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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아서. 님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니알아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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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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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이상한 나라의 언샤 4 - 성유물

DUMMY

"오, 역시 멀쩡하구먼. 한참을 관리 안 해줬는데 내용물은 변함없는 거 보면 아주 신기하단 말이야."


주인장이 그 기이한 골동품을 보고 말했다.


드디어 찾았다.

언샤와 루카는 보자마자 저것이 여신의 신체임을 확신했다.


그 잘린 왼발 표면은 털이 거의 없이 깔끔했으며, 피부색 역시 루카의 피부색과 일치했고, 자세히 보면 미세한 은빛 솜털까지 나있었다.


그 왼발은 잘려있는데도 전혀 썩거나 마르지 않고 마치 당장이라도 살아있는 움직일 듯이 생기가 넘쳤다.


불사신인 루카의 신체가 아니고서야, 잘린 발이 이렇게까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건 루카의 흩어진 12개의 신체 중 머리에 이은 두 번째 육체임이 틀림없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인간의 잘린 발?


그래서 언샤는 일부러, 그게 뭔지 모르는 척했다.


보자마자 저건 여신 루카의 왼발이 틀림없다고 말하면 괜히 수상하게 보여 필요 없는 의심만 살 테니까.


"이건 우리 다누족 성당에서 '성유물'이라고 부르는 물건일세. 아슬란족이나 토트족, 데바족의 방식대로 부르자면 '진신사리'고. 키오스 종교어로는 '메멘토'라고 부르지. 뭐, 그냥 쉽게 말하자면 '성신의 잘린 육체'지만서도."


"진신사리요? 골동품 가게에서 그런 것도 팝니까?"


"그래. 어떻게 보면 가장 주력인 상품이지. 성신의 육체만큼 가치있게 거래되는 유물이 존재할 수나 있겠나? 성신들은 팔, 다리쯤 잘려도 아주 조금만 지나면 새로운 팔 다리가 자라나는 불사신에 가까운 존재들이었다고들 전해지고, 또 그들의 힘을 일부 물려받은 화신 역시 신체 일부를 잃어도 금방 회복하는 걸 보면 아마 그 전설은 틀림없는 진실일 거야."


"네, 그렇겠죠."


"그러니까 성신이 저 우주로 떠난 지금 이 시대에도 그들의 육체 파편이 이 지구에 남아있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닐세. 그러니 이렇게 진품도 존재하고, 거래도 아주 활발하지. 돈 많은 호사가, 예술가, 왕과 귀족, 종교 지도자들. 부와 권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갖고 싶어 하니까."


"이런 걸 사서 대체 어디에 쓰려고요?"


"뭐야, 자네와 거기 꼬마 아가씨도 성유물을 찾으려고 여기 온 게 아니었나? 뭐, 아니면 됐고. 아무튼. 성유물을 찾는 이유야 다양하지. 종교 단체에서 성유물함이나 승탑 등에 보관하여 자신들 성당이나 사찰이나 사원의 위세를 드높이기 위해 구매하기도 하고.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세는 신이 내린 것이라 주장하기 위해 구하기도 하고. 그냥 돈이 남아 돌아서 주체를 못 하니 색다른 물건을 모아서 예술품처럼 감상하기 위해 사가기도 하지. 하지만 역시 다들 성신의 육체를 찾는 가장 전통적인 이유는······. 먹기 위해서일세. 신의 육체를 찾아 먹으려는 인간들이 대륙 전체에 아주 드글드글하거든."


언샤는 그냥 신의 육체가 뭔지 잘 모르는 척하기 위해 질문했을 뿐이었지만, 주인장이 마지막에 덧붙인 말 한마디는 예상 밖의 것이었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성신의 육체를 먹기 위해서 구한다고?


"우웩, 이런 걸 먹는다고요? 대체 왜?"


"난들 알겠나. 신의 육체를 섭취하면 화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신의 육체가 만병통치약이라 약처럼 달여먹었더니 불치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네. 뭐, 알 실라에도 그런 전설 있지 않나. 산삼인 줄 알고 그 뿌리를 잘라 부모님한테 달여 먹었더니 사실 성신의 다리였기에 꿈속에 신이 나와서 자기 다리 내놓으라고 했다던가 하는 전설."


"타국 전설을 용케도 그리 잘 아시는구만요."


"그게 직업이니까. 아무튼 먹기 위해 신의 육체를 구하는 구매자들은 인간성 면으로 보면 최악이지만 장사치 입장에선 최고인 부류지. 권능이니 목숨이니 하는 돈을 초월하는 가치가 걸려있다 보니 얼마를 내더라도 반드시 신체를 구매하려고 하거든."


"정작 화신이 됐다는 사람 중에서 신의 육체를 먹고 화신이 됐다는 사람은 아무도 못 본 거 같은데요."


"하하, 당연하지. 그냥 허무맹랑한 미신이니까. 그래서, 됐고. 거기 꼬마 아가씨, 이 가게에 이렇게 많은 물건이 있는데 하필이면 이걸 찾아서 꺼낸 이유가 뭔가?"


언샤는 주인장이 자신과 얘기하다가, 갑자기 루카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에 당황해 그만 루카를 입막음하는 걸 깜빡하고야 말았다.


주인장이 저런 질문을 하면 담백하고 솔직한 성격인 루카가 대체 어떻게 대답할지는 너무나 뻔했기에,


그렇게 말하지 못하도록 말렸어야만 했는데.


"아, 그건 내 왼발이로다. 그리고 나는 그 몸의 주인인 여신 루카이니라. 나는 3천 년 전 온몸이 12조각으로 산산조각 났고, 그 후 나는 머리만 남은 채 계속 내 몸을 찾고 있었도다.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그중 하나를 찾았고. 주인장, 나는 내가 여신이라 하여 그대가 손에 얻은 물건을 부당하게 취할 생각은 없으니, 얼마를 주면 그걸 이 여신에게 넘기겠는가?"


루카는 아주 당당하게, 자신이 여신이란 사실을 주인장에게 말했다.


주인장은 그 너무나 당당하지만 그렇기에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듣고 그대로 웃음보를 터뜨려 아주 박장대소했다.


루카는 자신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주인장이 대체 왜 웃는지 이해를 못 해서,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무슨 웃긴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도저히 뭐가 웃긴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그냥 눈만 계속 껌뻑이며 서있었다.


"언샤여, 가게 주인장이 왜 갑자기 웃는 것이냐? 지금 시대에는 진지하게 사실을 말하는 게 무슨 농담으로 통하는가?"


"하아······. 미치겠군."


언샤는 머리가 지끈 아파졌다.

이럴 거면 그냥 혼자 들어와서 찾아보는 거였는데.


루카는 원래부터 자신이 여신이란 사실을 감출 생각 자체가 전혀 없고,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이 여신이라 말하면 당연히 어떤 의심도 없이 믿어줄 거라는 사고 회로를 갖고 있는 존재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3천 년 전 고대 시절에만 해도 이 여신은 자신이 루카라고 말만 하면 모든 고대인들이 알아서 바닥을 기며 절을 올리고는 여신님 하고 받들어주던 삶을 살았을 테니.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너무 바뀌었다.

성신들이 이 지구를 떠난 지 이미 3천 년이 지났고.

루카는 힘 대부분을 잃었는데다가 심지어 어려졌는데 대체 누가 이런 꼬맹이가 진짜 여신이라고 믿어주겠는가.


저런 반응이 정상적이고, 파르다 황녀처럼 바로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었다.


"내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느냐? 아님 얼굴에 아까 먹던 감자빵 조각이라도 묻어 있느냐?"


"아냐, 루카. 괜찮아. 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잘못된 건 이 세상이지······."


언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혈압이 올라 뒷목을 붙잡고 쓰러질 뻔했다.


아주 어질어질했다.

의심을 안 사려고 노력했는데 루카가 괜한 소리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루카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긴 했지만, 갑자기 그런 소릴 해봤자 믿어줄 사람이 있기나 하겠는가.


루카가 잠시 의기소침해진 사이.

주인장은 겨우 숨넘어갈 듯이 웃던 것을 멈추고 겨우 숨을 고르고 웃음 때문에 흐른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이고, 아이고. 웃다가 숨넘어갈 뻔했구먼. 자네들은 대체 뭔가? 무슨 광대인가? 아니면 사람을 웃겨서 죽이는 배꼽 암살단 일원이라도 되나? 왜 갑자기 예상도 못 한 농담을 갑자기 던져서 사람을 웃기는 거야?"


"아니, 그게. 음. 주인장님. 자세한 건 묻지 마시고. 그냥 그거 저희한테 팔아주실 수 없을까요."


언샤는 이 상황을 도저히 잘 설명할 자신이 없었기에 작은 가게 때문에 쭈그린 몸처럼 마음마저 쭈그려진 기분이었다.


"아이고, 확실히 우리 꼬마 아가씨 생긴 걸 보아하니, 은발에 자안, 새하얀 피부까지 하나같이 전설 속에 나오는 루카 여신님과 똑같긴 하구먼. 그래서 이름도 여신님 따라 루카인가 봐? 하지만 아무리 네 부모님이 너한테 여신님 이름을 붙여주시고 금이야 옥이야 키우며 널 사랑해 주신다고, 네가 진짜 여신이 되는 건 아니란다. 꼬마야."


"아니, 나는 진짜 여신이다만.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렇게 비웃다니 너무하는구나······."


루카가 아주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면 3년 전에도 루카가 여신이란 걸 전혀 믿지 않던 언샤 역시 머리에서부터 부활한 루카를 보며 무서워했으면 무서워했지 비웃지는 않았는데.


지금 시대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비웃음 당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내심 충격을 받은 것이겠지.


그때 갑자기, 가게 주인장이 손뼉을 치며 뭔가 깨달았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루카라는 이름에, 그리고 거대한 눈표범의 정수를 가진 아슬란족! 어쩐지 딱 보기에도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아 보이더라니. 이제야 자네들이 누군지 알겠구먼!"


"쯧."


언샤가 혀를 차며, 이 주인장이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는 사실에 크게 불쾌감을 표했다.


그야, 수많은 상인을 만나며 온갖 정보를 듣는 게 기본인 골동품상이니 당연히 그들에 대한 소문도 들어본 게 정상일 터였다.


언샤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돈 많은 한량인 척해서 원하는 물건을 싸게 챙겨가려 했는데, 정체를 들켜버려서야 완전히 호구(虎口) 잡힐 게 뻔했기에 아주 난처했다.


"당신들, 알 실라의 새 황제 언샤와, 자신이 여신 루카라고 주장한다는 그 무당이로구먼. 황제나 되시는 분이 그 머나먼 서울에서 여기까지 용케도 직접 찾아오셨네. 아이고, 우리 가게의 명성이 저 멀리 서울에까지 퍼졌나 보죠?"


"아, 예. 맞습니다. 주인장. 제가 그 바보 황제 언샤가 맞구요. 얘는 루카고. 무당이 아니라 진짜 여신이구요. 우리 여신님 기분 상하시니 그렇게 비웃지 마시고. 그리고 또 그건 우리 진짜 여신님 진짜 발이니까. 빨리 팔기나 하시죠. 우리 두 사람 정체가 뭐든 간에, 어쨌든 골동품 파는 게 당신 일 아닙니까."


언샤는 이왕 들킨 김에 그냥 막 나가기로 했다.


괜히 이 가게 주인장이 머리 굴릴 시간을 줬다간, 장사치란 족속이 이쪽 약점을 이용해서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뜯어내려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제국의 황제님, 애한테 그런 몹쓸 걸 가르치면 안 됩니다? 아무리 루카신이랑 닮았다고 해도 이렇게 작은 애를 데려와서 자신이 여신이라고 믿을 때까지 교육하시다니. 나랏일 하기가 어지간히 힘들다지만, 아무리 젊은 황제가 내세울 권위가 없더라도 성신 이름을 사칭하는 건 좀 아니지요."


언샤는 이 주인장 역시.

대륙 곳곳에 퍼진 소문대로 설련황 언샤가 여신을 찾아냈다는 되도 않는 주장을 하며 권력의 중앙 집권을 꾀하고 있다고 하는 헛소문을 믿고 있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솔직히 정정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어차피 언샤가 뭐라 말하든 믿어줄 리가 없었기에 언샤는 그냥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걸 포기했다.


"아, 아니. 나는 진짜 루카인데······."


"그래, 그래. 꼬마야. 주변 어른들이 너한테 그런 나쁜 걸 가르치는 건 알겠지만, 어른들이 말하는 게 모두 사실은 아니란다. 꼭 그 안쓰러운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빌어주마."


주인장은 그렇게 말하며, 완전히 주눅들은 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언뜻 보기엔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조언을 해주는 훈훈한 광경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6천 살도 넘은 여신을 한낱 인간이 애 취급하는 광경이었기에 언샤는 그 광경을 보며 참으로 복잡미묘한 심정을 느꼈다.


"됐고, 주인장. 물건이나 파시라구요. 얼마면 됩니까? 당신 말대로 전 황제라 다른 건 몰라도 돈은 많거든요. 돈이라면 달라는 만큼 줄 테니, 우리 여신님 마음에 계속 상처 입히는 건 좀 그만둬주시고."


"흠, 맨 입에는 좀 그렇고. 조건이 있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장은 약점을 잡은 김에 더욱 많은 걸 요구할 모양이었다.


"그래요, 뭡니까. 근데 전 알 실라의 황제지 도나우의 왕은 아니라서. 그냥 이 나라 귀족들보다 돈이 많을 뿐이지 이 나라 법에서 벗어난 일은 전혀 해드릴 수 없거든요. 뭘 해드리면 됩니까? 솔직히 돈 말고는 드릴 수 있는 게 없는데."


"뭐 별건 아니고, 이 물건. 원래 값어치 자체가 아예 없는 물건이거든. 그러니 그냥은 팔 수 없고. 이 가게에서 적당한 골동품을 20개만 정가로 구매하면, 덤으로 얹어주도록 하지."


솔직히 언샤가 그간 서울과 쿠룬과 장성의 상인들을 상대해본 경험에 따르면.


이 사람 역시 그런 장사치들처럼 성 하나쯤은 거뜬히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을 내놓으라고 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의외였다.


"예? 값어치 자체가 없다구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방금 전까지 성신의 육체는 엄청나게 귀하다고 말씀하셨으면서."


"하, 그런 귀한 물건이 지난 몇 년간이나 절대 안 팔리고 여기 남아있었던 이유가 대체 뭐겠나?"


"글쎄요? 잘 안 보이는 선반 밑에 먼지를 뒤집어 씌우고 숨겨 놓아서? 아니면 아무도 살 수 없을 만큼 비싸서?"


언샤는 대충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봤지만 주인장은 고개를 절로 저으며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아냐, 아냐. 그게 아냐. 이런 골동품점은 다른 무엇보다 신용이 제일 중요하거든. 물건 하나하나를 판매할 때도, 그걸 구매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이 골동품은 어디서 유래되었으며, 지금까지 누구의 손을 거쳐왔으며, 어떻게 이 가게로 흘러들어왔는가. 그것을 아주 확실하고 명확하게 해야 한단 말이야. 왜냐? 골동품의 가치란 그 역사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역사가 깊을수록 가치 있고, 아무 역사도 없을수록 무가치하지."


"그럼 성신의 육체만큼 역사가 깊고 가치 있는 물건은 있을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 인간종 역사가 바로 그 성신들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아니, 그 말 자체는 틀린 게 아니지만. 그건 진짜 성신의 육체가 맞을 경우, 진품일 경우에만 그렇고.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이 대륙에 대체 얼마나 많은 가짜 성유물들이 존재하는지 알기나 하는가? 누가 성유물을 구했다는 얘길 듣고 한 번 보러 가면, 사실상 전부가 그럴듯하게 위조된 가짜라고 보면 돼. 팔 다리처럼 있어 보이는 부위가 비싸고 잘 팔리니까 수많은 사기꾼들이 그냥 평범한 인간이나 시체 팔다리를 잘라서 성신의 것이라며 속여서 팔지. 그나마 진품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의외로 이빨이나 뼈나 손톱 쪽이고."


"사람 팔다리를 잘라서 판다구요? 그건 그냥 단순한 위조 범죄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그래. 그렇지. 완전히 미쳤지. 근데 정말로 미친 건, 사람 팔다리를 잘라서 파는 정도면 아주 양호한 수준이란 사실이야. 대부분은 더 심각하거든.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는 성신의 심장, 성신의 머리 같은 걸 틀림없는 진품이라고 주장하며 파는 미치광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거기에 더해 이미 말라비틀어져 미라화된 시체를 신의 육체라고 주장하는 놈들도 많지. 심지어 신이 썼던 칫솔, 세수하고 얼굴을 닦은 수건, 심지어 뒷간에서 썼다는 휴지까지 성유물이라고 주장하면서 파는데. 이런 상황이니 대체 누가 진짜 성유물이 나타나도 그걸 믿겠는가?"


언샤는 그 말을 듣고서야,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눈치챘다.


"아······."


"즉, 성유물이란 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으며, 동시에 무가치한 보물인 거야. 왜냐? 거의 전부가 가짜니까."


"그렇군요. 근데 그럼 이건 진품이 확실하니 더더욱 엄청난 가치가 있는 거 아닙니까? 누가 봐도 이걸 가짜라고 의심할 수 없을 텐데요. 왜냐하면 이런 특이한 금속이나, 공중에 떠 있는 발 같은 걸 사기꾼이 위조 가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고대의 기술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걸 만들겠어요? 아무리 가짜가 많아도 이걸 보는 순간 다들 그 귀한 진품 성유물이 틀림없다면서 달려들어 반드시 구매하려고 할 것 같은데요?"


"하아,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나만 해도 처음엔 이걸 보자마자 아주 눈이 휘둥그레져가며, 내가 드디어 진짜 성유물을 손에 넣는 날이 왔다고 아주 두 눈이 멀었었거든. 그래서 누가 먼저 선수치기 전에 내가 먼저 사야겠다고, 이걸 구해온 보물 사냥꾼에게 꽤 큰돈을 쥐여주면서 사 왔고. 그때만 해도 당연히 이걸 팔아서 그 돈보다 몇 백배는 되는 돈을 벌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왜 이게 절대 안 팔리는 애물단지가 되어서 구석에 먼지 쌓인 채 처박혀있던 거죠?"


"내가 아까도 말했잖나. 골동품은 역사가 곧 가치기에, 그걸 대체 어디 사는 누가 구해왔는지도 아주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이건 북부 드넓은 설원에 있던 어느 고대 유적 한가운데에 봉인되어 있었으며. 이걸 찾아온 건 체호프족 보물 사냥꾼인 안톤이야."


"아, 체호프족······."


그 한 단어가 나오자마자, 언샤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딱히 언샤의 이해력이 특출난 건 아니었다.


대륙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호프'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상황을 이해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여기보다 더 북부엔 체호프족 마을이나 용들의 땅밖에 없으니 이 성유물을 발견해서 팔 수 있는 건 애초에 체호프족밖에 없었던 거고. 안톤은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보물 사냥꾼이긴 하지만. 하필이면 체호프족인 게 문제인 거야. 망할 인종 차별주의자들 같으니라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네요. 결국 이 성유물을 어디서 구했는지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가치하다 불리는 체호프족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니, 체호프족이 가져온 성유물 역시 아무리 진품이라도 완전히 무가치한 취급을 받게 되는 거군요······."


"그래, 돈 많고 권위 있는 놈들일수록 명분과 위신을 누구보다도 많이 신경 쓰는 법 아닌가. 체호프족 따위가 가져온 물건은 아무리 성신의 육체라 해도 완벽하게 무가치하다 이거지. 자기들 격에 안 맞는다 이거야."


"명분이라······.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래. 얼어 죽을 명분. 근데 그 명분을 신경 써야 하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어. 골동품 가게는 정직함과 신용을 파는 장소 아닌가. 이 가게는 이래 봬도 내 선조부터 천년 가까이 골동품을 팔던 가게일세. 그런데 내가 고작 이 성유물 하나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그 유래를 거짓으로 지어내면? 그럼 이 장사는 끝나는 거야. 거짓말이 발각되는 순간 나는 그냥 사기꾼이 되는 거고. 내 가게에서 골동품을 사간 런던의 수많은 권력자들이 분노하게 될 테니. 그 뒤 데리에 사는 그냥 평민인 우리 가문 토끼들이 어떻게 될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거고······. 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는 않거든."


언샤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 주인장이 아까 전에 어째서 이 진품 성유물, 루카의 왼발을 다른 골동품을 사면 덤으로 주겠다고 하는지를 이해했다.


팔지 않는 게 아니라 팔 수가 없는 것이다.


무가치한 체호프족이 구한 무가치한 보물을 돈 받고 팔았다는 소문이 났다간.


더는 아무도 이 가게를 찾지 않게 될 테니.


체호프족이 사는 북부 설원이나 남부 밀림과 가장 가까이 사는 도시 사람들이.


체호프에 대해 얼마나 뿌리 깊은 차별 의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자는 대륙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저는 차별주의자가 아니고, 그깟 평판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권력도 갖고 있어서. 그게 체호프족이 구한 물건이라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들어보니 아주 사정이 딱한데, 제가 정당한 가격을 내서 그걸 구매하도록 하지요."


언샤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이렇게 말해도 주인장이 돈 받고 물건을 팔려 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 언샤 황제님. 말은 참 고마운데. 내가 황제님 같이 높은 사람한테 그런 무가치한 물건을 팔았다는 소문이 났다간, 내 평판이 아주 바닥을 치게 될 거거든. 이 업계는 진짜 신용과 유명세만으로 먹고사는 곳이니······."


주인장의 사정은 딱했으나,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 가게 주인장은 골동품점 주인다운 심미안으로 이것이 신의 육체가 확실하다는 것까진 꿰뚫어보았으나.


그럼에도 같은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성품을 가진 이 사람은 당장 눈앞의 보물에 눈이 멀어.


다른 인간들은 이 주인장과 달리 성신에 대한 존경심보다 같은 인간에 대한 차별 의식을 더 우선시되는 가치로 여긴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야 말았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진짜 성유물을 찾아냈지만, 그걸 구한 게 체호프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누구도 구매할 생각을 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사태.


그건 12 인간종의 현실이자, 대륙의 현실을 단번에 요약한 것과 마찬가지인 추태였다.


언샤가 태평성대를 이루고 싶어 하는 대륙은, 이런 장소였다.


고작 차별당하는 한 종족이 구해온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진짜 성유물조차 휴지조각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세상.


나찰에 의해 모든 종족의 존속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같은 인간끼리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주 당연하며.


같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 아주 만연하고 당연스러웠다.


마땅한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그것으로 차별하고, 이유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차별하고야 만다.


수라도 그 자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영원하고 무한한 전쟁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고 특권의식을 가지며 같은 인간을 노예로 삼는 모습은, 참으로 희극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부조리였다.


언샤는 여신이 부활하고 전쟁이 없고 풍요가 넘쳐 서로 증오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나면.


언젠가 이러한 부조리도 반드시 없어지리라 믿으며, 누구나 부조리하다고 느끼나 결코 쉽게 바꿀 수는 없을 세상 이치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삼켰다.


언샤는 화가 나긴 했지만,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이 세상 전체였기에 그러한 감정에 휩쓸려봐야 감정 소모만 할 뿐 당장 바뀌는 건 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화는 묵혀두고 먼저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후,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물건이라도 최대한 많이 사드리도록 하지요. 근데 혹시 사멸신장 같은 건 없습니까?"


"사멸신장? 알 실라에서 인둘겐티아를 가리키는 말이던가? 그럼 없어, 없어. 그런 위험한 건 보물 사냥꾼들이 발견해와도 전부 정부에서 사간 뒤 여왕 친위대를 무장시키는 용도로나 쓴다고. 그거야말로 성유물과 달리 팔다가 걸리면 진짜 내 목이 날아갈 위험천만한 물건이지."


언샤는 가게에 있는 물건 중 사멸신장은 없다는 점에 아쉬워하며.


루카가 자신이 여신이란 사실을 부정당하고 일개 무당 취급 당했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저 파렴치한 주인장과는 더는 말을 못 하겠다고 중얼거리는 걸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가게를 둘러보며 괜찮아 보이는 골동품들을 구매했다.


주인장은 성심성의껏 그 유물들이 어느 가문을 거쳐왔느니, 어떤 유래가 있느니, 어느 나라에 어떤 전설과 얽힌 물건이니 하는 시시콜콜한 온갖 잡학을 늘어놓으며.


그 모든 물건이 전부 귀하며, 그만한 돈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솔직히, 골동품은 황제인 언샤에겐 대부분 쓸모없는 것들이었고.

사치 그 자체인 돈 낭비였다.


언샤가 돈이 많긴 했지만 그 모두가 국민의 혈세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양심이 찔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신의 신체를 구매하는 비용으로 쓰는 것이니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나마 만년필이라고 해서.

물감병에 앞에 달린 촉을 넣고 뒤에 달린 손잡이를 돌리면 주사기처럼 물감을 빨아들일 수 있기에.

굳이 일일이 먹을 갈거나 붓을 다듬지 않아도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필기구만큼은 아주 유용했기에 언샤는 만년필과 물감병을 여럿 구매했다.


만약 마키에게 왜 이런 수많은 쓸모없는 골동품을 사느라 돈을 낭비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한참 동안 그 여걸에게 잔소리를 들을 게 뻔했기 때문에.


언샤는 겨우겨우 주인장이 설명한 모든 골동품들의 유래와 원주인, 역사적 가치를 닥종이 뭉치에 만년필을 써서 기록한 뒤.


그 수많은 골동품들을 들고 한참 동안이나 수그리고 있던 몸을 겨우 펴서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언샤가 루카와 함께 가게 밖으로 나오자, 주인장이 따라 나와서 말을 걸었다.


"근데 꼬마 아가씨. 그 왼발이 12명의 성신 중 하필이면 루카 여신의 몸인 건 대체 어떻게 맞춘 거지? 이걸 직접 구해온 안톤도 이게 어떤 신의 육체인지는 전혀 모르겠다고 했고. 나도 한참이나 고서를 뒤져서 알아낸 건데. 대체 그걸 누구에게서 들었나?"


하지만 여전히 삐져있던 루카는 주인장의 말을 완전히 무시했다.


루카는 어쩌면 자신이 정말로 여신처럼 안 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푹 숙인 여신은 아주 침울하여 언뜻 보면 울먹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 그러니까. 주인장, 얜 진짜 루카 여신님이 맞다니까요. 자기 몸이 잘려나간 조각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러니 제발 애 좀 그만 괴롭히세요. 이러다 울겠다."


"에휴. 그래, 모르겠다. 저 애가 선반 밑에서 이걸 한 번에 찾아낸 방법도 도저히 모르겠고. 황제님도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니 소문과 달리 되도 않는 거짓말 같은 걸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구먼. 그래, 믿어주면 될 거 아닌가. 까짓 거 저 애가 진짜 여신님이라고 믿지 뭐. 진짜 여신님이 돌아온 거면, 우리 인간들 삶도 다시 옛날처럼 풍족해질 테니."


"그래요. 좀 믿어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제가 황제나 되어서 사기 같은 거 치고 다닐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알았어, 사이비 무당 취급한 걸 사과하지. 대신 제가 여신님 육체를 덤으로 드릴 정도로 큰 손해를 봤으니, 다음에 또 찾아오셔서 골동품 잔뜩 사주셔야 합니다, 여신님."


"······그래, 주인장. 이 여신의 몸을 잘 보관해 주어서, 아주 고맙구나."


루카는 그 말을 듣고 겨우 화가 난 게 조금 풀렸는지, 주인장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었다.


"그럼 잘 가라고! 루카 여신님! 다른 몸도 꼭 찾아내서! 고대 시절처럼 인간들이 다들 행복하게 잘 살던 시대로 좀 돌려놔줘!"


주인장 역시 인사했다.


주인장과 인사를 나누고 가게를 떠났을 땐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해, 성벽 너머로 어슴푸레한 노을빛이 비치고 있었다.


거리에는 런던데리의 공무원들이 길거리에 있는 가로등에 기름을 채우고 불을 붙여 하나하나 정성스레 불을 켜고 있었고.


번화가에는 부활절 축일 때문에 모인 수많은 연인들이 북적이며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있었다.


시계탑과 성당의 종탑에서 오후 7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 전체에 울려 퍼지는 런던데리의 종소리는 나무로 종을 치기에 묵직하게 울리는 알 실라의 종과는 달리 거대한 방울을 흔드는 것과 같은 구조였기에 아주 청명하고 고운 소리가 났다.


곧 해가 지고, 거리는 밤처럼 어두워지게 되었다.


성벽이 그렇게 높고 두터우니 나찰 같은 걸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기에 도시 내의 분위기는 너무나 평화로웠다.


언샤는 식료품과 옷, 골동품을 팔 위에 탑처럼 쌓았고, 루카는 드디어 삼천 년 만에 되찾은 자신의 육체가 든 병을 아주 소중하다는 듯이 품 속에 안고 땅거미가 깔린 거리를 조용히 걸어갔다.


언샤는 갈색 머리 토끼 소년과 금발 토끼 소녀가 정답게 손을 마주 잡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며.


온화한 도시 풍경 덕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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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문유관 11 - 나찰황(1) +2 21.05.30 29 0 30쪽
34 사문유관 10 - 여행담 하나 둘 셋 21.05.29 27 1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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