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다. 하지만 밝다. 빛이 있으니까.
오직 그가 있는 곳에서만 황금빛 광채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특이한 문양을 새긴 갑옷을 입고 돌격하는 수만의 병사들 앞에, 두 남자가 동시에 이를 꽉 깨물었다. 먼저 왼 쪽에 있던 청년이 잇몸에서 피가 나는데도 닦지 않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메테오 드롭(Meteor Drop).”
금발의 청년이 꺼낸 말, 뒤이어 흑발 말총머리의 청년이 말했다.
“개방(開放). 사신무(死神舞), 만천혈우(滿天血雨).”
두 청년의 연계는 실로 대단했다.
오직 그들만 피해 지나가는 유성들과 사신의 낫은, 앞길을 가로막는 병사들의 몸을 동강내고 으깼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중년의 기사는 넋을 놓았다.
“균형의 파괴자······! 예언이 맞았어.”
하지만 그에게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우직!
갑옷과 육체가 유성(流星)에 짓눌려 처참히 으스러지며 기사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비린내가 공기 중으로 섞여 들어가 후각을 어지럽히는 그 순간, 보름달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고서 중, 이러한 구절이 적혀있었다.
< 균형의 파괴자들이 나타나 길을 열지니, 곧 유린하고 파괴하여 대륙을 무너뜨릴 것이다. 내가 막지 못했던 참사를, 후대에는 반드시 막을 수 있기 바라며. >
균형의 파괴자들.
그 때에는 왜 ‘들’이 붙어있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전설 중, 균형의 파괴자는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들은 알았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것을 알았을 즘에는 이미, 거대한 유성과 핏빛 낫이 목숨을 앗아가고 있을 때였다.
< 14화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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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
한 중년인이 죽어간다. 생기를 흘리며, 붉은 선혈을 쏟아내며,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중년인은 미소 짓는다.
“나는 죽지 않는다.”
놀랄 정도로 또렷한 목소리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중년인의 눈빛은 서서히 흐려져 간다.
“왜······, 맞아도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중년인의 머리를 끌어안고 청년이 오열한다. 그러나 중년인은 한 줄기 피가 흐르는 입가에 미소를 걸고는 청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덜덜 떨리는 손, 그러나 그 손길만큼은 봉황의 깃털보다도 부드럽다.
“거짓말 마라. 넌 분명히 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바닥에 누워있고도 남았을 게야······, 컥!”
남자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청년은 자꾸만 빠져나가는 중년인의 생기를 붙잡기 위해 온 힘을 실어 그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어 보지만, 허사다.
“소용없는 짓 그만······, 해라. 난 곧 죽을 목숨이야.”
“누가 그래? 죽는다고. 절대 안 죽어. 내가 죽지 않게 만들 거야.”
“그만 두어라. 차라리 그 힘을 나를 위한 복수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
청년이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그러나 남자는 이미 생기가 구 할 이상 빠져나간 듯싶다. 남자는, 마지막 단 한 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둔다.
“사랑한다, 아들아.”
그 순간, 무언가 뚝 끊기는 듯한 소리가 메아리처럼 남자와 청년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의 머릿속에 징하고 울렸다. 그것에 의구심을 품을 즈음, 중앙에서 무릎을 꿇은 채 남자를 바라보던 청년의 입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크······,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청년은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고, 이내 그를 둘러싼 무리 전체가 경계 태세를 취한다. 그늘이 져 보이지 않던 청년의 얼굴이 들려 햇빛에 비추어진 순간, 그들은 느꼈다.
죽음의 공포를, 자신들의 목에 낫을 드리운 사신의 강림을.
< 6화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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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재중인 신작, 대륙의 주인이라고 합니다.
< 주인 > 시리즈는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대륙의 주인이 2부입니다.
전개 순서는 2부 -> 3부 -> 1부 순으로 전개해나갈 예정이오니 많이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링크는 밑에!
클릭! -> http://novel.munpia.com/2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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