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좋은 판타지 소설을 발견하여 소개합니다. 리체르카님의 벨로나스라는 글입니다. 신비롭고 위험하며 경이로운 사막에서 펼쳐지는 한 소녀의 모험/여행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30편 넘는 분량이 쌓여 있고, 작가님이 아주 성실하게 연재하십니다.
이야기는 극심한 기근에 급기야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된 끔찍한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테아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고이 양식이 되어주기 싫어서 마을을 탈출하지요. 하지만 마을 밖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시골 소녀의 앞길에 펼쳐진 것은 험난한 사막과 그보다 더 험난한 세상입니다. 의지할 것이라고는 영혼의 동반자, 불을 뿜는 '여' 요게벳 뿐이지요. 그런 테아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모험하며 요게벳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거기다 아직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글의 테마는 등장인물들이 사막 속에서 '움직이는 숲'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 '여'는 '타클란'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만이 만날 수 있는 자신만의 정령 비슷한 겁니다. 영혼이 이어져 있다고 할 수 있죠. 약간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읽다 보면 조금씩 더 자세히 알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에 나오는 '데몬'과 포켓몬스터를 섞은 것과 살짝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글의 퀄러티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미주알 고주알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 조금은 진행을 따라가기 어려운 장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작가님의 묘사가 좋고, 문장도 깔끔합니다. 오랜 글쓰기를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이라 생각됩니다. 읽다 보면 외국 판타지 소설의 느낌이 납니다. 적어도 한국식 양판소 처럼 글의 초점이 '걸리적 거리는 놈 다 해치우고 내가 짱 먹기'에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마나, 서클, 소드맛스타, 검기니 하는 것들도 당연히 나오지 않고요.
닳고 닳은 뻔한 설정과 플롯, 주인공의 허세와 잔혹함에 질린 여러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진짜 판타지 같은 판타지 소설, 판타지의 신비가 살아 있는 소설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이라면 테아의 여정에 동참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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