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수경

밥차로 연예계를 지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도콩
작품등록일 :
2024.04.27 12:32
최근연재일 :
2024.05.13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024
추천수 :
44
글자수 :
45,870

작성
24.05.05 20:00
조회
99
추천
3
글자
10쪽

내가 지금 헛 것을 보고 있는 거지?

DUMMY

“내, 내가 지금 헛 것을 보고 있는 거지?”


정우는 두 눈을 비비며 현민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래, 헛 것을 보고 있는중이야. 그러니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조용히 들어가 있으렴.”

“말도 안돼!”


나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정우는 조심스럽게 한발짝씩 내딛으며 현민에게로 다가갔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현민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정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으허억! 진짜야! 진짜 김현민이야!”


자신을 향해 인사하며 웃는 현민을 보고서 정우는 뒷걸음질 치더니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짜 주접도 가지가지다.’


이러한 정우의 모습이 부끄러워 차마 쳐다볼 수가 없어 얼른 정우의 팔을 붙잡고 일으켰다.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는 왜······.”

“친구인가봐요?”

“어디 내놓기 부끄럽지만 맞아요”


친구냐고 물어보는 현민의 말에 조용히 수긍했다.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에요!”

“배우 지망생?”

“네!”


현민의 질문에 정우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배우 지망생이라는 정우의 말에 현민의 반응이 어쩐지 좀 이상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열심히 하세요.’ 나 ‘그렇구나.’ 하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뭐랄까 그런 걸 왜 하려고 하냐는 듯한 눈빛이랄까?


“자, 자. 너는 들어가.”


정우의 등을 떠밀어 밀었다.


“알았어. 저······가시기 전에 사인 한번만 받을 수 있을까요?”

“네,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우는 사인 허락을 받고서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디션 열심히 보러 다니는 중이에요.”


현민이 정우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말을 덧붙혔다.


“예고에 다니고 있긴 한데 빨리 데뷔하고 싶어서 그런지 이래저래 열심히 하더라고요.”

“아직 소속사를 못 찾았나봐요?”

“네.”


정우가 비주얼적으로도 꽤나 훈훈한 외모를 가졌기에 철용 또한 관심을 가지는 듯 보였다.


“아, 그래서 저희 어디까지 얘기했죠?”


이 축복이라는게 효과가 얼마나 갈지 모르기에 이 촬영이 끝날 때까지 매일 하루에 한번 도시락을 싸주기로 약속했다.

이야기를 끝낸 현민은 정우에게 전해주라며 사인을 해주고서 이 곳을 떠났다.


“뭐야, 뭐야. 아니, 저 분이 왜 여기에 있는건데?”


현민과 철용을 보내자마자 정우가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내 음식을 먹어보고 반했다고 찾아왔어.”

“네 음식을? 맛을 어떻게 알고?”

“지난번에 드라마 촬영한다고 일찍 닫았을 때 남은 음식을 촬영장에 줬거든 그거 드시고 찾아 오셨네.”

“와, 내 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얼굴에서 빛이 막 나는데 CG보는 줄 알았잖아.”


정우는 그 후로 한참동안 현민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작품에서 연기가 어쩌고, 비주얼이 어쩌고, 근육이 어쩌고······원래도 말이 많았지만 오늘은 더 했다.


‘아우, 시끄러. 오늘 봤던 현민이 이 모습을 봤으면······응?’


조용하고 진지해 보이던 현민과 수다스러운 정우의 모습이 대비가 되면서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야, 너 도시락 배달 안 할래?”



***



대학 병원.


“지난번에 검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전 보다 훨씬 수치가 좋아졌어요.”

“정말요?”


엄마의 담당 의사는 앞에 놓인 컴퓨터의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이렇게 급격하게 좋아지지는 않는데······환자 분을 안 봤으면 검사 결과를 의심할 뻔했어요.”


확실히 처음 봤을 때보다 엄마의 얼굴이 좋아졌다. 열심히 아침, 저녁을 만든 보람이 있는지 살도 찌고, 안색도 더 밝아졌다.


“확실히 전보다 체력도 올라온 것 같고, 몸이 편해졌어요.”


물론 내 요리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섞인 축복의 재료가 한 몫 했을테지만.


“좋은 징조네요. 보호자 분이 잘 도와주셨나보네요.”

“우리 아들이 고생이 많았죠.”


엄마는 나의 손을 꼭 잡으며 의사의 얘기를 들었다. 그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쭈글쭈글해진 손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찡해졌다.


“이대로만 계속 유지해주면 금방 원래의 컨디션대로 돌아올 수 있을거예요.”

“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약은 꾸준히 드시고 관리는 계속 해주셔야 해요.”

“네, 당연하죠.”

“다음 진료는 3개월 뒤에 뵙죠. 나가면서 예약하시고 가세요.”


진료를 보고 나와 진료비 계산을 위해 잠깐 의자에 앉았다.


“민재야.”

“응?”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지나면 내가 너 학교 보내줄게.”


학교? 학교는 무슨. 나름 한 이름 한다는 요리 학교에서 유학까지 했는데 공부에 미련 따위가 남아 있을리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 거? 박영재일 때도 적성에 안 맞았다.


“학교 같은 거 안 다녀도 돼.”

“학생이 학교를 다녀야지 무슨 소리야.”


안 다녀도 된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단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항상 인자한 모습이었던 엄마의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아니, 이미 자퇴도 했고 나는 지금처럼 요리해서 돈을 버는 게 더 좋아.”

“하~ 민재야. 엄마는 네가 그냥 그 나이대 또래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18살짜리 애가 학교 안 다니고 일을 한다니 엄마는 그게 마음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이해는 됐다 나도 처음에 이러한 상황에 많이 속상했으니까. 하지만······나는 32살의 박영재인걸.


“알아요.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저도 제 행복을 위해서 그런거예요.”


나름 인생 2회차인데 학교를 다니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엄마, 미안한데 아들은 공부에 재능이 없어요.’


뻔히 알고 있는 결과를 두 번이나 번복할 필요는 없잖아.


“어! 갔다올게요.”


타이밍 좋게 내가 가진 번호표의 호출벨이 울렸고 수납을 핑계 삼아 잘 넘길 수 있었다.


“진료비 많이 나왔어?”


엄마는 내가 들고 있던 영수증을 힐끔 쳐다보며 물어봤다.


“아뇨, 별로 안 나왔어요.”


얼른 영수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도······요즘 장사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재료 손질도 얼마 안 하는 것 같고.”


그건 금방 다 팔리고, 재료 손질하는 내 손이 빨라서 그런건데 엄마는 별로 일을 안 하는 것 같아 보여서 걱정을 한 듯 보였다.


“오늘도 못 쉴뻔했잖아요. 손님들이 제발 장사 해 달라고 난리라서.”

“농담도 참.”

“진짜에요. 정우가 얘기 안 했어요? 얘는 이런 얘기는 안하고 무슨 쓸데없는 얘기만 한거야.”

“진짜야?”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도 긴가민가하는 엄마에게 계속해서 자랑들을 늘어놓았다.


“우리 아들이 그렇게 대단한지 몰랐네.”

“조금만 있어봐요. 아마 저에게······응?”


뜬금없이 철용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매일 칼같이 정해진 시간에 도시락을 보내주기에 철용에게 초반에만 연락이 왔지 이제는 당연해져서 딱히 별다른 연락을 안하고 있었다.


“혹시 도시락에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뭐 하나만 부탁 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지금 형 집으로 한번만 가주실 수 있을까요?]


현민의 집으로? 뭔가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은 쎄 한 기분이 들었다.


[제가 지금 다른 팀 지원을 나와서요. 퀵 배달 기사가 안에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해서요.]

“아······.”

[일어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전화도 안 받고 해서 다른 사람은 아직 형 상태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제가 주소를 아니까 지금 바로 가볼게요.”

[네! 진짜 감사드려요. 저도 일 끝나는 대로 바로 갈게요.]


철용의 전화를 끊자마자 엄마를 집에 보내드리고 바로 현민의 집으로 갔다. 몇 번이고 퀵을 보냈기에 현민의 주소는 이미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택시를 타고 달려간 현민의 집 앞에는 내가 아침에 보낸 도시락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아마 배달 기사가 기다리다 그냥 앞에 두고 간거겠지.


“띵동-”


먼저 침착하게 벨을 눌렀다.


‘그래, 모처럼 촬영 없는 날인데 늦잠 잘 수도 있지.’


철용이 조금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그런걸거라며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몇 번의 초인종 소리에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저기요! 저 민재인데요.”


이번에는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고, 마음이 급해지며 자연스레 조금씩 두드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쿵쿵.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큼 나의 심장도 두근거렸다. 나의 기억 속에 있는 현민의 마지막 기사가 걸려서.


“빨리 문 좀 열어봐요! 네? 매니저 형 연락 받고 왔어요!”


옆집에서 듣던 말던 소리를 지르며 현민을 불렀다. 이렇게 내가 불안해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본 현민의 마지막 기사가 ‘톱스타 K씨,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 이송’ 이었다.


‘내가 안일하게 너무 자만 했나?’


아직 작품도 끝나지 않았고, 도시락도 잘 먹으며 별 다른 일이 없다고 해서 괜찮아지겠라고 생각했다.

괜찮아지다보면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그렇게 되면 과거와는 달라질 줄 알았는데······역시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건가.


“형! 형!”


손이 찌릿하며 아파왔지만, 축복이라는 것만 믿고 신경을 쓰지 않은 내 탓 같아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 119!’


안되겠다 싶어서 119에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밥차로 연예계를 지배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5/8~5/12일까지 연재중단합니다. 24.05.07 61 0 -
10 새로운 아이템 24.05.13 41 4 12쪽
9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나 24.05.07 72 5 11쪽
8 드셨구나 내 선물을 24.05.06 88 3 10쪽
» 내가 지금 헛 것을 보고 있는 거지? 24.05.05 100 3 10쪽
6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24.05.04 102 6 11쪽
5 그 사람 좀 만나봐야겠어 24.05.03 115 5 9쪽
4 찾았다! 24.05.02 118 5 10쪽
3 어디서 산 거예요? 24.05.01 118 3 10쪽
2 이건 눈감고도 해 24.04.30 127 5 11쪽
1 이딴게 팔릴리가 24.04.29 141 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