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을 둘러보면 많은 추천을 만나게 됩니다.
정말 맛깔나게 추천을 해서 결국 검색을 하게 만들어버리는 추천도 있고, 지능형 안티가 아닌가 의심되는 추천도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글(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저급하지만)을 쓰는 입장이기에 그 노력과 의지, 혹은 기대감을 알기에 왠만하면 많은 글을 봅니다.
그런데 추천이 정도 이상으로 많으면 클릭이 되지 않더군요.
에이스, 얼음나무숲.. 추천이 너무 많았던 탓에 안 보려고 했습니다. 얼음나무숲이야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본 뒤에 빠져버렸지만 에이스는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추천에 눈쌀을 찌푸렸던 적이 있죠. 얼마 전에야 보고 나서 후회했지만 말입니다. ^^;;
Etude 역시 추천이 많아서 손이 안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인터넷 소설이라 불리는 '여고생용 킬링타임환타지소설(괜찮은 작품도 있지만 이렇게 표현할 지뢰도 꽤 많았습니다)'에 심하게 대여서 로맨스라고 하면 일단 보류해두는 편이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새 글도 잘 안 써지고(뭐, 항상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는 탓에 글의 진도가 더디기는 합니다.) 마음도 울적하고 해서 연재한담을 둘러보는데 마침 Etude에 대한 추천이 올라와있더군요.
변덕이랄까요. 그래, 그렇게 추천이 많은 글이라니 내가 봐주마.
쓰는 글마다 모두 극찬받는 글이 어느 정도인지.. 봐주마.
이런 건방진 생각을 하며 검색을 했더랍니다.
아홉시쯤에 클릭해서 방금 전까지 손을 못 뗐습니다.
분명히 머릿속에서는 '니놈 오늘 연재일이다.' '원고는 대체 언제쯤 넘길래' 라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어느 드라마 같은,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인물이었습니다.
덜렁거리는 20대의 신입여사원, 그리고 무뚝뚝한 40대의 부장.
(어쩌면 20대와 40대라는 것부터가 평범치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들이 회사에서 만나고, 겪는 이야기들입니다.
Etude는 잔잔히 흘러가는 시냇물과 같은 느낌입니다.
보고 있으면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고,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그런 글입니다. 한 모금 머금으면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그런 글입니다.
Etude는 비현실을 다루지 않습니다.
평범한 회사, 평범한 인물들, 일상적인 사건들 속에서 감동을 줍니다. 인물들은 살아있고 그들은 현실적으로 엮입니다.
물론 작위적이라 할 사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이기에, 그것은 오히려 독자에게 긴장을 주고, 즐거움을 주겠지요.
뭐, 막말로 우리가 겪는 일상 그대로를 적은 글은 소설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인물관찰기' '일기' '일상견문록' 이 정도가 어울리겠죠.
그렇습니다. Etude는 소설입니다.
그것도 아주 잘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방법을 알고, 그것을 최대한 사용하는 소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추천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가서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어린 독자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독자도 한 번 보게 되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으며 평온을 얻을 수 있기도 한,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자건, 오늘부터 이 이름을 기억하려 합니다.
Maerchen, Timelesstime. 이 두 작품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과연 자건이라는 작가는 저에게 또 어떤 감동과 기쁨을 줄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되어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추천이 많으면 안 읽던 나쁜 버릇, Etude가 고쳐주었습니다.
꼭 가서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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