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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변 님의 서재입니다.

메타휴먼 - 여우구슬

웹소설 > 자유연재 > SF, 판타지

완결

극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49
최근연재일 :
2023.06.10 07:3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45
추천수 :
3
글자수 :
175,402

작성
23.05.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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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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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 하얀 연기

DUMMY

11. 하얀 연기


견우는 재빨리 통로의 옆쪽으로 숨었다.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가 들어왔다.구미호였다.

무표정하면서도 날카로운 눈초리로 통로에 들어서더니, 문을 닫고 들어와 양옆을 쳐다봤다. 견우는 구미호와 눈이 마주쳐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움찔했다. 그러나 구미호는 아무것도 못 봤는지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도깨비는 들키지 않으려는 듯 살금살금 문을 향해 걸어가더니, 문을 통과해서 빠져나갔다. 이를 본 견우도 살금살금 통로를 지나 나가려 했다. 문 앞에 당도하자 견우는 조심스레 문을 잡아당겼다.

“끼익~”

문에서 소리가 났다. 당황한 나머지 그냥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아차~”

견우는조심스레 뒤를 돌아봤다.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구미호의 다홍치마가 눈앞에 보였다. 위를 보자 구미호가 문을 보고 서 있었다. 견우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고, 급하게 입을 틀어 막았다.

구미호는 문을 단속하더니 안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견우는 구미호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감에 찬 견우는 움츠렸던 몸을 펴고 일어서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 깜짝이야.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말하기 무섭게 견우는 섬찟한 시선을 느꼈다.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구미호가 견우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러다 대뜸 견우를 향해 다가와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네 이놈! 여기서 냉큼 나가거라.

너 같은 하찮은 것이 함부로 들어올 곳이 아니니라.”

견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벙긋하고 있었다. 구미호는 손을 들어 견우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견우는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구미호는 견우의 멱살을 정확히 잡는 듯하더니 문밖으로 던졌다. 그러나 구미호의 손은 견우를 통과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한 견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나 말고 다른 게 있어?”

구미호는 다시 제단으로 가서 분골함을 닦기 시작했다. 견우는 구미호에게 다가가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뒷짐을 지고 제단을 살펴봤다. 보이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자, 견우의 마음은 한없이 풀어졌다.

“마고님 이시니라. 세계를 창조하신 분이지.”

한결 부드러워진 구미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렇군요.”

구미호의 말에 견우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그러다 흠칫 놀라며 구미호를 쳐다봤다. 구미호는 온화한 얼굴로 견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느냐?”

“아~니요.”

구미호는 굽혔던 허리를 펴며 크게 웃더니 말했다.

“네가 그런 말 안 해도 알고 있거든.이 누나가 예쁜 걸 말이지. 네가 죽었어도 눈은 살아 있구나.”

엉겁결에 대답했던 견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야?”

구미호는 마저 분골함을 닦고 나서 견우를 쳐다봤다.

“자~ 이제 끝났다. 그만 이승에서 떠돌고 하늘로 올라가야지. 약속한 대로 이 누나가 보내줄게~”

구미호는 견우의 손을 향해 뻗더니 손을 잡았다. 견우는 다급히게 손을 피했다.

“가자~!”

구미호는 마치 누구의 손을 잡은 것처럼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고 자물쇠 채우는 소리가 났다.

“아~! 미치겠네.”


견우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뭐가 뭔지 도대체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정신을 차린 견우는 문 앞으로 가서 문을 밀어 보았다.

“철커덩~”

문은 잠겨 있었다.견우는 그제야 생각났는지 마음속으로 문을 통과하겠다고 생각하고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밖에 나오자, 도깨비가 팔짱을 끼고 대나무 샛길을 보고 있었다. 구미호가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견우는 도깨비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저 여자 정말 뭐 하는 여자예요?

그건 그렇고. 나만 남겨두고 가기있기요?없기요?”

견우가 울상을 하며 말했다.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도깨비가 견우를 안쓰러운 듯이 쳐다봤다.

“내가 네 마음 다 안다.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아. 정말 고생했다 견우야.

나도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랬겠냐. 올 때마다 겪는 일인데도 정말 무서워.”

도깨비의 얼굴을 보자 견우의 찡그렸던 얼굴이 부드럽게 변했고,위로하듯 말했다.

“나도 도깨비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도깨비님 우리 빨리 여기에서 나가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요”

둘은 고분 안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한 60대 여자가 금은방에서 목걸이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끝에 거북이가 달린 목걸이를 고집했다.

“요즘 남편이 많이 골골거리지!”

구미호의 말에 여자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보살님. 요즘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고, 식은땀까지 흘리고 그래요. 밥도 잘 못 먹고요.”

구미호가 날카로운 눈을 하며 말했다.

“사업한다고 신경 많이 쓰고 몸을 함부로 굴려서 그래. 몸에 기가 빠져나가 허해진 거야.

십전대보탕 지어서 날마다 먹이고, 기를 빨아들이는 금붙이를 걸치는 게 좋아. 금목걸이가 좋겠군. 끝에 거북이가 달린 것으로 말이야.”

목걸이를 산 여자는 금은방을 나와 길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하얀 연기처럼 흐릿한 뭔가가 나오더니 지나가는 젊은 남자의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이 되자 남자는 술집과 음식점 등이 즐비한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그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 이르자, 하얀 연기는 그의 몸에서 빠져나와 주변 사람들의 몸을 서서히 옮겨 다녔다.때로는 어떤 사람의 안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기도 하고, 서서히 여러 사람의 안으로 옮겨 다니기를 반복했다.

하얀 복장을 한 남자가 하얀 연기가 들어간 여자의 옆으로 다가왔다. 관음보살이었다. 관음이 여자의 몸을 통과하려는 순간, 하얀 연기는 빠르게 튀어나와 다른 사람의 몸으로 이동했다.

관음은 하얀 연기를 쫓기 시작했다. 하얀 연기는 관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여러 사람을 옮겨 다녔다. 사방에서 관음들이 나타나더니, 하얀 꼬리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관음의 손이 하얀 연기의 꼬리부분을 잡았으나, 하얀 털만 남기고 빠져나갔다. 관음은 추격을 계속했다.

하얀 연기는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클럽 안으로 들어가더니, 밀집한 사람들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다.

뒤따라 클럽 안으로 들어온 관음은 여러 분신으로 나누어 사람들의 몸을 일일이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얀 연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관음의 분신들이 출입구에 있던 관음에게로 합쳐졌다.

“쳇~ 놓쳤군.”

하얀 연기는 허상을 하나 만들어 클럽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 클럽을 나오던 한 여자 안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여자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 버스로 갈아탔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한 여자는 버스에서 내렸고, 낯익은 편의점 앞을 지나갔다.


견우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고, 계단을 통하여 이층으로 올라갔다. 거실에서는윤아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인기척에 윤아가고개를 돌렸다.

“견우씨 왔어요!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아~ 네. 다녀왔습니다.”

견우는 반갑게 맞아주는 윤아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견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옷을 갈아입으려다 손을 보았다. 빨간 장갑이 눈에 들어왔다.반지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장갑은 사라졌다.

윗옷을 갈아입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알게 된 견우는,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윤아가 앉아 있던 쪽을 보았다.

어디 갔는지 윤아는 보이지 않았고, 텔레비전은 꺼져 있었다. 견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방문을 닫았다.

“내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윤아씨가 나에게 인사를 할 수 있지?”

견우는 윤아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방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내가 헛것을 봤나?”

문득 낮에 겪었던 일들이 스쳐 갔고, 소름이 쫙 뻗쳤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녀보살집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

보이지도 않는데, 보이는 것처럼 행동했던 처녀보살이 떠올랐던 것이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견우야. 들어왔니?”

“응. 엄마.”

견우는 문을 열었다.

엄마는 견우의 안색을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다.

“피곤할 테니 쉬어라.”

“엄마도 잘자~”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엄마가 자기의 방으로 가려고 돌아서려는 순간, 견우가 물었다.

“엄마. 혹시 윤아씨 들어왔어?”

“너 들어오기 한참 전에 들어왔지. 그런데 왜?”

“아니야. 그냥 집 안이 조용해서 물어봤어.”

“싱거운 놈. 하여튼 잘 자~!”

엄마가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에, 견우는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창을 통해 유난히 밝은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견우는 몇 번 몸을 뒤척이더니 윤아에 대한 의문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


불 꺼진 거실. 윤아의 방에서 하얀 연기가 문틈으로 나오더니 견우의 방으로 들어갔다. 견우는 아무것도 모르고, 죽은 사람처럼 잠자고 있었다.

하얀 연기는 한동안 견우의 몸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에 간지러웠는지 견우는 팔을 휘젓기도 하고, 몸을 움츠리기도 했다. 갑자기 하얀 연기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견우의 몸 안으로 사라졌다. 견우는 이날 기이한 꿈을 꾸었다.


보름달이 유난히 크고 밝은 밤이었다. 견우는 하얀 매화가 피어 있는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딘 고목의 품위와 달빛에 잘 비치는 꽃들이 잘 어우러져 묘한 운치를 더해주었다.

잔잔한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더니, 하나의 무리가 되어 춤을 추듯 움직였다. 견우는 기이하면서도 아름답게 움직이는 꽃잎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주위를 배회하던 꽃잎들이 서서히 견우에게 다가오더니, 이리저리 휘감으며 움직였다. 그런 꽃잎들의 움직임에 견우는 기분이 좋아졌고, 황홀함마저 느꼈다.

견우를 휘감으며 움직이던 꽃잎들이 여인의 형태를 갖추더니 멈추어 섰다. 그리고 서서히 하얀 비단옷을 입은 여자로 변했다.여자는 가는 팔과 다리고 견우를 휘감고 있었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견우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견우의 목에 팔을 감더니 서서히 다가가 입맞춤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흐르고, 여자는 견우의 품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두었다.

견우는 넋을 잃은 듯 두 눈을 감고 있었고, 여자는 그런 견우를 매혹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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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성의 원혼계 정벌 23.05.19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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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하얀 연기 23.05.17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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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 원혼계 23.05.13 18 0 11쪽
8 7. 죽은 신부의 관 23.05.12 18 0 12쪽
7 6. 원혼들의 결계 23.05.11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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