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어김 없이 글쓰다 막혀서 쓰는 추천글!
거두절미하고 추천 들어갈게요.
시간의 발자국
2011년 1월에 시작해 2012년에 완결된 글입니다. 그때 문피아에 계신 분들 중 과장을 살짝 보태 절반 이상은 제목을 들어보았을 거라고 봅니다.
시대은 현대이며 주인공은 아버지입니다. 굳이 아버지란 표현을 쓴 이유는 당연히 아들과 관련된 이야기 이기 때문이지요.
전체적인 줄거리는 과잉기억장애를 겪고 있는 아버지가 어떤 인연으로 얻게 된 신비한 물건을 가지고 1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내용입니다. 시대가 현대이기 때문에 모험을 떠나거나 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동네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판타지적 요소(주인공이 얻게 되는 물건)가 있긴 하지만 아주 조금, 마치 완성된 파스타에 파슬리를 살짝 뿌려주는 정도로만 가미가 됩니다. 이 글의 재미는 제목에도 언급했듯이 미드보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데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면, 묘사와 구성이 얼마나 치밀한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 십여편까지는 번역체 같은 묘사가 좀 나오는데 오히려 이런 표현이 마치 아주 잘 번역된 영어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서 미드같은 느낌을 더 살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아주아주 잘 번역된 영어소설 읽는다 생각하시면 번역체 싫어하시는 분도 푹 빠지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또한, 한 아이의 아버지라면 그리고 철이 좀 든 아들내미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글이라고 장담합니다. 가정파탄의 집안에서 자라나신 분이라면 예외...
예전에 이 글을 읽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철이 좀 들고 사회생활 좀 하고 다시 재탕하니 확 전해오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개인적으로 전 능력도 없으면서 감정에 이끌려 사고치는 주인공을 매우 혐오합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감정에 휩쓸리는 장면이 종종 나오죠. 물론 철이 덜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닌 그가 앓고 있는 과잉기억장애 때문에... 또한 아버지, 그것도 아들을 잃은 아버지라는 점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냉정할 수는 없죠.
말이 좀 길었습니다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을 절절하게, 또한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버지의 감정을 현실적이게 묘사한 수작입니다.
미드같은 구성에 추리와 판타지란 조미료를 살짝 뿌린 글, “부성애”라는 단어에 끌리시는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추신: 본인도 내용을 끝까지 읽지는 않은 터라 후반부에 반전요소가 나올수도 있음을 미리 경고하는 바입니다. 안 나올수도 있지만... 혹시나 해서... 저도 두근거리며 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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