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기연과 우연보다는 필연과 개연성을 중요시 여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결과보다는 시작되는 원인을 중요시 여깁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일지라도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인물이 그 장소에 있었던 타당한 이유를 제시합니다. 그 이유가 등장 즉시 나타날 수도 있고, 차후에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차후에 등장하는 것에는 제가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거나, 상황에 맞지 않을 때겠죠.
주인공도 사람입니다. 사람은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소설의 주인공은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아닙니다. ‘주인공이 세상을 구한다? 정파의 편에 선다? 협의를 떨친다?’ 이런 생각을 시작부터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그냥 세상과 어울립니다. 어울리면서 만나는 사람을 돕고, 어울리면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여합니다.
저는 수십 년간 준비한 악의 세력이, 주인공이 등장한 시기에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는, 그런 절대적 우연의 시기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애초에 수십 년간 준비한 악의 세력 따위는 없습니다. 어느 단체든 단체가 만들어지기 전의 원인이 있습니다.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타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역사를 훑어보고 있을 법한 얘기를 만들어봅니다. 저는 야욕에도 타당한 목적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행보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종국에는 그 행보들이 다 타당한 이유가 됩니다. 그가 참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실수에서 비롯된 문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생긴 은과 원. 그리고 인연. 필요치 않았다 여긴 일이, 나중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됩니다.
저는 완벽한 사람을 싫어합니다. 사람은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했을지라도, 한두 번 실수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성격을 좋아합니다. 중원은 넓습니다. 그만큼 많고 다양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많고 다양한 세력이 존재합니다.
저는 ‘무협’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무협’ 소설을 적는 것입니다. ‘무협’에는 ‘武’가 나옵니다. ‘武’를 이용하려는 자, ‘武’를 숭배하는 자, ‘武’로 지키려는 자, ‘武’로 뺏으려 자. 결국 모두 ‘武’를 겨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전투 장면을 최대한 많이 적으려 합니다.
절대강자는 없습니다. 절대무공도 없습니다. 절대무기도 없습니다. 누가 어떻게 어떤 무공을 어디서 왜 어떤 무기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천하제일인도 없습니다.
이상이 제가 적고 있는, 제가 적으려는 소설입니다.
이런 저의 작품 제목은 ‘사부 하산하다’입니다.
결코 가벼운 소설을 적고 싶지 않습니다.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수많은 사건이 교차하는, 그런 글을 적으려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천천히 시냇물을 타고 흐릅니다. 그 시냇물은 어느새 강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 강은 바다로 변해있을 겁니다.
자유연재 - 무협 - 사부 하산하다.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길 원합니다.
(링크 거는 법을 모릅니다....)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