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극변 님의 서재입니다.

메타휴먼 - 여우구슬

웹소설 > 자유연재 > SF, 판타지

완결

극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49
최근연재일 :
2023.06.10 07:3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46
추천수 :
3
글자수 :
175,402

작성
23.06.10 07:30
조회
10
추천
0
글자
10쪽

33. 원혼계의 마계 출정

DUMMY

33. 원혼계의 마계 출정


새타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계를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무슨 심경에 큰 변화라도 생겼나? 어찌 되었든 잘했네.”

견우가 멍하니 천정을 보며 말했다.

“진실을 알게 되니 크게 고민할 것이 없었어요. 천계에는 오만한 영혼들만 있어서 그런지,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고요.

그건 그렇고. 왜 보자고 했어요?”

“마계의 영혼에 대해서 상의하고 싶어서야. 마계의 영혼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견우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천계의 영혼들을 흡수할 때, 마계의 마왕 치우로 변신했었어요. 마계의 존재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절망과 분노를 모두 자신이 짊어지겠다는 치우가 멋있었고.

순간 정말 마왕 치우가 된 것 같았어요. 조작된 영혼의 기억인 것을 알고는 있지만, 마계의 존재들에게는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지네요.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말이죠.”

새타니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들에 의해서 조작되기는 하지만, 자유의지가 있고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나도 처음에는 망설여지더군. 그래서 저들과 내가 뭐가 다른지 생각해 봤어.”

“뭐가 다르던가요?”

“나는 언젠가는 죽게 되어 사라지지만, 여기 있는 영혼들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야.

나는 유일무이한 자아이지만, 여기 있는 영혼은 독립된 자아라고 할 수가 없어. 무수한 조합들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고, 무한으로 복제될 수 있어서 유일무이할 수 없지.

더 큰 문제는 ‘자유’라는 말에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거야. 자네와 나처럼 여기의 신이라는 존재들이 통제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견우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존재를 인정해야 할 다른 신이 되는 거죠.”

“그렇다네. 생각해 보게나.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신들에 의해서 순간 없어질 수 있는 하찮은 존재라면, 너무나 불쌍하지 않은가?

거기에 ‘자유’라는 말이 어울리기는 하는가? 그렇다고 신들이 자유의지를 가진 하나의 존재로 존중해 줄 수 있겠는가? 그건 아마도 불가능할 걸세.”

견우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새타니가 말을 이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무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원혼자의 길을 택했다네.”

견우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계에 있는 개체들도 신들에 의하여 쉽게 천계의 개체로 만들어질 수 있겠죠.

어느 순간, 엄마가 천계의 상제가 될 수도 있겠죠. 모습은 같지만, 전혀 다른 영혼으로. 혹은 같은 영혼이지만, 그 안에 성질이 다른 무언가로.

그래도 엄마가 사라진다면 많이 슬플 것 같아요.”

“그렇겠지. 그게 정이라는 걸세.

정에는 대상이나 방향이 없어 무자비하다네. 진실을 알아도 정이 들어서······”

잠시 견우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눈을 감았다.

새타니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계는 우리 원혼자들이 처리하면 어떻겠는가?”

견우가 고개를 돌려 새타니를 보았다.

“뭐 생각해 놓은 거라도 있어요?”

“자네는 마계의 왕 치우가 아닌가!

일단 모든 마계의 개체들은 한곳에 모아주면, 그 뒤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네. 단, 우리가 마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자네가 결계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데.”

견우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마침 천계와의 전투를 위해서 치우가 마계의 개체들을 소집해 두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새타니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견우의 몸통에 대고 말했다.

“지장아. 다 들었지!

어떠냐? 견우는 지금이라도 괜찮다고 하는데.”

견우의 몸에서 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언제든 가능해!”

견우가 지장의 목소리가 몸에서 들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되었네요.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견우는 속으로 ‘마왕 치우’라 말했다. 그러자 견우의 모습이 치우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를 본 새타니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마왕 치우라고 했지. 스타일 좋은데!”

치우는 새타니를 보며 씩 웃어 보이더니 사라졌다.


마계에서는 마계인들이 마을의 외곽에 배치되어 수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치우는 진영의 중앙에 있는 망루 위에서 천계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전쟁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견우가 변신한 치우가 나타났다. 마계 개체들은 견우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견우는 마을의 중앙에서 멈췄다.

잠시 후, 치우의 뒤에 검은 통로가 나타나더니, 보랏빛 나비들이 몰려 나왔다. 나비들은 순식간에 마계의 개체들에 날아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육신이 걸어 나왔고, 지장보살과 새타니가 나타났다. 마계의 개체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망루에서 지켜보고 있던 치우는 뛰어내려 육신들의 앞을 막아섰다.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

치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에서 치우가 튀어나오더니 치우의 뒤통수에 움켜쥐듯 손바닥을 가져갔다.

“여기는 내게 맡기게나.”

말이 끝나자, 치우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자, 원혼에 잠식된 육시들이 하나둘 일어나 통로를 향해 걸어갔다. 마계의 개체들이 탐지할 수 없게 되자, 신들이 나타났다.

신들은 재빨리 분신들을 만들어 마계의 개체들에서 영혼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새타니와 육신들이 몰려와 신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원혼계와는 다르게 사방이 뚫린 곳이어서, 결계는 아주 강하지 않았다. 신들은 육신들에서 원혼들을 흡수하면서 세차게 몰아쳤다.

치우는 분신들을 만들어 신들을 저지했다. 그러나 천계에서와 같이 신들에게 흡수되면서, 그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새타니를 비롯한 육신들이 서서히 후퇴하면서 싸움을 이어갔고, 통로를 통하여 사라져갔다. 마침내 통로는 닫히고 신들과 치우만 남게 되었다.

관음이 치우에게 물었다.

“자네가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원혼자들의 편에 서는가?”

“치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마왕 치우입니다. 내 백성에게 절망, 불안, 분노 등을 그렇게 심어 놓고, 천계를 통하여 핍박하게 한 당신들에게 내가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내 백성들을 위해서 원혼자들을 선택한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치우는 많은 분신들을 만들었다. 다시 신들과 치우의 분신들의 싸움이 벌어졌다.


치우는 신계의 영혼이 보관된 곳에 나타났다. 분신들을 마계에 남기고 혼란한 틈을 타서 온 것이다.

창고에는 마계에서 흡수된 영혼들과 원혼들이 모이고 있었다. 치우는 분신들을 만들어 영혼들과 원혼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치우의 뒤에서 누군가 팔로 목을 조여왔다. 저승사자가 다시 나타날 것을 대비하여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저승의 분신들이 치우의 분신들을 저지하기 위하여 나타나기 시작했다.

치우는 뒤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검은 나비가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왔다. 치우는 분신들과 대치하고 있는 저승사자들의 분신을 하나둘 흡수해 갔다.

모든 영혼과 원혼들을 흡수하자 재빠르게 분신들을 모았다. 뒤늦게 도착한 도깨비와 관음이 치우를 보자 달려들었다.

“다음에 봐요.”

치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사라졌다.


짧은 시간에 천계와 마계가 초토화되자, 신들은 망연자실했다. 마계에서 잃은 영혼에 비하여 몇 배 많은 원혼을 얻었지만, 그것도 치우에 의하여 모두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승이 약간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영혼들이 도난당할 것 같아서 지키고 있었는데······

내 분신들 모두 연락이 두절되었어. 치우라는 놈은 우리의 천적 같아. 이렇게 계속 싸우다 보면, 우리들도 모두 흡수되어 사라지게 될 거야.”

도깨비도 관음도 분신들이 치우에게 흡수되어 연락이 두절된 것을 알고 있었다. 관음은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달리 다른 방도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우리에게 내려진 역할이니 계속할 수밖에.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니 어쩌겠나!”


견우는 신들에 은신한 꼬리들을 통하여 그들의 대화 내용을 모두 듣고 있었다. 견우는 마고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체들의 생성, 삶, 소멸을 관장하면서도, 정작 자기들의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들, 마고의 또 다른 자아이면서 자식들 이었다.

견우는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았다.


견우는 저녁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났다. 거실에 나가자, 엄마와 윤아가 TV를 보고 있었다.

“견우야. 나 좀 보자.”

“응. 물 좀 먹고.”

견우는 단숨에 물을 마시고 난 후, 소파에 앉았다.

“왜? 엄마.”

“너 내일 저녁에 뭐 하냐?”

“왜? 달리 할 일은 없는데.”

엄마는 윤아를 보며 물었다.

“윤아 너는?”

“나도요. 그런데 왜요?”

“요 앞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하더라고. 우리 모처럼 같이 밖에 나가서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할까 해서······.”

견우와 윤아의 눈치를 살피다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내일은 일찍 문 닫고 저녁에 어때? 괜찮지!”

“좋아요. 아줌마.”

윤아는 들뜬 모습으로 견우를 보았다.

“견우씨. 가자!”

견우가 살짝 웃었다.

“그래요. 엄마. 내일 몇 시에 갈 건데?“

“저녁 7시에 가자.”

아침이 되자 윤아가 식당 앞에 종이를 붙이고 있었다.

“오늘은 3시까지만 영업합니다.”


지장이 도시가 보이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저녁에 아주 바쁠 거야. 대형 마트에 영혼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 주변의 상가와 주거 지역에 결계를 생성하여 마트를 포위하고, 마지막에 마트에 강한 결계를 생성할 거야.”

새타니가 나지막이 말했다.

“왠지 일이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지 않아? 우리가 모르는 신들의 함정이 있지 않을까?”

지장이 새타니를 보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함정이 있으면 빠져야지 어떻게 하겠어. 만약을 대비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줘. 함정에 빠져도 네가 우리를 구해줄 거잖아.”

지장의 말을 들은 새타니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타휴먼 - 여우구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하며..... 23.06.10 11 0 -
35 34. 움직일 수 없는 바퀴 (완결) 23.06.10 12 0 10쪽
» 33. 원혼계의 마계 출정 23.06.10 11 0 10쪽
33 32. 천계를 궤멸시킨 치우 23.06.09 10 0 11쪽
32 31. 마고의 갈등 23.06.08 10 0 10쪽
31 30. 마왕 치우 23.06.07 13 0 10쪽
30 29. 조작된 영혼들 23.06.06 13 0 12쪽
29 28. 신계 23.06.05 13 0 12쪽
28 27. 원혼계의 파상공세 23.06.04 15 0 12쪽
27 26. 처녀보살 23.06.03 15 0 12쪽
26 25. 민무늬 반지 23.06.02 15 0 14쪽
25 24. 견우의 꼬리 23.06.01 15 0 12쪽
24 23. 걸어다니는 원혼계 23.05.31 15 0 11쪽
23 22. 새로운 신 23.05.30 16 0 10쪽
22 21. 지하에서의 충돌2 23.05.29 15 0 15쪽
21 20. 지하에서의 충돌 23.05.27 16 0 13쪽
20 19. 구미호와의 데이트 23.05.26 20 0 10쪽
19 18. 죽음을 허락 받지 못한 자 23.05.25 16 0 11쪽
18 17. 원혼계로 들어간 견우 23.05.24 15 0 11쪽
17 16. 사라진 진실들 23.05.23 17 0 11쪽
16 15. 소녀와 엄마의 기억 23.05.22 18 0 11쪽
15 14. 견우의 분신 23.05.20 17 0 11쪽
14 13. 성의 원혼계 정벌 23.05.19 20 0 12쪽
13 12. 원혼계의 도시 침공 23.05.18 18 0 11쪽
12 11. 하얀 연기 23.05.17 17 0 11쪽
11 10. 마고의 신당 23.05.16 19 0 12쪽
10 9. 돌연변이 23.05.15 16 0 11쪽
9 8. 원혼계 23.05.13 18 0 11쪽
8 7. 죽은 신부의 관 23.05.12 18 0 12쪽
7 6. 원혼들의 결계 23.05.11 2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