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랫만에 선호작 베스트를 보다가 알게 되어 읽게 된 소설입니다.
장르라고 해야 할 지, 어떻게 불러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퓨전소설입니다. 퓨전소설중에선 꽤나 익숙하신 설정일텐데, 현실의 주인공이 게임을 통해 이계의 신이 되어(현재까지 진행으로 TS물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만, 일단 말씀드리자면 남자인 주인공이 여신이 됩니다) 생존을 위한 신들의 세력다툼에 참가한다는 것으로 내용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큰줄기는 그렇습니다마는, 감히 일독을 권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이 글의 재미는 이고깽과 같은 먼치킨을 앞세우고 하렘을 세운다든지 하는 종료의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이나 세계관에서 느껴지는 고심의 흔적, 현실성, 세심함등입니다. 북구신화를 차용한 신계의 해석, 있을법한 게임세계, 현실에서 벌어지는 적당한 이해관계.
물론 크게 본다면 주인공이 게임과 이계보정을 통해 미소년이 되고 이계와 현세에 성공적으로 하렘을 구축하고 있으며, 게임과 이계의 이능을 통한 제국건설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과정입니다만, 세부적으로 찬찬히 살펴보면 그간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과 사고가 다분히 현실적으로 있을 법하구나 하고 주억거리게 하더군요. 설정의 승리라고 해야할지, 북구신화의 세계와 현실, 게임에 대한 설정들의 공존이 잘 짜여져 있고, 인물들의 고심과 개연성이 잘 맞아들어갑니다. 간혹 소설 속 세계에 적용되는 상황, 설정들에 어울리는 문화인류학적인 해석들이 드문드문 등장해서 즐겁게 해주기도 하구요. 글은 꽤 읽기 쉽게 쓰여져 있고 적당히 분량도 쌓여있으니 편하게 휘적휘적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베스트에 이미 들어가있는 작품을 추천이라고 쓰고있자니 조금 민망스럽기도 하군요.
혹여 오해하실까 하여 첨언하자면, 한 때 유행하던 이고깽물 비꼬기나 가벼운 코믹물, 연애물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영지물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글의 분위기로 고서전의 사제나 드래곤라자의 후치일당이 내뿜는 재기 넘치는 입담이나, 과격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패러디나 오해의 상황이 주는 즐거움이라든지, 왠지 눈과 코가 아린 감동, 오랜 삶을 반추하는 노년의 사내가 풍기는 빛바랜 사진의 묘미보다는 아직은 어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 젊은이의 풋풋함같은 느낌이 매력적인 글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