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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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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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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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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4)

DUMMY

“화려하기 이를 데 없군. 그보다 감문위 상장군이라는 직함이 허투는 아닌 사람이군.”

한창 접전이 이뤄지는 전투현장 인근을 몰래 지나가면서 소은이 감탄의 말을 흘렸다.

“제 부친께서도 도술을 못 부리고 법보를 다룰 재능이 부족할 뿐이지 장수로서의 역량과 무력은 이 나라에서 맞설 자가 손에 꼽을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죠. 과연 그 말대로네요. 그 증거를 이렇게 제 눈으로 볼 줄이야.”

최화련도 이에 동의하며 같이 감탄했다.

그녀들이 감탄하고 있는 동안 김지순이 휘두른 대검에 맞춰 푸른 파도가 일렁이며 주변일대를 휩쓸었다. 근방에 있던 병사들이 피아상관 없이 쓰러지고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는 동안 현문승은 자신의 도끼를 방패삼아 막아냈다.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여 갑옷이 찢기고 여러 상처에서 피를 쏟았으나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밀려나간 만큼 돌격하여 김지순을 향해 도끼를 내리쳤다.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치며 커다란 쇳소리가 울려 퍼지는 걸 들으며 소은 일행은 소리를 죽여 지나갔다. 도중 주호가 실수로 나뭇가지를 밟아서 소리가 나기는 했지만 치열한 두 장수의 접전에 모두가 신경이 쏠려서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나저나 태자궁이라니······. 이거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아 진짜, 그 양반은 왜 괜히 이런 일에 끼어 드셔서 우리까지 귀찮게 만드시냐고.”

“글쎄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걱정이 가득한 주호의 투덜거림에 이무준은 무덤덤히 대꾸했다.

“글쎄요라니. 너 임마, 너는 환관이잖아. 그것도 지금 우리 가는 행선지인 태자궁 소속의 환관이잖아. 그런 네가 몰라서야 어쩌겠냐고.”

“게다가 언뜻 들으니 당신은 이주신이 아닌 태자전하의 명으로 움직인다고 하는데, 그런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가요?”

최화련이 거들어 묻자 이무준은 어깨를 한 번 으쓱 했다.

“분명 전 태자전하의 명으로 움직이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자전하의 모든 의지를 아는 건 아니지요. 애초에 태자전하께선 특별히 이렇다저렇다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사람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분은 아니시거든요. 그 분은 그저 지켜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으시는 분인지라.”

“뭐라는 거야······.”

“어쨌든 꽤나 재밌을 사람이란 거네.”

어이없어하는 주호와 달리 소은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미 남영과 최염계를 통해 대강의 인물상을 파악한 소은은 태자가 어떤 인물인가가 궁금하던 터였다. 그저 존재감 없이 다음 왕위를 기다리는 인물이라 여기던 사람이 실제로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기회를 엿보는 맹수라는 사실에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최화련도 마찬가지였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었다. 분명 상황을 알고 천인예가 태자궁으로 향했을 것이 분명한데, 과연 속내가 알기 힘든 그 태자라는 인물이 그녀를 어떻게 대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천인예가 태자를 해했을 수도 있으나, 이는 가능성도 낮을뿐더러 만일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그동안 행동한 것들이 무위로 돌아갈 위험이 따랐다.

한편, 그들과 함께 따라가던 정기는 자신의 뒤에서 말없이 붙어 따라오던 이소연을 돌아보았다. 동료였던 비도가 눈앞에서 역시 한 때 동료인 망아의 손에 죽은 걸 본 뒤 그녀는 어떠한 감정도, 말도 드러내지 않던 터였다.

“괜찮겠어?”

“······.”

정기의 물음에도 답을 하지 않는 그녀는 그저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정기와 이소연은 딱히 남영으로부터 소은을 따라가란 소릴 듣진 못했다. 그러나 어차피 남영의 휘하가 아닌 정기는 남영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기에 그냥 따라가기로 한 것이고, 이소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해서 몸 상태도 안 좋은데 괜히 무리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애초에 지금 네가 가는 곳은 가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가열차게 위험한 곳으로 판단되는 곳이거든. 물론 거기에 네 원수라 부를 작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일단 넘어가고 말이지.”

홀로 무거운 분위기에 잠겨있는 이소연에게 열심히 말을 걸어보는 정기였으나 소용은 없었다. 물론 정기도 고작 자신의 주절거림에 답해줄 거란 기대도 없었다.

“거 진짜 시끄럽네.”

“주호 사형의 목소리가 더 커요. 거기서 소리 좀 줄이지 않으면 단박에 들킬걸요?”

최화련의 지적대로 주호의 목소리가 크기는 했지만 바로 인근에서 한창 벌어지는 전투의 소음이 더 크기에 들키지 않았다.

오히려 김지순이 날린 푸른 파도를 뚫고 돌격해 들어온 현문승이 내리친 도끼와 김지순의 검이 맞부딪치며 발생하고 굉음에 의해 그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최화련의 경우에는 귀까지 막을 정도였다.

커다란 소음의 현장을 벗어나던 중 이소연이 입을 열었다.

“나도 왜 내가 거기를 가는지 잘 모르겠어.”

그녀의 말에 정기는 뒤를 돌아봤고, 다른 이들도 굳이 뒤까진 돌아보진 않더라도 귀를 기울였다.

“다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 뿐이야. 그리고 알고 싶어. 망아가 왜 그러했는지, 도대체 우리가 왜 그러했는지. 망아의 입으로, 당사자의 입으로 듣고 싶은 거야.”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이무준이 말했다.

“과연 말해줄지 의문이군요.”

“그래도 가보겠어. 그게 적어도 마지막 남은 사람으로서 할 일이라고 느껴져.”

그녀의 말에 끄덕이지는 않으나 납득을 한 이무준은 그럼에도 소용은 없을 거란 말을 중얼거리며 일행과 함께 궁으로 향했다.

어느새 전투의 현장에서 벗어난 그들은 이제 들킬 리 없다고 여기며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근데 이 일이 왜 이렇게 크게 커졌대?”

뭔가 갑자기 떠오른 듯 투덜거리던 정기는 무언가 대규모의 인기척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들이 향하는 길 쪽이 아닌지라 무시했다.


정기가 인기척을 느낀 방향에선 다름 아닌 무천군이 이끄는 대규모의 사병들이 궁으로 진군해가고 있었다. 도중 금오위나 무천군에게 반발하는 대신들의 공격 및 저항을 받기는 했지만 전부 뿌리쳤다. 사병들의 전투력이 우수한 점도 있지만 무천군 자신이 내뿜는 그 기백에 다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점차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받으며 무천군은 일행을 이끌고 진격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당문학께서 보이질 않는군요. 왜 이리 늦으시는건지.”

남필주가 걱정스런 어조로 주위를 살폈다. 그의 말대로 참지정사 최염계를 상대하러 간 서양필은 그 뒤로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연락이 오진 않은 건 아니고 최염계와 대화중이라는 소식이 오기는 했다.

“아무래도 참지정사와 대화가 그리 잘 풀리질 않는 모양인가보오. 참지정사는 죽은 문하시중 천신영의 오랜 벗이자 정치적 동지가 아니오. 그런 그와 반대 입장에 서있던 우리와 함께 하자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오.”

문경신의 말에 남필주를 비롯해 다들 납득했다.

“그렇지만 지금 천신영이 죽었소. 그리고 그 천신영의 죽음에 유력한 용의자가 이주신이 아니겠소? 설령 아니라 해도 천신영의 죽음은 충분히 이주신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소. 그렇다면 명분으로나 의리로나 그가 저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없소. 다만 오랜 시절 대립한 우리와도 쉽게 손을 잡을 순 없는 일이 아니겠소. 우복야께서도 아시다시피 그는 영리한 인물이오. 분명 여러 이해관계를 두고 협상을 해나가야하니 좀 더 시간이 소모될 것이오.”

문경신의 설명대로 최염계는 분명 자신의 벗을 죽인 이들과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대립해온 무천군과도 손을 잡기는 힘들기에 대화와 협상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서양필이 늦어지고 있는 건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어차피 지금은 궁을 장악하는 게 우선이오. 명분과 함께 여러 대소신료들의 지지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중앙조정의 권한과 권력을 장악하는 것도 중요하오. 지금 그를 기다릴 시간은 없으니 서두릅시다.”

무천군의 말에 문경신과 남필주를 비롯한 이들이 알았다며 일행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태껏 받은 저항과 공격은 적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금오위를 비롯해 중앙군 중 일부가 무천군에게 등을 돌린 와중에 결코 주저할 순 없었다.

개인적으로 무천군은 자신의 진영에서 참모 역할을 하던 서양필이 오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렇지만 서양필이 상대하는 이가 최염계임을 고려한다면 그를 당장 오라고 재촉할 순 없었다.

아무리 명분이 있다곤 해도 이를 이해치 못하거나 잘 모르는 이에겐 반역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을 벌이고 있고, 여전히 무천군에게 반감 혹은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천신영을 따르면서 무천군과 맞서던 일파는 무천군에게 지속적으로 의심의 시선을 던질 것이다. 그런 그들을 진정시키며 지지를, 거기까진 아니어도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은 현재로선 최염계 하나였다. 만일 서양필이 최염계를 아군으로 만들거나 무천군의 행동을 눈감아 준다면 앞으로의 일에 큰 도움이 될 게 뻔했다.

지금은 그에게 주어진 일, 궁을 장악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얼른 궁을 장악한 뒤, 태자궁을 제압하여 후사를 이을 자리를 무천군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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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9) 19.05.20 35 0 9쪽
118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8) 19.05.13 25 0 10쪽
117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7) 19.05.05 52 0 9쪽
116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6) 19.04.28 36 0 9쪽
115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5) 19.04.21 44 0 10쪽
»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4) 19.04.14 53 0 10쪽
113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3) 19.04.01 57 0 9쪽
112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2) +1 19.03.24 50 0 10쪽
111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1) 19.03.18 56 0 9쪽
11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6) 19.03.11 62 0 9쪽
10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5) 19.03.03 43 0 10쪽
10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4) 19.02.25 42 0 9쪽
10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3) 19.02.18 46 0 10쪽
10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2) 19.02.11 45 0 9쪽
10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1) 19.02.04 52 0 9쪽
104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0) 19.01.28 44 1 9쪽
103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9) 19.01.21 65 1 9쪽
102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8) 19.01.13 65 1 10쪽
101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7) 19.01.06 90 1 11쪽
10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6) 18.12.23 61 1 10쪽
9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5) 18.12.17 48 1 10쪽
9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4) 18.12.09 70 1 9쪽
9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3) 18.11.26 78 2 9쪽
9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2) 18.11.19 81 2 9쪽
9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 18.11.11 76 2 9쪽
94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6) +1 18.11.04 117 3 10쪽
93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5) 18.10.28 75 0 9쪽
92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4) 18.10.21 73 2 9쪽
91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3) 18.10.14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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