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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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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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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2)

DUMMY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영진의 내뿜는 기백은 여전히 대단했다. 씩씩 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그는 스스로 앞에 나서서 선랑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영진의 등장에 잔뜩 긴장한 진의겸이었으나 동시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의 등장은 문진호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아직 금오위를 지휘하는 진무령이 보이지 않기에 안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뭐야, 그 눈은? 뭔가 기대하는 바라도 있나?”

비웃음을 한껏 담은 이영진의 물음에 진의겸은 답을 하지 않았다.

“흥. 네놈들이 원하는 바야 뻔하지. 허나 어쩌나? 네놈들의 동료, 문진호였나? 그놈은 이미 대장군께서 붙잡아서 압송하셨다, 이놈들아.”

이영진이 이곳으로 오기 바로 전에 진무령으로부터 문진호에 대한 걸 들은 상태였다. 그는 선랑들의 계략에 자신이 빠질 뻔했다는 것에 불쾌하기는 했지만 이를 간파한 진무령의 역량에 속으로 감탄하며 눈앞의 선랑들을 비웃고 있었다.

한편, 기대했던 결과와 반대되는 상황에 직면한 진의겸은 기운이 쑥하고 빠졌다. 마지막으로 기대한 작전의 실패에 그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다른 선랑들도 마찬가지로, 다들 한풀 사기가 꺾이고 말았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무천군의 차남으로서 싸워서 극소의 가능성을 지니고 탈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진의겸으로 하여금 칼을 들게 했다.

“오호, 싸울 생각인가보군.”

이영진은 절망적인 소식에도 싸우려는 선랑들의 태도에 감탄하며 큰 창을 잡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금오위 병사들도 이영진과 최화승을 앞세우고 진영을 바로 한 뒤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나는 무천군의 차남 진의겸이다! 황실의 종친이자 이 나라의 선랑으로서 어찌 쉽사리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느냐!”

진의겸의 외침에 마지막 사기를 붙잡은 선랑들이 자세를 취했다.

“와라! 내 부친의 이름과 진정 이 나라의 대의를 위해, 진정한 천명을 위해 최후의 일각까지 포기치말고 싸워라!”

“역적들을 포박하라!”

진의겸과 이영진의 외침을 시작으로 양 쪽은 충돌했다.

우선 대장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친 팔의 상처를 무시하고 돌격한 서금영을 상대로 이영진은 창을 내질렀다. 서금영은 이를 자신이 든 창으로 쳐냈으나 이는 속임수였다. 이영진은 서금영이 쳐내는 충격을 이용해 창끝을 위로 올렸다가 그대로 서금영의 머리를 후려쳤다. 직접적으로 베이진 않았으나 큰 충격을 머리에 받은 서금영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었다.

그러자 이번엔 서금수가 달려들었다. 이영진은 철퇴를 들고 달려든 서금수의 다리를 창으로 후려쳤으나 서금수는 구르듯이 착지한 뒤 근처에 있던 병사 둘의 다리를 철퇴로 후려쳐서 쓰러뜨렸다. 이어 창을 들고 내지른 병사 셋의 공격을 구르며 피하면서 다가가 한 명의 다리를 걷어찼다. 뒤이어 철퇴로 다른 두 병사의 다리를 후려친 뒤 일어선 그를 상대로 금오위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자신의 병사들을 해한 서금수에게 분노한 이영진이었으나 뒤는 병사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진의겸을 상대로 돌격했다.

그런 이영진을 막고 싶은 진의전이었으나 불길에 휘감긴 검을 휘두르는 최화승을 상대로 옴싹달싹 못하는 지경에 빠져있었다. 김중후 역시 포위망을 좁혀오는 금오위 병사들과 하급장수들을 상대로 밀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둘 다 체력에 한계를 맛보는 입장이기에 더더욱 불리했다.

남은 힘을 최대한 발휘하여 포위망을 돌파하고자 주문을 외며 돌진하는 진의겸의 앞을 이영진이 가로막았다. 어깨의 부상을 입었다곤 하나 과연 무예실력으로 일국의 장군 자리에 오른 이영진은 허투루 볼 인물이 아니었다.

부적도 다 떨어진 마당에 진의겸은 가지고 있는 힘을 짜내어 주문을 외웠다. 이윽고 그를 감싸듯 바람이 일더니 이영진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큭······.”

“야···얕보···지······마······라······.”

최후의 힘을 짜내어 이영진을 맡서던 진의겸의 등 뒤로 칼을 든 병사 여섯이 달려들었다. 진의겸은 즉시 바람의 방향을 바꾸어 병사들을 날려버리거나 넘어뜨렸다.

그러나 그 틈을 타서 이영진은 진의겸과의 거리를 좁히더니 그의 옆구리를 창대로 후려쳤다. 뒤이어 비틀거리는 진의겸의 턱을 걷어차 버렸다. 그럼에도 간신히 정신을 유지하던 진의겸은 덮치듯 달려드는 금오위 병사들에 의해 제압됐다.

다른 선랑들도 중과부적으로 하나둘 제압됐다. 열심히 철퇴를 휘두르던 서금수도 사방을 포위한 금오위 병사들이 내지른 창에 하나둘 상처를 입더니 종국에 양다리를 창에 찔리면서 무릎을 꿇었고, 진의전 역시 최화승이 휘두른 불길에 휩싸여 화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다. 김중후 역시 체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 싸울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생포한 선랑들을 옮기는 동시에 부상자들을 옮기라고 지휘하는 최화승은 이영진 쪽을 바라보았다. 어깨의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이영진은 그제서야 아픔을 호소하며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었다.

“최 중랑장.”

“예, 장군.”

이영진은 열심히 마무리를 지휘하는 최화승을 부르곤 잠시 그를 지켜보았다. 자신과 같은 인물보다는 이 선랑들과 같은 출신인, 어찌 보면 자신보다 더 친분이 깊었을 이들을 상대로 싸운 최화승을 보며 이영진은 물었다.

“이것은 그대의 선택인가, 아니면······.”

“예?”

“아니다. 뒷마무리 열심히 해라. 난 가서 쉬도록 하지.”

“존명.”

선랑들을 통해 이들의 뒤에 있던 뒷배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낀 이영진은 궁금증이 들었다. 과연 이 싸움이 순수히 역모를 일으키는 무천군만의 일인가 하는 걸 말이다. 어쩌면 이건 단순한 역모가 아닌 정치싸움의 연장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허나 지금 이 상황에서 물어본들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사인 진무령부터가 의심이 갈 수 있는 상황에서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좋을 게 없다 생각해서 질문을 그만둔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찝찝해하며 떠나는 이영진을 보며 최화승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저도 의문이죠. 이걸 제 선택이라 해야할지. 어쩌면 이 모든 건 우리의 선택이 아닌 그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이······, 확실히 장군께서 질문을 말은 것처럼 물어본들 의미도 없을 것도 같네요. 괜히 입장만 꼬이고······.”

“중랑장? 괜찮으신가요?”

“아, 아무것도 아니다.”

부하의 걱정스런 질문에 최화승은 정신을 차리고 마무리를 지휘했다. 그것이 지금 주어진 임무이기에.


“결국 선랑들의 결말은 패배라는 것으로 끝이 난 셈이네.”

소은은 금오위 장군방 지붕 위에서 담담히 말했다.

“솔직히 예상해던 일이잖수.”

“그렇긴 하지.”

끌려가는, 사실상 옮겨지는 선랑들을 보며 주호는 아쉬운 마음에 혀를 찼다.

“왜 그래?”

“아뇨, 그냥······. 조금 겨뤄보고 싶었단 생각이 없지만은 아니어서 말이죠.”

“의외네. 괜히 귀찮은 일이 되니까 거부할 거 같은 네가?”

소은이 의외라는 얼굴로 쳐다보자 주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거랑 상관없이 좀 괜찮은 호적수라는 게 있으면 겨뤄보고 싶거든요. 그 뭣이냐, 남자의 본능? 뭐, 그런거?”

“정말요. 주호 사형은 그런 거랑 엄청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죠.”

최화련의 맞장구를 들으며 소은은 주호의 말에 킥킥 대다가 주변을 돌아보다가 진무령과 눈이 마주쳤다.

마무리되는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던 진무령은 소은에게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는 보고를 하는 부하 쪽으로 눈을 돌렸다.

“참, 고생이 많아.”

“예? 아, 예······. 아, 진 대.장.군. 말이죠?”

“그렇기는······하죠.”

맘에 들지 않다는 시선을 진무령에게 던지는 주호와 멀리서 최화승을 지켜보는 최화련은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생각이 많은가보네.”

“아니, 난······.”

“그렇지 않을 수가 없죠.”

여전히 최화승을 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최화련이 대답했다.

“단순히 흥미가 생겼던 걸 넘어서 제 가족, 제 집안의 안위와 직결되는 일로 변했으니 말이죠. 그리고······.”

묘하게 죄책감이 담긴 시선으로 최화승을 바라보는 최화련의 어깨에 소은이 손을 올렸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소은이 말했다.

“자, 이제 이동할 시간이야. 아니, 본래라면 궁으로 곧장 갔어야 하지만 말이지.”

그녀의 말에 최화련은 시선을 떼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아하며 기지개를 피며 몸을 풀던 주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셋이 떠나는 순간, 진무령은 이를 지켜보며 이제 드디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부하에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각 금오위 병사들에게 연락을 전해라. 현재 움직일 수 있는 병사들은 최대한 집결하여 궁궐로 향하라고 말이다.”

“아, 예. 존명!”

대답을 마친 부하가 달려가는 동안 진무령은 자신의 칼을 뽑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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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9) 19.05.20 35 0 9쪽
118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8) 19.05.13 25 0 10쪽
117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7) 19.05.05 52 0 9쪽
116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6) 19.04.28 36 0 9쪽
115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5) 19.04.21 44 0 10쪽
114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4) 19.04.14 53 0 10쪽
113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3) 19.04.01 57 0 9쪽
»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2) +1 19.03.24 51 0 10쪽
111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1) 19.03.18 56 0 9쪽
11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6) 19.03.11 62 0 9쪽
10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5) 19.03.03 43 0 10쪽
10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4) 19.02.25 42 0 9쪽
10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3) 19.02.18 46 0 10쪽
10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2) 19.02.11 45 0 9쪽
10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1) 19.02.04 52 0 9쪽
104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0) 19.01.28 44 1 9쪽
103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9) 19.01.21 65 1 9쪽
102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8) 19.01.13 65 1 10쪽
101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7) 19.01.06 90 1 11쪽
10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6) 18.12.23 61 1 10쪽
9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5) 18.12.17 48 1 10쪽
9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4) 18.12.09 70 1 9쪽
9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3) 18.11.26 78 2 9쪽
9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2) 18.11.19 81 2 9쪽
9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 18.11.11 76 2 9쪽
94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6) +1 18.11.04 117 3 10쪽
93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5) 18.10.28 75 0 9쪽
92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4) 18.10.21 73 2 9쪽
91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3) 18.10.14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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