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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스토리

사방신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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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woon)
작품등록일 :
2013.06.16 13:43
최근연재일 :
2013.09.29 22:31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2,674
추천수 :
1,055
글자수 :
286,264

작성
13.06.16 14:07
조회
1,893
추천
51
글자
11쪽

제 1장 시작의 장(1)

DUMMY

제 1장 시작의 장




특별한 취향을 가지지 않는 이상, 죽은 이를 보는 것은 꺼려지기 마련이다. 핏기가 없는 푸르스름한 피부도, 윤기가 사라져 퍼석한 머리칼도, 온기가 없어 차갑게 굳은 몸도, 살아있는 이의 눈에는 마냥 이질적으로 보인다. 특히 고인이 살아생전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이런 은하의 마음과는 다르게 할머니는 잠을 자듯 평온해보였다.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마치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였다. 하지만 창백한 할머니의 얼굴은 생기가 전혀 없었고 자신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던 손은 예전과는 다르게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은하의 멍한 눈에 슬픔이 가득 찼다. 얼마나 눈물을 닦아냈는지 눈가가 빨갛게 부어있었다. 은하의 눈동자가 일렁이더니 다시 눈물을 쏟아내며 가늘게 눈을 떴다. 눈 주위를 연신 비벼대는 은하의 침통한 표정은 보는 사람마저 처량하게 만들었다.



* * *



은하는 어려서부터 남들과 조금 달랐다. 돌이 안 된 갓난아기 때부터 할머니의 손에 컸다. 할머니는 은하에게 너무나 자상했다. 그래서인지 넉넉지 못한, 사실 많이 부족한 살림에도 소년은 행복했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의 눈에 그들 가족은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그들에겐 다른 사람에게 말 못하는 사정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의 눈에 하얀 물체들이 보였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그를 데리고 안과에 데려갔다. 허나 여러 병원을 다녀도 원인을 찾지 못하였고 큰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은 후에야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검사 결과로는 시력은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다시 들른 병원에는 더 많은 하얀 물체들이 보였고 더 선명하게 보였다. 담당 의사는 은하의 이야기를 듣더니 아직 나이가 어리니 좀 더 두고 보자는 말과 함께 조심스레 정신과의 진료를 받아보라 권유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이후로 할머니는 두 번 다신 병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절대 아무에게도 하얀 물체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셨다. 은하가 무심코 그 이야기를 했다가 호되게 경을 치르곤 다신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어린 은하가 은연중에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게 된 것은 초등학교 입학을 며칠 앞둔 이른 봄날 이었다. 그의 가족은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아 그는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을 때가 많았다. 그 당시 그의 집은 놀이터 바로 앞에 위치한 지희네 집이였다. 평소 은하네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던 지희 어머니의 권유로 반 지하 창고를 개조해서 두 식구가 함께 살았다. 창고에는 큰 유리창문이 있어서 밖을 훤히 볼 수 있었다. 은하는 까치발로 창밖을 보며 버스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노란색의 미니버스가 지나가고 나면 하나둘씩 친구들이 놀이터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날도 은하는 집에서 혼자 텔레비전을 보며 연신 창문을 힐끔 거렸다. 빨리 버스가 지나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이제 2월의 하순이라 날도 많이 풀려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노란 버스가 지나가고 붉은 물방울들이 창문에 튀어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에 비가 오나 확인해보려 창문을 살짝 연 게 잘못이었다. 창문 밖을 유심히 살펴보던 은하의 눈에 저 멀리 떨어진 빨간 책가방이 들어왔다. 책가방의 근처에는 그전에는 없었던 하얀 물체가 떠있었다. 자세히 보니 하얀 물체는 은하의 주먹만 한 크기의 하얀 공이었다. 새로운 공이라 잠시 눈길을 끌었지만 늘 보던 것과 같은 모습에 금세 흥미를 잃은 은하의 눈이 빨간 책가방으로 다시 향했다. 가만히 보니 바로 며칠 전 수연이가 맨 것이었다. 하얀 원피스에 하얀 털외투를 입고 양 갈래 머리를 딴 수연이가 깡총거리며 뛰어다니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하얀 공이 징그럽게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주 많은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그 움직임은 어린 은하의 눈에는 마냥 신기하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크게 움직이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곧 그 물체는 서서히 하얀 천위를 지났다. 군데군데 붉게 물든 천은 붉은 덩어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체는 하얀 인형 앞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인형의 얼굴에 붉은 액체가 묻어 있었다. 인형이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든 은하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인형은 다름 아닌 수연이었다. 수연의 얼굴은 푸르스름했고 하얗게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얼굴에 묻은 액체는 핏물과 함께 얼굴이 바닥에 갈렸을 때 나온 붉은 근육이었다. 수연의 얼굴은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은하에겐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는 하얀 공을 찾았으나 어느 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께 말씀을 못 드리고 나중에 듣기로 수연이 미니버스에서 내리고 차 안의 아이 중 하나가 장난스레 차문을 급하게 닫았고 본의 아니게 지희의 원피스 옷자락이 차문에 걸린 채로 끌려가다가 지희가 내릴 때서야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수연의 집은 골목 사이사이로만 다녀서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차 안은 요즘 배우기 시작한 영어로 된 동요를 틀어놔서 아이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다소 소란스러웠고 아무도 수연의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끌려온 골목들 벽면과 바닥은 시뻘건 핏자국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녀의 얼굴은 바닥이 아닌 벽에 긁힌 것이고 팔다리와 목은 전봇대에 부딪혀 심하게 꺾여있었다. 그날 은하네 창문에 튄 것도 그녀의 혈흔이었다.


그 뒤로도 하얀 물체는 어딜가든 항상 존재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의 미끄럼틀 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건너는 횡단보도의 경계선에도, 굳게 잠겨있는 아파트의 옥상에도, 인적이 없이 깜빡이는 가로등의 주변에도 늘 그 공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항상 그 자리에 존재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반투명한 그 공들은 사람들이 뚫고 지나가도 기이한 꿈틀거림만 하고 있을 뿐, 그 자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은하의 기피 장소는 병원, 야산, 화장터 등이 되어버렸다.



* * *



은하의 눈두덩이 퉁퉁 부어있었지만 두 눈은 무엇인가를 찾는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베개 맡의 둥근 공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태껏 그는 하얀 공이 소멸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했다. 이미 그 자리에 존재했던 것은 여간해선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전 수연 때처럼 어떤 것은 전혀 알지 못하게 사라지기도 했다. 은하가 여태껏 봐온 것으론 저 공이 할머니의 것임이 분명했다.


'공을 만약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할머니와 항상 함께 있을 수 있어.'


은하의 눈에 굳은 결심이 섰다. 하지만 만질 수도 없는 저 공을 어찌 옮겨야할지 고민이었다.


그때였다.


공을 바라보고 있던 은하의 눈이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 검은 짐승이 베개 맡에 앉아 있었다. 은하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저게 뭐지, 어디로 들어온 거지.'

'가만, 창문은 닫혀있고 날개 소리도 전혀 듣지 못했는데.'


베개 맡에 가만히 앉아있던 짐승이 은하를 바라봤다. 부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검은 먹물을 뒤집어 쓴 듯 온통 검었는데 두 눈만은 붉어서 마치 검은 천에 핏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기이한 새였다.


'까마귀? 저런 새가 도시에도 있는가. 아니, 대체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지.'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새를 응시하던 은하는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새가 앉은 바로 옆에 하얀 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을 읽은 듯 은하를 바라보던 새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하얀 공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저 새도 볼 수 있는 건가?'


경악하는 은하의 생각을 모르는 듯 새의 눈빛이 기이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새의 눈이 비친 공이 마치 붉은 피에 비친 하얀 솜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까마귀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하얀 공이 새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대체…. 안 돼!'


다급하게 은하가 새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공은 새의 주둥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은하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새는 은하를 다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 점차 새의 눈빛이 다시 기이하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비친 은하의 형상이 술에 취한 듯 심하게 비틀거렸다. 그와 동시에 은하에게도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느껴지며 구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는 순간 새가 베개 맡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은하는 얼빠진 얼굴로 눈만 꿈뻑 거리고 있었다.



* * *



[분명 까마귀라고 했겠지?]


낮은 목소리의 중년 남성이 앞에 공손하게 서있는 여인에게 물었다.


"분명합니다. 그의 조모에게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래?]


짧은 대답을 남기고 중년 남성은 입을 다물고 여인은 공손한 자세로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중년 남성은 아주 두꺼운 책을 마구 넘기며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기 그의 가문은 수호신이 소멸한 것으로 나오는군. 그렇다면 수호신이 전혀 없을 텐데…. 하긴 요즘 인간들이 워낙 많으니까.]


그는 혼잣말을 내뱉곤 검지와 중지로 두터운 책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생각에 빠졌음을 안 그녀는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생각을 마친 듯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뭐 그 정도면 특별한 셈이지. 일단 그 아이에게 입학초대장을 보내라.]

[그리고 사(死)반에 배치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의 앞에 서 있던 여인은 더할 나위 없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곧 뒤로 물러났다. 여인은 일직사자(日直使者)로 염라대왕을 보필하는 보좌관이었다. 지옥의 담당관 염라대왕이라 불리는 중년 남성은 곧 다른 집무로 넘어갔다.


작가의말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글로 옮기는건 정말 힘드네요. 글을 첨써봐서인지 머리속이 엉망으로 엉킨 느낌입니다.
가볍게 쓰고 싶은데 내용이 자꾸 무거워지는 느낌이네요.
계속 노력 해야겠습니다. 차츰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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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9) 13.09.29 697 39 18쪽
38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8) +4 13.08.26 670 12 21쪽
37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7) 13.08.13 334 7 19쪽
36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6) 13.08.05 696 27 16쪽
35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5) 13.07.20 307 4 16쪽
34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4) 13.07.12 466 6 14쪽
33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3) 13.07.10 1,313 16 16쪽
32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2) +2 13.07.08 895 16 17쪽
31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1) +5 13.07.01 679 7 16쪽
30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8) 13.06.24 1,979 36 23쪽
29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7) 13.06.22 865 32 17쪽
28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6) 13.06.16 584 9 16쪽
27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5) 13.06.16 552 8 15쪽
26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4) 13.06.16 508 8 18쪽
25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3) 13.06.16 1,206 31 25쪽
24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2) 13.06.16 554 14 14쪽
23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1) 13.06.16 1,031 29 11쪽
22 제 2장 네 개의 세력(11) 13.06.16 647 8 12쪽
21 제 2장 네 개의 세력(10) +3 13.06.16 1,142 36 18쪽
20 제 2장 네 개의 세력(9) 13.06.16 978 50 14쪽
19 제 2장 네 개의 세력(8) 13.06.16 694 16 15쪽
18 제 2장 네 개의 세력(7) +3 13.06.16 1,023 26 14쪽
17 제 2장 네 개의 세력(6) +2 13.06.16 1,206 17 14쪽
16 제 2장 네 개의 세력(5) 13.06.16 717 8 16쪽
15 제 2장 네 개의 세력(4) 13.06.16 1,359 29 13쪽
14 제 2장 네 개의 세력(3) 13.06.16 788 12 18쪽
13 제 2장 네 개의 세력(2) +5 13.06.16 821 14 16쪽
12 제 2장 네 개의 세력(1) 13.06.16 676 9 13쪽
11 제 1장 시작의 장(10) 13.06.16 933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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