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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3.11.20 16:41
최근연재일 :
2024.01.24 18:3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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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698

작성
24.01.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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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1

DUMMY

수십번 죽은 이후로도 죽고 또 죽었다.


‘어쩌면 백번이 넘어갈지도 모르겠네.’


퍽!


퍼억!


나와 마왕은 사이좋게 한 대씩 주고받았다. 우아한 공방 따위는 없었다. 개싸움이었다.


“컥!”


“윽!”


또다시 크로스카운터가 터지고 더블 녹다운되었다.


“헉헉!”


“헉헉!”


바닥에 쓰러진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건 강이준, 아니 강이준에게 빙의된 마왕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죽지 않았다.


‘변신(?)에 타임리미트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계속된 싸움 탓일까?’


어째서인지는 몰랐지만, 여하튼 마왕은 빠르게 힘을 소진하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처음의 위세는 온 데 간 데 모르게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귀기가 흘러넘치던 안광과 휘황찬란하게 빛나던 후광(?)이 이제는, 어느 싸구려 주점에 걸려있던 오래되고 낡은 네온사인처럼, 끔벅끔벅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언뜻 빙의(?)가 풀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목소리만큼은 본래의 강이준이 아닌 정체 모를 여성의 것이었다.


“이제 충분히 쉰 것 같으니, 슬슬 다시 시작해야지···? 혼자 일어나는 것이 힘들면 내가 일으켜주리?”


나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애써 다시 일으켜 세우며, 마왕 놈에게 이죽거렸다.


“하필이면!”


강이준에게 빙의된 마왕이 분통을 터트렸다.


“하고 많은 마왕 놈 중에 불새 놈이라니!”


불새? 아마도 피닉스 놈을 말하는 것이겠지?


“좀 전부터 뭐 그리 구시렁거려? 왜? 불새 놈이 그래도 마왕 놈 중에서는 강한 편인가 보지?”


“흥! 무슨···. 짐의 털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떨거지일 뿐이다.”


“그래···?”


마왕은 그리 말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괜한 허세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다.


“···.”


“그런데 왜?”


“쳇! 우쭐대지 마라! 그놈의 권능이 단지 지금 상황에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하필이면 부활이라니!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에 끝났을 것을···. 이렇게 발목을 잡힐 줄이야!”


하긴···, 이미 수도 없이 죽었으니까.


“그리고···, 네놈은 도대체 뭐냐?”


“나?”


“네놈은 분명 미친놈일 것이다. 인간에게 죽음의 고통이 그리 가볍더냐? 아무리 불새의 권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수십번을 죽고도 정말로 괜찮은 거냐?”


딱히 답변을 바라고 하는 질문이 아닌 것 같아서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마왕 놈을 재촉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에이고, 내 걱정해주는 거야? 그런 거면 나 초큼 감동일지도···. 그런데···, 너 안 일어날 거야? 계속 누워 있게? 그러면 나, 이대로 너 깐다?”


“빌어먹을 놈”


욕설을 뱉으며 마왕이 엉거주춤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완전히 일어나기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잡귀야 물렀거라!”


퍽!


나는 차기 적당한 높이를 기다려 사커킥을 날렸다. 생각해보니 매너 좋게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지금 우리가 MMA 같은 스포츠를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크아악!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만, 네놈 언젠가는 두고 보자!”


마왕은 강림할 때와 마찬가지로 강이준의 몸에서 빠져나올 때도 요란하기 짝이 없었다.


콰앙!


강이준 몸에서 폭음과 함께 시퍼런 뇌전(雷電)이 터져 나왔다.


“컥!”


원체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탓에 폭발을 피할 수 없었다. 몸뚱어리가 열 길 높이로 하늘로 치솟았다가, 이내 지상으로 꼬꾸라졌다.


‘가려면 곱게 갈 일이지···. 크르르···.”


나는 피가래를 끓으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죽었다.



***



“으으···.”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손가락 까닥할 힘도 없었다.


계속된 부활에 영향이 없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이미 한계였다.


“아저씨···, 정신이 드세요.”


강이준의 원래 목소리였다.


“으으···, 이준이냐?”


심지어 눈꺼풀마저 무거웠다. 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반문했다.


“네···.”


내가 깰때까지 기다린 것일까?


“너···, 도망가지 마라.”


지금 강이준이 도망가버리면 속수무책이었다. 그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예···.”


어째 너무 순순히 대답해서 오히려 더 불안했다.


“원래 계획대로 너는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


“···.”


대답이 없었다.


“크으···.”


나는 겨우겨우 눈을 떴다.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준···, 강이준···.”


여전히 고개가 돌아가지 않아 주변을 제대로 살필 수 없었던 나는 다급히 이준이를 불러볼 뿐이었다.


“옆에 있습니다.”


“알았어? 나랑 함께 가는 거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뭐, 뭐가 죄송하다는 거냐?”


“모든 게 다요. 그리고 아저씨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요.”


“···.”


“특히 아저씨와···, 그···, 최 주임 누나에게는 정말이지 몹쓸 짓을 했습니다.”


“됐다. 이미 지난 일이다.”


“흑흑···, 아저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흑흑···, 마지막까지 제멋대로 굴어야겠습니다.”


불길했다.


“너···, 무슨 소리야?! 으으···. 젠장!”


고개를 겨우 돌려 이준이를 찾았다.


꿀꺽!


이준이는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아, 안돼!”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좋지 않은 것이리라.


“컥!”


“너···, 뭘 마신 거야?!”


“···.”


파리해진 강이준의 얼굴 주위로 검붉은 피가 묻어난다.


“!”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움직여! 움직이라고! 왜 지금인데? 왜 지금이냐고? 좀 전만 해도 잘만 움직여 놓고 왜 이러는 건데?’


“누나, 미안···. 하지만, 나 너무···. 흑흑. 지금 누나 곁으로 갈게.”


“이준아! 강이준! 야 이 미친놈아! 헛소리하지 말고, 마신 거 토해! 토하라고!”


뭘 마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토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준이가 제발 내 말을 따라주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아저씨 미안해요. 하지만···, 이래야 끝나요. 제가 살아있는 한···, 컥!”


강이준이 또다시 각혈했다.


“콜록, 콜록, 콜록. 그간 아저씨에게는 응석만 부렸어요.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네요. 그동안 정말이지 감사했습니다. 부디 안녕히 계세요.”


그 말을 끝으로 강이준은 강 쪽으로 향했다. 더 정확히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낭떠러지로 향했다.


“그만둬! 이준아! 야 이 새끼야!”


풍덩!


순식간에 강이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낙화유수(落花流水), 또다시 꽃송이 하나가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 위로 떨어졌다.



***


# 예정된 심판


끝내 강이준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 결국 김 소령, 장 사장 같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절 죽인다고요?


강이준이 했던 말이 요 며칠 새 계속 철수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고맙습니다. 철수 씨는 제 평생의 은인이십니다.”


중년의 사내가 연신 철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


“이제야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년의 사내는 철수와는 달리 강이준의 죽음을 진작에 단정하고 있었다.


“···.”


“따님···, 무사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예? 그게···, 무슨?”


“···.”


“?”


철수는 잠시 고민했다.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사내에게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강이준의 거처에서 그의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예?”


중년의 사내는 철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일기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뭐라고 적혀 있던가요···?”


꿀꺽!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중년 사내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강이준이 말하길···. 아···! 그런데 그전에···, 따님분의 생일이 혹시 언제입니까?”


“예? 하하! 마침 오늘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철수 씨를 만나 뵌 후 가족들끼리 식사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이미 아시면서 물어보셨던 게···?”


“예?”


“생일이요.”


“아,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알고···?”


“그렇습니까?”


“예.”


철수가 그리 대답했음에도 중년의 사내는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철수를 바라보았다.


‘혹시 딸아이에게 관심 있는 거 아냐?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솔직히 내 딸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릴 외모는 아니지···.’


중년 사내는 철수를 멋대로 오해하고 있었다. 나아가 철수를 품평하고 있었다.


‘흠···.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아. 인물도 이만하면 됐고. 게다가 이번 활약으로 그는···. 어디 한 번 진짜로 엮어봐? 나중에 제대로 물어봐야겠어.’


마침(?) 딸의 나이는 20대 후반이었다.


“갑자기 딸아이 생일을 물어보시길래···. 아! 말 나온 김에 괜찮으시다면 좀 있다 제 가족과 함께 식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것보다···.”


바로 그때였다.


“여, 영감님···!”


중년 사내의 수하로 보이는 자가 철수와 중년 사내가 있는 곳으로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야? 지금 이분과 말씀 나누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아?”


“그게···, 아가씨가 사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갑자기···.”


“뭐?!”


중년 사내는 철수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굳이 내가 알려줄 필요가 없겠군.’


---------****---------

그들은 내가 죽기만을 바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작에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의 나의 생사(生死)와는 상관없이 각자의 생일날 그들 가족에게 예정된 심판이 찾아갈 것이다.


그들은 그들 부모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리라.

---------****---------



# 비리 장부


어느 날 철수에게 한 여군이 찾아왔다. 그녀는 무척이나 수상쩍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심지어 이름이 오바로크되어 있어야 자리에 검 테이프가 발라져 있었다.


-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정확한 신원을 밝히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습니다.


나아가 그녀는 특이하게도 철수에게 필담(筆談)을 요청했다. 필담이라고 해도 철수 쪽은 평소처럼 말하면 되었다. 번거로이 용건을 써내려 가는 것은 마스크 여군의 몫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름은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까?”


- 그냥···, 송 소령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상하긴 했지만, 철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애초에 그녀는 계엄사의 공무(公務)로 철수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철수를 찾아온 까닭은 순전히 강이준이 죽기 전에 미리 그녀에게 내렸던 명령 때문이었다.


강이준이 남긴 것은 비단 일기만이 아니었다. 그는 철수와 박 씨 아저씨 앞으로 계엄사 고위직들의 각종 비리에 관한 자료를 남겨두었다.


그 자료들이 탄핵하고 있는 대상자들은 하나같이 그간 강이준의 측근이라고 알려진 자들이었다.


이후 철수는 박 씨 아저씨와 송 소령의 도움을 받아 비리 장부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고위 각성자들을 하나둘 찾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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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3 24.01.04 9 0 12쪽
33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2 24.01.03 9 0 12쪽
»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1 24.01.01 8 0 12쪽
31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0 23.12.29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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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7 23.12.25 8 0 12쪽
27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6 23.12.22 6 0 12쪽
26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5 23.12.20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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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2 23.12.15 9 0 12쪽
22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1 23.12.14 11 0 13쪽
21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10 23.12.13 14 0 14쪽
20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9 23.12.12 1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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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2 23.12.01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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