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양판소는 작품성 보다는 대중성을 지향합니다. 혹시 문체는 독특할지 몰라도 그 내용을 보면 꼭 집어서 말하긴 힘들더라도 어디 선가 많이 보던, 익숙한 내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 히트했던 작품들을 여기저기 짜집기한 냄새가 난다.
대부분 술술 읽히기는 하는 데 읽고 나면 특별히 머리에 남지도 않는 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개연성 따지면 글이 늘어져서 양판소가 되지도 않습니다.
벌써, 옛날 얘깁니다만, 하도 조회수나 선작수가 오르지 않아서 나도 한번 양판소 형으로 써볼까 하고 시도를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써보니까.... 그거 참 어렵더군요.
이렇게 쓰는 게 양판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머리 속은 터질 지경인데 막상 풀어놓고 보니 이래저래 개연성 따지고, 복잡해지고...ㅋㅎ
주인공이 단칼에 놈을 해치워야..., 그래야 시원스러울텐데 말이죠. 한데, 막상 상대하고 싸움을 붙여보니까..아니, 이럴 수가? 주인공이 간신히 이기게 되더란 말입니다.
상대를 강자라고 소개해 놓았으니 강자답게 대우를 해준 결과는 피터지게 싸워서 주인공도 만만치 않은 부상을 입게 되고, 적도에게 쫓겨서 도망이나 치던지, 남의 도움을 받게끔 되더군요.
게다가 상대가 강하고 지략에 밝을수록 주인공이 뜨니까, 다른 등장인물들을 멋지게 활약하게 했더니...어라? 주인공 어디갔어?
에라, 나도 모르겠다. 상대는 바보천치라도 주인공만 똑똑이로 만들어 보자.
그런데 그러려면 다른 등장인물들은 허수아비로 만들어야 얘기가 되는데..이럴 수가? 그 녀석들이 반란을 일으키더군요...
단칼에 수백, 수천명을 해치우면 한 가문, 한 세력 없애기는 여반장인데, 막상 없애려 들면 나도 한 수 있거든요? 이러면서 작가와 엇박자를 놓는데 진짜 환장하겠더라구요.
어차피 작가의 자판기에 매달린 하루살이 같은 놈들이 말이죠.
죽어랏! 이렇게 호통을 치면서 자판을 탁 두들기니, 어딜! 이러면서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데, 커흑! 내 이놈들을 그냥!
그 빠져나가는 놈들을 이십 편 내내 쫓다가 그만 제풀에 지쳐버렸습니다. ㅋㅎㅎㅎ
사실 작품의 완성도를 구하려면 작가연재란에 가서 보면 되고, 참신성을 느끼자면 자연란에 가면 간단합니다.
초보는 완성과는 거리가 멀기에 참신해야 뜨고, 기존 작가는 완성도(작품성)를 추구해야겠지요.
어설프게 두 개 다 추구하다가는 망하는 글이 되지요. 신인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그 두 마리의 토끼고, 어느 정도 글을 써본 사람이 욕심을 내다 망하는 것도 바로 거기서 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성과 참신성. 이 두 마리는 명인이 아니면 좇기 어려운 가파른 봉우리입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없이는 등정하기 어려운 고산준령.
그런 의미에서 나름 작품성을 인정받는 좋은 작품을 쓰시는 분들이 중도 포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또, 양판소에서도 자기만의 특색(나름의 참신성)을 가지고 큰 인기를 끄는 신인들에겐 부럽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하나의 초인기작이 가면 금새 꼬리를 물고 다른 인기작이 뜹니다.
문피아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저변이 두텁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가끔, 자신이 재밌게 읽던 작품이 중도에 끝나는 것을 보면 비난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언짢은 게 정상이지요.
하지만, 작가가 수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인 작품을 포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계에 부딛쳐 고민하다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모든 것이 귀찮고,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진 상태...처음에 의도하던 글이 이리저리 뒤틀리는 것을 보는 심정은 참담합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답답한 마음에 글을 남겨 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답답해진 독자님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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