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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여족여수(如足如手)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7 08:32
최근연재일 :
2017.08.07 13:48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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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추천수 :
0
글자수 :
16,004

작성
17.08.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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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0년만의 만남

DUMMY

결국은 한해에 장례식을 두 번이나 치렀다. 아직 흙도 마르지 않은 어머니 묘지에 합장을 하고 오면서 천하에 고아가 된 6남매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헤어졌다. 한동안 형제들은 서로 연락을 못했다. 말문이 막힌 상태에서 전화 해 본들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 누구를 탓하랴? 큰형 당사자는 물론이고 모두가 죄인이요, 불효자다.

3년간은 영정을 모신 사찰에서 부모님의 기일마다 형제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냈지만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몸부림이다. 꼭 남의 제사에 참석했다 헤어지듯이 무덤덤하게 지내고 흩어졌다. 그렇게 3년이 흐르고 어느 날부터 큰형과는 연락이 끊겼다. 부모님 기일인데도 연락이 안 된다.

제사도 둘째형이 주관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2년이 지나서 갑자기 큰 조카 결혼이라며 연락 왔었고 결혼식장에서 온 식구가 만난 이후로 또 다시 잠적했다. 결혼식장에서도 바쁘다는 핑계인지 몰라도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 의문만 남기고 헤어졌었다.

“조만간 연락할게.”

라고 말 한마디 남겨놓고 헤어진 지 10년 만의 통화다.

부모님도 안 계시고 더구나 중심이 되어야 할 큰형이 없는 관계로 다른 형제들 역시 그동안 불편하게 지냈다. 어쩌다 만나는 것도 전부 모이는 것이 아니고, 아래, 위로 서로 가까운 형제끼리 만날 뿐이었다.

그러던 참에 이번 큰형과의 통화는 그동안 흩어져 있었던 6남매를 합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철은 스마트폰이 없는 큰형을 제외하고 ‘카톡’으로 공동 방을 만들었다.

<이번 큰형님과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고, 큰형을 모시고 중간지점에서 점심이나 함께 하려는데 의견 제시 바람.>

<나는 무조건 언제, 어디서라도 찬성이요.>

둘째형의 답이다.

<참석 범위가 어떻게 되유? 부부 동반이유?>

넷째의 질의다.

<이번에는 우리 6남매만 모이고, 배우자는 다음에 하는 것이 어뗘?>

둘째형의 의견이다.

<ㅎㅎㅎ 객들은 빠지고, 우리끼리만 모여요, 말들이 많아지잖아.>

다섯째 여동생이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큰 오빠를 만나면서 동서들끼리 혹시라도 케케묵은 감정이 살아 날까봐 염려되어 하는 소리다.

<저도 무조건 참석이유. 날짜, 장소만 일러줘요.>

막내까지 전부 참석한단다.

<큰형하고 일정 조율해서 장소, 시간 올리겠음. 아울러 6남매만 참석하는데, 큰형수는 특별히 함께 모시겠음.>


2015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문턱에 다다를 때 6남매는 정말 오랜만에 다 모였다.

형제들만 나이 먹어 바깥에서 이렇게 만난 것은 처음이다. 부모님이 계실 때에도 온 식구가 야외로 나들이 간 적이 두 번 뿐이었다.

첫 번째는 아버지가 쓰러지기 4~5년 전이니, 벌써 20여 년이나 흘렀다. 한창 더운 여름날에 2박3일 일정으로 변산반도와 지리산 계곡, 화엄사로 부모님과 모든 형제들 식구가 여행간 것이 처음이고 아버지와는 마지막이었다.

변산반도에서는 바닷가에서 낮에는 다 함께 놀다가 밤에는 형제들은 텐트를 치고, 부모님은 인근 여관에서 주무시게 해드렸다.

지리산 구례 화엄사로 찾아가는 길목에서는 하천에 텐트를 치고 피라미를 잡으며 망중한을 보내기도 했다. 모든 식구가 함께한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고, 추후에도 자주 이런 여행을 하자고 약속 했는데, 몇 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쓰러지신 것이다.

두 번째는 어머니가 너무 병원에만 계시고 힘 드신 것 같아서 형제들과 모든 식구들이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운일암 반일암’계곡으로 1박2일 놀러갔다.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계시지만 어머니라도 잠깐이나마 쉬시게 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캠핑이었지만 사실 모든 식구가 이렇게 야외로 1박2일 나온 것은 자식들이 큰 이후로 두 번째이면서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캠핑 이후 부모님도 안 계신 하늘아래에서 결국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6남매가 모였다.

큰형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한다면서 하루걸러 쉬기 때문에 적절한 날을 골라 중간지점인 옥천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 만났다.

셋째와 막내는 일산에서, 여동생은 분당에서, 둘째와 넷째는 천안에서, 그리고 그날의 주인공인 큰형과 형수는 대구에서 올라 왔다.

큰조카 결혼식 날 홀연히 헤어진 이후 10년만의 만남이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한 것이 나이 먹어 보인다. 하기야 막내도 5년만 지나면 환갑이다. 전부 2년 터울이니 맏이와 막내의 나이차이가 10년뿐이다. 더구나 막내는 사업한다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는지, 형제들 중에서도 흰머리가 제일 심하다.

“제는 완전 아버지를 꼭 닮았어, 아까 나는 깜짝 놀랐잖아, 아버지인줄 착각했어.”

큰형이 막내를 가리키며 하는 얘기다.

“맞어유, 제는 뒷모습만 보면 완전 아버지인줄 착각한다니깐.”

둘째가 맞장구친다.

“둘째형하고 저하고 막내는 아버지 판이잔유.”

넷째 말이다.

점심을 먹는 내내 옛날이야기로 2시간 정도가 후딱 지났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지내던 얘기, 형제들과 다투던 얘기까지 끝없는 지난얘기다. 그러나 형제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정작 그동안 왜 연락을 안 했고, 자식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묻지도 않았고, 누구도 전혀 궁금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를 했다.

10년만의 만남이고 15년만의 대화이건만 시공(時空)을 뛰어넘어 예전에 부모님 계실 때에 식사하며 얘기하던 그 시절 그대로다. 그냥 오늘의 만남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혹시라도 말실수로 공연한 오해를 불러 모처럼의 만남이 사라질까봐 내심 걱정도 있었기에 모두가 궁금증은 가슴 깊숙이 묻어났다. 언젠가는 그 속사정을 스스로 말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단지 큰형은 내색은 안하지만 아파트 경비로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건강해서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예전에는 신장(콩팥)이 약해서 반찬에 소금기가 조금만 있어도 못 먹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있어도 먹을 수 있단다. 그렇지 않아도 한정식을 시키면서 소금을 조금만 쳐 달라고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골고루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옛날에는 모였다 하면 고스톱 치느라 밤을 새우곤 했는데, 오늘은 못다 한 얘기로 밤을 새우고 싶어도 2교대 근무라서 저녁에 내려가야 한단다.

아쉬운 마음에 금방 헤어질 수 없어서 옥천 재래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래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향수를 불러주는 곳이다.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7명의 나이든 사람들이 웃고 떠들면서 시장터를 누볐다. 그냥 어릴 적 보았던 추억들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시장 입구로 다시 나오면서 여동생이 말린 표고버섯 6다발을 산다. 헤어지기 섭섭한 마음에 버섯 보따리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음에 자주 이렇게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헤어지는 큰형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이렇게 해서 만나기 시작하여, 다음해에는 시간이 허락한 형제들끼리 몇 번을 만났다.

봄에는 둘째, 셋째, 넷째가 충남 대천 해수욕장으로 1박2일 떠났다.

이번 여행은 둘째가 ‘카톡’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다들 왜 이리 조용한 겨? 봄나들이 갈사람 거수!>

사실 둘째는 지난해 겨울에 퇴직해서 한창 심심할 때다.

<언제 가려구유? 저는 월 말만 아니면 되유.>

넷째는 개인 사업이지만 늘 시간이 남아서 수시로 부부동반해서 자주 돌아다닌다.

<나는 5월 15일(금), 22일(금) 놀아유, 이중에 날 잡으면 가능 혀.>

셋째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명예퇴직 후 지금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데, 일거리가 부족해서 가끔 평일에도 쉰다. 어차피 여행 가려면 평일을 이용하자고 지난번 큰형 만날 때 얘기한 사항이다.

첫째 큰형은 아직도 카톡이 안 되는 핸드폰이라서 별도로 연락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어렵단다.

<저는 지금 울산에 내려와 있어서 곤란해요.>

여동생은 남편이 사업으로 울산에 내려가 있는데, 함께 있는 모양이다.

<저도 그 때 바쁠 것 같은데유, 혹시 모르니 일단 날 잡아서 올려주세요.>

늘 바쁜 막내가 마지막으로 나타났다. 결국 세 명의 형제만 떠난 여행이다.




장남은 왜? 떠나 살아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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