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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아서. 님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니알아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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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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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언샤 17 - 내일을 맞이할 용기

DUMMY

어느 루카족 소녀의 품속에 안겨 울다가 기절하듯이 잠들었던 루이스는, 오후 8시가 되어서야 꿈도 꾸지 못한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난 곳은 낯선 여관의 침대 위였다.

하루를 잠으로 내리 날린 정도야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루이스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지만.

소년은 그토록 오랜 시간 자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정신적으로 크게 몰려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실컷 울고, 한참을 잤기 때문인지 그렇게 오랫동안 잤음에도 머리는 멍하거나 어지럽지는 않고 완전히 개운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회중시계를 보고 곧 가장 두려워하는 그 시간이 다가온다는 걸 알았기에, 그냥 지금 바로 시간을 되돌려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어, 일어났어?"


그때 여관방에 있던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그건 언샤와 은발인 루카족 소녀였다.

두 사람은 소년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방 안에 촛불 하나만 켠 채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와중이었다.


소년은 촛불 때문에 주홍색으로 물들어 보이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소녀의 모습에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루이스는 루카족을 몇 번 본 적 없어 자신보다 키가 조금 더 컸던 소녀가 루카족 기준으로 몇 살 정도 나이인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소녀가 앉은 상태로도 티가 날 정도로 아까 전 보았던 때보다 키가 자라 갑작스레 성장해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카족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키가 자라기도 하는 종족인 것일까?


"어라, 그, 은발이신 루카족 여성분. 아까보다 조금 키가 커지시지 않았나요?"


"아,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를 안 했었구나. 내 이름은 루카이니라. 그리고 나는 아까보다 덩치가 커진 게 맞으며, 그건 그대의 착각이 아니니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노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됐고, 이제 오후 8시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내가 아까 그대의 사정을 듣고, 이를 딱하게 여겨 모든 사태를 단번에 해결할 방법을 모두 구상해놨으니 함께 가도록 하자꾸나."


"네, 정말요? 정말로 도와주시는 건가요? 절 해코지하시거나 제 능력을 나쁜데 쓰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시지요?"


소년은 이 두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반응할지 아주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진심 어린 호소는 통하는 모양이었는지 그들은 대뜸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먼저 나서 주었다.


혼자선 이 사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던 소년은, 자신과 똑같은 화신으로 추정되는 그들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사실이 이토록 기쁠 수 없었다.


갖고 있는 권능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서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었을 테니.


"속고만 살았느냐? 나는 나선성신의 지도자인 여신 루카이기 때문에, 절대 허투루 발언하지 않으니 걱정 말거라."


"아, 예······. 역시 이상하신 분이 맞는 거 같은데······."


소년은 갑자기 자신을 화신도 아닌 여신이라고 칭하는 소녀의 발언 때문에 그들에 대한 신뢰도와 신빙성이 갑자기 수직 하락했으나.


어쨌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한 번은 믿어보기로 했다.


일단 그에겐 무한한 기회가 있었으니, 실패할지 모르는 방법이라도 시도는 해보는 게 당연한 이치였다.


"어, 그럼 출발하기 전에 먼저 시간을 돌릴까요? 곧 오후 9시라, 앨리스가 또······ 그, 그렇게 될 텐데."


"아니,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느니라. 네가 가서 당장 앨리스를 집 밖으로 불러내거라."


루이스는 일단 한 번 속아보는 셈 치고 그 말에 따랐다.


소년은 오늘 오전에 어떤 눈표범이 앨리스와 루이스가 만나고 다닌다는 사실을 떠벌리는 바람에 방 안에 갇혀버린 소녀를 찾아가 창문에 돌을 던졌다.


소녀는 의아해하며 창문을 열었다가 창밖에 있는 루이스를 보더니 활짝 웃어보였다.


소년은 그 후 어떤 디딤돌도 없이 창문턱까지 그대로 도약해, 소녀를 공주님처럼 안고 저택 밖으로 탈출했다.


앨리스는 루이스와 만난다는 사실을 들켜 약속에 나가지 못한 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마침 루이스가 그를 찾아왔기에, 자신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리 밀회가 들켜버리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고.

혹시 둘이서 같이 도망칠 것이라면 나는 그래도 좋다고 하며 언제나처럼 루이스의 선택을 우선적으로 존중해 주었다.


루이스는 이 소녀가 대체 무엇을 믿고 자신을 그렇게까지 신뢰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마 맹약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라 추측할 뿐이었으나.


어쨌든 소녀가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을 굳게 믿어 준다는 사실은 몇 번 확인해도 기쁜 경험이었다.


그리고 루이스는 언샤와 루카에게 지시받은 대로 앨리스에게 자신은 볼일이 있어 아주 잠시 뒷골목에 다녀올 테니.

잠시 동안만 거기에 서있어달라고 부탁하고 뒷골목으로 들어왔다.


뒷골목에선 언샤와 루카가 그 장면을 지켜보며 루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됐군."


아까전부터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과묵했던 언샤가 말했다.


"자, 꼬맹아. 그럼 지금부터 이 모든 사태를 종결시키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앨리스의 죽음을 끝낼 방법을 알려줄 테니, 그 큰 귀를 잘 파고 집중해서 잘 들어라."


"네, 알겠어요!"


"너 같은 어린애도 알 수 있게, 아주 쉽게 말해주마. 이 사태는 전부 네가 앨리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시간을 되돌려서 생긴 일이다."


"네,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러니 해결법은 아주 간단해. 앨리스가 죽은 뒤 네가 시간을 되돌리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네. 네······?"


언샤가 한 말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것이었기에, 루이스는 화신이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잘못 들은 적이 없는 자신의 귀가 고장 나버린 줄로만 알 정도였다.


"왜 그래? 그 큰 토끼 귀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앨리스가 죽은 건 너 때문이고.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도 너 때문이라고. 그러니 앨리스가 죽게 내버려 두고 네가 시간을 되돌리지만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거야. 고작 그걸로 런던데리에 사는 모든 사람이 내일 해를 볼 수 있게 된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도와주신다면서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서요!"


"그래서 해결법을 알려주는 거잖냐. 저 소녀는 너 때문에 죽은 거다. 네가 죽인 거야. 네가 그 좆같은 권능을 제대로 다루질 못해서 죽은 거라고. 그걸 대체 왜 모르는 거냐. 대체 왜 시간을 되돌리면서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거냐고."


어떠한 예고도, 배려도 없이 쏟아부어지는 언어적 폭력은 아이에겐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기에.

겨우 조금 괜찮아졌던 소년의 마음을 순식간에 산산이 부숴버리기엔 아주 충분한 것이었다.


소년은 이를 아물고 떨기만 할 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언샤가 하는 말이 모두 옳으며,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화신이라도 아직 아이일 뿐인 루이스의 주관은 아주 약했다.

소년은 시궁창 토끼들과 소녀에게 아주 크게 영향을 받았듯이, 이번에도 자신의 줏대보단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게 되었다.


언샤가 하는 말은 언뜻 타당해 보였다.


확실히, 자신이 포기할 수만 있다면.

소녀를 포기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지만 않는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게 분명했다. 어떤 모순도 없어 보였다.


"자, 그러니 네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도 아주 간단해. 저 건널목에 마차가 많이 다니는 거 보이지? 곧 9시니까. 9시 정각이 되자마자, 마차 앞으로 앨리스를 밀어 넣어서 죽여버려. 네가 죽여서 시작된 일이니. 마지막에도 네가 다시 죽여라. 그리고 경찰에 자수해서 그 죗값을 치러."


"하, 하지만. 9시가 되면 어차피 죽는데, 제가 직접 죽일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오, 못 죽이겠다거나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내빼지 않는 점 하나만큼은 칭찬해 줄만하구나. 네가 처음부터 그렇게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혀있었다면 앨리스도 끝도 없이 죽으면서 고통받지 않아도 됐었을 텐데."


"하지만, 그게, 꼭 죽여야만 하나요. 앨리스는 내 친구인데. 나 때문에 죽게 된 건데. 차라리 제가 죽어서 해결할 수 있다면······, 앨리스를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할게요. ······차라리 절 죽이세요."


소년의 마음은 완전히 붕괴하여 이제는 횡설수설하여 어떤 논리도 없어져 버렸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뭘까.

방금 전에 도와준다고 말해놓고서는, 이제는 소녀를 직접 죽이라고 명령하다니.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태도 차이는 대체 무언가.


어른들이란 모두 이런 존재인 걸까.


"그게 안되니까 앨리스를 죽이라는 거잖아. 너를 죽여서 문제가 해결될 거였으면 진작 그러고 말았어. 네가 죽든 말든 그거랑 상관없이, 앨리스는 어차피 죽는다. 그럼 적어도 다른 사람한테 네 죄를 떠넘겨서 본래 그 사람이 저지른 것도 아닌 살인죄를 덮어씌울 게 아니라, 본래 네 것이었던 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죄에서 도망치지 말아야만 할 거 아냐. 그게 양심이란 거고, 사람다운 방식인 거야."


"하지만, 그렇지만. 앨리스는 제 유일한 친구인데······. 정말, 정말. 착한 아이인데. 그런 애가 저 때문에 죽으면, 제가 죽여버리면······."


"그래. 그리고 그 소중한 친구가 이미 너 때문에 죽은 게 벌써 7개월 전 일이잖아. 네가 우연히도 다누신의 화신이어서 아직도 네 친구가 이미 죽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죽음을 유예해 온 거고. 그러니 그 유예를 끝내야, 시간을 반복하는 것도 끝낼 수 있게 될 거 아냐. 아니면, 네가 못하겠다면 내가 죽여줄까? 난 사냥꾼이거든. 토끼를 고통 없이 죽이는 데는 아주 통달해 있단 말이야. 내가 잡아 죽인 토끼만 이미 셀 수 없을 정도인데, 한 마리쯤 더 죽인다고 달라질 것도 없겠지."


소년은 도저히 그것만은 할 수가 없었기에, 소녀를 직접 죽여버리는 건 자신이 해온 지난 수많은 노력과 고통을 헛것으로 만드는 것이었기에.


마지막 발악으로서 언샤에게 저항했다.

자신이 직접 소녀를 죽일 바에는, 차라리 이 남자를 죽이고 계속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을 되돌리면 이 자 역시 되살아나겠지만.

그러면 영원토록 싸움을 반복하면 되는 것이었다.


소년을 절대, 앨리스를 잃을 수는 없었다.


"저는, 못해요! 못한다구요! 앨리스를 죽이는 것 말고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면, 저는 차라리 당신을 죽이고! 앨리스와 함께 다시 영원히 마지막 하루를 반복하겠어요!"


그렇게 소년은 시계를 꺼내 언샤의 시간을 멈추고 도약하여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나 바로 그 직후 온몸에서 검은 투기를 쏘아내 루이스의 권능을 파괴한 언샤가 주먹을 휘둘렀기에 그 발차기는 허망하게도 막혔고, 소년은 그대로 바닥에 뒹굴렀다.


언샤는 바로 소년의 시계를 빼앗고, 그 뺨을 세게 후려쳤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항상 권능이나 화신의 힘에 의존하려고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려고 하지는 않지! 네 정신머리가 그렇게 글러먹었으니 화신 같은 게 되어 폭주하게 된 거고. 그래서 앨리스가 죽은 거다. 앨리스는 너한테 살해당한 거라고!"


뺨의 상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었으나, 그 아픔만큼은 루이스에게 그대로 남아 마음 속 상처가 되었다.


"시계, 돌려주세요! 저는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에요!"


루이스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덤벼들었으나, 똑같은 화신이라는 동등한 조건인 이상 자신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큰 거인에게 물리적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루이스는 결국 또 뺨을 맞고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아냐! 너는 루이스잖아! 그렇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한 소녀와 만나는 것만으로, 세상에 아름다운 게 단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자신을 바꿀 수 있었던 아이잖아! 자신이 보아온 시궁창 같은 세상에 절망하지 않고, 먼저 스스로를 그 아름다움에 걸맞도록 바꾸고자 노력한 아이잖아! 그랬는데, 지금 너는 뭐냐! 대체 어쩌다가 이 시계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권능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지금 그 추한 몰골이 된 거냐!"


"저도 이렇게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라구요! 저도 지난 7개월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어요! 그런데 안 됐다구요! 그런데도 앨리스를 구할 수 없었다구요! 앨리스가 죽는 걸 몇 십 번이나 무력하게 지켜봤다구요! 그런데! 그런데! 저보고 앨리스를 직접 죽이라니! 어떻게 그런 걸 시킬 수가 있어요!"


소년은 자신의 억울함과 고통을 호소해보았으나.

언샤는 자신의 의견을 물릴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소년에게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는 두 눈을 마주치고는 분노한 호랑이의 얼굴로 굳세게도 말했다.


"모든 걸 해보았다고? 꼬맹아. 너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네 잘못을, 네 죄를 받아들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인간이라면 응당,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 이를 반성하며, 죗값을 치를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너는 뭘 했지? 너는 권능을 조절 못해 소녀를 죽게 만들고도 사과하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고, 그저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잘못에서 도망치기에 급급했을 뿐이야! 네가 그 썩어빠진 마음가짐을 고쳐먹지 못하는 한, 너는 미래를 얻을 자격이 없어! 시간을 되돌리며 죽음을 왜곡하는 한, 너는 저 오하드와 똑같은 괴물일 뿐이라고!"


"저는, 괴물이 아니에요! 나는 앨리스 덕분에,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구요!"


"착한 사람? 아냐. 너는 아직도 뒷골목을 떠돌던 그 시절처럼 나쁜 아이다. 너는 자신의 이기심, 그리고 친구를 잃는 공포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내일을 빼앗고 있으니까! 너의 죄를 받아들여라, 그리고 내일을 맞이할 용기를 가져라!"


"앨리스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게 용기라면, 저는 용기 같은 거 필요 없어요! 평생 오늘에 갇힌 겁쟁이로 살겠어요! 용기는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으니까! 용기를 갖고, 앨리스를 구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앨리스는 더욱 처참히 죽어버릴 뿐이었으니까! 용기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요! 용기를 내서 아무리 과거를 바꾸려해도 앨리스는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흘러내려 버릴 뿐이란 말이에요······."




그래, 꼬맹아.


그러니 그 모래를 유리병에 가둬 모래시계로 만드는 짓을 그만두란 거다.

죽은 소녀가 그냥 자연스레 흘러내리게 내버려 두란 거다.


그게 정상적인 거거든.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친구가 죽고, 형제가 죽고, 부모가 죽는 것.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혼자 남아버리는 것!


그게 인생의 본질이며! 삶이 곧 고통인 이유거든!

누구나 살아가면서 수십수백 번은 더 겪는 고통이지!


왜냐하면 사람 목숨은 원래부터 모래시계처럼 거꾸로 뒤집어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시간을 되돌려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거야.


죽음이란 게 그렇게 간단히 초월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고작 시간을 되돌리는 것만으로도 모든 죽은 이들이 되돌아오게 된다면.


그렇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당연한 권리로서 자신이 잃은 사랑하는 이들을 되찾을 거다.


나 또한 그러니까.

나 또한 시간을 되돌려 내가 잃은 모든 사람들을 되찾고.

내가 후회하는 모든 순간을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고 싶단 생각을 수백, 수천 번도 더 했으니까.


내 어머니는 끔찍하게 처형 당했고

내 형은 사사받아 불에 타 죽었으며

내 아버지는 내가 직접 죽여버렸어.


후회라면야 차고 넘칠 만큼 했었지.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해 비탄에 빠지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야.


나 또한 죽은 형을 결코 잊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 슬픔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에겐 이 세상 전체보다 가치 있는 존재라도.


그 슬픔에 휩쓸려 자신이 한낱 인간에 불과하단 걸 잊어선 안되는 거야.


그렇게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영원히 잊지 못하는 걸로 죽은 사람이 되돌아온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


사랑하는 친구, 가족, 연인과 영원한 순간을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더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우리 인간은 죽은 사람을 되찾지 못해.

그러니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그걸 부정하기 시작하는 순간, 더는 돌이킬 수 없을 두 번째 비극이 시작되는 거야.


나 역시, 죽음을 되돌릴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되돌렸을 거지만.

내가 그랬듯 사실 너 역시 죽음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잖아.

앨리스는 결국 너 때문에 죽음을 수십 번이나 반복할 뿐이었잖아.


네가 특별한 존재긴 하나.

그럼에도 너 자신이 한낱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가 평범한 사람이란 걸 잊지 마라.


왜 그 권능의 원래 주인인 다누가, 자신을 질서의 신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권능이 세상의 질서를 얼마나 많이 어지럽히고 있는지를 생각해라.


너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영원토록 미래를 잃어버린,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앨리스의 미래, 루이스 너의 미래까지 이 쳇바퀴처럼 도는 시간 속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을 생각해내라.


그들과 함께 떠오르는 내일 해를 보고.

너의 죄와 마주하고, 내일을 맞이할 용기를 가져라!


용기의 화신이, 호랑이가 그렇게 꾸짖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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