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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여족여수(如足如手)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7 08:32
최근연재일 :
2017.08.07 13:48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98
추천수 :
0
글자수 :
16,004

작성
17.08.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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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유일한 재산

DUMMY

“큰형 생각은 그런거유, 예전부터 부모님 집은 큰형이 차지하는 것으로 다 알고 있잖유? 그러니 이참에 집을 팔고 아파트는 큰형 명의로 했으면 하잖유.”

“아니 그것은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을 때 얘기잖아?”

둘째 성철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서 아까 제가 그런 말을 한거유, 그랬더니 큰형이 화를 내며 나간거고.”

사실 부모님이 피난 내려와 6남매를 키우면서 어렵게 장만한 집이다. 생활은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않아도 공무원연금으로 여생을 편안히 사실 수 있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부모님의 유일한 재산인 집은 장남한테 주신다고 하셨고, 다른 형제들도 그 뜻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넷째 말마따나 아버지가 어찌되신다 해도 어머니가 계시지 않나?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아파트를 구하는 것 까지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등기는 부모님 명의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우리 형제가 나중에 혹시 반대 할까봐 미리 선수를 친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해가 안 된다. 형제들 중에 큰형의 살림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형제들은 매번 집 얘기가 나오면 당연히 큰형 몫이라고 했었다.

형제들 중 맏이가 잘 살아야 나중에 부모님이 안 계실 때에 구심점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이의는 없었다.

그러나 당장에 형제들이 좋다고 해도 어머니 마음이 어떠하실지 모르는 것 아닌가? 잘못하면 무척 서운해 하실 내용이다.

저렇게까지 화를 내고 나갔으니 일단은 둘째형이 만나서 잘 협의하는 것으로 하고 헤어졌다.

둘째 성철은 고민이다. 형이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생각하는 의도는 좋은데, 그 속뜻을 모르겠다. 일단은 화라도 풀어야 하겠기에 전화를 했다.

“형! 저유, 그냥 그렇게 나가면 어떻게 하자는 거유? 일단 저하고 먼저 만나서 얘기하쥬, 지금 어디유?”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넷째는 아까 말을 왜 그렇게 하냐? 지금 말 할 기분 아니니깐 내일 저녁에 병원에서 보자.”

그러고는 전화가 뚝 끊긴다.

다음날 형철과 성철은 병원 앞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한다.

“어차피 아버지를 저렇게 계속 들 수는 없고, 그래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맏이가 되어서 부모님을 모셔야하지 않겠냐?”

“그렇게 한다면야 다른 형제들은 형님께 고맙다고 허쥬. 그런데 어제 정철한테 말 들어보니 부모님 집 팔아서 형 이름으로 아파트 사신다면서유, 그건 뭔 말이에유?”

“아니? 너희들 그 집을 나한테 주기로 한 거 아녀?”

“그거야 그랬쥬, 헌데 아직 부모님이 멀쩡하신데 왜 벌써 옮기려구 하냐 그거쥬? 그리고 엄니 마음은 어쩌구유?”

“내가 부모님 모시려구 하는데 네 형수가 좋아하겠냐? 그래서 집사람 설득하는 대신에 집 명의라도 내 이름으로 해야 쓰지 않겄나 싶은 거지. 막말로 너하고 나만 집이 없지 다른 동생들은 다 있잖여.”

“그렇기는 한데, 그럼 엄니하고는 얘기한겨?”

“그거야 일단 너희들이라도 찬성해야 말을 하지.”

“알았슈, 그럼 형이 부모님 모신다니깐 그렇게 하슈, 나중에 딴 말이나 하지 마시구. 동생들은 제가 설득할 테니.”

그렇게 해서 부모님 집을 팔았고 방 4개짜리 아파트를 구입해서 이사를 갔다. 명의는 큰형의 요구대로 했다.

그런 과정에 하루는 병원에 들른 셋째한테 어머니가 말하신다.

“얘야 영철아! 나는 아무래도 섭섭하다. 아버지가 아직 저러신데 네 형이 너무 집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큰형이 부모님 잘 모신다고 해서 그렇게 한 건데, 섭섭하세요? 어차피 나중에 형한테 주기로 한 것 좀 미리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유?”

“안 될 것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어 야.”

“너무 걱정하지 마세유, 저희들이 있는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마음 놓으세유.”

“휴우~ 알았다.”

어머니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마지못해 승낙을 하신 것이다.

그런데 몇 개월은 별 탈 없이 간병인을 두고 잘 지내시는 듯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전화 목소리에 힘이 없으신 것을 느끼겠다.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딱히 무어라 말씀을 안 하신다. 그런 날 저녁에는 큰 형님과 전화를 해 본다.

“형! 셋째요.”

“어, 별일 없고?”

“저야 뭐, 별일 없죠, 환자 모시느라 형이 고생 많아요.”

그러면서 은근히 어머니의 안부도 물어보지만 특별하게 무어라 말도 못하고 끊은 적도 많았다.

그렇게 1년이 채 안된 봄이다.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노인이 환자를 돌보느라 힘이 들었겠지만 그래도 정정하시던 분이다. 사인(死因)은 심장마비다. 밤사이에 아버지 옆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환자이신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정정하던 어머니의 죽음은 형제들에게 충격이다. 심장마비라 하지만 그동안 어머니의 상태를 몰라주신 것 같아 큰형에 대한 다른 형제들의 서운한 마음은 예사롭지 않았다. 큰형이 없는 자리에서의 얘기다.

“제가 말이쥬, 그래도 아마 다른 형제들보다 부모님한테 자주 찾아갔을 거유, 예전에는 몰랐는데, 근래에 엄니가 너무 서럽다 하시더라구요.”

넷째는 울분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그려! 나도 얼마 전에 전화 통화했는데 손녀라는 것들이 저희들 방은 청소하면서 할아버지 계신 곳은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시더라.”

둘째도 큰형한테 말도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던 것을 생각하니 새삼 울화통이 생겨서 떠든다.

큰형이야 당연히 아들이니만큼 부모님을 잘 모시려고 했겠지만, 하루 종일 일터에 나가니 사소한 일까지는 신경을 못 썼을 것이다. 그것을 형수나 딸들이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랐겠지만 그것이 안 된 모양이다. 가끔 통화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느끼던 일이다.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형제들의 생각은 큰형이 어머니를 괄시하는 통에 화병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믿었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넷째가 아버지부터 맡겠다면서 나섰다.

“큰형님 오해는 하지마시고 들으세요, 그동안 부모님 모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이제부터는 저희가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큰형도 동생들의 눈치를 모를 리 없었고, 사실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동생들의 의견에 가타부타 말을 못했다. 더구나 알아서 모신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넷째는 거실 밝은 곳에 아버지를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그렇다고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은 전혀 못하시고 그저 하루에도 여러 번 호스로 미음을 넣고, 기저귀를 채워드려야 하는 상태다. 말은 못하시더라도 그동안 늘 곁에서 간호해 주시던 어머니가 안 계신 것을 아시는 지 가끔은 눈물을 흘리신다.

언제 돌아가실지는 몰라도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에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싶은 심정이다.

반년 동안을 넷째가 모시면서 가끔 병원에는 통원치료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다.

입원치료가 필요하다하여 논의한 끝에 이번에는 셋째가 책임지기로 했다. 일산에 있는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낮에는 간병인이 간호하고, 밤에는 영철이가 지키기로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낮에도 돌봐 드렸다.

두 달의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조금 호전되어 집에서 간호해도 된다는 의사의 말이 있는지라. 다시 형제들과 상의한 결과 큰형이 모시겠단다.

“내가 말이다. 너희들한테 할 말이 없다. 어머니 그렇게 보내고 나니깐 잠을 못 잔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내가 이제라도 아버지를 모셨으면 한다.”

애시 당초 모시는 전제하에 아파트를 형 명의로 구입했지만, 지금 시점에 그게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어떻게 모셔야하는지 느끼던 판이다. 넷째가 다시 모시겠다고 하는데, 큰형이 어머니를 제대로 못 모신 한을 푸겠다며, 완강히 모시겠다고 해서 결국은 큰형 네로 결정되었다.

헌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한 상태다. 전세로 있단다. 어떻든 어머니도 안 계시고 부동산 처분은 알아서 했으리라 보고 왜 팔았는지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아버지를 맡겼다.

그런데 모신지 한 달도 안 되어서 돌아가신다. 간병인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돌아가셨다. 환자 스스로 가래를 뱉지 못하기 때문에 수시로 흡입관(suction)을 이용해서 목에 가래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못해서 기도가 막혀 돌아가신 것이다. 낮에는 집에 아무도 없이 간병인 혼자서 간호하다 저지른 사고다.

큰형 입장에서야 ‘잘 모신다고 했는데, 사고로 그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형제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장담은 못하지만 그냥 넷째가 원하는 데로 했으면 이런 사고는 절대 없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그렇고 이제는 아버지까지 큰형이 모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으니 겉으로 말은 못하지만 큰형이 원망스럽다.




장남은 왜? 떠나 살아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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