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라임, 이전 아직 한국에 살고 있을 때 처음 몇 편을 보다 왠지 저완 맞지 않는 기분이어서 더 이상 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땐 희망을 위한 찬가에 반 쯤 미쳐 있었고, 이후 외국에 왔을 땐 잃어버린 이름과 리얼리티가 있었지요.
하지만 최근 보고 싶은 글이 없다는 우울에 빠져 있을 즈음, 서브라임이 갑자기 눈에 띄어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참을 수 없이 계속 보았습니다.
내일 매우 중요한 세미나가 있는데(그것도 제가 직접 심포지엄해야 하는데!) ...그것도 중국어로 해야하는데! 준비도, 연습도 까맣게 잊을 만큼 저를 빠지게 하더군요.
이 소설의 매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적당한 먼치킨의 화끈함, 그리고 강인함.
이 소설은, 적어도 초반-중반까지는(제가 본 부분까지) 주인공이 찌질찌질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짜증나는 일이 많은데 소설속에서도 그런 거 보고 싶지 않으시지요?
2. 전투 묘사의 아름다움.
휘익, 쾅, 우아아악
이딴 성의 없는 묘사를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습니다. 묘사란 영화로 말하자면 영상미요, 음악으로 말하자면 멜로디가 아니겠습니까?
3.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저는 카이첼님의 최대 강점을 이야기의 완결성으로 말합니다만, 그 다음으로 말하자면 캐릭터입니다. 어딘가 물건너스럽기도 하다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그만큼 친숙하며 또 즐거운 히로인과 중년(...)들이 나옵니다. 캐릭터야 말로 이야기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지요.
4. 또렷한 주제관
서브라임, 숭고함을 찾아서.
문장으로 말하면 '이게 뭥미? 또 어려운 소설, 허세 쩌는 소설 하나 나셨네' 싶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 역시 숭고하다는 것은 어떤 절대적인 심미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준 검을 봅니다.
그리고 그 검이 '적'들을 참살하는 것을 봅니다. 죽음을 부르는 도구인 검과 검술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죽음이 아름답다고까지 여깁니다. 그것은 그 검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아름다움을 보면 가지고 싶어지기 마련 아닐까요? 주인공 역시 아름다워지고 싶어하고, 강해지고 싶어합니다. '삼좌'라는 '절대자'의 이름에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주제를 명확하게 하고, 주인공과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완결짓습니다. 이런 소설을 뛰어난 소설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슨 소설을 뛰어나다 말할까요?
이 소설은 판타지입니다. 로드무비입니다.
게다가 어려운 말 같은 거 그냥 스킵해도 됩니다. 저는 가끔 읽다가 귀찮으면 나중에 읽으려고 대충 대화문만 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재미있게 술술 읽힙니다.
사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지문에 감명을 받는 게 아니라, 보고 읽는 그 '상황'을 즐기며 그 상황을 '상상'한다고 합니다. 서브라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그 어떤 판타지를 상상하는 것보다 크게 기쁩니다.
그럼 이만 허접한 추천은 마치며.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an_405
서브라임 포탈입니당.
그런데 내 소설은 언제 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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