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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변 님의 서재입니다.

메타휴먼 - 여우구슬

웹소설 > 자유연재 > SF, 판타지

완결

극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49
최근연재일 :
2023.06.10 07:3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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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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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75,402

작성
23.05.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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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성의 원혼계 정벌

DUMMY

13. 성의 원혼계 정벌


하얀 비단옷을 입은 여자는 태연하게 견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잔뜩 경계하고 있던 견우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여자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니까요.”

여자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맑은 미소를 지었다. 견우는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경계를 늦추었다. 꿈 때문인지 약간 쑥스럽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친밀감도 느껴졌다.

“난 구미호라고 해요.”

“아 네~ 견우라고 합니다.”

견우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여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영광인 줄 아세요. 저 밖에 있는 신들은 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거예요. 거기에다 내 이름도 모를 거예요.”

뜻밖의 농담조의 말에 견우는 피식 웃었다.

“왜 나에게 이런 영광이 있는 거죠?”

구미호는 살짝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난 견우씨를 여러 번 만났어요. 어젯밤에도 견우씨 방에서 은밀하게 만나고.”

구미호가 견우를 쳐다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요?”

“무슨 꿈이요?”

구미호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매화 꽃잎이 바람에 날리더니 나타나서는 구미호씨로 변하고······”

견우는 끝을 얼버무렸다. 구미호는 전혀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집에 들어와서 소파에 한 여자가 있었죠?”

“윤아씨요?”

“네. 그게 나였어요.

늦은 밤에 견우씨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갔지요. 독특한 기가 흘러나오길래, 견우씨 몸 안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사라지다니요. 뭐가요?”

“견우씨 몸 안에 들어갔던 내가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견우는 구미호를 쳐다봤다.구미호가 뭔가 눈치를 챘는지 말했다.

“아~ 내 꼬리 하나요. 마치 나의 분신과 같은 거예요.

꼬리 하나가 견우씨 몸 안에서 사라졌어요. 뭐 다시 만들면 되긴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건 그렇고 견우씨 꿈에 내가 나타났다는 거잖아요. 정말 희한하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한껏 기대에 찬 눈망울로 쳐다보는 구미호의 얼굴을 보니,끌어안고 입 맞추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견우는 말하기 민망하여 눈을 돌렸다.

“가물가물 잘 기억이 안 나요. 마지막에 당신이 구슬을 하나 만들고, 다시 꽃잎이 되었죠. 그리고 구슬과 함께 내 입으로 사라졌어요. 춤도 잘 추던데······”

“어머나. 내가 춤도 췄어요! 민망해라.”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며 웃던 구미호는 기대하는 눈으로 견우를 쳐다봤다.

“잘은 추던가요?”

“제법 잘 추는 것 같았어요. 내가 그쪽에 아는 게 없어서 평할 수는 없지만.”

구미호의 눈치를 살피며 견우가 말했다.

“구슬을 하나 만들었다고요?”

“네. 수시로 색깔이 변하는 구슬이었어요. 흰색, 붉은색, 검은색으로 변하더군요.”

구미호는 순간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는지 견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저번에는 무작위로 원혼들과 신들의 기를 발산하더니, 오늘은 원혼들의 기를 내부에 두고 신들의 기가 덮고 있네요. 거기에 내 기운도 느껴져요.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견우씨의 내부에서 기를 응집해 놓은 여우구슬이 하나 만들어졌어요.”

“여우구슬이요?”

“네. 여우구슬 안에는 기가 모아져 있어서, 소유한 자는 신통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돼요.”

“어떻게 하면 여우구슬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죠?”

“그건 나도 몰라요. 앞으로 견우씨 숙제예요. 아마도 꿈속에 답이···...”

말을 하고 있던 구미호의 시선이 견우의 뒤쪽으로 움직였다. 견우는 구미호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봤다.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결계를 뚫고, 견우를 구하기 위하여 들어온 것이다.

“견우야. 괜찮으냐?”

“네.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승사자가 날카로운 눈으로 육신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들어왔느냐. 하룻강아지 같으니라고.

도깨비가 사정사정해서 따라왔지, 안 그랬으면 쳐다도 안 봤을 거다. 이놈아.”

견우는 다시 앞을 돌아봤다. 구미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안쪽을 살펴봤지만,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았다. 견우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도깨비가 손을 잡고 끌었다.

“견우야. 일단 여기는 위험하니 벗어나고 보자.”

셋은 재빨리 몸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관음의 분신들이 건물 주위를 포위했다. 관음은 1층 출입문 밖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당장 여기에 있는 결계를 해체하기는 힘들 것 같아.

일단 원혼들이 이 건물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최우선이야. 이것들이 이번에는 아주 작정하고 일을 벌인 것 같아. 장기전이 예상되니 도깨비 네가 수고 좀 해야겠다.”

“알았다 관음아. 저번 성당 건보다는 일이 많긴 한데. 좌우지간 어떻게 해체할지 작전이나 잘 생각해 둬.”

관음은 건물 입구로 다가가 문 안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쑥 들어가는 듯하더니 이내 밀려 나왔다.

“아까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군.”

관음은 뭔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저승에게 말했다.

“저승아. 원혼계가 있는 성에 다녀와야겠다. 마치 그쪽의 결계가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성에 간다는 말에 견우가 끼어들며 말했다.

“나도 가면 안 돼요?”

관음과 저승은 탐탁지 않은 얼굴을 하며 견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견우는 둘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도깨비가 나섰다.

“견우는 결계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아까 보니 육신들에 밀리지 않고 잘 싸우더라. 나름 요령도 터득한 것 같고.”

저승이 잠시 생각하더니 거들고 나왔다.

“오늘 겁대가리 상실한 하룻강아지 교육을 단단히 해볼까! 원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눈물 콧물 짜는 모습 한번 보고 싶군.”

“알았다. 마음대로 해라. 혹여 성의 결계가 약해졌거든 말이야. 오늘 죽을 개체들 하루 더 살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 성에 있는 모든 원혼과 육신들의 흔적을 지워버려.”

살벌한 말을 하면서도 관음의 눈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심했다.


견우와 저승사자는 원혼계의 성문 앞에 나타났다.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저승은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이 성문 안으로 사라졌다.

“음. 관음의 예상대로 결계가 많이 약해졌군. 견우야!”

“네. 저승사자님.”

“도깨비에게 벽이나 문 통과하는 법은 배웠느냐?”

“배웠습니다.”

“그래! 그럼 따라오너라.”

저승사자는 견우를 한번 힐끗 보더니 성문 안으로 사라졌다. 견우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어설픈 자세로 성문을 향해 걸어가더니 이내 사라졌다.


성안은 한가해 보였다. 원혼계가 나타나고 아무런 변화를 겪지 않는 탓인지, 포장되지 않은 길을 따라 초가집들이 즐비해 있고, 더 안쪽으로는 큰 기와집들도 보였다. 견우는 이색적인 광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어이 하룻강아지. 여기에 놀러 온 것이 아니니 정신 차리거라. 결계가 많이 약해져 있으니 샅샅이 뒤져봐야겠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승사자의 몸에서 분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속속들이 도착하는 분신들도 합세하여 성을 에워싸고 있었다. 족히 수백은 넘어 보이는 숫자였다. 한 분신이 중앙에 있는 대로를 지나 큰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다.

“음. 저기가 맞는 것 같군. 가자.”

저승사자는 대로를 따라 기와집을 향해 걸어갔다.

“저승사자님. 지금 일이 어떻게 돼가는 건가요?”

태연하게 앞만 보며 걸으며 저승사자가 말했다.

“분신들이 결계의 저항이 느껴지는 모든 곳을 에워쌌느니라. 그리고 사방에서 몇몇 분신들은 결계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이동시켰지. 그곳이 바로 저 앞의 집이니라.

결계의 중심으로 원혼들과 육신들이 도망치는 것을 먼저 막은 것이니라. 이제 결계의 중심을 찾았으니, 포위망을 좁히면서 원혼들과 육신들을 수거하면 된단다.”

사방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보랏빛 원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견우의 옆쪽으로 한 무리의 원혼들이 기와집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견우는 손을 뻗어 원혼들을 흡수했다. 저승사자는 옆으로 날아가는 원혼들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기와집 가까이 다다르자, 한 무리의 육신들이 나타나 기와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옛날 복장을 한 육신부터 요즘 옷차림을 한 육신까지 섞여 있었다.

저승은 순식간에 도약하여 육신들을 넘더니 문 앞을 가로막았다. 육신들은 그런 저승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승의 몸에서 여러 분신이 나왔다. 그리고 하나둘 육신들의 몸에서 원혼들을 뽑아냈다.

견우도 육신을 향해 달려가 손을 뻗었다. 원혼들이 육신에서 뽑히며 후드득 소리와 함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원혼들이 제거된 육신은 맥없이 땅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고 부적이 날라와 붙더니 재가 되어 사라졌다.


저승은 기와집 마당에 들어섰다. 저승의 분신들이 안과 밖을 지키고 있었다. 저승은 중앙에 있는 안채를 향해 걸어갔다. 견우도 저승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저승은 대청에 앉아 팔짱을 끼고 마당을 바라봤다. 잠시 후, 사방에서 원혼들의 무리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분신들을 피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육신의 무리도 마당 안으로 몰려왔다.

날아다니던 원혼들은 육신들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강해진 육신들은 분신들에게 완강히 저항했다. 저승의 분신들도 하나둘 마당으로 들어오더니 다른 분신들 안으로 합체했다. 육신들은 분신들에 의하여 하나둘 힘을 잃고 쓰러졌다. 사방에서 몰려온 원혼들은 남아 있는 육신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러나 저승의 분신들은 육신을 공격하지 않았다.

“어이. 하룻강아지. 네가 한번 해 볼 테냐.

저 정도의 원혼들이 들어갔으면 상당히 강할 텐데.”

견우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앞을 보며 말했다.

“됐다. 괜히 다치기라고 하면 도깨비한테 엄청나게 괴롭힘당할 것 같아. 내가 하마.”

승리욕을 자극하는 저승사자의 말에 견우는 발끈했다.

“다쳐도 내가 고집부려서 그랬다고 할 거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견우는 육신을 향해 달려갔다. 육신은 달려드는 견우를 저지하려 몸을 낮추었다. 이에 견우도 몸을 낮추고 육신의 눈을 노려봤다.

순간 견우가 한 발짝 다가갔다. 그러자 육신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나더니 견우의 얼굴을 향해 오른 주먹을 날렸다. 견우는 몸을 옆으로 돌리며 주먹을 피하고 왼손으로 육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한 무리의 원혼들이 빨려 들어왔다.

육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리면서 오른 팔꿈치로 견우를 공격해 왔다. 이에 견우는 한발 옆으로 무르면서 간단하게 회피하였다. 그러고는 몸이 돌고 있는 육신의 얼굴을 오른 손바닥으로 움켜쥐더니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많은 원혼이 순간적으로 흡수되었다.

원혼은 일어나려고 발악했지만 더 이상 견우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원혼이 흡수되지 않자, 견우는 움켜쥔 손을 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 저승사자의 얼굴을 보았다.

“잘했다. 견우야. 하룻강아지는 취소다.”

견우는 우쭐거리며 말했다.

“뭐 이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저승의 차가운 얼굴에 살짝 미소가 흐르는가 싶더니 대청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는 가자. 큰일은 다 끝났구나.”


으슥한 새벽 지상으로 지나가는 지하철 선로의 소음차단벽 앞으로 한 노파가 다가왔다. 잠시 주위를 살피는가 싶더니 믿기지 않을 도약력으로 벽을 뛰어넘었다.

터널에 불빛이 비치고 있다. 마지막 지하철 운행이 끝나자, 선로와 터널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나가자, 기둥 뒤편에서 노파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불빛이 사라진 반대편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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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 원혼계의 마계 출정 23.06.10 10 0 10쪽
33 32. 천계를 궤멸시킨 치우 23.06.09 10 0 11쪽
32 31. 마고의 갈등 23.06.08 10 0 10쪽
31 30. 마왕 치우 23.06.07 13 0 10쪽
30 29. 조작된 영혼들 23.06.06 13 0 12쪽
29 28. 신계 23.06.05 13 0 12쪽
28 27. 원혼계의 파상공세 23.06.04 15 0 12쪽
27 26. 처녀보살 23.06.03 15 0 12쪽
26 25. 민무늬 반지 23.06.02 14 0 14쪽
25 24. 견우의 꼬리 23.06.01 15 0 12쪽
24 23. 걸어다니는 원혼계 23.05.31 15 0 11쪽
23 22. 새로운 신 23.05.30 16 0 10쪽
22 21. 지하에서의 충돌2 23.05.29 15 0 15쪽
21 20. 지하에서의 충돌 23.05.27 16 0 13쪽
20 19. 구미호와의 데이트 23.05.26 20 0 10쪽
19 18. 죽음을 허락 받지 못한 자 23.05.25 16 0 11쪽
18 17. 원혼계로 들어간 견우 23.05.24 15 0 11쪽
17 16. 사라진 진실들 23.05.23 17 0 11쪽
16 15. 소녀와 엄마의 기억 23.05.22 18 0 11쪽
15 14. 견우의 분신 23.05.20 17 0 11쪽
» 13. 성의 원혼계 정벌 23.05.19 20 0 12쪽
13 12. 원혼계의 도시 침공 23.05.18 18 0 11쪽
12 11. 하얀 연기 23.05.17 16 0 11쪽
11 10. 마고의 신당 23.05.16 19 0 12쪽
10 9. 돌연변이 23.05.15 16 0 11쪽
9 8. 원혼계 23.05.13 18 0 11쪽
8 7. 죽은 신부의 관 23.05.12 18 0 12쪽
7 6. 원혼들의 결계 23.05.11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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