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건지 난 알 수가 없다.
이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멈출 수가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 줄 알았다면..
애시당초 난 시작할 용기도 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삶은 단 한 번 뿐이기에..
난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고 당혹스럽기만 하다.
**
"우리 도망갈래요?"
"어디로?"
"글쎄. 모르겠어요. 어디든. 깊은 산골짝도 좋고. 지방의 어느 도시라도 좋아. 도망가요. 응?"
"그럴까? 자기 괜찮겠어?"
"나야 뭐. 가진게 당신 뿐이지만. 자긴 일때문에라도 힘들겠죠?"
"피식. 일이 당신보다 중요하진 않아"
"당신한테는 소중한 일이잖아요"
안된다는 걸 빤히 알면서, 나는 미래를 꿈꿔본다.
그와의 소박한 미래
**
"왜? 왜 안되는거죠?"
주르륵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입술이 터져 짭잘한 피가 흘러들어 온다.
그가 내 손을 잡는다. 미지근하고 축축한 손.
"그런건 누가 정하나요? 왜 우린 서로 사랑하면 안되는 거라고.. 누가 정했나요?"
"......"
"당신이 그녀와 꼭 결혼해야한다고 누가 얘기하나요? 왜 우린 보고 싶을 때 만나면 안되고 만지고 싶을때 만지면 안돼는거죠? 아아악.... 왜..요.. 왜.. 당신은... 아니라고 말하지 못해요.. 아니라고... 아니라고..."
"울지마"
참았던 눈물과 함께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비어져나온다.
비상식
그와 나는 왜.. 비상식적인 관계일 수 밖에 없는가?
도대체 그런건 누가 정하는 걸까?
그가 귓가에 속삭인다.
"울지마. 네 곁에 있을께. 평생. 평생 혼자 살께. 혼자 살면서 너만 볼께. 조금만. 조금만 참아줄래?"
**
"오늘 저녁에 시간 안될 것 같아"
"왜....? 아깐 괜찮다고 했잖아요?"
"....."
"위로성 저녁인가요? 진지한 대화인가요?"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미안하다고 밖에 못하겠어"
"...."
"내일 전화할께"
그는 그녀를 위로하러 간다.
한동안 소흘히 한 탓에 잔뜩 토라진 그녀와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녀와 섹스를 한다.
나는 그가 그녀와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섹스를 하는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 것이다.
내가 그가 그녀와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섹스를 하는 것 중..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혹은 언제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
나른해 진다.
아직 전화는 울리지 않는다.
오늘도..
삶에 서툰 난 이리저리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 건너편의 외로운 섬들을 떠돈다..
p+ 그냥.. 천리향이라고.. 닉을 바꾼김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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