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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경

밥차로 연예계를 지배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도콩
작품등록일 :
2024.04.27 12:32
최근연재일 :
2024.05.13 2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102
추천수 :
44
글자수 :
45,870

작성
24.04.29 20:00
조회
150
추천
5
글자
10쪽

이딴게 팔릴리가

DUMMY

[‘연화정’ 5년 연속 미슐랭 3스타 선정]

[최연소 5성급 쉐프 박영재, 해외 유명 호텔 연봉 300억 제안 거절]

[지금 예약해도 3년 기다려야한다는 ‘연화정’은 어떤곳인가]


“온도 제대로 맞추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이거 누구야. 이딴걸 지금 음식이라고 내놓은거야?”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방 안, 하얀 셰프복을 입은 한 남자가 나가는 요리마다 참견하고 간섭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왼쪽 가슴에는 ‘총주방장 박영재’ 라는 금색 명찰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북적북적하던 주방은 어느새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난 영재는 짧은 한숨과 함께 텅 비어있는 주방을 점검하기 위해 한바퀴 돌았다.


‘이게 왜 여기 있지?’


분명 스태프들이 정리를 다 끝내고 갔을텐데 뜬금없는 음식에 어리둥절했다. 그 요리의 정체는 호박죽이었다.

호박의 달큰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본능적으로 이끌려 숟가락으로 호박죽을 맛봤다.


‘진짜 오랜만이네.’


호박죽만 보면 엄청 어렸을때 어머니가 해주시던게 떠올랐다. 어머니의 얼굴도 흐릿하지만 이 호박죽의 맛만은 확실하게 기억이 났다.


‘뭐야, 너무 비슷하잖아.’


맛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신 그 맛 그대로였다. 누가 만든거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한게 세상이 핑핑 도는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렇게 눈앞이 깜깜해졌다.



***



“야! 야!”


기억을 잃었을 무렵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듯한 기분에 겨우겨우 무거운 눈꺼풀을 일으켰다.


“장사하다 말고 뭘 그렇게 깊게 졸아.”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벙쪄버렸다.

나의 앞에는 고등학생 정도 되보이는 얼굴의 학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눈 앞에는 떡볶이가 한 가득 담겨있는 철판과 연기가 폴폴나고 있는 어묵, 그리고 투명한 비닐에 덮어져있는 순대가 보였다.


“이, 이게 뭐야.”


누가봐도 이 곳은 포장마차 분식집이었다. 분명히 조금전까지 호텔 주방이었는데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냐. 대~단하다.”


명찰에 김정우라고 쓰여있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앞에있는 어묵 한 꼬치를 집어들며 말을 이어갔다.


“이 떡볶이 언제 다 팔려고 이렇게 많이 만드냐 내가 많이 만들지 말랬잖아. 저번처럼 이거 다 팔려다 밤새려고.”

“누구?”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에게 말을 거는 정우를 보고 누구냐고 물었지만 그는 장난으로 생각했는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인터넷에 맛있는 레시피가 그렇게 많은데 왜 네가 만들면 그 맛이 안나냐······솔직히 너는 요리랑은 아니야.”


‘무슨 소리야.’


대충 만들어도 항상 맛있다는 말만 들었는데 정우의 말에 속으로 발끈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요리 못 한다는 말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내가 만든게 맛이 없을리가.”

“하, 지도 인정할 땐 언제고 이 포차 팔아서 나한테 투자하라니까. 내가 스타되서 몇 배로 갚아줄게.”


정우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꽤나 훈훈하게 생긴 얼굴을 자랑했다.


‘참나, 스타는 무슨.’


정우의 모습에 헛웃음을지으며 자신의 아래에 있는 떡볶이를 바라봤다. 굳이 맛보지 않아도 대충 떡볶이의 맛을 알 것 같았다.

얼마나 끓인건지 퉁퉁 불어있는 떡에 그 떡이 수분을 다 빨아들여서 걸쭉하다 못해 끈적해보이는 떡볶이 국물까지.

거기다 어묵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싼걸 쓴 건지 어묵이라고 부르기도 미안한 수준이었다.


“이딴게 팔릴리가.”

“오~ 웬일로 네가 인정을 다하냐.”


정우는 다 먹은 어묵 꼬치를 내려놓고서 오천원짜리 한 장을 동전 몇 개가 들어있는 하얀 통에 집어넣었다.


“들어가는 길에 어머니 간식이라도 하나 사가. 간다.”


오천원짜리를 휙 던져주고는 부끄러운지 정우는 두 손을 교복 자켓 주머니에 집어넣고서 후다닥 뛰어갔다.


“뭐야.”


마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갑자기 포장 마차에서 분식을 팔고 있으니.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차렸다. 이 모든게 꿈이 아니라는걸.


“이게 무슨 일이야. 박민재.”


포장마차 아래에 있는 손거울을 보자마자 알았다. 나의 어린 시절과 똑닮았지만, 내가 아닌 얼굴. 나는 쌍둥이 동생인 박민재가 되어있었다.


“민재야, 오늘은 집에 얼른가봐. 날씨가 심상치않다.”


이곳에서 장사한지가 좀 됐는지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나를 걱정해주고 가셨다.

대충 액면가를 보니 17살이나 18살쯤 된거같은데 학교는 안 가고 왜 여기서 분식은 왜 팔고 있는건지.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 헤어진 이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했기에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산거니.’


먹지도 못하는 수준의 쓰레기들을 정리하고나니 다행스럽게도 주머니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견해 적혀있는 주소로 향했다.


“하아, 하아, 이걸 어떻게 맨날 걸어다니냐.”


높디 높은 계단을 걸어올라가며 달동네가 왜 달동네라고 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집도 구석구석 어찌나 많은지 두리번 거리며 찾아가는데 한참이 걸렸고, 드디어 드라마 속 가난한 여주인공이 살법한 집에 도달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요즘에는 찾을 수 없는 미닫이 문이 열리며 어느 한 아주머니가 고개를 내밀었다.


“어, 엄마······.”


너무 어릴때 마지막으로 봐서 지금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라고 하면 가물가물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도 않았지만,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보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볼을 타고 내려갔다.


“우리 민재,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니. 아무일도 없었어. 그냥 반가워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서 애써 웃음 지어보였다.


“얘도 참······ 쿨럭, 쿨럭.”

“어, 엄마?”

“찬 바람을 좀 맞았더니 기침이 나네 얼른 들어와.”


여름이라 바람이 그리 차지않았는데 그녀는 바람이 차다며 문을 닫았다.

어째 얼굴이 헬쓱한게 별로 건강이 좋아보이지 않아보인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들어가자마자 한가득 쌓여있는 약 봉지가 눈에 띄었다.


‘일찍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이 병 때문에 그러신 건가?’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워낙 나빴기에 아빠로부터 엄마에 대한 소식을 일체 듣지 못했고, 성인이 되어 겨우 용기내 물어 봤을 때는 이미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밥은 먹었어?”

“남은 음식 먹어서 괜찮아.”

“우리 민재 학교 가야하는데 엄마가 아파서 이렇게 일이나 시키고······.”


예상대로 소년 가장이구나. 대충 돌아가는걸 보고 이 정도의 스토리는 예상했었다.


“엄마, 우리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건 어때?”

“응?”

“나도 있으니 아빠가 모르는 척은 안 할거야.”


사이가 아무리 나쁘더라도 자기 자식이 학교까지 못 다닐 정도면 분명히 도와주실게 분명했다.


“무슨 소리야.”

“지금 여기 이렇게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을······.”

“아버지 돌아가셨잖아.”

“어?”


아빠가 왜 돌아가셔? 분명히 아빠는 내가 32살일 때까지도 계속 살아 계셨는데?


“영재도······흑.”


엄마는 영재라는 이름을 꺼내며 눈물을 지어보이셨다.


‘영재도? 도? 내가 죽었다고? 지금 18살인데?’


집안에 있는 달력을 쳐다봐도 분명히 지금은 2015년이었다.


‘잠깐만 2015년?’


뭔가 쎄한 기분이 머리를 스쳤다.


“엄, 엄마 혹시 지금 아픈 곳이 어디지?”

“새삼스럽게 그건 왜······.”

“빨리! 어디가 아파서 저 약을 먹고 있었더라?”

“위암이잖아.”


위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맘 때쯤 아빠가 위가 안 좋아서 잠시 고모 집에서 학교를 다녔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래도 열심히 약 먹고 치료 받으면 좋아진댔으니까 너무 걱정마.”


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지금 아빠와 나, 엄마와 민재의 운명이 바뀐것이다. 엄청난 충격을 받고 민재가 쓰던 방으로 들어왔다.

고등학생의 방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침대 하나 없는 삭막한 방이었다.


“하, 하. 내가 죽어?”


내가 죽는 것이 황당했지만, 쌍둥이였던 민재가 이렇게 일찍 죽었다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아빠가 나한테 한번도 민재 얘기를 안 꺼냈던건가?

그래도 형제인데 진작에 찾을 생각을 왜 못한건지 죽은줄도 몰랐던 무신경한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박민재. 박민재.”


방안을 둘러보다 낡을대로 낡은 책상 위에 예쁘게 놓여있는 노트 하나가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그 노트를 열었다.


“이 녀석······무슨 레시피인거야 이거.”


보아하니 떡볶이를 만드는 레시피인것 같긴한데 어디서 본듯한 맛집의 레시피를 모조리 짬뽕 시켜놔서 이도저도 아닌 레시피였다.

어떻게 섞어도 이렇게 섞나 싶을정도로 엉망진창인.


“이러니 떡볶이가 그 모양 그 꼴이 되어있지.”


맛집은 다 그 집만의 특색이 있어서 인기를 얻는건데 이렇게 특색만 다 섞어서 마구잡이로 만들어 놓으면 맛있을리가 있냐.


“만약 내일까지 이대로 박민재면 그놈의 떡볶이 레시피부터 바꿔버린다.”


한 켠에 그냥 꿈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잠에 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자고 일어나서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모르겠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일단 엄마부터 살리고 봐야지.’


딱 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장사고 뭐고 폭싹망해서 당장 입에 풀칠할 돈도 없어보였다.

오늘 번 돈을 다 합쳐도 오늘 한 음식의 재료값이 될까말까한 수준이니.

아침부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는 나를 보고서 엄마가 깜짝 놀라 물었다.


“이 시간에 어디가?”

“장사하는 사람이 이 시간에는 일어나야죠. 다녀올게요.”


힘찬 걸음으로 삐걱거리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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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 사람 좀 만나봐야겠어 24.05.03 121 5 9쪽
4 찾았다! 24.05.02 129 5 10쪽
3 어디서 산 거예요? 24.05.01 125 3 10쪽
2 이건 눈감고도 해 24.04.30 133 5 11쪽
» 이딴게 팔릴리가 24.04.29 15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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