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무기가 있으나, 무기라는 것은 도구.
궁극의 무기는 무기를 든 사람의 의지이니라.
나는 지켜본다.
화려하게 꽃피는 레이피어. 검집을 장식하는 바스타드 소드. 썩어가는 자루를 갈지 않는 메이스.
폼멜을 제거하는 어리석은 단검. 검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검. 가짜 보석을 박고 자기의 빛으로 착각하는 지팡이.
수없는 의지들이 어루러져서 피어나고 진다.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나는 그저 그 화려한 무기들의 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금색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다.
지팡이도, 검도, 둔기도 아니다.
특화된 의지도 없지만 강하다.
단수를 파괴할 수 없다. 조절 하기는 더욱 불가능하다.
자기 멋대로 폭발하지만 자기와 자기의 주변의 것들을 불태워 화려하게 폭발하는 무기.
저건.....폭탄이다.
하지만 아직 이 세계는 화약 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을텐데?!
나는 당황스런 눈으로 가르안 카이자.라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아. 꽃밭이....
폭탄에게 이끌리는 반짝반짝 거리는 꽃밭을 보고 나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과연 좋을까?
폭탄에게 기대니 좋아?
그것도 너희들의 의지라면 나는 기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저런 '것', 힘만 있는 '것', 단순한 살상력을 목표로 한 '것'이 좋아?
나의 질문은 닿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나는 꽃밭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꽃들 사이에 피어난 작은 의지를 보았다.
아직은 앳띤, 검집에 봉해진 검.
단단한 자긍심에 자신을 묶어놓은, 아름다운 비단 검집의 Fleurte(플러레).
위대한 그랜드 마스터의 후예이자 바이파 가문의 유일한 남아.
차기 바이파 공작 제 1순위인 로아드로 반 바이파.
다른 의지들을 꺽어버리는 광휘를 발휘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플러레.
게다가 비단 검집에 쌓여있는 플러레(찌르기를 목표로 한 연습용 검)따윈 관심이 없었다.
곧 폭탄의 파괴력에 휩싸여 금색의 빛을 내뿜으며 폭탄의 장식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플러레는 검집에서 벗어났다.
나는 뭔가 착각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플러레는 아름답고 부서지기 쉬운 푸른 유리로 만들어졌지만 날만은 예리했다.
아름다운 비단 검집따윈 장식이었다.
오히려 저 유리 검, 로아드로를 가리고 있는 바이파라는 검집을 버리지 않는 그가 점점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유리검은 산산 조각이 났다.
단지 자신을 장식하고 싶었던 폭탄에게 플러레는 부서졌다.
부서지는 순간.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던 플러레는.
유리로 된 Epee(에페: 찌르기를 목적으로 한 실전용 검.)가 되었다.
에페가 부서지면 바스타드 소드가, 바스타드 소드가 조각나면 투 핸드 소드가. 투 핸드 소드가 녹아버리면 클레이모어가.
유리 특유의 투명하고 예리한 아름다움은 부서지고 뭉침을 반복하여 점점 투박하고 둔탁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유릿가루를 뿌리며 험한 길을 걷는 그가 아름답다.
부서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없지만 굳건한 의지가 아름답다.
단지 아름다울 뿐이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를 쓰다듬는다.
"그대가 아무리 험난한 길을 걷든, 그대가 아무리 부서지고 으깨서 패배하든, 그대가 무릎 꿇지 않는 거라는 건 알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대를 응원합니다."
그러니 그 이고깽 녀석을 작살내! 이 근성드로!
배준영님의 더 세컨드. 추천합니다!
p.s 선호작에 오른거 다 추천글을 쓰려고하니 이거 참 귀찮....(님)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