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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님의 서재입니다.

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하루c
작품등록일 :
2024.02.10 17:45
최근연재일 :
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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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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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0화. 살악귀(1)

DUMMY

‘이 실장이 어떻게 알고 왔을까?’


갑작스러운 이 실장의 등장에 나인은 의아했다.


분명 미행하는 차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차에 추적장치를 붙인 모양이었다.


“앉아도 될까?”


테이블 앞에서 이 실장이 물었다.


“좋을 대로.”

“이런대서 보고 세상 참 좁아.”


자리에 앉은 이 실장이 넉살을 떨며 말했다


“우연인가?”


나인이 물었다.


“우연이면 우연이고. 아닐 수도 있고.”

“우연이 아니면 유민태가 나를 죽이라고 했겠지.”


나인의 말에 이 실장은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할 수 있겠어?”


나인이 묻자, 이 실장은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았다.


“너 정체가 뭐냐?”


죽일 땐 죽이더라고 나인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한 이 실장이었다.


“그게 궁금해서 이렇게 등장한 거야?”

“그래. 경찰은 위장인 것 같고. 너 진짜 정체가 뭐냐?”

“글쎄. 내 생각이 맞다면 그쪽의 진짜 모습과 비슷해.”


이 실장이 단순한 깡패나 해결사가 아니라는 걸 나인은 알고 있었다.


영등포에서 처음 이 실장을 만났을 때 이미 느끼고 있었다.


피 냄새.

이 실장의 몸에 밴 그 피 냄새.


나인은 그 피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피 냄새의 의미는 둘 중 하나였다.

살인마 이거나 킬러 이거나.


“나와 비슷하다?”


이 실장이 물었다.


“쉽게 설명해줄까?”

“그래.”

“그쪽하고 유민태. 내 손에 죽을 거라는 뜻이야.”

“...”


이 실장은 말없이 나인을 바라봤다.


‘허세가 아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감이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는데.

무척 허술해 보이는데.

이상하게 나인에게서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감이 달랐다.

지금껏 만났던 수많은 강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떤 위화감이 느껴졌다.


“피차 목적은 확실하군.”


이 실장의 말에 나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서로의 목적이 같다면. 제안 하나 해도 될까?”

“제안?”

“그쪽이나 나나 어차피 한 명은 죽어야 끝날 것 같은데.”


이 실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무도 모르게 일 처리하는 편이 좋잖아.”

“그렇긴 하지.”

“누구의 간섭 없이 1:1 어때?”


나인의 제안에 이 실장은 말이 없었다.


“그쪽이 원하는 곳으로 내가 가줄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 혼자만.”

“내가 원하는 장소로 혼자 오겠다고?”


이 실장이 묻자 나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신 유민태가 이민영을 죽인 증거. 그걸 가지고 나와.”

“...”

“없다고 하지는 않겠지? 분명 유민태에게 말하지 않은 증거가 있을 텐데.”


그냥 조용히 이 실장을 없앨 수도 있었다.


그편이 깔끔하기는 한데, 왠지 이 실장과 제대로 붙어 보고 싶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인은 킬러이기 전에 지독한 싸움꾼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손이 근질근질해서 어떻게든 싸워야 직성이 풀렸다.

유럽 슬럼가를 돌아다니며 날고기는 싸움꾼들과 싸우는 게 취미였을 정도로.


그것 때문에 매일 같이 제로에게 혼났지만, 그래도 천성이 싸움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자신만만하군.”

“쫄리면 뒈지시든가.”

“짭새 말을 어떻게 믿고.”

“짭새?”


나인은 짭새가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말을 잘하기는 하는데, 욕이나 은어 쪽은 아직 모르는 게 많았다.


“?”

“?”


둘은 잠시 멀뚱히 있었다.

그러다 나인이 짭새가 경찰이라는 걸 눈치챘다.


“아, 경찰.”

“몰랐다는 표정인데?”

“어. 내가 좀 곱게 자라서.”


이 실장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인이 말을 이었다.


“내가 경찰인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유민태도 그리고 너도 법 앞에 세울 생각이 없거든.”

“법 앞에 세우지 않겠다?”

“그래. 판결은 내가 내려. 너하고 유민태는 사형. 즉 내 손에 죽으면 돼.”


나인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순간 이 실장의 몸이 반사적으로 주춤했다.


“이해했어?”


나인이 물었다.


“전에 무서운 게 없다고 했었지?”


이 실장이 말했다.


“그래.”

“철없이 까분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내 제안은?”

“받도록 하지. 내일이 좋겠어.”

“장소는?”

“연락하지.”


자리에서 일어난 이 실장은 그대로 뒤돌아 걸어갔다.




‘그동안 죽인 놈들과는 다르다.’


조금 전 나인의 살기.

잠깐이었지만, 이 실장은 그 살기에 공포를 느꼈다.


‘진심이다.’


나인이 했던 말.

유민태와 자신을 죽이겠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이 실장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실장은 자리에서 멈춰 섰다.


오른손이 살짝 떨려왔다.

그 손을 보며 이 실장은 미소를 지었다.


꽤 오래전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의 조폭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킬러가 있었다.

‘살악귀’로 불리던 킬러였는데, 주로 조폭들을 상대로 살인 의뢰를 받던 킬러였다.


오로지 칼 하나로 타겟을 잔인하게 난도질해 죽여 살악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소문난 싸움꾼이나 강한 조폭을 찾아가 1:1로 싸워 잔혹하게 죽인 미친 살인마로 더 유명했다.


그 살악귀가 바로 이 실장이었다.


이 실장이 그 세계를 떠난 이유는 경찰의 집요한 추적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죽이고 싶을 만큼 강한 상대가 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서울로 올라왔고 우연히 유민태와 인연이 닿으면서 유민태의 해결사로 잘살고 있었다.


그런데 강태식 형사가 잊고 있었던 살악귀 본능을 깨웠다.


강태식 형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그런 강한 상대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죽이고 싶을 만큼 강한 상대.

살악귀 본능이 제대로 깨어나고 말았다.




한편 나인은 후식과 커피까지 알뜰하게 챙겨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카페 여직원이 다가와 나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그 얼굴에 흉터가 있으신 분이요. 그분이 전해달라고 맡기셨어요.”


얼굴에 흉터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실장을 말하는 것 같았다.


“네. 감사합니다.”


대포폰인 것 같은데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는 새 제품이었다.

통화기록도 전혀 없었다.


핸드폰을 챙긴 나인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량 트렁크 아래서 위치 추적장치를 발견하고는 처리했다.


이후 별일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

호텔로 돌아온 나인.

참고로 집 리모델링 공사가 때문에 나인은 강봉시 시내 호텔에 머물고 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 이 실장이 준 대포폰으로 발신지가 확인되지 않은 전화가 걸려왔다.


이 실장이었다.


“가평에 오평리라는 조용한 곳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온다면, 나도 혼자서 상대 주겠다.”

“유민태가 이민영을 죽인 증거는?”

“있다.”

“좋아. 시간은?”

“내일 오후 1시.”

“그래.”


통화를 끝낸 나인은 노트북으로 오평리를 확인했다.


가평 시내에서 외곽 산길로 한참 들어간 곳이었다.


작은 화전민 마을이 있었던 자린데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나와 있었다.

장소는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이 실장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다.


만약 약속을 어기고 똘마니들을 우르르 몰고 나온다면. 그 똘마니들까지 다 죽이면 되는데, 문제는 뒷감당이다.


유럽이었다면 조직의 청소팀이 알아서 뒤처리를 해주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일단 그 부분은 내일 현장에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싸워볼 만한 상대를 만난 것 같아 조금 설레는 나인이었다.




같은 시각 이 실장의 집에서는.

거실 탁자 위에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 상자가 놓여있었다.


이 실장이 상자를 열자, 안에 단검 두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크리로 불리는 칼날이 살짝 굽은 단검이었다.


일명 용병계의 먼치킨,

네팔의 구르카족 외인부대들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단검으로 소의 목도 단번에 자를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예전 이 실장이 살악귀로 활동했을 때 사용한 단검이다.

오늘 그 쿠크리를 다시 꺼냈다.


만약 강태식 형사가 약속장소로 혼자 온다면 이 실장은 1:1로 강태식 형사를 상대할 생각이다.


1:1로는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기에.




**

다음날.


나인은 권총을 챙겨 가평으로 차를 몰았다.


가평에서 길을 찾는 데 조금 애를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길을 잃지 않고 오평리를 향해 갔다.


산골짜기로 들어서자, 비포장도로가 나왔는데, 그래도 길이 어느 정도 닦여 있어 차량 운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화전민 마을이 있었던 오평리 근처에 도착하자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대에 기지국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없는 게 당연할 것 같은 오지였다.

경기도에 이런 오지가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듬성듬성 반쯤 무너진, 오래된 집들이 보였다.

그러다 안쪽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서 있는 게 보였다.

나인은 그 은행나무 근처에 차를 주차했다.


총을 든 나인은 조심스럽게 내렸다.

아무리 킬러라도 함정이 있을지 모르는 곳을 경계 없이 움직일 수는 없었다.


차에 내린 후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매복은 없는 것 같았다.


기척을 완전히 죽일 수 있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킬러가 아닌 이상, 나인이 매복의 기척을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걱정 마. 나 말곤 아무도 없으니깐.”


조금 멀리서 이 실장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실장의 양손에 쿠크리가 들려 있었다.


“용케 이런 곳을 찾았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지.”

“아...”

“이제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라서 사람 하나 죽이고 묻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지.”

“좋네. 아, 증거는?”


나인의 물음에 이 실장은 USB 하나를 들어 보였다.


“죽은 이민영이 아파트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었어. 그날 유 사장이 이민영을 살해한 영상도 찍혔지. 당연히 유 사장은 모르고 있어. 이건 내 보험이니깐.”

“좋아. 믿도록 하지. 그런데 어떻게 할까? 난 총인데?”


나인이 총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때 이 실장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쿠크리 나인을 향해 날렸다.


쿠크리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나의 얼굴로 날아왔다.

나인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쿠크리가 나인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지나 은행나무에 그대로 박혔다.


피하지 못한 게 아니라 피하지 않은 거다.

날아오는 쿠크리가 빗나갈 걸 알고.


10살 때 마피아에 팔려 간 나인은 세븐데드의 킬러 양성소 럭키랜드에 들어갔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지급된 게 바로 단검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는 곳이 럭키랜드였다. 그곳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바로 그 단검 하나였다.


그렇게 10살 때부터 나인은 칼을 다루는 훈련을 받았다. 럭키랜드의 어떤 누구보다도 칼을 다루는 데 있어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나인을 훈련한 교관들마저 칼을 든 나인을 두려워할 정도로.


하지만 정식 킬러가 된 후로 나인을 칼을 쓰지 않고 총기만을 사용했다.


이유는 럭키랜드에서의 끔찍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 끔찍한 기억 대부분이 칼과 관련되어 있었다. 나인은 그때의 기억과 악몽 때문에 칼을 쓰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전혀 칼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인이 유럽 마피아들 사이에서 악마로 불리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유럽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마피아 조직을 나인이 칼 한 자루로 학살했다.


그때 당한 마피아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처참하고 끔찍했는데, 그때부터 나인을 악마라 부르게 됐다.


그렇듯 나인의 진짜 무서움은 총이 아닌 칼을 들 때다.


어쨌거나 몇 센티미터 차이로 빗나갈 걸 알고 칼을 피하지 않은 나인도 대단했지만, 그 몇 센티미터 차이로 비껴가게 던진 이 실장의 실력도 나인 못지않아 보였다.


“난 총을 쏴본 적이 없거든.”


이 실장의 말에 나인은 허리춤 총집에 총을 넣었다.


나인은 은행나무에 박힌 쿠크리를 빼냈다.


꽤 오래된 쿠크리였는데, 묵직하면서도 칼날이 섬뜩하게 살아있었다.


“그럼, 칼로 상대해주지.”


칼을 쓰는 게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 실장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이 실장은 오래된 집 안으로 사라졌고 나인은 이 실장이 사라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30화를 찍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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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족구 +4 24.03.24 1,692 38 12쪽
40 40화. 부산 +5 24.03.23 1,776 37 12쪽
39 39화. 유창호 회장 +5 24.03.22 1,825 45 11쪽
38 38화. 사기꾼 조상범 +8 24.03.21 1,883 49 12쪽
37 37화. 엘라(3) +3 24.03.20 1,925 45 12쪽
36 36화. 엘라(2) +6 24.03.19 1,985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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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판결은 사형(2) +6 24.03.16 2,118 59 12쪽
32 32화. 판결은 사형(1) +8 24.03.15 2,134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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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살악귀(1) +7 24.03.13 2,126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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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한선화 +5 24.03.10 2,137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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