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3.11.20 16:41
최근연재일 :
2024.01.24 18:3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871
추천수 :
0
글자수 :
216,698

작성
23.12.01 17:00
조회
21
추천
0
글자
12쪽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2

DUMMY

“고생하셨습니다. 이걸로 훈련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맛있게 식사하시고 오후에 있을 퇴소식 잘 준비하도록 하십시오. 열과 오를 맞춰 뛰어 가잇!”


최 주임과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훈련소 내 간이 급식소를 찾았다. 우리가 급식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꽤 많은 훈련생이 있었다.


급식소는 배식 통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을 뿐 식당처럼 식사할 자리가 달리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훈련소 자체도 급조한 것이었다. 말이 훈련소이지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그냥 야산에 지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막 타워(Mock Tower)를 설치한 게 용할 지경이었다.


여하튼 사람들은 적당히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잡아 식사하고 있었고, 개중에는 이미 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와 최 주임도 배식받은 식판을 들고 적당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몇 수갈 뜨고 있으니 멀지 않은 곳에서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둘의 대화가 들려왔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그들은 한 놈은 노랗게 머리를 염색했으며, 또 한 놈은 피부가 꽤 까무잡잡했는데 아무래도 일부러 태운 듯했다.


“드디어 끝이구나! 에헤야 디야! 이럴 때 식후땡 하면 참 좋을 텐데. 아쉽네, 아쉬워.”


“씨발, 바닥에 침 좀 그만 뱉어! 개 짜증 나네!”


“남 이사! 크크크!”


“씨발, 크크크! 그런데 말이야. 엄밀히 보자면 훈련 정말로 끝난 거는 아니잖아?”


“김빠지게 왜 그래? 일단 퇴소하는 거는 맞잖아?”


“그건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최종 테스트는 남았잖아.”


“그건 그때고. 야, 근데 그거 들었어? 오전 훈련 중에 어떤 아저씨 목 졸려 죽을 뻔했다는데?”


“헐~, 대박? 어쩌다 그랬대?”


대박? 대박이라고? 이쪽이야말로 ‘헐~, 대박’이다. 요즘도 저런 말 쓰나? 그거 진작에 유행 지나지 않았어? 참,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사고가 있었다고? 금시초문인데···?


“막 타워에서 어리바리하다가 안전 장구에 목이 졸렸다고 하던데.”


“아이고 이런···. 사람은 괜찮대?”


“다행히도 별 탈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말이야. 그 아저씨 좀 이상하다고 하던데?”


“응? 뭐가?”


“목 졸린 와중에도 뭔 손가락 하트를···.”


젠장, 내 얘기구나.


푸훗!


최 주임 입에서 밥풀이 튀었다.


“뭐야? 최 주임! 더럽잖아?”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최 주임에게 괜히 더 짜증을 담아 말했다.


“미안, 미안.”


“쳇, 조심하란 말이지···.”


“근데, 오빠.”


“뭔데?”


“저거 오빠 얘기 맞지? 목소리가 아~주 쪼금···, 아니 사실은 좀 많이 갈라지긴 했지만, 저런 식으로 와전될 줄이야! 여하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괘씸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괘씸한 건 네가 더 괘씸하다.”


“어머머, 이 오빠 보게?”


“말만 그렇지 정작 네 눈은 웃고 있잖아?!”


차라리 초승달이 최 주임의 눈꼬리보다는 밋밋할 것이다.


“에이~, 웃고 있다니? 속상해서 눈살이 찌푸려진 거야.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순전히 오빠 기분 탓이야, 기분 탓! 속상해서 밥도 잘 안 넘어가는구먼···.”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여하튼 내가 다 속상하다. 정말~. 아! 오빠! 내가 저기 저 ‘금발’과 ‘태닝’ 녀석 ‘때찌’해 줄까?”


“아주···, 신나셨구먼!”


“헤헤~, 메롱이다!”


보시다시피 나와 최 주임은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다. 갑자기 훈련받게 된 사정을 설명하자면···, 우선 식량 배급이 중단된 것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



계엄사는 결국 식량 배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 배급중단은 시간문제였다. 광역피난지구로 무사히 대피한 사람들의 수는 적다고 하면 적고 많다고 하면 많았다.


내가 제5피난지구로 대피할 당시, 피난지구로 몰려가는 사람들로 인해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할 것 없이 무척이나 혼잡했다. 덕분에 고생 꽤 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요행히도 피난길에 괴물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와 비슷한 시점에 피난지구에 도착한 사람들은 괴물이 출현했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를 한때나마 또다시 의심했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일 주, 이 주,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세상에 닥친 비극을 새삼스레 깨닫기 시작하였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각박한 세상이지만 오며 가며 인사 정도는 나누던 사이였어. 우리는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했었지.


복숭아밭에서 일하다 만난 어느 초로(初老)의 아저씨가 생각난다.


- 신발가게 유 씨, 학원 원장 관 씨, 정육점 장 씨를 비롯해서 대략 열 집 정도가 그와 같은 약속을 하며 한날한시 피난길에 올랐지. 그런데 말이야, 그 사람 중 그 누구와도 다시 만나지 못했어.


잠시 쉬는 시간 동안 그 아저씨는 그날 처음 보는 날 붙자고 그렇게 넋두리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피난지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몰려든 것 또한 사실이었다. 제5피난지구에도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비록 고층 아파트 대신 24인용 텐트가 빽빽이 자리 잡은 곳이지만 그 머릿수만 보자면 제법 큰 규모의 도시라 할 수 있었다.


피난지구가 전국에 단 7개 밖에 없으니, 단순 평균하면 1개 피난지구 당 원래라면 수백만 명을 수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에 십분의 일이라 해도 수십만은 된다.


잠깐의 피난 생활이라면 수십만이 아니라 수백만이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광역피난지구는 그 이름대로 임시로 거처하는 곳일 뿐이었다. 애초 정부와 계엄사의 공식적인 설명도 그러했었다.


그런데 만약 피난지구가 일시적인 대피처가 아니라 사실은 새로운 정착촌이라면? 의도하지 않았고 원치 않았다고 해도 현실이 그렇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그 누구라도 안다. 그러나 어쨌든 피난 생활은 점점 길어지고 있었고, 괴물의 출현도 더 잦아지고 있었다.


군대는 괴물을 전혀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괴물 사냥에 나선 일부 상위등급 각성자들의 활약이 더 눈에 띄었다. 그러나 단지 그뿐, 그들만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버티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당연하게도 그중 하나가 바로 식량이다.


피난지구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한정된 부지에서 소출 되는 양은 뻔했다. 그렇다고 피난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아가 무턱대고 경작지를 느릴 수도 없었다. 어디 다른 곳에서 수입해오는 것은 더욱더 말이 되지 않았다.


여하튼 생산하는 것보다 소비하는 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장은 정부에서 미리 비축해둔 식량으로 버텨가고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고립된 도시는 고사(枯死)할 운명이었다. 피난지구가 군사적으로 요충지라고는 하지만 이럴 거면 왜 서울 등을 비롯한 기존의 대도시를 떠났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당장에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당국은 수요를 통제하기로 했다.


- 앞으로는 포인트로 식량을 구매하는 것으로 변경됩니다. 바뀐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다음 달 1일부터···.


계엄사의 결정은 급작스러웠다. 원래부터 부족한 배급량이었지만 그조차도 점차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중단이었다. 기호품도 아닌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모두가 똑같은 양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미신입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헌법에도 근로의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포인트는 공동체에 공헌을 많이 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공헌만큼 먹자는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한 소리였지만, 따지고 보면 말장난이었다. 개인이 노동시간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일을 더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경작지가 없었다.


결국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사람들의 입이 줄어들고서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다. 배급을 유지하든 포인트제로 하든, 이대로라면 누군가가 먼저 죽어줘야 내가 사는 것이다. 물론 죽어야 하는 쪽이 나일 수도 있다.


- 허~억, 허~억. 이, 이봐! 크, 큰일 났어!


포인트제로 바뀐 지 두 달쯤 지난, 그러니까 아직은 내가 피닉스에게 눈탱이를 맞기 훨씬 전인 어느 날이었다. 홀로 새벽 산책하러 나갔던 박 씨 아저씨가 평소보다 일찍 텐트로 돌아왔다. 거칠게 숨을 내쉬던 그의 얼굴은 새벽녘의 푸른색보다 더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 모두 죽었어. 죽었다고!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두 다!


계엄사 왈(曰), 간밤에 제46호 텐트촌 10-1 단지에서 폭동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계엄군이 해당 텐트촌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원인불명의 불이 났다고 했다.


화마는 눈 깜짝할 사이에 텐트 한 동을 완전히 삼켜버렸고, 그것으로도 전혀 만족하지 못한 놈은 마침 불어온 바람을 타고 빽빽하게 들어선 텐트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계엄사는 화재를 진압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발화의 책임이 계엄사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민심이 들끓었다. 이에 계엄사는 현장 지휘를 맡은 중대장 등을 징계하였으나, 여론은 더욱더 나빠졌다.


결국 중대장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 형(刑)이 집행되었다. 책임지는 자는 그걸로 끝이었다.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제야 민심이 조금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일단 그렇게 얼렁뚱땅 마무리되어갔다.


그 후에도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계엄사를 비난하는 시위가 간간이 있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내가 피닉스에게 눈탱이를 맞은 때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계엄사는 ‘토지개혁안’과 그에 더해 ‘놀라운 사실’을 함께 발표한다.



***



계엄사가 제시한 토지개혁 안은 나름 파격적(?)이었다. 세세한 사항은 일단 제쳐두고 몇 가지 요지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광역피난지구의 행정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하 ‘지구외지(地區外地)’)에서 토지를 새로이 분배한다. 기존의 소유권 및 기타 권리관계 등은 현재의 국가비상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무시한다.


둘째, ‘지구외지(地區外地)’의 주민은 스스로 그 생계와 자위(自衛)를 책임지며, 이를 위해 ‘자치마을’ 및 ‘자경단’을 구성할 수 있다.


셋째, 광역피난지구는 ‘지구외지(地區外地)’의 주요 거점에 역참(驛站)을 설치하여 ‘자치마을’ 및 ‘자경단’를 지원 및 통제한다.


이 같은 발표에 사람들은 황당해했다. 말이 좋아 ‘자경단’이지 –군대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괴물들이 득실대는- 광역피난지구 바깥으로 나가 살든지 죽든지 알아서 하라는 말인가?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 정말로 놀라운 발표가 이어졌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 누구나 괴물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 그 방법은 바로···, 우리 모두 레벨업!


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각 변경 공지 - 오후 6시 30분으로 변경 (23.12.12) 23.12.12 6 0 -
38 005. 히전죽! 히전죽! - 03 24.01.24 1 0 11쪽
37 005. 히전죽! 히전죽! - 02 24.01.16 3 0 12쪽
36 005. 히전죽! 히전죽! - 01 24.01.10 4 0 12쪽
35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4 24.01.05 8 0 12쪽
34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3 24.01.04 9 0 12쪽
33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2 24.01.03 9 0 12쪽
32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1 24.01.01 8 0 12쪽
31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0 23.12.29 7 0 12쪽
30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9 23.12.28 7 0 12쪽
29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8 23.12.26 7 0 12쪽
28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7 23.12.25 9 0 12쪽
27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6 23.12.22 6 0 12쪽
26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5 23.12.20 8 0 13쪽
25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4 23.12.19 9 0 12쪽
24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3 23.12.18 11 0 11쪽
23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2 23.12.15 9 0 12쪽
22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1 23.12.14 11 0 13쪽
21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10 23.12.13 14 0 14쪽
20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9 23.12.12 12 0 15쪽
19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8 23.12.11 15 0 12쪽
18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7 23.12.08 17 0 15쪽
17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6 23.12.07 15 0 17쪽
16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5 23.12.06 16 0 13쪽
15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4 23.12.05 16 0 15쪽
14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3 23.12.04 19 0 12쪽
»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2 23.12.01 22 0 12쪽
12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1 23.11.30 25 0 14쪽
11 002.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 06 23.11.29 29 0 13쪽
10 002.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 05 23.11.28 26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