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해한 글입니다.
소설이라기보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유사합니다.)
한 세계가 있었다.
우리가 몸담고있는 이곳과는 다른,
아주 머나먼, 그리고 수많은 신화와 아픔이 공존하는.
그 세상은 너무도 살기에 버거웠다.
나쁜 악당 때문도 아니요,
세상을 괴롭히는 못된 괴수 때문도 아니요,
권력투쟁에 미쳐버려 전쟁을 일으키는 욕심쟁이 군주 때문도 아니었다.
<<그 세계의 가장 큰 적은 공허함이었다.>>
“무엇을 해도 공허해.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우린 왜 살아야하지? 우린 무엇을 위하여 태어난 것이지? 왜?“
“흥, 병신. 개소리하고 앉았네. 우린 그저 동물일 뿐이야. 섹스하고 밥먹고 자고, 돈 많이 벌어서 여자를 많이 후리고 귀족이 되고 한 밑천잡다 뒈지면 그만이라고.”
“남? 그게 무슨 상관이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허무하다. 살아있어야할 이유는 없어. 내가 나로서 유일하게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자살뿐이야.”
점점 세상은 가라앉았으며,
사람들은
아무런 발전도, 보람도, 가치도 느끼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한 여인이 있었다.
“뭔가가 잘못되었어,
진, 난 믿을 수 없어. 단지 우리는 먹고 살고 교미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걸까?
아냐, 그럴리가 없어. 뭔가가 있어. 뭔가가 있다고!
사람들은 더 이상 탐구하길, 갈구하고 열망하며 솟구치길 거부하고 있어.
그런데 왜 제국은 자신의 신민들을 공허함의 노예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지?
어째서 현 황제는, 세상을 바로잡겠다 약속한 현인들은, 영웅이라 자칭하는 멍청이들은 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지?
초대 황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어. 그러라고 황제가 제국을 세운 게 아니라고.
난 결심했어, 진!
평생에 걸쳐, 진정한 올바름을 찾아나갈거야.
그래, 찾을 때까지 괴로워하겠지. 아마도 죽을 때까지 말이야.
참으로 힘들 거야.
그래도 할 거야. 할 수 있어.
난 그렇게 나아갈거야!
이 뼈저리고 나를 갉아먹는 공허함에 빠져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난 하늘을 불태우는 저 태양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 로벨리아 연대기는 난해한 글입니다.
소설이라기보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유사합니다.)
한 여인이 있었다.
별 한 점없이 캄캄한 어두운 밤,
모든 이들은 더듬거리며 온 세상을 그렇게 부질없이 헤매이던 때.
흐르는 눈물로
스스로의 몸을, 마음을, 아픔을 불살라,
최초의 별이 되었던
한 여인이 있었다.
그제서야, 모든 이들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떠 있는 한줄기 빛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한 여인이 있었다는 걸.
최초의 별이 되었던.
흙에서 나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별로서 숨을 거두었던,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세상엔
여인 외에
여섯 별들이 있었다.
“진정한 나는 무엇일까?
아직 난 진짜 나를 찾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여전히 의문은 내 머리속에서 뱅뱅 돌며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가득 메웠구나.
이런 나는 진짜 내가 아닐 것이다. 진실한 나를 되찾을 때까지 난 나를 살려두지 않으리라!”
자신을 죽임으로써 진정한 자신이 된 한 사내가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겪고 모든 것을 사랑했고 증오했었네.
삶이 나에게 베푼 수업을 모두 마쳤으며
더 이상 삶에 미련을 둘 이유는 없어졌네.
이제 난 없음으로, 텅 비어있음으로 사라졌네.”
궁극의 경지에 발을 디뎠던 한 소박한 아낙네가 있었다.
“사랑했던 이도 나를 배신하고, 단 하나밖에 없던 친우는 죽어버렸다.
내 형들은 나의 부모를 죽이고 왕국을 강탈했다.
그래도 난 그들을 용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육체적인 수련을 사랑하고 자신을 단련하는 왕국의 기풍을 그들은 무너뜨리고 말았다.
용서치 않으리라. 다시 내 왕국을 찾고,
타락하고 나태해진 왕국을 원래대로 되돌리고야 말겠다.”
슬픔을 끌어안고 고통을 극복한 끝에 자기 왕국을 되찾은 거한이 있었다.
“난 지금 여기서 춤을 추고 있어.
아니, 난 춤이야.
아냐 아냐, 히히, 나도 없어.
지금 여기엔 오로지 춤밖에 없지.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놀고 싶으면 노는거야!
바보같으니, 뭐하러 그런 쓸데없이 고민을 하고 걱정해?
춤을 춰, 나와 같이 춤을 춰!”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 이 순간만을 천진난만하고 행복하게 걸어갔던 여인이 있었다.
“진리를 책에 적을 수 있다구요? 나를 따르라구요? 하! 웃기는 소리.
분명 당신들은 어리숙한 사람들을 현혹하고 가르치려들었지요.
‘나는 진리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현명한 사람이니 돈을 바치고 나를 숭배하라! 나는 위대하다, 나를 존경해라!’라고.
전 반대로 말할 겁니다.
나를 미워하세요.
그리고 나에게서 돈을 빼앗으세요.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가세요.
대신 나 또한 당신에게서 빼앗을 겁니다. 거짓된 것, 진리가 아닌 것을!
그리고 난 내가 가진 유일한 것, 진리를 당신께 드릴 겁니다.”
외로이 거짓된 진리와 맞서싸웠던 한 현인이 있었다.
그리고,
한 존재가 있었다.
“허겁지겁 제 한 몸만, 제 이득만 챙겼으면서
겉으로는 가식과 아양을 떨며 아둥바둥 살려고 애쓰는 것들아.
죽음이 닥쳐오고 나서야, 그리고 썩어문드러진 시신으로 되살아나고 나서야
살아있을 적 축적하고 그토록 아껴왔던 것들이 보잘것없는 쓰레기임을 깨달았더냐?”
죽음 후에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자신을 증오하는 만큼 세상을 고통스럽게 만들겠다 맹세했던.
산 것이 아닌 존재가 있었다.
그렇게 죽음 후에 세상으로 돌아온 자들,
파우스트들은 세상을 짓밟았다.
파우스트에 의해 세상이 폐허가 되고 나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삶을 부여받았을 때부터 첫 숨을 들이켰을 때부터 인간은 사실 이미 죽은 존재임을.
파우스트와 인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임을.
왜
어찌하여
무엇때문에
우리는 살고 죽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로벨리아 연대기 외전- 죽음, 후에, 시작합니다.
* 로벨리아 연대기는 난해한 글입니다.
소설이라기보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유사합니다.
* 외전이라 부득이하게 로벨리아 연대기를 간략히 홍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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