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저것’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할 것들이 되었다. 세상에서 ‘저것’들만이 남거나, 혹은 그녀가 거꾸러져 먼지처럼 스러져버리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만 세상에 달랑 남겨졌을 것이다. 핏물인지, 손바닥에 샘물처럼 고여 흘러내리는 땀인지 모를 액체로 인해 주르륵 미끄러지는 검대를 우그러뜨리듯 강하게 쥐어잡았다. 피로 얼룩덜룩, 제 빛깔을 오래전에 잃어버린 메마르고 찢겨진 붕대로 얽기설기 손을 묶어놓은 모양새가 퍽 초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어느 순간에는 곧고 희고 아름다운 그 손가락으로 바느질만 했을 그 여인의 손은 잔인하게 자신의 무기를 그러잡았다. 이것으로 저것들을 베고, 베고, 베어서 복수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그녀에게 남겨진 ‘사죄’의 길이었다. 저 ‘야수’들을 단죄하는 것만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속죄의 길이었다. 복수로 인해 전쟁터를 전전해온 여공작이 전쟁이 갑작스럽게 종전되면서 수도로 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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