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러니까 지난 주 월요일 저녁이었습니다.
퇴근한 남편을 붙들고 램을 높여달라고 했지요.
제가 가게에서 쓰는 컴퓨터는 램이 32밖에 안돼서 동영상을 보려면
자꾸 끊겼거든요.
끊기지 않고 드라마를 보겠다는 바램으로...
남편이 쓰다가 빼놓은 램32짜리 두개를 붙들고 제가 재촉합니다.
"빨리 좀 해봐."
램 두개를 끼워넣고 컴퓨터를 틀었더니 뚜뚜뚜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럴때 빨리 뺐으면 좋으련만.
무식한 여우가 남편에게 계속 주문을 합니다.
"하나는 빼고 하나만 끼워 봐."
착한 우리 남편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옆에서 난리치는 바람에
하라는 대로 다 합니다.
"이번에는 컴퓨터에 있던 램을 빼고, 자기가 쓰던거 두개로 바꿔봐."
하지만 돌아오는 건 계속 뚜뚜뚜뚜 였습니다.
그때서야 안되는가보다고 생각한 여우.
"안돼나보다 다 빼고 원래대로 해 놔."
원래대로 하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아예 켜지지도 않는거예요.
가슴이 철렁,
무식한 여우가 컴퓨터를 망가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여우가 남편한테 짜증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안되면 처음부터 하지말라고 하지...."
"자기는 컴퓨터 정보 검색사 자격증 있는 사람이 요거 밖에 안돼?"
기타등등...
그러다가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하는 여우가 남편에게 물어봅니다.
"도서관리 프로그램 날아갔으면 어떡하지?"
"안 날아 갔을거야. 도서관리는 하드에 저장 돼 있어서 웬만해선 안 날라가."
이제부터 여우는 프로그램 걱정만 합니다.
프로그램이 날아가면 새로 깔아야하고 , 또 그 많은 책들을 다시 다 입력해야 하고
또, 그동안 누가 어떤 책을 빌려 갔는지, 고객의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놓지 않으니까 빌려간 책을 가져오지 않아도 어떻게 할 수가 없지요.
여우는 점점 더 심각해 집니다.
서비스센터 아저씨를 불러야 하나.
만약에 진짜 프로그램이 날아갔다고 하면 어떡하나.
서비스센터 아저씨 부르는게 점점 더 겁이납니다.
그러기를 꼬박 하루가 지나고
저녁에 퇴근한 우리남편 컴퓨터를 들고 서비스센터로 출동..
몇분 후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프로그램은 살아있고, 파워만 나갔었다구요.
마음이 편안해진 여우가 또 미련을 못버리고..
"자기야 램 좀 높여와."
"알았어."
남편이 나에게 준 영수증에 9만원이 찍혀있었습니다.
"뭐가 이렇게 비싸."
"램이 팔만원, cpu가 만원이래."
나는 또 서비스센터를 욕을 합니다.
"뭘 이렇게 많이 받아먹냐, 있는 것 껴주는게 뭐가 이렇게 비싸."
내 투덜거림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ps: 램 높이실 분은 편하게 서비스센터 아저씨 부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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