서너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꺄르르르.”


아이의 웃음소리가 귀에 쏙 들어왔다.


“너무 이쁘다. 내가 딸을 낳으면.”

“못생겼지.”

“뭐래, 이 미친놈아. 너는 안 그럴 것 같아?”

“안, 아니, 됐다.”


아이가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 도로 쪽으로 뛰어나갔다. 나도 모르게 순간 안 돼, 라는 말을 외칠 뻔했다.


그러기도 전, 이미 아빠가 초스피드로 먼저 붙잡았다.


“조심해야지.”


그런데 그 말이 내게 화살처럼 꽂혔다. 곧 가슴이 아리며 숨을 못 쉴 것 같았다.


나는 어느새 내 앞으로 온 아이의 얼굴을 빤히 봤다.


“에고, 너무 이쁜 아이네.”


김용태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덩달아 아이도 그 동작에 맞춰 배꼽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배고프다. 빨리 가자.”

“으이고. 이 정 없는 놈.”


누군가 그랬다.


모든 운명은 선택이 아닌 이미 결정되었다고.


예정대로 흘러가야 한다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함부로 건들지 말라고.


내게 엄중히 경고했다.


그래서였나.


내 선택 때문에 내 아내와 딸아이가 버려진 것이.


...아니지.


내가 버렸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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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가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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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붉은 눈 24.05.16 2 0 13쪽
7 7화 대비 24.05.15 3 0 12쪽
6 6화 다른 과거 24.05.14 6 0 13쪽
5 5화 츄리닝 남자 24.05.13 5 0 12쪽
4 4화 김치찌개(2) 24.05.10 6 0 12쪽
3 3화 김치찌개(1) 24.05.09 8 0 12쪽
2 2화 두 번의 과거 회귀 24.05.08 12 0 12쪽
» 1화 버려진 과거 24.05.08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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