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저주받은 명작을 떠올리라면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를 떠올리죠.
대량의 자본과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가이메레프와 기적을 이루는 팬던트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판타지의 세계...
분명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는 길이 남을 명작으로 매우 잘 만들어졌지만... 하필이면 그 유명한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동시에 방영된 탓에 작품의 완성도에 비하면 완전 '쪽도 못써보고 침몰해버린' 비운의 명작이 되고 말았습죠.
아무튼 그 이후로 훌륭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빛을 못 본 작품을 흔히 '저주받은 명작'이라고 부른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문피아에도 그 저주받은 명작이 하나 있더군요.
(이렇게 좋은 글이 왜 이 정도의 히트밖에 못올리고 있는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그것은 다름아닌 [기사 에델레드].
보통 훌륭한 글이라고 하면 사람을 확 휘어잡는 문체와 살아있는 캐릭터, 그리고 글 전체의 정교한 스토리 구성을 지적합니다만.. 당연하게도 기사 에델레드는 그 모든것을 더한것에 +@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문장 진행능력입니다.
흔히 액션 부분을 쓸때 고민하는 것이 과연 어떤 접미사, 접두사, 어떤 형용사를 사용하면 화려한 액션이 될까? 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몇 작품을 써본 탓에(하나는 출판을 했으나 쫄딱 망했고, 나머지 몇 개는 어둠에 묻혔으며, 최근 쓴것 중에 간신히 50만 히트를 넘긴게 하나 있었으나.. 조아라 성인물 규정을 한참이나 초과한 탓에 소거당한;;) 이런 부분에대해 깊이 고민한 바가 있습니다.
뛰어난 작가라고 해도 결국 사용하는 단어의 종류도 거기서 거기고 문장의 진행 방식의 차이라 해도 전투씬에 국한되어 말하자면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데 왜 누가 쓴 전투씬은 박진감이 너무 쩔어서 눈을 떼기 어려운데 누가 쓴 전투씬은 부담없이 선작 취소 버튼을 누르게 하는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전투씬 만큼은 그림을 그리듯이 쓰자는 결론을 내리고 일부러 효과음 부분을 한 줄씩 쓴다거나 고의적으로 설명 부분을 빼고 넘어간다거나 전투가 한참 달아오른 시점, 주인공이 필살기를 쓰는 순간에 필살기의 구현방식을 길게 서술해 독자를 애태우게 한다거나 하는 갖가지 잔머리를 굴렸습니다만.. 이 소설을 읽는 순간 그게 정말 잔머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설마 '전방 말줄임표'라는 상상도 못한 방법을 사용하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_-;;
즉, 간단히 말하자면 이분은 분명 자판으로 글을 쓰고 계시지만 동시에 그림을 그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ㄷㄷ;;
이만한 필력을 가지신 분이 쓴 글을 읽지 않는다는건 글쎄 뭘까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친다거나, 강쇠형님이 옹녀 누님을 걍 무시하고 지나친다거나, 사막에서 목말라 죽어가던 행인이 오아시스에서 발만씻고 그냥 지나치는 정도의 수준일까요? ㅡ.,ㅡ;;;
아무튼 이 밤 멋진 소설에 목말라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부담없이 달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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