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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3.11.20 16:41
최근연재일 :
2024.01.24 18:30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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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698

작성
23.12.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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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7

DUMMY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강이준의 말뜻을 곧바로 알아챈 써니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써니는 득달같이 달려가 이준이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인마!”


“써니 형, 이거 놔.”


“지랄하지 마. 인제 와서 뭐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거야?!”


“···.”


“말해! 똑바로 말하라고!”


“···.”


강이준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고, 그렇게 둘이 대치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써니야, 일단 놔줘.”


“에잇!”


나의 만류에 써니가 못 이기는 척 이준이를 소파 쪽으로 슬쩍 밀어버렸다.


털썩!


“철수 아저씨, 일전에 물으셨죠? 각성도 못 한 제가 어떻게 권력을 손에 넣었는지?”


“그래, 그랬었지. 그런데 지금 그 얘기는 왜?”


소파 위에 쓰러져 있던 이준이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지금 알려드리죠.”


딱!


이준이는 중지와 엄지를 튕겼다.


“햇님이 형, 형은 그만 밖으로 나가.”


이준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햇님이는 아무런 군말 없이 응접실 문 쪽으로 척척 걸어가기 시작했다.


“응?”


“햇님아, 너 지금 뭐 해? 이준이가 밖에 나가라고 한다고 진짜 나가? 이 상황에?”


“왕왕!”


“아니, 그게···.”


나와 써니가 –내 느낌으로는 심지어 ‘펜리르’마저- 황당한 얼굴이 되어 바라보니, 햇님이는 뭔가 변명하려는 듯 우물거렸다. 그러나 막상 응접실 밖으로 향하던 그의 걸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강이준 너 뭐냐? 혹시 햇님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냐? 그리고 도대체 뭐지? 좀전의 그 건방진 제스처는? 무슨 아래 사람에게 명령하는 것도 아니고···.”


이준이를 질책하는 써니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명령한 것은 맞습니다.”


딱!


다시 한번 이준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햇님이 형, 나가기 전에 ‘코끼리 코’ 10번만 돌아.”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코끼리 코’? 그리고 그걸 햇님이가 하라고?


“이준이 이 녀석,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아, 아니···. 너 인마! 넌 또 왜 지랄이야!?”


이준이에게 소리를 빽 지르던 써니가 햇님이를 쳐다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나, 둘, 셋, 넷, ···.”


햇님이는 열심히 ‘코끼리 코’를 돌고 있었다.



***



“너 사실은 각성했던 거냐?”


“뭐···. 그렇죠.”


“어떻게? 너 아직 나이가···.”


“뭐든 예외가 있는 법이니까요.”


“여하튼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래서?”


“이 힘이 있는데 제가 굳이 복수를 포기해야 할까요?”


“우리랑 한 약속은 뭐냐?”


“아저씨는 과거에 했던 약속을 모두 지키며 살아오셨나 보죠?”


“뭐라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꼽으면 어디 고소라도 하시든가?”


“이 새끼가 진짜!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나?”


화를 참지 못한 써니가 또다시 이준이에게 달려들었다.


딱!


“물러서!”


그러나 이준이의 가벼운 손짓 하나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써니였다.


“뭐 이런! 사기(詐欺) 같은 능력이!”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분통을 터트리는 것이 다였다.


“크크크! 설마 아저씨가 김 소령을 이길 줄 몰랐죠. 김 소령 그 무능력한 새끼! 기껏 내단(內丹)까지 지원해줬는데 그 꼴이라니···.”


“애초에 너···.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구나?”


“방해라고요.”


“뭐가 방해라는 말이냐?”


“걸리적거린다고요. 제 누나도 지켜주지 못한 주제에 인제 와서 입바른 소리랍시고 간섭하는 게 짜증···, 아니 역겹다고요!”


“역겹다고?!”


“그럼요. 왜 그렇지 않겠어요? 저보고 약속을 지키라고요? 결국 아저씨는 무고한 제 누나는 죽게 만들어 놓고는 막상 저 빌어먹을 연놈들은 구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결투까지 하면서! 한 달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악전고투를 계속하면서까지! 하! 참 대단한 영웅 나으리 나셨네! 그러한 수고를 왜 진작에 못 했습니까? 제 누이, 강이현이 살아있을 때는 말이죠? 지금의 10분의 1이라도 충분했습니다.”


“너 인마···.”


“그런데도 아저씨는 계속 저에게 복수를 그만두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그건···.”


딱!


“두 분, 닥치세요!”


“읍, 읍!”


“굳이 대답하실 필요 없습니다. 쓸데없이 낄 데 안 낄 데 구분하지 않고 온갖 오지랖은 다 떠는 아저씨는···, 앞으로도 저를 귀찮게 할 게 분명합니다.”


“···.”


“오늘로써 과거의 인연과 매듭을 짓겠습니다. 자, 이제 철수 아저씨에게 명령합니다.”


덥석!


나는 일단 이준이의 손을 붙잡았다.


‘이준아, 잠시 자고 있어라. 얘기는 나중에 하자.’


속으로 그렇게 읊조리며 수도(手刀)로 이준이를 내려쳤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퍽!


“윽!”


나의 공격을 써니가 막아섰다.


“손가락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요.”


강이준이 이죽거렸다.


“!”


딱! 딱딱!


“하하, 이건 단지 폼(form), 겉멋이라고요.”


씨발···, 그랬구나.


“성가시니까 철수 아저씨도 일단 동작 그만!”


“···.”


이준이의 한마디에 몸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이제 정말로 명령을 내리죠.”


“···.”


“흐음···. 그런데 막상 고민되네. 어떤 명령을 내릴까? 귀찮으니까 그냥 죽으라고···? 아니, 아니야 그래도 그건 아니지···. 흐음···, 뭐 좋은 거 없으려나···.”


“···.”


“왕왕! 으르르!”


펜리르가 강이준을 바짓단을 물고 늘어졌다.


“귀찮게 굴지 말고 저리 가!”


“깽!”


강이준이 다리를 떨쳐내자, 펜리르는 맥없이 나가떨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이준은 다시 나에 대한 처분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어···?”


한동안 고심(?)하던 강이준의 눈이 댕그랗게 떠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불길했다.


“그래요···. 결심했습니다.”


좀 전만 해도 장난스레 빙긋이 웃고 있었던 이준이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내게로 다가왔다.


도대체 뭘 어쩔 생각이지?


“철수 아저씨, 이 길로 돌아가 최 주임 누나를 겁탈하세요.”


뭐?


지금 뭐라고? 이 미친놈이 지금 뭐라고?


“저와 같이 나락으로 떨어져 주세요. 최 주임 누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철수 아저씨는 마음을 꺾어놔야 더는 절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까요.”


강이준!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아! 일단 그전에 잠 좀 주무세요. 그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요.”


딱!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어···.’


털썩!


나는 속절없이 쓰러졌다.



***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이 두서없이 지나간다.


- 어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얼마 전에 저랑 절교했던 분 아니십니까?

- 철수야, 내가 잘. 못. 했. 다. 화. 해. 하. 자.

- 화해는 무슨···. 그리고 지금 국어책 읽습니까?

- 김 소령이 너랑 화해하래. 화해하고 프락치 노릇 좀 하래.

- 뭐 이리 뻔뻔하지? 생각 좀 해보고요.

- 에끼!


박 씨 아저씨는 나를 손절 쳤다. 아니, 그런 척했다.


- 김 소령, 속는 눈치던가요?

- 글쎄···, 어디 처음부터 믿겠어?


박 씨 아저씨와 나는 김 소령에게 기꺼이 ‘진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물론 그 ‘진실’ 사이에 거짓도 아주 쬐~금은 숨겨 놓았지만 말이다.


- 자, 화해 기념으로 이거 받아! 내일 출발이지?

- 뭡니까? 어? 마사리(魔舍利)? 이거 어디서 났어요?

- 별거 아니야. 여하튼 지금 상황에서 마사리는 다다익선(多多益善) 아닌가. 내 힘 좀 썼지.

- 어? 설마? 또 훔쳤어요?

- 아니야!

- 그럼요? 아저씨가 무슨 재주로?

- 세세한 것은 몰라도 돼! 내 나름의 영업비밀이니 더는 알려고 하지 마!


나중에야 박 씨 아저씨의 영업비밀을 알게 되었다.


‘영업비밀은 무슨···. 하여튼 이 영감탱이는 정말이지···.’


박 씨 아저씨는 사채업자이자 장기매매 브로커인 바로 그 장 사장에게서 ‘신체포기각서’를 써주고 돈을 빌렸다.


- ···.

- 다녀오겠습니다.


정 여사님은 별말씀 없이 그저 내 두 손을 꼭 잡으셨다.


- 야 인마! 써니 너! 자꾸 말 안 들을래? 너무 무리하다가는···.

- 괘, 괜찮습니다. 철수 형님과는 달리 쌩쌩한 20대 아닙니까?

- 저 자식이! 그걸 핑계라고 대고 있냐? 안 되겠어. 내 억지로라도···.


그런 나를 햇님이가 말렸다.


- 그냥 두시죠, 형님.

- 뭘 그냥 둬? 쉴 땐 쉬어야 하는 법이야. 저러다 다치면?

- 저 녀석···. 이미 크게 다쳤습니다.

- 뭐?! 내 이럴 줄 알았다. 너는 왜 이제야 그걸 말해?


알고 보니 마음이 다쳤다는 말이었다.


- 사실, 써니 녀석 매일 밤 저희 몰래 웁니다. 우는 걸 안 들키려고 침낭 속에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웁니다.

- ···.

- 그러니 그냥 놔두세요. 써니는 지금 자신을 치료하는 중입니다.


강이현은 써니의 첫사랑이었다.


- 으아악!

- 형, 형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 헉헉! 괘, 괜찮아.


‘비록 잠시였지만, 그때는 정말이지 놀랬지.’


- 활성화 조건 달성! 해제일 도래(到來) 확인! 시스템 활성화 재개!


오랜만에 그때의 그 환청을 다시 듣게 되었다. 곧이어 고통이 시작되었고, 과거의 그때처럼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강해졌다! 레벨업과는 또 달랐다. 분명 달랐다. 뭔가 벽을 넘어선 느낌!


‘환골탈태? 혹시 그때 그 수정이 김 소령이 말한 내단(內丹)인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 으···, 졸려.

- 낑낑!

- 응? 펜리르구나. 너 괜찮아? 이준이 이놈 새끼!

- 왕왕!

- 얀마! 왜 날 물어?


요놈 똥개 놈이! 그동안 이준이 녀석 대신 보살펴줬건만! 아무리 그래도 원래 주인 놈이 더 낫다는 이건가?


- 다녀왔어.


한 달간의 일정을 마치고 피난 지구의 텐트촌으로 돌아왔다.


- 고생했어.


최 주임이 애써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준다.



***



눈이 떠보니 정말이지 낯선 곳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덮고 있던 새하얀 이불에서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너무나도 쾌적한 공간.


‘여긴 어디지?’


확실한 건 분명 텐트촌은 아니었다.


드르륵!


마침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 일어났구나?”


아주 익숙하고 그리운 목소리.


“좀 더 자지 않고? 컨디션 괜찮아?”


제비꽃 같은 다정한 웃음.


“어···. 엉. 괜찮아.”


“···.”


여인은 내 옆에 슬며시 앉았다.


“···.”


“고생했어.”


여인은 별안간 나를 꼭 껴안았다.


나는 괜히 쑥스러워져 슬며시 몸을 빼려고 했다.


“오빠. 잠시만···.”


빼려고 했으나 결국 그러지 못했다.


“···.”


들썩이는 어깨가 느껴진다.


드센 줄만 알았던 오랑캐꽃이 웬일인지 울고 있었다.


“오케이! 이제 됐다.”


이윽고 최 주임이 나에게서 떨어진다.


“···.”


“치! 뭐지? 그 뚱한 표정은? 오빠는 그간 내가 보고 싶지도 않았어?”


“아니, 그게 아니라···.”


뭐지? 분명 반갑긴 한데···. 최 주임이 옆에 있는 게 왜 이리 불편하지?


“농담이야, 농담! 오빠, 배 안 고파? 잠시만 기다려 내가 금방 먹을 것 좀 챙겨 올게.”


- 철수 아저씨, 이 길로 돌아가 최 주임 누나를 겁탈하세요.


아···, 이런···.


“최 주임! 나에게서 떨어져! 도망가!”


“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혹시 잠 덜 깬 거야? 아야, 아파!”


나는 최 주임의 손을 거칠게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오, 오빠 갑자기 왜 이래?!”


어느새 나는 최 주임을 침대로 넘겨 쓰러트리고 그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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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05. 히전죽! 히전죽! - 03 24.01.24 1 0 11쪽
37 005. 히전죽! 히전죽! - 02 24.01.16 3 0 12쪽
36 005. 히전죽! 히전죽! - 01 24.01.10 4 0 12쪽
35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4 24.01.05 8 0 12쪽
34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3 24.01.04 9 0 12쪽
33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2 24.01.03 9 0 12쪽
32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1 24.01.01 8 0 12쪽
31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10 23.12.29 7 0 12쪽
30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9 23.12.28 7 0 12쪽
29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8 23.12.26 7 0 12쪽
»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7 23.12.25 9 0 12쪽
27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6 23.12.22 6 0 12쪽
26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5 23.12.20 8 0 13쪽
25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4 23.12.19 9 0 12쪽
24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3 23.12.18 11 0 11쪽
23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2 23.12.15 9 0 12쪽
22 004.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 01 23.12.14 11 0 13쪽
21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10 23.12.13 14 0 14쪽
20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9 23.12.12 12 0 15쪽
19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8 23.12.11 15 0 12쪽
18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7 23.12.08 17 0 15쪽
17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6 23.12.07 15 0 17쪽
16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5 23.12.06 16 0 13쪽
15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4 23.12.05 16 0 15쪽
14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3 23.12.04 19 0 12쪽
13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2 23.12.01 21 0 12쪽
12 003. 금태양은 이름 따윈 없다네 - 01 23.11.30 25 0 14쪽
11 002.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 06 23.11.29 29 0 13쪽
10 002. 불사조에게 눈탱이 맞은 썰 푼다 - 05 23.11.28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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