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옛날 이야기를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쓰기는 힘들고 대충 요약만 하자면 옛날에 사과밭인가 포도밭에서 일하는 일꾼들을 어떤 높으신 분이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한 사람은 한 3시간 이하 정도 일하고 쉬게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8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대신 전자의 적은 시간을 일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할당량 정도의 일을 쉬기 전에 미리 다 해두었지요.
그리고 모두의 일이 끝나고 나서 일당을 받게 되었을 때, 적게 일한 사람과 많이 일한 사람 모두 받게 된 일당은 똑같았습니다. 그에 하루종일 일한 사람들이 왜 적은 시간 일한 사람이 우리와 똑같은 일당을 받느냐고 항의했지요. 그에 일당을 준 높으신 분은 일한 시간은 틀려도 결과적으로 마친 일의 분량은 똑같지 않냐고 타박했다고 합니다.]
바로 어제 적은 글인 <전쟁터에서 일반수준의 할당량만 채우고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캐릭터>에서 다른 분들의 의견을 구했던 결과 많은 덧글이 달렸습니다. 이렇게 열의를 보여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에 가능하면 일일히 답글을 다는 것이 예의일 듯 싶지만, 역시 너무 많고 이야기가 반복될 거 같아 대충 뭉그트려 한 번에 정리해서 이야기할까 싶습니다. 대부분은 하고 싶으신 의견의 방향성이 비슷한 거 같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일단 덧글의 전체적인 느낌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뭐,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 생각하면 너무 감정론으로 치닫거나, 예시만을 집착해서 약간 어긋난 이야기로 답변이 몰렸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감정론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정을 가급적 배제한 이론적인 논리로서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예시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당수가 예시로 든 것만을 전제로 이야기를 펼치시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글에서 예시와 수치를 들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이해를 하기 쉬우시라는 의미에서 들었던 것이지, 그게 전부 다인 것처럼 생각하면 솔직히 난감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이라고 했었습니다. 아니면 예시 중 하나, 라고 해야 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전글에 달렸던 덧글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느낌, 이랄까 전 예시를 보안한다는 느낌으로 새롭게 예시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유능하고 강력한 마법사가 있다고 합시다. 편의상 A라 하겠습니다. A는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을 뿐, 사실 아군측 나라의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권력자의 외동아들이라고 합시다. 거기에 그 본인도 나라 안에서 인지도와 지위가 높기 때문에 수성전을 하는 군의 총사령관도 이 사람의 뭘 하던 감히 뭐라 할 처지가 안된다고 하죠.
A는 맘만 먹으면 수백 이상의 강력한 소환수를 부릴 수 있고, 광역마법으로 한 번에 적군을 수백 이상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수성측 아군 모두 잘 아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사실상 현장에서 무력으로 제압해 강제로 부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런 A입니다만 그는 전투에 전혀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일단 수성측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며, 한치 앞을 알기 힘든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해두겠습니다. 그래도 A는 절대 자신의 전력을 발휘하는 일은 없습니다.
일단 사정상 전투원으로서 최소한의 일은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을 쓰기는 합니다만 그것은 정말 최소한입니다. 우선 그는 하루에 성벽 위에 올라가 적군 3명을 죽이면 자기 숙소로 바로 돌아가 느긋하게 쉽니다.
다만 돌아가기 전에 소환수를 3마리 소환하는데 그 3마리의 소환수는 완전히 일반병사와 똑같은 전투력과 명령수행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A가 전장에서 자리를 비우는 동안은 그들이 지휘관 명에 따라 전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A는 최소한 일반병사 레벨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일을 하기는 하는 겁니다. 또한 딱히 배신행위를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하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성과를 그는 쉽게 내고서 나머지 여유를 즐기는 것입니다.]
이런 예시면 어떨까요? 여기서 이런 식으로 '아군에 전쟁에서 지면 어떻할 거냐?'라던가, '팀윅 등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은 옳지 않은 거 아니냐?'하는 의견은 가치는 나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해보고자 하는 부분에서는 감정론에 근거하여 논점을 빗나가게 하는 거 같습니다.
A가 도덕적으로 칭찬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은 여기서 완전히 접어두겠다는 것입니다. 말했다시피 그는 전력을 다 하지 않았을 뿐,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분량의 일은 충분히 수행하고도 넘쳤습니다. 그게 전제가 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그건 확정이라고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비난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뭐가 되어야 할까요? A가 책임과 의무를 다 수행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 점에서 다른 분들께 의견을 구해보겠습니다. 또한 결과적으로 A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소설도 알고 계신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PS -
1) 위의 본문과 관련된 글 포탈
<전쟁터에서 일반수준의 할당량만 채우고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캐릭터> : http://square.munpia.com/boTalk/649193
2) 별로 의견이 더 안 모여서 다시 시도하는 글 포탈
<판타지 소설 주인공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 http://square.munpia.com/boTalk/64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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