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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경

밥차로 연예계를 지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도콩
작품등록일 :
2024.04.27 12:32
최근연재일 :
2024.05.13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026
추천수 :
44
글자수 :
45,870

작성
24.05.03 20:00
조회
115
추천
5
글자
9쪽

그 사람 좀 만나봐야겠어

DUMMY

“어······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어요.”


이 자는 열변을 토하며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 지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저희 형의 구원자세요!”


조폭 같아 보이던 첫인상과는 달리 현민의 매니저라는 철용은 꽤나 순해보였다. 물론, 힘은 아니었지만.

두 손을 어찌나 꽉 잡았는지 손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었다.


“아하하, 저의 음식이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긴한데.”


웃으며 철용과 잡고 있던 손을 슬쩍 빼어냈다.

그런데 웬만한 셰프 음식을 다 먹어봐도 안됐는데 왜 내 음식이지? 물론 내 요리 실력이 그들과 비교가 안 되긴 하지만, 이건 맛의 문제가 아닌거 같은데.


“제 음식만 먹고 괜찮았다는거죠?”

“네! 어제 다른 음식도 가져갔는데 한입도 못 먹었어요. 저희 형이 몇 달만에 음식을 먹은건지.”


철용은 그렇게 음식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한가득 싸갔다. 나의 연락처와 함께.


“꼭 연락 드릴게요!”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단골이 생긴 건 좋긴한데······왜 그런거지?”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서 넘겼다. 농담으로 ‘여기에서 만든 음식 아니면 못 먹겠어요.’ 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어제 쉬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어제보다 확실히 더 늘었고, 재료를 더 많이 준비해갔지만 소진이 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허억! 없어요?”


셔츠 차림의 일을 마치고 온 직장인이 텅 비어있는 떡볶이 판을 보고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네, 죄송해요.”

“아······이거 먹으려고 뛰어왔는데.”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울상의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축-늘어뜨렸다.


“요즘에 손님들이 많아져서 재료 소진이 빨라지네요. 다음번에는 더 많이 준비해서 올게요.”

“네에······.”


직장인이 처진 어깨로 뒤를 돌았을 때 그 어깨 너머로 아침에 보았던 얼굴이 헉헉거리며 뛰어왔다.


“사, 사장님.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싶어 철용을 빤히 바라봤다.


“무슨 일이에요?”

“음식이 효과가 없어요!”

“네?”

“음식이 효과가 없다고요!”


그래, 그럴리가 있겠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음식을 다 먹어봐도 안 되는 걸 나의 음식을 먹었다고 괜찮아졌을리가.


“아, 제가 도움이 됐으면 했는데 아쉽네요.”

“어쩌죠? 우리 형 안되는데.”

“저도 참 안타까······.”

“매일 병원가서 영양제를 안 맞으면 기운이 없어서 스케줄도 못하고, 살도 벌써 10kg나 빠지고, 그 운동 잘하던 형이 운동도 못 하고 있는데.”


철용은 현민의 걱정을 하나씩 늘어놓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에 나의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의 배우를 좋아하는구나.’


전에 유명하다고 하는 스타들이 예약을 하고서 식당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몇 달, 몇 년전부터 예약을 해야 했기에 이런 귀한 기회를 대부분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려고 했고, 그 소중한 사람들 중에 같이 일하는 매니저를 데리고 온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이러다가 저희 형 평생 아무것도 못 먹으면······.”

“일단 진정하시고 이런 말 드리기 좀 그렇긴한데 병원은······.”

“병원도 당연히 가봤죠! 그런데 아무 소용 없었는걸요.”

“아.”


아무리봐도 심리적인 문제 같은데 병원까지 가봤다니 더 이상 다른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저희 형 어쩌죠?”

“일단 우연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조금 더 생각을 해볼게요. 괜찮을거라는 장담은 못해드리겠지만.”


그때의 나의 음식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상황도 우연일 수 있기에 철용의 간절함에 한번 더 도와주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이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고요. 내일 아침에 혹시 여기로 와줄 수 있어요?”

“그럼요! 당연하죠! 아, 근데 저희 형에 대한 일은······.”

“당연하죠. 아무한테도 얘기 안해요.”

“감사합니다!”


철용은 알겠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서 포장마차를 빠져나갔고, 그런 철용과 바톤 터치를 하듯 정우가 들어왔다.


“뭐야? 누구길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

“단골 손님.”


단골 손님이라는 말에 정우는 금방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오늘도 다 팔린거야? 와- 이러다 곧 부자 되는거 아니야?”

“내가 한 음식이 맛이 없을리가 없으니 당연하지.”


지금은 예상보다 더 손님이 없는 편이었다. 전에 장사할 때 얼마나 맛없다고 소문이 많이 난건지.


“재수없는데 인정 안 할 수가 없어서 짜증나.”

“응~ 오늘 저녁 불고기인데.”

“정리 도와줄까?”


몇 번 저녁을 챙겨먹였더니 이미 나의 음식에 길들어져 집밥을 못 먹겠다는 정우는 군말하지 않고서 나의 뒷 정리를 도와줬다.

정우를 집에 데려와 저녁까지 먹여 보낸 뒤 곰곰이 생각을 했다.


‘도대체 뭘까 어제 음식과 오늘 음식이 뭐가 다른거지?’


요리사는 요리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게 기본이기에 음식의 맛이 달라진 건 분명히 아니었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안 괜찮았다라······.”


레시피의 문제가 아니라면 다른 건 음식의 재료인데 추가로 더 들어간 재료는 당연히 없고, 똑같이 시장에서 장을······어?

순간 머리 속에 번뜩 스치는게 하나 있었다.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바로 집의 뒷마당으로 달려갔고, 가자마자 입을 떡하고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뭐야?”


분명히 아침까지는 파가 손바닥 두 뼘 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지금보니 순식간에 한 뼘이나 더 자라 있었다.

어제와 오늘 요리에서 달라진 건 이 파. 파가 귀엽게 자라서 맛을 볼 겸 떡볶이 만드는데 같이 넣었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다고?’


아무리 영양제를 주고 좋은 비료를 주더라도 하루 아침에 한 뼘이나 자라는 건 상식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말이 안됐다.

훌쩍 커버린 파를 멍하게 보고 있다 아침에 어머니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보물······그리고 축복.’


분명히 전 집주인은 이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런 말을 한 거고.

단순 농작물이 빨리 자란다는 것 만으로 보물이니 축복이니 말을 하지는 않았을테고 그렇다면 바로 저것이다.



***



“형, 이것 좀 먹어보세요.”

“안 먹고 싶어.”


괜찮아질줄 알았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상황에 현민은 잠깐의 희망을 봐서 그런지 더 큰 절망에 빠졌다.


“혀어엉- 안돼요. 조금 이따가 달리는 씬 찍어야하는데 달리다 쓰러지면 어떡하려고요.”

“별로 안 땡겨.”


그 냄새를 계속 맡는 것도 그렇고, 이런 계속 된 희망 고문을 하는 것 또한 지긋지긋했다.


“이거는 진짜 괜찮을거예요. 그 사장님이 괜찮을거라고 확신했어요.”

“하아······.”


현민은 계속된 철용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받았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확실히 냄새조차 못 맡겠던 그 음식들보다는 낫긴했다.

도시락을 여니 예쁘게 동그랗게 모양을 낸 볶음밥이 자리잡고 있었다.


“떡볶이가 아니네?”

“네, 개인적으로 싸주셨어요. 맛은 보장하신데요.”


철용의 말에 현민은 숟가락을 들고 고슬고슬한 밥을 한 입 떠 입으로 집어넣었다.


‘어. 맛있다.’


한 입을 먹자마자 드는 생각이었다.

너무나도 평범한 메뉴인 볶음밥인 만큼 아무런 기대 없이 먹었는데 이게 웬일 떡볶이보다 훨씬 맛있었다.

한 숟가락을 입에 넣자마자 바로 다음 숟가락을 음식에 가져갔고, 그 모습을 본 철용은 함박 미소를 띄었다.


“와, 다행이다.”

“도대체 뭐야. 뭔데 이 사람이 한 음식은 괜찮은거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맛이야 있었지만, 그 동안 자신이 먹었던 음식 중에서도 맛있는 건 충분히 많았다.


‘뭐지 도대체 이 음식은? 그리고 이걸 만든 그 사람은?’


그렇게 의문을 갖고서 현민은 한 그릇을 순식간에 헤치웠다.


“철용아, 내가 그 사람 좀 만나봐야겠어.”



***



“아,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


늦은 밤 우리 집을 누군가가 찾아왔다.

높은 달동네의 거의 꼭대기에 자리한 이 집의 문을 두드린 사람은 중년과 노년 사이의 나이를 가진 한 아주머니였다.


“늦은 밤에 실례합니다.”


그녀를 보자마자 이런 달 동네는 처음 와봤을듯한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의 옷과 가방이 눈에 띄었다.

아무리봐도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사람인데.


“아, 네. 그런데 누구신지?”

“축복은 잘 받으셨나요?”


그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고, 밝은 보름달의 빛이 그녀와 나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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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딴게 팔릴리가 24.04.29 14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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