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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변 님의 서재입니다.

메타휴먼 - 여우구슬

웹소설 > 자유연재 > SF, 판타지

완결

극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49
최근연재일 :
2023.06.10 07:3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47
추천수 :
3
글자수 :
175,402

작성
23.05.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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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죽은 신부의 관

DUMMY

7. 죽은 신부의 관


원탁의 중앙에 홀로그램처럼 영상이 보였다. 노부부는 아주 사이가 좋아 보였고, 둘이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면이 빠르게 돌아가더니 거실에서 차를 마시는 남자가 보였다. 그는 뭔가에 놀란 듯 벽을 보더니 들고 있던 찻잔을 던졌다. 벽에 부딪힌 찻잔은 깨졌고, 부엌에 있던 여자는 그 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달려왔다.

“여보. 왜 그래?”

남자는 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은 도대체 누구야!

기분 나쁜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잖아.”

벽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벽 아래로 깨진 찻잔 조각들이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어. 꿈꾼 거 아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도 쳐다보고 있잖아.”

남자는 여자를 보며 벽을 가리켰다. 여자는 벽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의아한 듯 남자를 쳐다보았다. 여자의 표정을 보자, 남자는 가리키고 있는 벽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본 남자는 말없이 손을 내렸다.


장면은 빠르게 지나가고 잠을 자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눈을 뜨더니 허공을 향해 욕을 하며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저리 꺼져~! 너 이 새끼 저리 안 가!”

같이 잠을 자고 있던 여자는 깜짝 놀라 일어나 남자를 붙들고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다 남자가 휘두른 주먹에 여러 곳을 가격당했다. 여자는 그런 남편에게 너무 놀라 울음을 터뜨렸고, 이에 정신을 차렸는지 남자는 망연자실 여자를 쳐다봤다.


장면이 바뀌며 남자는 여자와 산책하고 있다. 남자는 대뜸 옆에 행인에게 욕을 하며 달려들었다.

“왜 자꾸 나를 따라다녀. 이 새끼야.”

행인은 남자를 피하려고 물러섰고 여자는 남자의 몸을 끌어안고 저지했다.


거실에서 여자와 남자가 대화하고 있었다.

“여보. 우리 한적한 곳에 내려가서 살자. 당신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도 가고. 어때?”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나 때문에 당신이 고생이 많아. 정말 미안해. 그렇게 하자.”


장면은 고택으로 옮겨갔다. 노부부는 한적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마당에 있는 큰 나무에 새들이 날아들어 지저귀고 있고, 정원에는 여러 종류의 꽃이 만발한 따뜻한 날. 노부부는 마루에 앉아 이를 지켜보며 행복해했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밤, 잠을 자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눈을 뜨더니 일어나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그래 오늘 누가 죽나 해보자. 이 새끼야.”

그는 마치 누구를 쫓듯이 잡으려고 하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놀라 일어난 여자는 남자를 진정시키려 다가갔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의 옷깃을 잡았고 무차별하게 주먹을 날렸다. 이에 여자는 바닥에 쓰러졌고 남자는 여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이제야 자기를 괴롭히던 녀석을 잡았다는 생각에 환희에 찬 듯했다. 그는 방안의 불을 켰고, 쓰러져 피투성이가 된 여자를 발견했다. 그는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초점 없는 눈으로 있더니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사라졌다.


이를 끝으로 홀로그램은 사라졌다. 지켜보고 있던 관음이 저승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두 개체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상이지. 지금 저 남자는 정신병원에 수감 중이야. 영혼이 붕괴되어 버렸는지, 그냥 걸어 다니는 육신과 다를 바가 없어.

그때의 망상들을 보여줘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 모든 감각에 대한 분별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

듣고 있던 저승이 입을 열었다.

“7일 전만 해도 저곳에는 결계나 원혼에 대한 흔적이 전혀 없었어. 어떻게 알았는지, 영혼을 수거하고 방치된 육신에 원혼이 들어간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오늘 본 결계를 보고 많이 놀랐어.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결계와도 비교도 안 되게 강력했지.

전에는 우리들의 힘에 도망치듯 물러났다면, 이번에는 원혼들 스스로 물러가 줬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

관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많이 다른 분위기였어.

그제 한 무리의 육신들을 발견하고 쫓아가 잡았어. 그중에 유독 빠른 육신이 하나 있었지. 끝까지 쫓아가 성당 근처에서 겨우 잡기는 했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오늘 그 성당에서 부흥회를 하던 개체들이 모두 사라졌어.”

저승이 약간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앞뒤 정황을 보면, 원혼자들에게 보란 듯이 놀아난 것 같군.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

저승의 말에 관음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깨비와 견우가 예배당 안에 나타났다. 찬송가와 성경책 등이 앉아 있던 자리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공허한 공간에 인기척이라고는 없었다.

“지금 이 성당에는 아무런 개체도 없구나. 모조리 사라져 버렸어.”

도깨비는 단상으로 올라가더니 바닥을 보았다.

“희미한 발자국들이 이쪽에 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군. 아까 원혼들이 사라진 것처럼 말이야.”

견우의 눈에도 희미한 발자국들이 보였다. 도깨비는 단상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들춰보기도 하면서 단서를 찾고 있었다. 견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다 보이는 큰 십자가 밑으로 좌우로 열리는 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견우는 문에 손을 밀착시켜 좌우로 밀었다.

“드르륵~”

기계음이 들리면서 문이 좌우로 열렸다. 거기에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덮인 관이 하나 있었다. 관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계음에 다가온 도깨비는 잠시 관을 지켜보더니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움직이지 않다가 말했다.

“이 근처 개체들의 기억을 조사해 보니 여기에 한 육신이 있었어. 여기에 있던 신부였는데, 죽지 않고 승천했다는구나.

그리고 개체들이 모이는 날이면, 여기에 있던 육신을 보이게 하여 경배를 했어.“

“승천이 뭐예요?”

“하늘에 올라간다는 소리지. 이 개체들은 하늘에 초월적인 신과 세상이 있다고 믿고 있단다. 신을 믿으면 죽어도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 영생할 수 있다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저 신부의 영혼은 저승이 데리고 가서 죽었는데, 성인이라 승천했다고 하는구나. 웃기는 이야기지.”

도깨비가 어이없는 듯 웃었다.

“도깨비님, 관음보살님, 저승사자님이 실질적인 신인데, 왜 저러죠?”

“우리들은 철저하게 드러내지 않는 존재란다. 개체들의 모든 의식 위에 존재하지. 그러면서 개체들을 관찰하며 생사를 관장하고 있어.

재미있지 않으냐. 개체들의 자유의지가 만들어 내고 하는 것들이. 너무나 터무니없어도 말이다.”

“만약 개체들이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되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왠지 허탈할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것 같아요. 자신이 믿어왔던 것들이 거짓이라면 말이죠.”

도깨비가 재미있으면서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입에서 ‘개체’라는 말이 나오는구나.

너도 개체니라. 견우야.

너도 처음에는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있지 않았냐. 그래 우리를 알고 나니 어떠한 생각이 드느냐?”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몰랐죠. 그러다 옆에서 지켜보며 도깨비님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내가 본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잠시 머뭇거리던 견우가 말을 이었다.

“전에 저승사자님을 따라가서 어린아이가 죽는 것을 보고,마음이 매우 아팠어요. 그리고 그 옆에서 지켜보는 형이 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눈물이 고이고 목이 메어와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어요.

영혼이 분리되는 때를 어떻게 결정하는 거죠?. 도깨비님을 비롯한 두 분이 결정하는 건가요? 그 기준은 뭔가요?”

도깨비는 견우의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우리 마음이니라.”


도깨비가 원탁의 한자리에 앉았다.

“예배당의 십자가 밑에서 빈 관을 하나 발견했어.

죽은 신부의 육신을 보관하여 승천한 성인이라며 숭배를 하려고 한 것 같아. 아무래도 원혼이 그 육체를 차지하여 달아난 것 같더군.”

저승은 신부의 죽음 직전에 대하여 언급했다.

“신부는 4일 전에 내가 영혼을 분리했어. 그 개체는 영혼이 분리되기 전까지도 눈에서 빛이 났었어. 강한 믿음이 있거나 광기에 사로잡혔을 때 보이는 눈이었어.

그래서 잠시 영혼의 기억을 살펴봤었어. 그 개체는 스스로 신의 선택을 받았고 죽으면 승천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주변 개체들도 당연하듯이 그렇게 알고 있더군.”

관음은 뭔가 단서를 잡은 듯 말했다.

“전에 성당 근처에서 잡았던 육신이 다른 원혼들에 비하여 빨랐던 이유를 알 것 같아. 그 육신에는 여러 원혼이 있었던 거지. 그중에 하나가 빠져나가 죽은 신부의 육신에 들어간 것 같군.

일부러 내 눈에 띄어 나를 유인했던 거야. 그날 밤 도깨비도 원혼자를 쫓느라 나 혼자 처리했어야 했지.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원혼자도 원혼의 씨앗을 뿌리면서 우리를 분산시킨 것 같아.

그리고 어제 원혼을 거두어들이는 원혼자가 나타나 일부로 고택의 결계로 유인했다는 생각이 들어.”

저승이 관음을 쳐다봤다.

“너와 내가 분신들을 모아 고택에 들어간 틈을 타서 예배당의 개체들을 탈취했다는 거군.

음~ 이렇게 생각해 보니 소름 돋을 정도로 치밀한 계획에 놀아난 것 같군.”

저승의 말이 끝나자, 관음이 엄지와 검지의 끝을 말아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빙고!”

듣고 있던 도깨비가 말했다.

“지금까지 결계가 생성된 지점의 공통점을 보면, 방치된 시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예전부터 인신 공양이 이루어졌던 곳, 전쟁터, 건물이 붕괴하여 육신이 묻혀 있던 곳, 묘지, 유기된 시신 등.

그런 육신을 차지하며 결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결계를 통하여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관음보살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일리가 있어 보이는군. 그런데 예전에는 잠시 나타나 육신을 취해서 달아나거나 원혼의 씨앗을 뿌리고 거두어들이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마치 우리와 해보자는 식이었어.

다음에는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군. 방치된 육신이 있는 곳들에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어..”

저승과 도깨비는 관음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도깨비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잠깐! 견우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저승과 관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견우가 고택의 문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것 기억하지. 견우에게 물어보니, 전혀 튕겨내는 느낌이 없다는 거야. 내가 준 반지의 힘 때문에 결계에 반응했어야 하는데, 이상하지 않아?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견우의 영혼에 들러붙은 원혼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더라고.”

관음은 큰 숨을 들여 마신 후 뱉더니 말했다.

“정말 알 수 없는 개체군. 견우를 좀 더 깊게 시험해 봐야 할 것 같아. 원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노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겠어.”


견우는 집으로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곯아떨어졌다.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일을 경험한 탓인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견우의 몸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더니,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용케도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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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성의 원혼계 정벌 23.05.19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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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하얀 연기 23.05.17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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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돌연변이 23.05.15 16 0 11쪽
9 8. 원혼계 23.05.13 18 0 11쪽
» 7. 죽은 신부의 관 23.05.12 19 0 12쪽
7 6. 원혼들의 결계 23.05.11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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